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소엑 때부터 범람하며 아직도 문피아 투베의 자리를 차지하고

언젠가 거품 꺼진다 꺼진다 하면서도 자리를 유지하다가

소엑의 지갑송의 화려한 컴백으로 인해 조만간 다시 유행을 탈거 같더라고

그 사이에도 여러가지 아카데미물이 나오면서 정말 많이도 읽었는데

오늘은 그런 아카데미물에 대해 분석을 하고자 함

 

-아카데미물이란 무엇인가?

 

대부분 이런걸 물으면 간단한 답이 나옴

걍 학교, 학원 이런 곳에 가서 주인공이 히로인들과 엮이면서 벌어지는 스쿨 라이프인 거야

 

-그렇다면 아카데미물의 원조는 무엇인가?

 

다들 여기서 소엑이라고 말을 하겠지만

정확히 소엑은 현대풍 '착각계' 아카데미물의 유행을 퍼뜨린 작품임.

심지어 소엑도 정확히 원조라고 할 수 없음.

 

소엑의 경우에는 아저씨들만 가득했던 문피아에 아카데미 붐을 불러 일으켰고, 심지어 초기에는 그 전독시와 1,2등을 다투던 작품이지만 이런 소엑도 조아라 팬픽란부터 존재하는 엑스트라, 메리수, 착각계 물에서 발전한 형태에 가까우니까

 

물론 이것만으로도 대단하지. 팬픽으로 존재했던 것을 웹소설로 깔끔하게 정리해서 작품으로 엮은 거니까

 

다만 아카데미물, 학원물의 원조는 멀리서부터 존재함. 당장 라노베만 봐도 그런 것들이 주구장창 나오고

무엇보다 이 바닥의 본좌라 할 수 있는 해리포터가 있으니까

심지어 이 해리포터도 인기를 끌어서 그렇지, 그 전부터 다른 작품들로부터 요소를 가져온 걸 생각하면

아카데미물의 원류는 생각보다 아주 멀리 있다고 본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지금까지 다양한 아카데미물이 나왔는데 대부분 다 거기서 거기, 소엑 아류작 이런 말만 나오는데

과연 왜 이런 말이 나오는 걸까?

나는 여러 아카데미물을 보면서 아카데미물은 크게 2가지 종류로 분류된다고 봤음

 

-첫번째는 바로 정통파 아카데미물

 

이 정통파의 예시는 모두가 알다시피 이바닥의 본좌 해리포터가 있지

아무것도 모른채 호그와트에 입학한 해리포터가, 거기서 자신의 재능을 개화해 나가고 친구들을 사귀고 라이벌과 부딪치면서

마법학교에서 여러가지 모험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스토리.

 

-두번째가 바로 소엑을 원조로 한 소엑류 아카데미물

 

흔히들 소엑류라고 하는데, 그냥 이건 배경이 21세기 근현대에 헌터물을 가미한 것에 가까움

기존에 사골마냥 우리고 우린 헌터물이 아카데미라는 장르와 규합해서 만들어진 파생장르에 가깝지

이 경우에도 주인공이 영웅, 기사, 초능력자를 양성하는 아카데미에 들어가지만

보통 정통파와 다르게 이쪽 주인공은 시작부터 많은 것을 지니고 있음

게임 or 소설에 빙의한 엑스트라이거나

몬스터에 의해 멸망해버린 미래에서의 회귀를 하거나

대단한 헌터였지만 수명이 다하고 나서 다른 아이의 몸으로 환생하는 거.

 

보통 이 경우에는 주인공의 포지션은 학원물의 '엑스트라'로 가면서

다른 메인 '주인공'급 인물들의 미래를 알고 있어서 거기에 끼어들거나 아니면 자기가 휘어잡으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엑스트라 캐릭터가, 주역의 자리를 차지하는 이른바 언더독의 반란 같은 뽕맛을 느끼게 하지

 

참고로 헌터같은 것이 없는 순수 현대의 배경도 여기에 속함.

헌터 아카데미가 아닐 뿐이지 우리가 아는 예체능인 음악, 미술, 체육 이런 게 있는데

이것도 다 회귀하고 나서 미래 지식을 바탕으로 주역의 자리를 다투는 거니까.

