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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이오로이드를 혐오한다 36화


그녀의 지하벙커는 약간 축축하였다. 늦여름에 느껴지는 습한 냄새와 함께, 리앤과 나는 서로를 도울 파트너가 되었다.


"그래서, 이제 파트너가 됬으니, 우리도 서로서로 도와야 되겠지?"


"...그렇긴 하지."


"그럼... 정보를 줄수 있어? 강수찬을 끌어내릴 수 있다면서? 근데 그걸로 내가 이득이 되는 건 없나?"


"당연히 있지. 생각해봐. 이 존나 큰 사건에서 너가 모든 걸 맡게 된가면, 국가가 너를 무시할 수 있을까? 혹시, 전세계 최초 바이오로이드 경찰청장이라는 말 들어봤어?"


"우오오옹! 그정도로 큰 사건이야?! 진짜 재밌겠다! 얼른 보여줘 보여줘!"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말이지, 국가 전체가 뒤집힐 수도 있는 것들인데, 감당 할 수-"


"시간 그만 끌고 빨리 알려줘! 궁금해 죽겠는데 뜸 들이기 있어?!"


그녀가 소리를 뺙 질러 놀란 나는 리리스에게 태블릿을 건네받은 뒤, 가장 우선적으로 텔로니의 마약거래 장부와 약이 보관된 위치들이 적힌 지도를 보여주었다. 리앤과 동료형사는 그걸 보더니 방금전 나와 같이 몸을 움찔 거리며 놀란 듯이 화면을 바라봤다.


"우와... 이거 완전 대박사건인데예? 들어본 돈많은 코쟁이들은 다 여기 있는-"


"아니, 근데 그쪽 이름은 뭐에요? 그러고 보니 그걸 안물어봤네."


"아, 리앤 누님 밑에서 배우고 같이 일하고 있는 박형사라고 함더. 부산 출신이라 사투리가 야깐 스까쓰니까-"


"동생! 인사는 거기까지 하고 이거봐봐! 도시 온곳에 마약이 쫘악~ 깔려있어! ...근데, 이게 왜 강수찬이랑 관계가 있는거야? 텔로니는 누구고?"


"텔로니는 내가 다녔던 조직의 회장이고, 그 강수찬 씨발놈은 이 새끼랑 같이 손잡고 전국민한테 마약을 보급하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미친 포부를 지닌 새끼니까, 지금 당장 손을 써야되."


"강수찬이 마약 조직이랑 손을 잡았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못믿겠으면, 밑에 있는 영상도 한번 보던가."


리앤이 영상을 틀자, 강수찬과 텔로니가 자유다리 밑 사무실에서 내가 쳐맞는 모습을 지켜보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리앤은 결국 이게 사실이라는 듯 한숨을 푸욱 쉬었다. 그녀가 내뿜은 이산화 탄소에서 다양한 감정이 나오는 듯 하였다.


"...하아... 정말 사실이였네... 근데, 이걸로는 부족한데-"


"그럼 확실한 증거를 보여줄 수밖에."


나는 휴대전화를 꺼네서 또다른 영상을 하나 틀었다. 그곳에선 우리 아빠가, 강수찬에 의해 물고문 당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리앤은 그 장면을 보니 영상속 미스 세이프티처럼 머리를 움켜쥐었고, 충격에 빠진듯 몸을 떨었다. 영상이 끝나도 그녀는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꾸욱 닫았다.


"..."


"...누님... 괜찮으십니까?"


"...어? 어... 괜찮아! 잠깐 멍때렸네... 헤헤..."


억지로 웃음을 지고 있다는 게 눈에 훤히 들어왔다. 하지만, 강수찬의 이런 행위는 처음이 아닐 것이다.


"과연 이것만 있을까? 서버에는 저런 영상들이 수십개씩 있을걸?"


"...근데 이사람은-"


"우리 아빠."


