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TS衛生兵さんの成り上がり (syosetu.com)

이전 화 :

1장 - 서부전선
1
2
3
4
5
6
7
8910
111213141516
17181920
21








2장 - 마슈데일 철수전
2223242526
2728293031
3233343536373839




「아아」

 

 무송채를 뒤로한 채 철수하기를 2일째.

 

「드디어 돌아왔다」

 

 저희 오스틴 패잔병은 마침내 수도 윈으로 귀환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 엄마!」

「오오, 욧트! 무사했니」

 

 윈의 정문 부근에는 병사들을 마중 나온 수십 명의 인파가 모여 있었습니다.

 

 아마 병사들의 가족이나 지인들이겠죠.

 

 전우 중에는 눈물을 흘리며 가족과의 재회를 기뻐하는 사람, 말없이 껴안는 사람, 주저앉아 우는 사람 등, 여러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게 수도인가. 화려하구만」

「그러게요, 로들리 군」

 

 

 한편, 저나 로들리 군처럼 수도 출신이 아닌 병사들에겐 그 감동을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마슈데일보다도 번창한 거리, 라는 의미에서는 확실히 눈이 휘둥그레집니다만…….

 

 제게는 전생의 기억이 있어서 역시 수도는 수도구나, 정도의 감상밖에 없었습니다.

 

 

 

 

 윈의 정문 근처에는 커다란 광장이 지어져 있었습니다.

 

 본래라면 그곳은 떠돌이 상인이나 용병 등, 수도로 입장하려는 자들의 짐수레를 검문하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그곳에서 대기 명령을 받고 중앙으로 보고하러 간 렘벨 소령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소령은 「그럭저럭 포상금을 뜯어와 주마」라고 말했으니 기다리고 있으면 뭐라도 배급을 받을 수 있겠죠.

 

「로들리 군은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건가요?」

「남쪽의 고향으로 갈 거야. ……내 고향은 아직 불타지 않았을 테니」

「그런가요」

 

 종전 후, 로드리 군은 고향으로 귀성한다는 모양입니다.

 

 그는 원래 남부의 농가 태생으로, 형제도 많고 가난한 친정을 먹여 살리기 위해 병사에 지원했다고 합니다.

 

「꼬맹이 너는 어디 갈 곳이라도 있냐」

「……네. 얕은 인연이지만 의료에 종사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렘벨 소령의 권유대로 쿠마 씨에게 고용해 줄 수 있는지 협상할 생각이었습니다.

 

 쿠마 씨라면 분명 수도에서도 큰 병원을 맡게 되겠죠. 거기서 위생병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외과 전문 치유사로 일해 나갈 생각입니다.

 

 애초에 회복 마법사는 드무니 제 실력으로도 굶고 다니지는 않겠죠.

 

 그렇게 생계를 유지하면서 고아원이나 야전병원에서 엇갈린 사람들의 행방을 쫓아보려 합니다.

 

「그러면 작별이구나」

「그러네요」

 

 돌이켜보면, 지난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장 친하게 지낸 사람은 로들리 군이었습니다.

 

 몇 번이나 목숨을 구원받았고, 나이도 비슷한 데다 말도 잘 통해서 같이 있을 기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와서는 고향도 가족도 잃은 제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당신에게는 몇 번이나 목숨을 구원받았습니다. 만약 제 힘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너야말로 먹고 살기 힘들면 덕폴리라는 마을로 찾아와라. 전우의 정으로 헛간이랑 좁쌀밥 정도는 내주마」

 

 솔직히 말해서 그와의 작별은 조금 외로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전쟁은 끝났습니다.

 

 가백 소대장은 죽고 소대는 해산되었습니다.

 

 저와 로들리 군을 연결해 줄 만한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습니다.

 

「……」

 

 이리하여 제게 괴로운 경험이었던 동서전쟁은 오스틴의 패배로 막을 내렸습니다.

 

 여러 가지 것들을 잃은 전쟁이었지만, 동시에 살사 군과 그레이 선배, 그리고 소대장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로부터 소중한 것들을 잔뜩 받았습니다.

