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물색의 톱니무늬에 흰색 소매. 왼쪽만 하얀 신발.

일본 경마 팬들은 한눈에 알아볼 어드마이어의 승부복.

그리고 정체를 결정짓는 포인트는 역시 힌트와 보이스.

'쌍둥이'. 경주마 중에서 흔치 않은 이 특징을 가진 말은 어드마이어에선 단 하나다.

1999년 3강 대결의 더비에서 승리한 어드마이어 베가.



1995년 교배 시즌 후, 노던 팜에선 골치아픈 상황에 직면했다.

1993년 유키노 비진을 연거푸 꺾고 암말 2관에 올랐던 베가의 첫 교배 결과,

수태가 성공한 것은 좋았지만 하필이면 쌍둥이 임신임이 밝혀졌기 때문.

체력도 체격도 열등해 경주마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쌍둥이.


가뜩이나 선데이 사일런스와의 교배였기 때문에 더 문제였다.

전해부터 후지 키세키의 데뷔를 시작으로 1년도 안되는 사이에

무려 GI 우승마를 넷이나 배출하고 있었던 선데이 사일런스.

실적을 내는 씨수말과 GI 2승의 번식말이란 야심찬 조합이었기에

실패가 준비된 쌍둥이 출산을 용납할 수는 없었다.

애완용이면 몰라도 경제 동물인 경주마였기에 더더욱.


결국 결론은 단 하나. 수정란 둘 중 하나를 떼 버리고 하나만 남긴다.

순전히 운으로 생사가 갈린 쌍둥이. 거기서 살아남은 한 마리가

훗날 어머니의 이름을 따 어드마이어 베가로 불리게 된 말이다.

보이지도 않는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는 캐릭터가 된 근원.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1996년 3월 12일에 출생한 어드마이어 베가.

다 크기도 전에 일찌감치 소유주는 정해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현역시절 베가에 홀딱 반해 몇번이나 샤다이 쪽에 매입을 타진했던

콘도 리이치가 제안을 거절당하자 그 이후 베가의 자식을 자기가 

입도선매하기로 했던것. 실제로 어드마이어 베가 이후의 동생들도

연달아 사들였다(어드마이어 보스, 어드마이어 돈).


현역 시절 앞다리가 휘어 고생했던 어머니 베가와 마찬가지로

어드마이어 베가도 왼쪽 앞다리가 휜 채로 태어났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훈련 노하우가 발달하면서 큰 어려움없이 뛸 수 있었다.

외모는 못생기기로 소문났었던 베가와는 다르게 수려한 편.


현역 시절 베가의 모습. 점박이에 한쪽 콧구멍에만 걸친 유성. 

유키노 비진에 비하면 어느쪽이 시골 처녀인지 모르겠다고 했을 정도


1998년 11월 7일. 교토의 터프 1600m로 치러진 신마전에서 데뷔했다.


커리어 내내 그의 특기로 기록될 빼어난 직선 스퍼트를 보여주며 우승했으나,

직선에서의 사행, 진로 방해 혐의로 4착으로 강착되어버렸다.

기승했던 타케 유타카가 1주전 사일런스 스즈카가 쓰러진 쇼크에서 회복이 안된 여파도 있었다.


비록 강착되었으나 빼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준 덕에 2차전을 500만 이하 클래스로 

점핑해 출전, 스릴링 선데이와 스퍼트 승부에서 머리 차이로 승리, 첫 승을 챙겼다.

3전째로 택한 것은 (구)3세 챔피언전인 아사히배(GI, 1600m)가 아니라

라디오 단파배 3세 스테이크스(GIII, 2000m)였다. 누가 봐도 내년의 클래식을 의도한 진로.

유력 후보는 단승 2.1배의 어드마이어 베가와 오카베가 탄 2.4배의 마치카네 킨노호시. 2강구도.

전반 1000m 63.8의 초 슬로 페이스. 양쪽의 특기인 스퍼트 승부에 최적화된 전개였다.


라스트 3F(600m)의 타임은 양쪽 모두 완전히 같은 34.8초였으나,

아주 살짝 먼저 승부를 건 타케 유타카의 판단이 정확했다. 반마신 차이의 승리.

3세 시즌을 그렇게 사실상의 3전 3승으로 마치고, 이 세대 최고의 거물로 꼽혔다.


해가 바뀌어 1999년, 대망의 클래식 시즌.

작년의 높은 평판을 업고 1.5배의 압도적인 인기로 야요이상(GII, 2000m)에서 복귀했으나

전해만해도 두드러지지 않았던 또 하나의 강호가 이 대회에 숨어 있었다.


나리타 탑로드. 기수는 신예인 와타나베 쿠니히코.

전년만 해도 500만 이하에서도 패했지만 키사라기상 승리로 갑작스럽게 떠오른 상대.

마군 중단에서 대기하다 가속한 나리타 탑로드.

출전마중 가장 빠른 스퍼트를 보인 어드마이어 베가가 맹추격했지만

따라잡기에는 딱 1마신만큼이 모자랐다. 예상 외의 패배. 그리고 예상외의 강적 등장이었다.


그리고 강적은 하나가 아니었다. 마이니치배를 승리한 TM 오페라 오의 등장.

사츠키상 당일만 해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단승 5번째의 인기였지만,

어드마이어 베가도, 나리타 탑로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잠재력을 갖고 있었고,

그 잠재력의 결과는 바로 빗속에서 열린 사츠키상(GI,2000m)에서 드러난다.


경주 시작을 앞두고 이변이 발생했다. 1번 게이트로 들어온 원더 팽이 기립하며 발광,

우여곡절끝에 간신히 말을 무사히 꺼냈지만 경주 제외 처분을 받은것.

