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흐르는대로 흘러가는 것

등 떠밀려 태워진 무빙워크

짓궂은 바람에 뜯겨진 잎새는,

목적지 없이 세상을 유랑한다



언젠가 첫 유랑이 끝나고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썩어가는 것

높은 나뭇가지 끝에서 꾸었던 꿈조차

잊어버린 채, 주위의 낙옆들을 바라보며

자위하는 것.



다시는 원래 있던 곳으로는 돌아갈 수 없음을 앎에도

몸을 할거한 채 다시금 불어올 바람을 기다리는 것

위로, 위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곳,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

모두 떠나보내며

하염없이 위로만 올라, 달의 얼룩이 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