모두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박형사는 안수민과 이야기를 멈췄고, 안수민 또한 입을 꾹 다물었다. 리리스도 자신의 총기를 재조립 하는 것을 멈추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리앤은 나의 과거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저기... 무슨 일을 당했길레-"


나 또한 안수민과 리리스 등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한테 했던 것처럼 차근차근 내가 무슨 일을 겪어왔는지 이야기를 했다. 가족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그래서 왜 내가 강수찬과 텔로니에게 복수를 할려고 하는 것인지 간단하면서도 세세한 부분을 신경쓰며 말을 이어나갔다. 할 말이 모두 끝났고, 다시 벙커는 정적에 휩쌓였다.


"..."


"그래서..."


"그래서는, 강수찬이랑 텔로니를 한방에 죽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 그래서 내가 너희들이랑 만나려고 했던 거고."


"미안하지만, 우리도 걔네 둘을 한번에 묶어서 보내버릴 방법은 없거든? 아무리 경찰이라고 해도-"


"우리가 너희들만 포섭했는 줄 알어? 텔로니 그새끼를 엄청나게 싫어하는 애들도 모아놨다고."


"걔네는 누군데?"


"테리. 아메리카 쪽에서 활동하는 마약단체 수장이야. 워낙 모험심 강한 사람이라 테리가 직접 컨테이너선을 몰고 전세계에 자신들이 판 마약들을 공급하지."


"아니, 무슨 마약왕이랑 손을 또 잡았어?! 이러면 우리도 곤란해진다고!"


"전혀 안그럴텐데? 우리랑 테리가 불법적인 일을 저지를거고, 너희들은 거기에 놀아나는 '척'만 해주다가, 기회가 생기면, 거기서 강수찬이랑 텔로니를 싹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는거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위험-"


-우웅!-


갑작스레 나의 전화기로 진동이 울려퍼졌다. 리앤에게 잠깐만 기다려달라는 제스처와 함께, 화면을 바라보니 이상한 번호가 찍혀져 있었다. 저장되어있지 않은 번호에 나는 약간 놀라서 주춤했지만, 테리가 우회해서 전화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통화버튼을 꾹 눌렀다.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들리시나요?"


생각외로 높고 큰 소리의 여자 목소리가 나를 반겼다. 처음 들어본 그 소리에 나는 당황하여 입에 나오는대로 말을 뱉어버렸다.


"누, 누구세요?"


"아, 제가 그쪽분 얼마나 찾아다녔는데요?! 801호 대학생 기억나세요?"


"801호라... 아! 혹시 그 노조시위때-"


"맞아요! 걔가 우리 아들이에요! 한동안 살려주신분 찾아서 감사인사라도 드릴려고 했는데, 아들이 이사를 갔다나 뭐라나 해서, 찾지를 못했거든요... 마침 우리 방송국 기자 한명이 그쪽 전화번호를 알고 있어서-"


"잠깐, 우리 방송국이요?"


"네! 아, 소개를 깜빡했네요! 대한방송국 국장 이면하라고 해요! 다시한번 우리 아들 살려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그리고 번호는 윤주현 기자분한테서 받았어요!"


방송국 국장의 아들을 살려줬더라니, 하긴, 우리 아파트는 원래 중산층 보다는 부유층을 위해 지어진 단독건물라인지라, 대부분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 입주해 있었다. 그 대학생도 누군가의 빽이 있어서 그리로 들어왔었겠지... 그리고 그 빽은 방송국 국장 엄마일테고...


"근데, 무슨 일을 하시길래 힘도 좋고 상식도 많으세요? 우리 아들이 맨~날 그쪽 자랑 엄청 해요!"


"...비밀... 입니다."


"아이고... 하여튼 정말 고마워요. 나중에 필요한거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최대한 도와드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전화가 끊기기 전, 나는 기막힌 생각이 하나가 떠올랐다. 완벽하게 강수찬과 돈 텔로니를 박살낼 수 있는 그러한 시나리오를 말이다.


"잠깐!"


아쉽게도 전화는 이미 끊겨진 뒤였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내 생각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숨을 쉬기도 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하며, 완벽한 작전을 세우기 위해 내 머리는 한시라도 멈출 틈이 없었다.


"저기... 괜찮아 소한아?"


안수민이 내가 걱정되었는지 어느새 나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면서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 어! 괜찮아! 마침 좋은 생각이 나서."


