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으나 역시나였다. 이곳 다롄 저우수이쯔 국제공항은 관광지답게 사람들이 가득 붐비고 있었다. 역시 한국의 추석기간 마지막 날이다.
 
나는 사람들 사이를 헤쳐지나가며 내 하늘색 캐리어를 끌었다. 캐리어가 다른 사람들에게 부딪히지 않게 잘 끌고 가는 일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아무튼, 중국어를 잘 모르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옆에 혼자 있는 것 같은 사람 아무에게나 가서 기초 중국어로 '실례합니다만, 국제선 게이트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나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여자가 한쪽을 가리키며 중국어로 무감각하게 '이쪽 길로 쭉 가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아무튼, 나는 그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그렇게 정처없이 걷다보니 입구처럼 생긴 게 하나 보였다. 국제선 게이트였다. 그래서 나는 그쪽으로 살짝 더 빠르게 전진했다.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공항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사이렌 소리는 마치 대피경보 같았다. 아니, 대피경보였다.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고 허둥대면서 모두 출구쪽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나도 제정신을 차리고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나 사이렌 소리에 이어 땅이 갑자기 세차게 흔들리면서 지진이 나 모두 균형을 잃고 주저앉았다. 나도 상상 이상의 진동에 휩쓸리면서 넘어졌다. 벽에 걸린 간판이 떨어져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위치를 알려주던 안내판이 넘어져 쿵 하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나는 넋이 나간 채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내는 비명소리와 지진의 진동소리가 겹쳐져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내 위에서 천장 구조물이 뜯겨져나가기 시작했다. 파편으로부터 몸을 피하려 했으나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을 한탄하며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천장의 구조물이 아래로 떨어졌다. 당연히 나에게도 타격을 주었다. 이대로 죽는구나. 이렇게 죽으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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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리와인더>는 한꺼번에 올라오지 않고 띄엄띄엄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