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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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R OF THE HORDE

Kill! kill! Raid!


사막에서, 초원에서, 들판에서 우리들은 달리고 또 달렸다. 인류문명이 멸망하기 전 수많은 전쟁에서

우리 호드는 엄청난 기동성을 살린 속공전략으로 수많은 적들을 도륙했다. 적들이 방어에 나서기 전

철저한 기습으로 그들의 급소를 찌르고, 급소를 물고 늘어지면 잔학한 살육을 진행한다.


본디 나는 지휘관이 아니었다. 과거 있었던 큰 전쟁에서 지휘관을 잃고 큰 타격을 입었던 우리 호드 부대를

무사히 이끌고 부대편성을 복구가 가능할 수준으로 온전히 이끌었다는 공로로 나는 인간님들에게 선택받아

지휘관이 될 수 있었다.


지휘관으로 승진하기 위해 했던 일은 전혀 아니다. 그저 살아남았을 뿐이다. 

부하들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결심했던 선대 지휘관의 마지막 명령에 따라서..

수많은 자매들을 들판에 이름없는 무덤으로 이끌어야 했던 지난 세월들의 기억이

늘 깊은 내면에 자리잡아 마음을 갉아먹었다.


지금의 사령관을 만나 그의 지휘를 받으며 느낀점이 있다면 이미 멸망한 구세계의 인간님들과 다르게

우리들 바이오로이드를 말 그대로 한명의 똑같은 인격체로 대해주신다는 점 정도일까.

언젠가 사령관과 단 둘이 남았을 때 그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사령관은 왜 우리들을 동등하게 대하지? 그대는 인간이지 않나?'


구세계의 인간님들을 직접 겪어본 바 무자비한 명령만을 내렸던 기억뿐이었기에 늘 우리들의

안전과 목숨을 임무보다 우선시 하라는 그의 명령이, 아니. 그는 명령이라는 표현보다는 부탁을 좋아했다.

아무튼,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했던 질문이었다. 그런 내 질문에 사령관은 그저 가벼운 미소를 띄우며 내게 답해주었다.


'난 너희들을 내 부하가 아니라 가족이라고 생각해. 너희들은 물론 아니라고 하겠지만 말이야.

내가 이곳에 맨 처음 왔을때 난 말 그대로 말도 잘 못하고 글도 읽지 못했으며 옷조차도 혼자

입는법을 몰랐어. 그런 나를 지금의 자리까지 이끌어주고 다잡아 준 사람들은 너희들이야.

만들어 진 바이오로이드 라는 것보다 내겐 그게 더 중요해. 적어도 나에게 너희들은 나와 같은

인간이야. 나와 같이 생각하고, 나와 같이 주변 사람들과 웃고 떠들면서 그들이 슬퍼할 땐

함께 슬픔을 나눠 갖는 소중한 동료, 친구, 가족...'


거기까지 말한 사령관이 고개를 숙여 손으로 땅을 대충 끄적거리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쓸쓸함이 묻어있는 듯 짙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래. 그러니 너희들에게 강요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나만은 너희들을 진심으로 소중하게 대하고 싶어. 소중한 너희들이

다치는 것 보다 임무는 중요하지 않고, 실패한 임무는 다시 나중을 기약하면 되지만 

너희들은 한번 다치거나 죽는다면 그것으로 끝나니까. 내 생각은 그래.'


그 말을 끝으로 내 어깨를 토닥여주고 돌아가던 사령관의 뒷 모습은 자뭇 쓸쓸함이 묻어나왔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인류라는 거대하고 무거운 짐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아마 우리들을 가족으로 여기는 마음은 거기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태생이 군인으로써 인간을 위해 봉사하려는 목적으로 창조된 우리를 사령관과 같은 인간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사령관이 우리를 가족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엄연히 인간.

만들어 진 우리들과는 달랐으니까.


하지만 그런 쓸쓸한 그에게 그가 지쳐 힘들때 내 어깨를 빌려주고 싶었다.

곁에서 한명의 군인이 아닌 한명의 여자로써. 한명의 동반자로써 일생을 함께하고 싶었다.


그래도 지금은 철충의 위험이 가시지 않은 전시.

전시의 군인은 상관에게 절대 복종해야한다. 내 개인적인 마음은 평화가 찾아오면 전할 생각이었다.

한명의 군인이 아닌 한명의 여자로써.. 비록 나 혼자 그의 마음을 독차지 하지는 못할것이다.


그는 비유하자면 태양과 같은 남자였다.

비춰주어야 할 햇빛은 한 곳에만 비춰주지 못한다.

그의 사랑은 태양과 같았다. 줘야할 사랑은 많지만

그는 혼자 남은 인간이었다.


그에비해 사랑을 받길 원하는 우리 바이오로이드 들은 차고 넘친다.

그래도, 아주 조금만 이라도 그가 나만을 지켜봐줄 날이 상상되고는 했다.