 

 저는 그 경험을 양식 삼아 앞으로도 살아가게 되겠죠.

 

 

「다음에 보자」

 

 

 ───저는 로들리 군이 내민 손을 꼬옥 붙잡으며.

 

 그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고 있었습니다.

 

 

 

 

 

 

 

『───친애하는 신민들에게 고한다』

 

 

 지금도 가끔 상상하곤 합니다.

 

 만약 정말로 여기서 전쟁이 끝나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응? 뭐야 이 소리는」

「음성 방송인 걸까요」

 

 그건 저희가 윈에 들어서고 반나절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짓밟혔다』

 

 

 우리 패잔병들이 정문 부근에서 전우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던 중.

 

 무기질적인 음색의 공연음성방송이 대기 중인 우리의 귀로 흘러들어온 것입니다.

 

 

『───전일 낮, 창피한 마음을 안고 내민 항복 문서가 기각되었다』

 

 

 그 방송의 의미를 이해할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습니다.

 

 역시 수도. 시내 방송 시스템 같은 것도 있구나, 하는 태평한 감상을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적은 이미 진군을 재개하였다. 신민들은 손에 무기를 쥐고 전투에 대비하라』

 

 

 그러나, 이윽고 그 방송의 내용을 이해하게 되자, 제 얼굴은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수도 윈의 곳곳에서 노호와 절규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에게는 항복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항복 성명으로부터 이틀 정도가 지났을 무렵, 사바트 연방이 오스틴의 무조건 항복을 거부한 것입니다.

 

「항복 거부라니 뭔 소리야!」

「……」

 

 이러한 행위는 당시의 윤리관으로 보아도 말도 안 될 정도로 무도한 짓이었습니다.

 

 실제로, 고개 숙여 용서를 비는 나라를 도리어 공격하는 잔학한 행위는 당시 자국민들한테도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놈들은 아직도 쳐들어올 셈이라는 거야!? 우리는 또 싸워야 하는 거냐고!?」

「……아, 아」

 

 저는 망연히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로들리 군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격분했습니다.

 

 전쟁이 여전히 계속되는 거야.

 

 적이 곧 우리를 죽이러 찾아올 거야.

 

 그러한 공포가 빙글빙글 머릿속을 지배하여 저는 현기증으로 땅에 쓰러져 버렸습니다.

 

 

「그럼 가백 소대장은 대체 뭘 위해서 죽은 거냐고!!」

 

 

 다 끝난 전쟁이라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항복을 거부당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다시 전쟁이 시작된다.

 

 저는 그 사실에 충격을 받고 망연자실해 있었습니다.

 

 

 

 어째서 당시 사바트 연방 정부는 무조건 항복의 거부라는 폭거를 자행한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당시 사바트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전후에 2번 해명했습니다.

 

 

 최초의 주장은 이러했습니다. 「오스틴의 언어를 번역하는 데에 문제가 있어 항복이 아니라 강화라고 오역했다. 항복의 거부가 아니라 강화 거부의 의미였다」

 

 하지만 이 주장은 당시 전선 지휘관에 의해 명확하게 부정당하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지휘관은 한번, 『무조건 항복 성명이 나왔으니 진군을 정지하라』라는 상층부의 명령을 똑똑히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조잡한 해명에 많은 비난이 집중되었던 탓에 도중부터는 해명 내용이 변경되어 「무송채에서의 요격 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항복은 적의 기만 작전이라 판단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또한 당시 오스틴의 정황상 무조건 항복이 기만이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으로 몰아 붙여졌는데, 현시점에서는 이 해명이 당시 수뇌부의 정식적인 견해로써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무조건 항복의 거부는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부 고위 관계자 때문이라고.

 

 즉, 『종전이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던 탓에 군수 기업들로부터 제동이 걸렸다』라는 소문입니다.

 

 

 당시 사바트 연방은 국민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였고, 그렇게 착취한 재산은 병기와 무구로 환원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전쟁은 사바트 국민들에게는 불만투성이었던 반면, 군사 물자를 취급하던 기업들 입장에서는 보너스 느낌의 『전시 한정 버블시장』이었던 겁니다.