여기서는 조금 세부화 되서 카우보이 아카데미나 온갖 다양한 아카데미까지 나오지만

포괄적으로 소엑류 아카데미라 칭하겠음

 

여기서부터 아카데미물의 2개가 갈리는데

당연하게도 보통 정통파 아카데미물은 잘 안써.

 

일단 내용 자체가 진부한 것도 있지만, 요즘처럼 소년만화 같은 위기나 시련이 닥치면 답답해 하거나 고구마라 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주인공이 하나씩 차차 알아나가는 내용전개는 어지간하면 독자들이 좋아하지 않거든

하지만 최근 이런 상황속에서도 클리셰를 잘 이용해서 대박난 작품이 있지

 

바로 카카오 페이지의 '네크천재'야

네크천재의 경우 기존 소엑류 아카데미에서 벗어나, 오히려 왕도적인 해리포터류 아카데미물의 길을 차용했어 거기에 네크로맨서와 프리스트가 양분하는 세계에서, 네크로맨서의 기술이 무엇이고 어떤식으로 수업을 하는지 아주 세세하게 설정을 짜놓아서 그것을 기존 소년만화 형태의 왕도적인 스토리와 결합해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지

 

이런 걸 보면, 결국 잘 쓰면 왕도로 해도 성공한다 라는걸 제대로 보여준 셈이야.

이런 정통파 아카데미물을 쓰려면 필요한 게, 정말 아카데미물이 나게끔 수업의 내용을 꼼꼼하게 써야한다는 것 

 

여타 아카데미물은 항상 중간에 사건이 터지고, 그것을 주인공이 수습하는 구조로

아카데미물인데 정작 수업내용은 없이 사건만 해결해나가는 기이한 구조였지

 

굳이 수업내용을 쓸 필요도 없었고

그런데 이 정통파 아카데미물에서는 정말 아카데미를 다닌다는 느낌을 위해 교수들이 누구고, 어떤걸 가르치고, 그 가르치는 내용이 어떤 것이고

 

그런 것들을 세세하게 써야 할 필요가 있어

내가 설정딸에 조예가 깊다, 하는 사람들은 사건전개로만 가는 여타 아카데미물 보다는 이런 걸 써보는것도 추천해

 

그리고 역시나 대부분 글쓰는 사람들이 꿈꾸는 소엑류 아카데미물

이건 이제 너무 많이 나와서 진부하다 못해 썩어 문드러질 정도지만

 

결국 잘쓴 글은 또 여전히 잘 팔리기도 하지

그렇다면 이런 아카데미물에서 잘쓴다는 조건이 뭘까?

 

바로 히로인.

소엑이 큰 파란을 불어온 것도 스토리가 뛰어나서도, 액션이 쩌는 것도, 반전이 뛰어난것도 아니야

진정한 강점은 바로 히로인과 주인공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각종 드라마지

 

특히 이런 부류의 작품에서 제일 필요한 것은 '착각계' 루트를 타는 건데

주인공이 히로인에게 대놓고 치근대며 접촉하는게 아니라

나는 다른 볼일이 있고, 히로인은 그 과정에서 우연히 만나거나 혹은 충돌하게 되는 건데

주인공은 오로지 사건에만 정신이 팔려있고 히로인은 '쟤 뭐야?'하면서 점차 관심을 가지고 나가는 거지

그런데 대부분 소엑류를 표방하는 아카데미물은, 이런 히로인과 다른 인물들이 주인공에게 갖는 일종의 착각을

너무 빨리 주인공이 활약하는 것을 대대적으로 보여주는 걸로 풀어버려

 

작가가 요리 코스를 준비했다면

바로 초반부에 메인디쉬를 독자에게 주는 거지

이게 독자들에겐 순간의 큰 만족감을 주겠지만, 문제는 아카데미물이 50화 이후로 힘이 빠지는 것도 이런 이유야

 

가장 맛있는걸 이미 줘버렸으니까. 그 다음에 줄게 없는거지.

독자들도 입맛이 올라버려서 이제 작품에 큰 매력을 못느끼게 되는 거고

어떻게든 히로인 때문에 보게는 되지만, 과연 그거 하나만으로 뭘 해나갈 수 있을까?