"좋은 생각이 혹시-"


"그래. 저기 리앤, 우리... 그거 하자."


"저기 미안한데... 내가 아무리 똑똑해도 그게 뭔지는-"


"인질극"


순간 또다시 벙커가 정적에 휩쌓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모두의 따가운 시선이 나에게 향하여 있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그걸 신경쓰지 않은 채 할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아주 기막힌 작전을 하나 생각했거든. 강수찬과 텔로니 그 씨발놈들을 전부 박멸할 그 작전을 말이야. 방금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한명 더 생겨서 말이지! 그사람만 있으면, 작전은 거의 완성될 수 있어."


나는 기쁜 마음으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드디어 한발짝 더 나의 목표에 올라 설 수 있었다.


"...일단 자세히 설명좀 해줄래?"


"잠깐만 기다려봐."


나는 조용히 다시 전화기를 꺼네어 이번에는 테리의 전화번호로 영상통화을 취했다. 그는 몇초만에 나의 신호에 대답해주었다.


"어! 소한이군! 무슨 일인가?"


"접니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어서요."


"그래! 말만 해라! 무슨-"


테리의 얼굴이 갑작스레 일그러졌다. 내 얼굴 뒤에 있던 리앤과 형사 뱃지를 단 남자의 모습이 보였던 것일까, 그의 숨소리가 격해지면서 나에게 큰 소리로 되물었다.


"...야이 새끼야. 저거 뭐야."


"...네?"


"저거 짭새 아닌가? 이 씨발새-"


"아, 일단 진정하시고-"


"..."


"일단 좀 진정하세요! 제가 다 설명 드리겠습니다."


테리는 영상통화를 급하게 끈 뒤, 문자메세지를 하나 보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다시 연락해라.]


나는 곧바로 벙커의 한 구석으로 쪼그라 앉아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미리 말씀드릴게요. 절대 당신 엿먹이는거 아니니까, 제 말좀 들어보세요."


"...세가지만 물어보겠어."


"얼마든지요."


"첫째, 저 새끼들 너랑 같은 편이야?"


"물론이죠. 여기 경찰들은 텔로니랑 경찰청장이 손 잡을 정도 썩어 빠져서 말이죠. 저렇게 정의에 불탄 애들이 몇명 있어서 말이죠."


"한나라의 경찰 대표가 마약판매 잡상인 새끼랑 손을 잡는다고? 정신나간 국가군..."


"물어볼거 더 있어요?"


"나를 엿먹이려는 건 진짜로 아니겠-"


"절대 아니니까 제발 한번만 믿어주세요."


"...일단 알겠다."


"셋째는요?"


"...저 경찰 새끼들, 목표가 뭐야?"


"뭐긴요! 당연히-"


"아니, 더 자세하게. 강수찬이랑 텔로니를 '체포'하는게 목적이야? 아니면 '죽이는'게 목적이야?"


순간 훅 들어온 그의 질문에 나는 잠깐동안 멈추어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경찰들이라는 이유로, 그들은 마음대로 사람을 죽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편이라는 것만 확실해요."


"그럼, 저 경찰 새끼들한테 전해. 나는 텔로니와 강수찬을 죽이는 게 목적이지, 체포하고나서 가석방되는 게 목적이 아니라고."


"...전해드리죠."


나는 똑같이 리앤에게 테리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해주었고, 그녀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거리고는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렇긴 해. 우리가 그들한테 할 수 있는건 체포 말고 없거든."


테리가 전화기 사이로 그 소리를 들었는지, 한숨을 푹 쉬고는 입을 열었다.


"하아... 그럼 이렇게 하자. 우리가 그 새끼들 죽여버릴테니까, 너희들은 우릴 체포하고, 가석방으로 풀어줘. 아니면 석방 보증금을 받고 풀어주던가. 어때?"


"...그건 불가능해. 박소한이라면 몰라도, 당신은 전세계에서 악명높은 마약판매범인데, 인터폴이 가만있을까?"


"...씨발 일이 엉망진창으로 꼬이네. 어쩔 수 없지. 그럼 난 여기서 손을 뗄 수밖에. 내가 직접 돈 텔로니를 죽여버릴테니까, 박소한이랑 너희들은 알아서-"


"제가 전부 주동했다고 하면 어때요?"