 

 적의 병력은 오스틴의 배에 가까웠던 탓에 아무리 찍어내도 물자가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덕에 기업이 생산한 상품은 그대로 전부 정부의 공금으로 매입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맛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10년에 걸친 전쟁의 장기화를 통해 기업들은 생산라인을 계속해서 증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프 공세로 인해 동서전쟁은 단숨에 종전을 향해갔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거액을 투자하여 생산라인을 구축했는데 갑자기 수요가 없어져서 곤란해진 겁니다.

 

 전쟁이라는 이름의 축제가 끝나고, 앞으로는 대폭적인 수입 감소가 예측되는 기업들.

 

 그런 그들로부터 『적어도 현재 가진 재고를 전부 팔아버릴 때까지는 전쟁을 지속해줬으면 해』라는 뇌물이 있지 않았나.

 

 그런 시커먼 소문입니다.

 

 

 그 외에는 실프・노바가 전쟁을 계속하길 원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실프가 「우리는 원한을 과히 샀다. 오스틴 국민들이 반란을 일으킬 수 없도록 입을 줄여야 한다」라는 엉뚱한 주장을 내놓았고, 이에 군부가 따랐다는 설입니다.

 

 덧붙여서, 이에 관해서는 본인이 단호하게 부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당시의 그녀는 브루스터프 장군의 부속품 같은 취급에 불과했기에 그럴 권력도 없었을 겁니다.

 

 그녀에 대한 후세의 인상 때문에 실프라면 그런 말을 꺼냈어도 이상하지 않다 여겨져 생긴 설이라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어째서 당시의 사바트 정부가 그런 결단을 내렸는지는 미궁 속입니다.

 

 다만, 만약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전쟁을 이어나갔다』라는 소문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참으로 냉혹하고 오만한 결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은 오스틴 국민에 대한 학살을 허용해 자신들의 곳간을 채우려 한 셈입니다. 그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짓입니다.

 

 

「아, 보인다」

 

 

 당시 윈에는 제대로 된 전력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정규군은 우리 패잔병을 포함해도 500명이 채 안 됩니다.

 

 무기와 탄약은 마슈데일에서 운반해온 것이 있으나 총을 쏴본 적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를 죽이러 온 악마의 군세가 보이는군────」

 

 

 그런 시민들에게 있어서.

 

 저 멀리 넓게 포진한 사바트 연방 정규군이 점점 다가오는 광경은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요.

 

 

「도망갈 길은 없다. 어디로 도망쳐도 똑같아」

「적어도 저 악마들에게 한 방 먹여주고 싶은 자들은 앞으로 나서라!」

「여자와 아이들을 도망치게 할 시간을 벌어라!」

 

 시민 중에는 용감하게 맞서 싸우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운반되어 온 무기와 탄약을 손에 들고 우리 패잔병에게 사용법을 배우러 왔습니다.

 

「죽을 때는 함께야」

「적이 오면 집에 불을 붙이자」

 

 또한, 모든 걸 포기하고 동반 자살을 도모하는 가족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즐거운 추억이 가득한 집 안에서 서로 부둥켜안고자 했습니다.

 

「대륙 끝까지라도 도망쳐야 해」

「챙길 수 있는 건 모두 챙겨. 무조건 살아남는 거야」

 

 그리고, 행선지도 정하지 않은 채로 어디론가 멀리 도망치려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 눈동자에 짙은 절망을 드러내며 그들은 미친 듯이 달려나갔습니다.

 

 

 

 그 소란 속에서, 저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저는 어딘가 현실감 없는 뭉글뭉글한 꿈을 꾸는 기분이었습니다.

 

「어이 꼬맹이, 뭘 멍하니 있어!」

 

 이때 로들리 군이 제 어깨를 계속 흔들고 있던 것이 기억납니다.

 

「멍 때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분명 저는 상당히 한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겠죠.

