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이후 학업에 치여 본가로 내려가지 못했는데, 방학 중의 어느 날 본가로 내려간다고 아버지에게 연락하니 그런 소식을 전해주셨다.


상상도 못 한 일이 일어났다.


몇십 년이고 살 것 같았던 녀석이 불과 수 개월만에 건강이 나빠져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단다.


한동안 기숙사 방 안에서 얼이 빠져 있다가, 녀석과의 추억을 곱씹다가, 울어버리고 말았다.


아쉽고 미안한 것이 많이 생각났다.

죽기 직전 찾아가보지 못했던 것, 수 주 전 전화 너머로 들었던 목소리가 마지막이었던 것 등등.


이상하게도 눈물이 별로 나지 않았다.

눈가가 좀 축축해지는가 싶더니 금방 마르지 뭔가.


그래, 녀석의 성격처럼 쿨하고 개운하게 보내야지. 

언제까지고 질질 짜고 있으면 녀석이 짜증을 부릴 것이다.


무덤덤하게 버스에 올라, 무덤덤한 채로 도착해, 무덤덤하게 가족들에게 인사하고, 무덤덤하게 게임이나 한 판 돌렸다.


이튿날도 그랬다.

녀석의 빈자리를 보니 가슴 한켠이 시큰하긴 했지만 이별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 아니겠는가.


오늘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기 전 녀석의 집이 있던 자리를 한번 더 훑어봤다.

가슴의 시큰거림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쓴다.


눈물 콧물을 조용하게 다 쏟아내며 글을 쓴다.

소매를 다 적실 정도로 흐느끼며 글을 쓴다.

얼굴이 구겨질 정도로 울면서 글을 쓴다.


고마웠다.

즐거웠다.

미안했다.

푹 쉬어라.


잘 가라, 이녀석아.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