원더 팽이 발광할때 2번 게이트에 들어가 있던 어드마이어 베가는 

바로 옆에서 그 난리통의 여파를 정면으로 뒤집어 써야 했다.


4코너에서 불운이 하나 더 따랐다. 타이밍을 잡고 시동을 건 어드마이어 베가였지만

나란히 안쪽에서 올라온 나리타 탑로드와 외곽에서 치고 올라오는 TM 오페라 오 사이,

정확하게 둘 사이에 끼어 버린것. 빗속의 주로에서 진로와 탄력을 잃은 건 치명적이었다.


그렇게 해서 클래식 첫 왕관을 쓴 것은 TM 오페라 오. 외곽에서의 무서운 강습이었다.

나리타 탑로드는 3착, 어드마이어 베가는 불량 마장과 불운이 겹치며 6착 패배.


인기를 배신한 완패였지만 타케 유타카는 더비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사츠키상을 망쳤지만 이 말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되갚을 수 있다는 확신.

전년도까지의 더비 미승리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었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다행히도 그 징크스는 스페셜 위크가 깨부숴 준 상태. 남은건 온전한 실력 발휘뿐.


6월 6일 일본 더비(GI, 2400m) 당일. 사츠키상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단승 인기는 어드마이어 베가와 나리타 탑로드가 정확히 3.9배로 나란했다.

간발의 차이로 탑로드가 1위에 오르고, 사츠키상을 딴 TM 오페라 오는 세번째.

24세의 와타나베와 22세의 와다 류지는 처음으로 맞는 더비의 분위기에 압도당해

남을 신경 쓸 틈도 없이 자신을 다잡는데 열중해야 했던 반면,

데뷔 13년차, 30세의 슈퍼스타 타케 유타카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현장.

아마 이것이 승부가 난 결정적인 요소였을지도 모른다.


사츠키상때 난리를 쳤던 원더 팽의 선행으로 시작된 경주는 

TM 오페라 오가 중단, 그보다 약간 뒤에 나리타 탑로드, 

최후미 부근에 어드마이어 베가의 구도로 진행되었다.

와타나베는 앞에 보이는 TM 오페라 오를 눈에서 떼지 않으며 진행,

200미터를 앞두고 머리를 나란히 했다. 가속력의 차이를 느낀 와타나베는

이 순간 추월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겼다!"라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와타나베가 망각하고 있던 한 마리가 바깥에서 엄청난 기세로 육박하고 있었다.


골까지 50미터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푸른색이 자신을 스쳐갈 때에야 망각에서 깨어났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3F 34.4초의 초고속 스퍼트로 뻗어온 어드마이어 베가의 승리였다.

콘도 마주의 첫 더비 승리, 그리고 타케 유타카는 사상 첫 더비 연패 기수 등극.

어드마이어 베가는 어머니 베가의 대를 이어 후츄에서 일등성이 되어 빛났다.


더비의 영광을 뒤로 하고 여름 휴양후 복귀한 교토 신문배(GII, 2200m)에서

나리타 탑로드와 재회, 인기 1위를 내줬음에도 불구하고 관록을 과시하며 승리했지만,

클래식의 마지막 관문인 킷카상(GI, 3000m)는 역시 거리 면에서 버거웠던지 6착 패배,

나리타 탑로드가 TM 오페라 오를 꺾고 마지막 클래식 왕관을 차지하는 모습을 봐야 했다.

이후 휴양에 들어가 이듬해 2000년엔 3200m의 천황상·春 대신 2200m의 타카라즈카 기념을

목표로 조정에 들어가고 있었지만 훈련 도중 계인대염이 발병하면서 그대로 은퇴했다.


8전 4승. GI 1승, GII 1승, GIII 1승.

빗속에서 고전한 사츠키상과 거리가 길었던 킷카상을 빼면

나머지 경주에서 모두 가장 빠른 3F 타임을 기록한 걸출한 스퍼트의 소유자였다.

조기 은퇴하지만 않았다면 2000년 TM 오페라 오의 천하통일과 

그로 인한 저평가를 막을수도 있었던 거물이었지만 부상 덕에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은퇴 후는 당연히 샤다이 스탤리온 스테이션으로 진입했다.

선데이 사일런스와 모계 쪽에서 받은 토니 빈의 혈통, 그리고 더비 우승의 훈장.

선데이 사일런스 후계 씨수말로 각광받아 해마다 많은 교배를 했지만,

첫 해 자마가 데뷔하던 해인 2004년 10월 29일, 갑작스런 위장 파열로 사망,

너무 이르게도 쌍둥이 형제의 곁으로 떠나갔다.


요절한 덕분에 그의 교배 햇수는 겨우 4년, 총 437마리.

그러나 그 짧은 햇수에서 배출한 자마들은 아버지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았다.

오카상을 제압한 키스 투 헤븐과 마일 CS를 제패한 블루멘블라트 등

13마리의 자식이 총 25승의 중상 승리를 거두었으며

장애물 경주 쪽에서도 TM 드래곤과 메르시 몽셸이 J˙GI을 제패하는 활약을 보였다.


경주 쪽에서도 교배 쪽에서도 우수했기에 어느쪽으로든 

만약 더 오래 살았다면...을 생각하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단 한번, 더비에서 빛나기 위해 준비된 듯한 인상이 드는 경주마.


2001년 씨수말 시절, 샤다이 스탤리온에서 


출처 : 우마무스메 캐릭터 소개 57 - 어드마이어 베가(アドマイヤベガ) - 우마무스메 갤러리 (dcins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