 

 눈을 부릅뜬 채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다가오는 사바트 군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실프・노바는 반론의 여지 없는 이 동서전쟁의 주역 중 한 명입니다.

 

 전선의 오랜 경직을 깨부수고 사바트에 완전 승리를 안겨준 이 소녀는 역사를 움직인 천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쟁이 이 시점에서 끝났다면 그녀는 구국의 영웅으로 평가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후세의 서적에서 실프의 이름은 항상 『어떠한 남자』와 비교당하며 기재됩니다.

 

 그녀에 대한 후세의 평가는 『사상 최악의 우장』입니다.

 

 확실히 그녀는 이 뒤에 수없이 많은 치명적인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다만, 비교 대상이 된 이 남자 때문에 평가가 절하된 부분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상대가 나빴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고작 한 명의 인간이 역사를 움직이는 일은 자주 있습니다.

 

 실프가 그렇듯이, 시대를 크게 진보시키는 천재는 어디서든 일정 확률로 나타나는 법입니다.

 

 하지만 그런 천재 중 대다수는 범인에게 이해받지 못해 세상에 나오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이해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 능력을 발견하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하기 때문입니다.

 

 실프・노바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건 우연히 그녀의 부친인 브루스터프가 사바트 군의 굴지의 권력자였던 점과, 그가 딸의 재능을 이해할 수 있을 만한 그릇을 가지고 있었던 것 등, 여러 행운이 겹친 결과였습니다.

 

 이러하니 역사의 무대에 설 수 있는 천재라는 건 정말 희귀한 존재인 겁니다.

 

 불행한 천재는 그저 기인으로서 속세에 묻힐 뿐이니까요.

 

 

 

 

 ────그런 불운한 천재가 실은 이 시각, 한 명 더 있었습니다.

 

 

 

 

 그건 저희가 윈까지 몰리기 하루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실 수도까지 정보가 전달되는 데에 딜레이가 있어서, 사바트가 무조건 항복의 거부를 선언하고 침공을 재개한 것은 이 타이밍이었습니다.

 

 사바트 연방은 넉넉하게 남은 무기와 탄약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모든 전선에서 공세를 개시했지만…….

 

 

「입실 허가를 요청합니다」

「왔나」

 

 

 그러나 그 공세가 개시되기 약 10일 전.

 

 어떤 남자 장교가 남부전선의 지령실로 호출되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앙리 중령님」

「수고했다, 베른 군」

 

 

 그의 이름은 베른・발로우 소위.

 

 이 베른이라는 장교는 사관학교를 나름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참모 장교 견습으로서 일하는 것이 허락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 1년 전에 참모로서 실격이라 낙인찍혀 버리면서 사무계로 좌천되어 있던 사람입니다.

 

 그 어떠한 이유라는 것은.

 

 

 ───1년도 전에 실프・노바와 완전히 똑같은 『전 전선에 의한 다점 동시 돌파 작전』을 제안한 일로 인해 비현실적인 작전밖에 입안할 수 없는 참모장교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베른은 사무 작업도 그럭저럭 잘 해내서 참모가 아니라 사무직으로 1년 내내 남부전선의 잡일을 도맡았습니다.

 

 그러나 2주 전.

 

 실프・노바에 의한 다점 동시 돌파 전략으로 오스틴 군이 괴멸했다는 소식을 듣고, 남부전선 지휘관이었던 앙리 중령은 베른을 떠올려 황급히 그를 사령부로 소집한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눈이 흐려져 있었다. 이야기에 앞서 지난번의 결례를 사죄하게 해 주었으면 하네. 예전, 자네가 제출한 작전안은 결코 헛된 망상이 아니었더군」

「으헤헤, 이거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다시금 자네에게 의견을 구하고 싶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지휘관 앙리는 베른을 사무계로 좌천시킨 일을 사죄하고 무언가 의견을 내달라 청했습니다.

 

 한편, 베른은 좌천에 대한 일을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1년 정도 쉴 수 있었습니다」라며 담담히 웃었다고 합니다.