이바닥의 본좌인 소엑도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었어

어떻게든 천천히 내용을 전개하지만, 결국 글이 150편 전후, 주인공이 학교를 자퇴하고 탑으로 가버린 부분에서 쭈욱 꺾이지

 

그나마 탑 부분은 히로인들과 빚어진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서, 저기서 어떻게 만나게 될까? 하는 기대감이라도 있었지만 그 이후 오르덴 편은 얄짤 없었어

원조부터 해서 결국 이게 기존 소엑류 아카데미물이 갖는 명백한 한계점이지

인물간의 갈등이 주된 드라마로서의 강점을 지녔지만, 그 드라마를 200화 300화까지 계속 끌고 갈수가 없는 거야

 

아무리 늦어도 결국 갈등은 100화 이내로 풀리게 돼 있어. 그렇게 안 해? 그럼 독자들이 언제쯤 푸냐고 화를 내겠지

 

작가도 최대한 타협점을 잡고 미루고 미룬게 150화까지야. 거기서 작품의 생명이 다 한거지

그리고 이건 기존 여성향 로판도 빈번히 발생하는 일이야. 썸타는 것만 100화쯤 끌다가 결혼 하면?

그 뒤는 볼일이 없거든 ㅋ

 

로판이 짧고 굵게 가는 것도 결국 이런 구조적 한계 때문이야

이런 류의 작품들이 갖는 진짜 생명력은 결국 독자들이 계속 상상하게 만드는 '기대감'이니까

그걸 어떻게든 늦추는게 히로인의 매력이지만, 그걸로도 평생 가는게 힘들지. 그러면? 새 캐릭을 내는거야.

 

새로운 히로인. 새로운 갈등. 새로운 썸. 그러다 또 지루해지면? 또 내. 또 늘어나는거야

결국 채나윤 유연하 레이첼로 시작했던 소엑이

진사혁 대장으로 넘어가더니 대장 엔딩이 난게 이런 이유지

 

갠적으로 이런 소엑류 아카데미의 경우에는 그 한계점이 명확해서 쓰는 건 추천하지 않은데

정말로 굳이 쓰고 싶다면 신경써야 할 건 몇개 없어

가장 중요한건 역시 히로인의 매력.

 

인물의 입체적인지 얼마나 개성적인지, 그런건 진짜 어려운 거라서 조언을 해주기 힘들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그런 히로인과 주인공 사이에 벌어지는 착각계 갈등.

이런 갈등도 한꺼번에 다 풀지 말고, 조그만한 것을 하나씩 푸는걸 추천해

절대 한꺼번에 다 주지 마. 맛있는건 아껴먹듯 그런걸 조절 잘 해야해

그러다가 중간에 또 사소한 갈등을 추가시켜주면서 기존 갈등을 더 심화시켜주는 것도 좋아

 

아무튼 이번에 지갑송이 악살싶으로 돌아오면서 이번엔 학생이 아닌 교수 빙의물로 돌아왔지만,

그 근본은 역시 아카데미+착각계라는 건 여전해

다만 이번 건 소엑과 다르게 더 안정되고 차분해졌지. 설정부터 일단 주인공이 천개가 넘는 사망플래그에서 벗어나는 내용이니까.

 

소설속에 들어와서 뭘 할지 모르겠는 소엑과 다르게 목적성도 확실하고 바리에이션도 다양해질 수 있지

최근에 네크천재나 매화마다 삽화를 올린다는 정신나간 방법을 택한 최강투신 같이

기존 웹소설 형태로 세련되게 다듬어지지 않은 원류 형태의 아카데미물이 다시 늘어나고 있어

해리포터류의 네크천재나, 일본 라노베 감성을 일으키는 최강투신, 문피아에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아카데미물인 율곡검원도 있지

 

아카데미물을 쓰고 싶은 망생이라면, 이런 정통파 쪽도 생각해보면 좋을거라 생각해

다들 너무 소엑만 따라한다고 어중간하게 될 바에

내가 뭘 하고 싶고 뭐에 강점이 있는지 분석한 다음에

나한테 맞는 아카데미물이 뭐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쓰면 좋을 거야

그러면 다들 화이팅!


출처: 아직도 범람하는 아카데미물에 대한 가벼운 분석해봄 - 웹소설 연재 갤러리 (dcins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