"..."


"제가 전부 주동하고, 테리는 신분을 숨기고, 제가 모두를 협박해서 한 일이라고 하면, 모두 풀려나고 나만 갇히게 되는거 아닌가?"


리앤과 테리는 동시에 감탄사를 내뿜으며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뱉어낸 나에게 칭찬아닌 칭찬을 날렸다. 하지만, 그 발상은 두명에게 막히고 말았다.


"그건 안돼!"

"절대 안돼요!"


리리스와 안수민이 동시에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서 나의 아이디어를 산산조각 내었다.


"아무리 그래도, 소한아, 이건 아니야! 그렇다고 감옥에서 평생 썩을거야?! 평생 이상한 마약상인한테 시달리다가, 복수한번 하겠다고 무기징역을 선고 받겠냐고!"


"그리고 주인님, 제발 주인님 본인 생각도 좀 해주세요! 아무리 그게 중요한지라도, 주인님의 안전이 제일 중요한 거 모르세요?!"


"저기... 내가 소한이를 빨리 내보낼 수 있는 법을 하나 알고 있는데?"


리앤이 말을 한마디 하자, 모두의 시선은 나에서 그녀로 이어졌다. 목을 몇번 가다듬더니, 그녀는 할 말을 이어나갔다.


"3년전에, 새로운 법이 하나 만들어졌어. '형사 용서법'이라고, 현직 형사들이 범죄자들을 용서해주는 법안이야.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고나 범죄에 대하여, 이를 수사한 경찰서 형사가 탄원서를 제출하면 가석방 심사까지 가능하게 되거든?"


"그럼... 우리 주인님이 감옥에 들어가긴 해야 된다는 거네?"


리리스의 눈이 노르스름하게 빛났고, 총을 다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리앤은 그걸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손사래를 치었다.


"아, 그그그 그런건 아니고! 우리가 최대한 너희들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만약 그 일이 발생하면 내가 형사 용서법을 이용해서 최대한 너희들을 도와주겠다는 말이지! 으응! 그런거야!"


리리스는 그제서야 다시 홀스터를 잠갔고, 테리의 입이 다시 바빠졌다.


"그렇다면, 나도 합류하지. 필요한 거 있나?"


나는 다시 머리를 굴렸다. 강수찬과 텔로니를 죽일 수 있는 방법 뿐만 아니라, 그들의 돈과 명예를 모두 뺏을 수 있는 방법까지도 생각이 났다.


"우선... 엄청나게 많은 무기가 필요해요. 수류탄을 포함해서 말이죠."


"그건 걱정하지 마라. 입국할때 잔뜩 챙겨서 들어와주지."


"우리 쪽에서 조금 눈 감아줄 수 있기도 한데?"


"그리고, 아주 빠르고 기관총을 탑제한 픽업 트럭이 3대 정도 필요할 거 같아요."


"도쿄쪽에 아는 사람이 튜닝샵을 운영하고 있어. 3주 안으로 만들어 주지."


"마지막으로, 다양한 변장 도구가 필요해요. 공포탄, 가짜 혈액, 그리고 방탄 천조각들이요. 인질극을 하긴 할거지만, 그렇다고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일은 없을 겁니다."


"인질극인데 사상자가 없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건 인질극이 아니라, 쇼에 가까운 거거든."


=======================================36화 끝========================================


다리 치료 때문에 잠시동안 내려놓고 나아지기만 기다리다가 드디어 엊그제 다시 정상적으로 걸어다닐 수 있게 됬네... 축구든 뭐든 존나 조심히 해야되겠다. 마침 생각나서 글 썼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엄청 빠르게 쓴 거라서, 글이 자연스럽지 않을 수 도 있을거 같아... 그렇다고 스토리에 영향이 가는건 아니니까 걱정안해도되! 무조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5월달 안으로 결말낸다...

오타 있으면 알려줘! 바로 수정할게! 항상 글 읽어주는 라붕이들 덕분에 오늘도 힘 얻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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