 

「뭐, 확실히 이길 수 있다고는 말씀 못 드리지만, 승산 있는 도박 정도의 작전안이라면 있습니다」

「정말인가」

 

 그러고 그는 현상을 타개할 방법에 대해 질문받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앙리 중령? 연속해서 가위바위보를 할 때, 쉽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아니, 모른다」

 

 그는 작전안을 설명함에 있어 마치 잡담이라도 하듯 스스럼없이 지휘관 앞에서 말을 늘어놓았다고 합니다.

 

「사람이란 어째선지 직전에 자신이 내민 패에 이길 수 있는 손 모양을 내밀고 싶어 한다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상대가 이전에 어떤 걸 냈나. 그것을 기억하고만 있으면 가위바위보 승률이 올라갈 것 같지 않습니까?」

「……미안하군. 조금 구체적으로 말해 주게. 자네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가」

「그런데 이건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란 말입니다. 저희가 싸우는 상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잖습니까?」

 

 베른・발로우는 마이페이스로 실실 웃으며 느긋하게 자신의 지론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중요한 작전 얘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저희가 가위바위보를 해야 하는 건 적의 참모지요. 평범한 사람과는 사고 회로가 전혀 달라」

「……미안하네만, 그 서론은 계속되는 건가?」

「예!」

 

 하지만 베른은 주위의 군인들이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한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저 즐겁게 소풍 계획을 이야기하듯 그의 연설은 계속되었습니다.

 

「요컨대, 적 참모가 무엇을 해올지 생각하라는 말이겠지. 그 정도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항상────」

「아하하, 생각 안 해도 괜찮습니다 그딴 거. 왜냐하면 그 녀석들이 생각하는 건 평민보다 단순하거든요」

「……」

「『이전에 이 손 모양으로 이겼으니까 다음에도 이걸로 이길 수 있겠지』. 그런 얼빠진 소리를 매우 진지하게 내뱉고 잘난 척하는 게 참모라는 생물인 겁니다」

 

 거기까지 말한 베른은 히죽히죽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정도의 대승입니다. 이 정도의 성공을 겪은 겁니다. 상대는 분명 우직하게 똑같은 손을 반복하겠지요」

「……」

「그럼 기다려 주자고요. 상대가 똑같은 손으로 공격해 오는 것을」

 

 이라고.

 

 

 

 사바트 연방은 그 가능성을 좀 더 생각해야 했습니다.

 

 자신들에게 실프・노바가 있는 것처럼 오스틴에도 새로운 시대를 열 영웅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동서전쟁의 단계를 단숨에 진척해 전쟁을 승리 목전까지 이끈 천재, 실프.

 

 그녀에게 호응하듯, 가진 기지를 드러내며 발탁된 청년, 베른.

 

 앞으로의 전쟁에서 이 두 사람은 몇 번이고 서로의 지혜를 경쟁하고, 그 전략의 날카로움을 겨루게 됩니다.

 

 

 

 

 무조건 항복이 거부당한 그날.

 

 서부전선에서 유일하게 서로 계속 움직임이 없었던 남부 방면에서 아침 일찍부터 사바트 연방의 공세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직한 전임 지휘관 에이뱀을 대신해 새로이 사바트 측의 남부 지휘관으로 발탁된 니벰이 자신도 공적을 세우고 싶다며 남부에서의 공세를 열망해왔던 겁니다.

 

 아무런 피해 없이 오스틴을 멸망시키고, 덤으로 남은 군사 물자를 전부 털어버리자.

 

 이런 전황에서 오스틴은 더 이상 전의를 유지할 수 없을 거야. 분명 식은 죽 먹기보다 쉽겠지.

 

 당시 니벰과 사바트 참모본부는 그렇게 낙관했을 게 틀림없습니다.

 

 

 사전 포격은 수십 분만에 끝났습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새에 사바트 군은 우렁찬 함성과 함께 참호 속에 틀어박힌 오스틴 군에게 덤벼들었습니다.

 

 예상대로 오스틴 측은 완전히 붕괴하여 참호를 파기하고 당황하며 도망쳤습니다.