"작전 개시는 지금으로부터 3시간 후, 19시가 될 겁니다. 레오나 대장은 발할라 자매들을 이끌고 저희보다 30분 일찍

18시30분을 기점으로 작전지에 사전침투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도착할 둠브링어와 캐노니어의 화력을 

최대한 정밀하게 유도해 주세요. 화력유도가 정밀하게 되어야 각하의 수송로가 안전해 질겁니다. 

그리고 리리스 경호대장! 무슨일이 있어도 각하를 지켜주세요. 컴패니언이 사령관님의 마지막 방패입니다.

당신들이 무너지면 사령관 각하의 안위도 장담할 수 없어요."


잠시 상념에 빠져든 사이 라비아타 통령이 사령관 대신 군령을 내렸다.

그래, 지금은 상념에 젖어들 시간이 없다. 사령관이, 하나뿐인 태양이 쓰러진 것이다.

그를 구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모두들 회의실을 나서고 나 또한 내 방으로 호드의 자매들을 불러모았다.

그녀들은 자유분방하며 개성이 강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이기에 더욱 애착이 갔다.

그녀들은 내 명령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는다. 서로간의 신뢰가 깊기 때문이다.


"승리! 대장님 모두 모였습니다."


탈론페더가 모두를 대신해 경례를 올렸다. 언제나 시끌버쩍한 녀석들 이지만 오늘은

다들 표정이 잔뜩 굳어있었다. 사령관의 유고상태란 그녀들 에게도 큰 충격이었겠지.


"언제나 처럼, 짧고 간단하게 브리핑을 하고 싶지만.. 오늘은 좀 길어질 것이다.

모두들 잘 듣고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늘 생각없이 지내는 것 같아보이는 워울프도, 아직도 내게 자신의 은밀한 취향을

들키지 않았다 생각하는 탈론페더도, 항상 그녀들을 타박 하면서도 그녀들을 잘 다독여

우리 호드의 단결력을 끌어올리는 카멜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한다.


"작전 개시는 19시. 우리들은 스틸라인 본대와 함께 상륙정으로 적지에 상륙전을 감행한다.

상륙 직후 우리는 최대한 빠르게 적지에 돌파구를 여는 임무를 맡을것이다.

우리가 돌파구를 열어내면 그 다음은 스틸라인과 캐노니어, 둠 브링어 자매들이

그 돌파구를 확장시켜 길을 열어내고 우리들은 지체없이 더 깊숙이 파고들어

철충 병력을 양단하여 적지 후방에서 제 2 전선을 형성할 발할라 자매들과 합류해

사령관 각하의 시술을 위한 시간을 번다."


사실상 전멸을 각오하는 위험한 임무지만 그녀들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그렇듯 내가 선봉에 선다. 그리고 언제나 말 하는 거지만..

나보다 빨리 죽지 않았으면 한다. 신속이라는 이명은 죽는 날 까지 지키고 싶으니까.

그럼 모두들 군장 결속하고 10분 뒤 출격포트 앞으로 집합하라."


모두들 군장을 결속하러 떠나고 나도 군장을 결속한다. 언제나 자연스럽게 하던 행위지만

오늘은 유독 신중하게 하게되었다. 정말로 실패해선 안되는 작전이기 때문일까.

오늘 내린 그 명령들이 내 마지막 명령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앵거 오브 호드에게 후회란 없다. 오로지 전진할 뿐이다. 


'그 길이 지옥이 된다해도 난 돌파해 보이리라.'


그런 각오를 하며 결속한 군장을 어깨에 걸머쥔다. 묵직한 중량이 느껴지지만

그정도의 무게로 우리들의 진격을 멈추지 못하리라.


우리들이 멈춘다면 사령관이 죽는다. 그러니 멈출 수 없다.

나아갈 뿐이다. 그 길이 영겁의 지옥이 될지라도.


출격포트에 도달하자 상륙정 앞에 호드의 자매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각자마다 맡은 임무도, 성격도 다르고 창조된 날도 다르지만 우리들은 하나의 강한

유대로 묶여있는 자매다.


"이제왔어? 대장."


"야! 너 대장께 반말하지 말랬잖아!"


워울프와 퀵카멜의 만담에 그저 씩 웃어주며 호드의 자매들에게 외쳤다.


"호드의 자매들이여!"


""네, 대장님!""


"죽여라! 또 죽여라! 습격하라!! 철충놈들을 모조리 쳐 죽여라!!"


""와아!!!!!!"


그녀들이 총을 들고 기합을 지른다. 상륙정에 올라타는 그녀들의 뒷모습을 보며

지금 이 시간에도 죽음의 기운과 사투를 벌일 사령관이 떠올랐다.


기다려 주십시오. 저 신속의 칸,

늘 그래왔듯 신속하게 적들을 모조리 쓸어 버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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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호드는 설정들을 몇번을 봐도 어떻게 묘사하기 참 힘드네..

몇 번 지우고 다시 써보고 반복하다 결국 포기하고 그나마 잘나온 방향으로 그대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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