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어떤 오누이가 해와달이 되기 훨씬전부터 남쪽에는 작은 문 하나와  나,뱀이 한마리 살고 있었다오.

 

안에는 온갖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 차있었고 그 안에는 아이들이 뛰어 놀았다고 하는, 신선들이 다시 돌아갔다는 그 문으로 아이들이

 

들어가면 

 

아이들은 세상의 탁기에 노출되어 그림자가 생긴다오. 

 

그렇게 그림자가 생긴 아이는

 

"아이야, 너가 태어나게 될 곳은 바로 여기란다"

 

삼신의 손에 이끌려 생자가 되는 것이라오.

 

각설하고, 다시말해서 모든 아이들은 이승으로 가기전에 이 문을 거쳐서 나가게 되는데

 

이 문을 지키는 것이 바로 나, 흰 뱀이라오.

 

처음에는 나는 아이들과 함께 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

 

나은 신통한 재주가 있어 어떤 모습으로도 변할수 있었고 어떤 것이든 할수가 있었소.

 

나의 재주를 보며 아이들은 웃었고 나 또한 행복했다오.

 

이를 귀히 여긴 하늘님 께서는 남쪽 문을 지키는 역할을 나에게 주었지.

 

절대 문밖을 내다 보아서는 안된다는 말과함께.

 

하여간 이제 나는 이 문을 지키는 일을 하게 되었다오.

 

태어나기 위해 아이들은 항상 나에게 웃으며

 

"뱀아 나 갈게?"

 

라고 말을 하였고 나는 그에 답하며

 

"그래 잘가."

 

라고 웃으며 말했다오.

 

아이들은 이승에서 살며 행복할 것이라 믿으며 말이오.

 

아이들은 너무나도 맑은 눈을 가졌소.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싶냐는 나의 물음에

 

"나는 모든 사람을 구하는 영웅이 될것이외다!"

 

라고 웃으며 말하는 아이가 있었는가 하면

 

"나는 사람들이 살기 편하게 도와주는 사람이 될거야!"

 

하는 아이가 있었고

 

"나는 그냥 신나게 놀고싶어!"

 

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었소.

 

어차피 이승에 가면 이곳보다 행복하게 될텐데 그런 생각을 벌써부터 하냐는 나의 물음에

 

"""그래도 되고싶어!"""

 

라고 웃으며 답할때 본 아이들의 모습은 퍽 보기 좋았다오.

 

 

가끔씩 지나가는 차사들이

 

"아이들이 무슨 죄일꼬"

 

라고 말하며 지나가는 것이나

 

" 아이들의 앞길에 행복만이 가득하길"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지만

 

한번도 이승을 바라 본적이 없는 나는 무슨뜻인지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소.

 

그리고 이승은 하늘님께 들어 행복한 곳이라고 들었고 웃으며 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떠나 보낼 수 있었소.

 

"문 밖은 절대로 보지 않아야합니다"

 

'하늘님께서 당부하셨지만 말이다...'

 

하지만 차사들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소.

 

예전이었다면 그런 말에 흔들리지 않았을 나이지만 

 

천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길었다오.

 

'아이들이 웃으면서 간 이승이다.'

 

'대체 어떤곳인지 나는 알아야한다.'

 

'아이들이 웃으면서 간 곳이 어디인지 잠시동안이라면 괜찮지않을까?'

 

하고 문을 열어 바라보았을때

 

나는 문 너머의 모든것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소.

 

웃으며 나와 정원을 거닐며 놀던 아이들은

 

어느새 이승의 탁기에 절은 어른이 되어 하루 하루 고통받고 있었으며

 

아이들의 표정에는 근심만이 가득했다오. 

 

하늘님께서 절대 문너머를 보지 말라고 한 이유도 알게 되었지.

 

나는 이를 두고 볼수가 없었다오. 

 

그래서 나는 문 너머로 가려는 아이를, 오늘 이승으로 가기로 되어있던 아이를 붙잡았다오.