 

 적장인 니벰이 취한 작전은 실프 공세와 완전히 동일. 넓은 범위를 단기간에 동시에 침략한다는 『다점 돌파 전술』의 재활용이었습니다.

 

 그 결과, 적은 참호를 포기하고 총 철수를 시작했습니다. 이 또한 실프 공세와 판박이였습니다.

 

 

「거봐. 똑같은 수로 왔지」

 

 

 더 이상 오스틴 군 따위는 적이 아니다.

 

 그리 자신한 사바트 군은 사기를 드높이며 오스틴의 영지로 파고들었습니다.

 

 사바트 병사들은 오스틴 내지에서 약탈과 유린, 그리고 연회라는 전장의 『포상』에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앞다퉈 전진해갔습니다.

 

 그리고 실프 공세 때와 마찬가지로 최후방의 참호를 돌파하고, 마침내 근처의 촌락으로 뛰어들려는 타이밍에───

 

 

「슬슬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래」

 

 

 적의 공세 개시만을 차분히 10일 넘게 기다리고 있던 남부 오스틴 부대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아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 것입니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츠리노부(*釣り野伏)가 먹혀든 형태였습니다.

 

 적에게 일부러 참호를 파괴시켜 엄폐물을 잃은 상태에서 보병과 마법으로 집중포격한다.

 

 이는 적이 또다시 다점 동시 돌파 전술을 들고 올 것이라 예측한 젊은 천재 베른의 첫 번째 전과였습니다.

 

 

 베른 자신이 말한 것처럼 참호전에 단 하나의 정답이란 건 없었습니다. 가위바위보처럼 서로 수를 읽어가며 싸울 필요가 있는 겁니다.

 

 돌격과 방어에도 여러 전략이 있으며, 각각의 작전에는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즉, 다점 돌파 전술은 어디까지나 일점 돌파에 대비해 방어 독트린을 형성하고 있는 군에 대해서만 유효할 뿐이며, 결코 만능 무적의 최강 전술은 아닌 겁니다.

 

 기습과 속공이 핵심인 작전이기 때문에 적이 물러나 매복을 하는 순간 그 효력을 대부분 잃게 되는 겁니다.

 

「■■■■!!?」

「■■!!」

 

 함정에 빠졌음을 깨달은 사바트 군은 마지못해 철수를 시작했지만,

 

 

「다점 동시 돌파 전술의 핵심은 기습과 속공에 있단 말이죠」

 

 

 이제부터가 그의 진면목이었습니다.

 

 이러한 결정적인 호기를 이용하는 데에 있어서 베른을 능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지금 이 상황, 더할 나위 없는 기습 찬스지 않습니까?」

 

 

 놀랍게도 그는 패주 중인 적 부대를 노리고 다점 동시 돌파 전략을 들고 온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실프 공세와 같았습니다.

 

 숫자상으로는 우위에 있던 남부 사바트 병사들은 말 그대로 괴멸당해 버렸습니다.

 

 참호조차 없는 평원에서 집중포화를 받은 적 부대에게 돌격해오는 오스틴 군을 냉정하게 대처하라고 말하기엔 역시 무리가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프 공세에서 공격 측과 방어 측이 완전히 뒤바뀌는 형태로, 오스틴은 남부전선의 대부분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바트의 사상자는 대략 4만여 명. 도저히 남부 전선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바로 철수까지 내몰립니다.

 

 

 그 피해는 실프 공세에서의 오스틴 측 전사자를 웃돌았다고 합니다.

 

 다만, 이는 사바트 측의 수가 컸던 것도 있어서 피해 비율로 따지면 오스틴 쪽이 더 높았겠죠.

 

 그래도 이 전과는 전황을 뒤집기에 충분했습니다.

 

 

「앙리 지휘관.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계시겠죠?」

「음, 물론」

 

 

 이는 사바트 군에게 치명적이었고, 마치 악몽 같은 결과였습니다.

 

 거의 승리가 확실시된 전쟁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니까요.

