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이 글은 소설이므로 과학적 사실에 맞지 않더라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삐삐삐삐삐삐-!!


"으윽, 벌써 아침이야?"


달콤한 아침잠을 방해하는 시끄러운 소리에 밤샘 연구를 끝에 숙면에 취하던 연구원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삐삐삐삐삐삐-!!


"으으, 기상 알람 해제."


삐삐삐삐삐삐-!!


"기상 알람 해제!"


삐삐삐삐삐삐-!!


"기상 알람 해제!!"


삐삐삐삐삐삐-!!


몇 번이나 알람을 해제하는데도 들리는 시끄러운 알림음에 결국 연구원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니, 고장이라도 났나? 말을 하는데도 왜 안 꺼지는 거야. 잠깐, 안 꺼진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연구원은 부리나캐 자리에서 일어 나 팬티바람으로 연구실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야?! 거대 운석이라도 오고 있어?"


연구원이 연구실에 도착하자 차분한 AI의 대답이 들려왔다.


[정보, 새로운 물질이 발견되었습니다.]


"새로운 물질? 뭐야, 아침부터 괜히 힘뺐네."


심각한 일이 아님을 알게 된 연구원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았다.


"그나저나 새로운 물질이라. 이 별에 다른 게 더 남아있었던 거야?"


연구원은 한 손으로 턱을 괴며 현재 연구원이 파견 와 있는 A-1 행성의 지도를 살펴보았다.


[확인 결과, 직경 운석으로 추정됩니다.]


"운석? 어제 레이더에는 감지되지 않았잖아."


연구원의 말에 AI는 무감정하게 대답하였다.


[정보 조회, 40xx년 11월 26일에 감지된 우주 정보는 없습니다.]


연구원은 지도에 표시된 운석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확인해보러 가야겠어. 탐사차 준비해줘."


연구원은 곧바로 우주복을 입고 탐사차에 탑승했다.


자동 운전 장치로 도착한 곳은 어제는 없었던 크리에이터가 생겨나 있었다.


연구원은 연구용 도구가 들어있는 가방을 챙겨 크리에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크리에이터 가운데에는 붉은 땅과 대비되는 잿빛의 돌조각이 반쯤 파뭍혀 있었다.


"이건 이 항성의 운석이 아닌데? 어디서 온 거지?"


연구원은 가방에서 도구를 꺼내 돌조각의 파편을 챙겼다.


파편을 가지고 기지로 복귀한 연구원은 성분 검사기계에 파편을 넣고 연구실 의자에 앉아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화면에 나타나는 성분들을 흘끔흘끔 살피며 커피를 마시던 연구원은 뭔가 익숙한 성분들이 많이 있자 커피를 내려놓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잠깐, 이 성분들은 지구의 성분들과 비슷하잖아? 아니, 거의 똑같은데?"


때마침 성분 검사가 완료되었고, 화면에는 달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실험 결과, 달의 성분과 99.9% 일치]


"그럴 리가. 다시 한 번 더 살펴 봐."


재실험을 실행한 연구원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실험 결과, 달의 성분과 99.9% 일치]


"아니야, 다시!"


[실험 결과, 달의 성분과 99.9% 일치]


"다시!"


[실험 결과, 달의 성분과 99.9% 일치]


"……젠장! 저 망할 놈의 기계가 고장이 난 게 틀림없어.


연구원은 욕지기를 하며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


크게 한숨을 내쉰 연구원은 화면에 나온 연구결과를 보며 생각했다.


그래, 저게 달, 지구에 있는 달의 조각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어째서 저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연구원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성분이 완전히 똑같은 다른 항성에서 온 건가? 아냐, 아무리 똑같다고 해도 99.9%로 나오지는 않아. 달에 작은 소행성이 부딪혀서, 그 조각이 여기까지 날아왔을까? 조각이 여기까지 날아 올 힘도 부족하고, 그 조각에 소행성의 성분도 검출되었어야 해."


다시 연구 결과를 자세히 확인해본 연구원은 심상치 않은 결과를 보았다.


"탄 흔적? 거대한 폭발?"


그 결과를 보고 연구원의 머리는 확신했다.


절대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가설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거대한 폭발로 인해 달이 산산히 부서져버렸다는 것.


폭발로 달이 산산히 부서졌다면, 그렇다면 지구는?


과연 멀쩡할까?


"아냐.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연구원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였다.


나한테는 아무런 소식도 오지 않았는데, 갑자기 지구가 멸망해버렸다고?


"아니야. 절대 그럴 리가 없어."


다급하게 통신장치를 붙잡은 연구원은 고향 별에 있을 연구원에 통신을 걸었다.


"여기는 섹터 1, 섹터 1. 섹터 0, 응답 바란다."


[……]


"여기는 섹터 1, 섹터 1. 섹터 0, 응답 바란다!"


[……]


"이런 젠장!! 왜 답이 없냐고! 어서 응답해!!"


연구원은 통신 장비에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지만, 통신 장비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 뒤 연구원은 돌 조각을 다시 분석하고, 통신을 걸고, 다시 돌 조각을 분석하고, 통신을 걸고, 돌 조각을 분석하고, 통신을 걸고, 분석, 통신, 분석, 통신, 분석, 통신…….


일주일 뒤, 언제나 똑같은 결과를 띄우는 화면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통신 장치를 보던 연구원은 허탈함에 자리에 주저 앉았다.


"아냐, 제발 누가 아니라고 해 줘. 누가 대답이라도 해 줘."


연구원은 절박함에 허공을 향해 말했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건 AI의 무감정한 대답 뿐이었다.


[수신 된 메세지, 없음]


"으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결국, 연구원은 감정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탐사차도 없이 기지 밖으로 나와 크리에이터로 온 연구원은 돌조각 옆으로 와 앉았다.


어쩌면 내 고향을 마지막으로 보았을 돌 조각을 쓰다듬으며 그는 생각했다.


만약, 정말로 이게 내가 돌아가야 할 지구의 달조각이라면, 내 고향이 사라져버렸다면, 난 어떻게 해야하지?


"대체, 어떻게 해야되지?"


돌조각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연구원은 고개를 들어 지구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