 

그 아이만은 내가 붙잡아 두었다오.

 

"뱀아 나 가야하는거 아니야?"

 

"아니야 안가도된다. 여기서 나랑 있자꾸나."

 

그리고 얼마 후 차사들이 내게 찾아왔다오.

 

" 신묘년 자월 술시에 태어나기로 한 아이가 맞소?"

 

"맞소이다."

 

"아이는 태어났으나 육신만이 이승에 나와 아이는 죽었소이다. 데려 가겠소"

 

"나는 아이를 보낼수 없소이다!"

 

"세상의 이치요. 망자는 저승에 가야하는 것이!"

 

"순수한 아이가 저승으로 가야하는 것이 세상의 도리라면 그 세상이 잘못된 것이오!

 

순수한 아이가! 죄없는 아이가! 이승에 가서 근심걱정에 휩싸여야 하는 것이 이 세상이라면!

 

바로잡아야 하오. 하늘님을 뵙게 해 주시오!"

 

그렇게 나는 곧장 아이와 함께 하늘님을 뵈었다오.

 

"제가 문 너머를 절대 보아서는 안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늘님 께서는 이미 모든것을 알고 계셨지.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어찌 그것을 모를수 있단 말입니까!"

 

"당신이 보았던 이승에는 정녕 근심만이 가득했습니까?"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죽을때까지! 고통만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세상의 도리라는 말입니까!"

 

그러자 하늘님께서는 내게 거울을 가져오더니

 

" 그렇다면 이것을 보고도 아직도 근심만이 가득해 보이십니까."

 

아이들이 이승에서 행복하게 웃고있는 것을 보여 주셨지.

 

나와 있을때 보다 더욱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소.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영웅이 되어있었고 누군가를 도와 살고 있었으며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었소.

 

"나는...나는...!"

 

그리고 하늘님이 나에게 다시 말하셨지.

 

"그리고 이아이말일세. 령은 태어난적이 없어 이승으로 가야하는 생령이나 육신은 죽어 명부에 이름도 없이 올랐으니

 

뱀으로 인해 이승에도 저승에도 속하지 못하게 되었구나."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오. 

 

하지만 나는 아이를 버릴수 없었소.

 

"모두 저의 허물이오니, 제 남은시간과 업을 이 아이에게 주고 싶사옵니다."

 

"그리 한다면 아이가 너의 시간을 잇는 순간 너의 육신은 사라질 것이며 업을 잇는 순간 너의 영혼은 사라져 소멸하게된다. 정녕 감당할 수 있겠느냐."

 

나는 내가 사라질지라도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오.

 

"예"

 

내가 기꺼이 받아 들이자 하늘님께서는 

 

"모두가 운명인것이야. 네가 업을 짊어지게 할때 마음이라는 것을 좀 무뎌지게 할 것을 그랬지." 

 

나의 여의주를 가져가시어 아이의 육신을 만드셨소. 

 

앞으로 계속 성장하며 아이를 지켜줄 이무기를 말이네.

 

그리하여 아이는 나와 함께 남쪽 문을 지키게 되었다오. 

 

저가 겪은 일을 알고나면 나를 원망할까 걱정도 되지만 이 아이는 아직 웃기만 한다오.

 

그건 하늘님만이 아시는 운명대로 될 것이라오. 

 

하여간 이런 이야기를 하게된 이유가 무엇이냐 하면

 

혹시나 그대가 이승에서 힘든일을 겪고 아파하여도, 세상에 혼자밖에 남지않은것 같다 하여도

 

그대가 이번 생에서

 

행복하길

 

좋은 일만 있기를

 

나쁜일 없이 살기를

 

빌어준 이가 있으니

 

당신들이 좀더 행복하게

 

웃으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이오.

 

=完=

 

 

 

 

 

 

 

 

 

전혜림 작가님의 북쪽문 이야기를 보고 써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