 

 

「이대로 북상해서 적 보급선을 친다」

 

 

 남부전선이 붕괴한 결과, 사바트의 보급선이 베른을 상대로 무방비한 옆구리를 드러내고 만 셈입니다.

 

 사바트 군의 본대는 척척 수도 윈을 포위해가고 있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 가냘픈 보급선에 의존한 채 적지 깊숙이까지 파고들어 있었던 겁니다.

 

 만약 여기서 보급선을 잃는다면 그들은 적지 한가운데에 고립되어 버리게 됩니다.

 

 당장 수도전선을 포기하고 철수하지 않으면 주력군의 궤멸을 면치 못할 겁니다.

 

 

 이 보고는 진군을 재개한 사바트 전선 지휘관 전원을 공포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렸습니다.

 

 그들은 정비된 보급선을 통해 계속해서 풍부한 자원을 보급받아왔기 때문에 식량과 탄약을 거의 절약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정면의 수도에서는 궁지에 몰린 시민들이 총기를 쥐고 있고, 등 뒤에서는 상처 하나 없는 남부 오스틴 군이 몰려오고 있는 상황.

 

 압도적 우위의 침략자였던 입장이 반전하여 주머니 속의 생쥐로 전락해버린 겁니다.

 

 

 사바트는 무조건 항복이라는, 수중으로 거의 거두었던 승리의 두 글자를 너무나도 어리석게 놓쳐 버렸습니다.

 

 이 실수는 너무나도 많은 원한을 사 버려서, 당시 고위 관리 대부분이 전후 사바트 국민들의 손에 의해 처형(*血祭り)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오스틴 측은 새로운 영웅의 등장에 환호하며 갈채와 함께 그를 칭송했습니다.

 

 오스틴 남부군은 실프 공세로 인해 전선의 대부분을 돌파당한 그날부터 이 일발역전의 기회를 뱀처럼 집념 깊게 노리고 있었습니다.

 

 이는 그야말로 오스틴이라는 국가를 멸망의 낭떠러지에서 끌어올린 기적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그야말로 오스틴의 구세주라고 할 수 있겠죠.

 

 

 

 다만, 저는 역시 이날 무조건 항복이 받아들여졌다면 훨씬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베른・발로우라는 천재의 출현으로 오스틴 군은 가까스로 회복되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의 탓으로 『종전이 단숨에 멀어졌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날 전쟁이 끝나기만 했다면.

 

 사바트가 항복을 받아 들여주기만 했다면.

 

 분명 실프・노바는 희대의 천재 소녀로 이름을 남겼을 테고, 오스틴 국민은 속국으로 취급될지언정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전쟁이라는 마물은 아직도 피에 굶주린 모양이어서.

 

 진짜 지옥은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빨려 들어가는 우리를 향해 활짝 입을 벌리고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헤?」

 

 그래도 이 시각, 이 순간만큼은.

 

「어라, 뭐지」

「사바트 놈들, 뭔가 줄어들지 않았어?」

 

 수도 윈이 포위당해 이길 가망도 없이 죽음만을 기다리며 절망하던 제게,

 

「저것 봐, 물러나고 있어! 사바트 놈들이 물러나고 있다고!」

「오오, 오오오오……」

 

 지축이 울릴 정도로 수많은 사바트 군으로 뒤덮여 있던 평원에서 천천히 적들이 물러나는 그 광경은,

 

「놈들이 도망가고 있다아아아!!」

「살았어어어어!!」

 

 그냥, 그냥, 최고의 구원이었습니다.





================================================

*츠리노부(釣り野伏) : 야전에서 군을 3개의 부대로 나누어 미리 좌우에 매복시키고, 이후 세 방향으로 포위하여 격멸하는 전법

*치마츠리(血祭り) : 직역하면 피축제. 물론 단어 그대로의 의미는 아니고, 싸움 전에 적 따위를 제물로 죽여 사기를 높이는 행위를 말함


드디어 2장도 끝.
아마 단행본으로도 2권일 듯?

챕터 끝났다고 분량 두 배로 넣어놓다니



다음 화 : TS 위생병 씨의 성공담 40화 - TS물 채널 (arc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