눈을 떴다. 식은땀으로 도배된 내 쓸모없는 몸뚱아리와 째깍거리는 시계, 축축하고 후덥진 방, 그리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서큘레이터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단지 꿈이였다. 그것도 매우 사실적인 꿈. 몸의 모든 감각을 지배하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언하는 류의 그저 무의식 속의... 고개를 뒤흔든다. 머리는 끔찍하리만치 아팠고, 나는 찬장으로 향한다.


"위스키..."


빌어먹을 술. 얼음이 빈 잔에 쌓이고, 그 위로 황금색 액체가 흐른다. 그 안에 들어가는 진통제는 덤이다. 알코올이 목을 타고 들어가자 정신이 좀 나아진다. 차라리 취해있는게 좋다.


똑같네.


그런 생각이 이유없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나는 이 장면을 겪은 적이 있다. 아까 전까지. 어젯밤에 쳐먹은 미래를 보게 해준다는 약을 - 사실 LSD다. 지금 생각해보니 다른 것 같기도 하다. - 쳐먹고 꾼 꿈에서.


"아니겠지. 아닐거야."


나는 홀린 듯 TV를 켜 보았다. 아니겠지. 아닐꺼야. 끝까지 그런 생각이 붇잡는다.


"오늘의 날씨는 맑음-"

[오늘의 날씨는 맑음-]


그리고 TV에서 흘러나오는 아나운서의 말은 그 기대마저 부숴버리고. 이윽고. 이윽고. 모든게 다. 그 꿈과 똑같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단 하나도 어긋나지 않고.


모든게 다 일상적인 내용이였다...

나에게는 아니였다. 피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려고 했다.

그 꿈 속에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서 기시감이 느껴졌다.


시선을 달력으로 옮겼다. 3일 남았구나. 이 모든게 3일만에 끝장나는 거구나.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게 느껴졌다. 왜 내가 이런걸 알게 된건데. 모든게 질 나쁜 하룻밤의 환상이라고 도망가고 싶어도, 계속해서 느껴지는 기시감과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그 광경이 나를 붇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무엇을 해야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나는 그저 혼자서 흐느껴 울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