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논 그라타

공개적이고 사회적으로

세계와 거리를 두게 되는

마법의 단어

그 단어의 무게감과 고통을

느껴본 적 있는가


아직 50년의 세월도 못 채운 소인에게

봄에 꽃을 피우지 못해

봄꽃들이 영유하는 순수한 영광을

누리지 못하는 난쟁이에게

그리고 밤하늘 속 별들과

수백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별을 잡지 못해 울고 싶지만

두 눈이 다 있는데도

그 두 눈을 적시지 못해

더욱 서글픈 못난 놈한테

페르소나 논 그라타라는

사회적이며 암묵적인 낙인이

내 등에 붉게 찍히고

사람들에게 기피당하는 

그런 상황이라면

그 추한 난쟁이는 

얼마나 큰 고통을 받게 될까


봄에 꽃을 피우지 못해

여름이나 가을에 꽃을 피워도

이미 저들에게

저들이 누린 봄꽃의 추억은

보석이 박힌 훈장이 되어

여름에 꽃을 피우든

가을에 꽃을 피우든

심지어 눈 덮인 겨울의 땅에서

도도하게 꽃은 피우든

저들의 훈장이 빛을 내면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돋우는데


봄꽃을 피우지 못한 난쟁이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가 되어

그저 심해 속으로 가라앉아

태양을 바라보지 못하고

봄꽃들이 만개하여

하나의 절경을 만들어낸 풍경을

봄꽃들끼리 구경도 못했으니

추한 난쟁이가 뒤늦게 꽃이 되어도

그들의 훈장에 짓눌려

다시 심해 속으로 돌아갈 뿐일 것이니라


하여 인간의 50년의 호탕함도

봄꽃들이 누린 순수한 영광도

여름꽃과 가을꽃, 그리고 겨울꽃들의

고유한 아름다움도 못 누리고

세계 속에 녹아들지 못하게 된

페르소나 논 그라타의

족쇄와 낙인만 있는

추한 난쟁이는

악몽에서 깨어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