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발단 : https://arca.live/b/writingnovel/267874

2편 - 추리 : https://arca.live/b/writingnovel/269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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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3일 오후 4시 40분경. 쿠로모리와 타케우치가 구슬비가 내리는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했다. 둘이 대합실에 나오자마자, 쿠로모리가 양복주머니에서 말보로 한 개비를 꺼내는 동시에 앞을 바라보며 기다란 다리를 내세워 빠르고 큰 보폭으로 출구로 향했다.

“저기… 쿠로모리 선생님. 전철은 저쪽...”

타케우치가 서류가방을 들고 쿠로모리를 헐레벌떡 따라가며 물었다.

“이미 자동차와 호텔은 마련했다. 비가 거세질 수 있으니 빨리 가자.”

여전히 전속력으로 출구를 향해 걷고 있는 쿠로모리가 걷는 와중 등 뒤에 따라오는 타케우치를 바라보며 답하고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출구를 지나갔다. 둘이 공항을 나오니 구슬비가 내리는 오후의 홋카이도 바람이 그들을 반겼다. 둘이 급하게 택시 승강장을 건너 자가용 승강장으로 가니, 5분 후 광택이 나는 검은색 렉서스 LS가 빗물이 고인 웅덩이를 빠르게 지나며 물보라를 일으키고는 쿠로모리 바로 앞에 정확히 정차하고, 운전석에서 검은색 양복 차림을 한 샌님 같은 얼굴의 건장한 남성이 내리고는 쿠로모리 앞으로 뛰어갔다.

“쿠로모리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자동차를 마련하였으니 호텔까지 모시겠습니다!”

자신을 시마무라라 말하는 남성이 쿠로모리를 바라보고 90도로 깍듯이 허리를 숙이며 큰 소리로 우렁차게 인사했다.

“아. 시마무라구나. 오랜만이다.”

쿠로모리가 오른손을 내밀어 시마무라와 악수하고, 캐리어를 시마무라에게 건넨 후 뒷자석 문을 열고는 타케우치를 바라보며 말했다.

“먼저 타라. 타케우치. 아, 시마무라. 여기 이분은 내 고객이니 친절히 대해주어라.”

“네! 타케우치 님! 처음 뵙겠습니다! 시마무라 켄지입니다!”

시마무라가 그 자리에서 타케우치를 바라보고 방금 전처럼 깍듯이 허리를 숙이며 큰 소리로 우렁차게 인사했다.

“아… 네… 감사합니다. 타케우치 슌스케입니다.”

타케우치가 머쓱해하며 시마무라를 바라보며 허리를 숙이고 인사를 하고는, 차에 들어가 깊숙한 곳에 앉았다. 곧바로 쿠모로미도 차에 타고 세게 문을 닫았다. 쿠로모리가 차에 들어가니, 시마무라가 쿠로모리의 캐리어를 조심히 들어서 트렁크에 넣고 재빨리 운전석으로 돌아가 급히 출발했다.

삿포로로 가는 길, 하늘은 어두워져만 가고, 비는 거세져만 갔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창밖을 타케우치는 한없이 바라보았다. 그의 자리 옆에 린이 앉아 있으면 하는 착잡한 기분을 마음 속으로 숨기려 하며, 어두운 홋카이도의 저녁 노을을 하늘을 을 이유 없이 창문 너머로 바라보았다. 옆 좌석에서 쿠로모리가 핸드폰으로 합성된 듯 한 바나나를 들고 있는 한 남성이 총에 맞으며 절규하는 동시에 노래를 부르는 애니메이션을 조용히 웃으며 보고 있다.

“음악 잘 들었습니다. 에어맨을 쓰러트릴 수가 없어... 제 업무량도 쓰러트릴 수가 없군요. 네. 다음 신청곡은, 아... 시부야 린의 [AnemoneStar] 이군요. 음악 틀겠습니다.”

잠시의 정적 후,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음악과 함께 린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타케우치의 눈에 눈물이 맻히기 시작하더니, 타케우치가 머리를 잡고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시부야 씨... 시부야 씨...”

타케우치가 머리를 잡고 고개를 숙이고는 흐느끼며 절규했다. 이어폰을 끼고 동영상에 몰입하던 쿠로모리가 눈을 잠시 힐끗 돌리고는 타케우치를 보자, 놀라고서 이어픈을 빼고는 다급하게 시마무라에게 소리쳤다.

“시마무라! 라디오 꺼봐! 이봐. 타케우치! 진정해!”

쿠로모리가 황급히 시마무라에게 소리치자, 시마무라가 황급히 라디오를 끄고, 쿠로모리가 핸드폰을 끄고 급히 타케우치에게 다가가 그를 위로했다.

“흐아악… 쿠… 쿠로모리 선생님…”

가쁘게 숨을 쉬며, 눈시울이 붉어진 타케우치가 떨리는 손을 무릎에 지탱하고, 힘겹게 고개를 돌려 쿠로모리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눈물이 자욱한 타케우치의 눈에는 두려움과 죄책감이 실려 있다.

“정신이 들어? 다 괜찮을 것이야. 린은 살아있고, 아직 우리가 구할 수 있어. 그러니 걱정 말고 수사에 집중하면 금방 구할 수 있을 것이야.”

쿠로모리가 타케우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슬픔에 잠긴 타케우치의 마음을 대변하듯, 그칠 줄 알았던 비바람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오후 5시 10분, 삿포로시의 한 호텔 앞. 일기예보를 기만하듯 아직 해가 다 지지도 않았는데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한 비가 내린다. 비바람을 가르며, 쿠로모리 일행을 태운 차량은 외관부터 고급져 보이는 한 호텔에 진입했다. 차가 호텔의 로비 앞에 급작스럽게 멈추자마자, 차문이 열렸다.

“폭우가 뭐야... 일기예보에서는 무로란에서 소멸이라 하지 않았냐...”

쿠로모리가 차문을 열고는 이어폰을 끼고 시마무라가 재빠르게 옮겨놓은 캐리어를 잡고 툴툴대며 빠른 발걸음으로 호텔 로비를 향했다. 타케우치가 서류가방을 들고 쿠로모리를 급하게 뒤쫓았다. 타케우치가 자동문을 지나 호텔 안으로 들어서니, 쿠로모리가 캐리어를 들고 타케우치에게 다가갔다.

“체크인은 이미 했어. 혹시나 해서 추가한 조식 티켓은 여기 있고, 5층에 있는 509호이니 먼저 올라가 있어. 나는 잠깐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인들을 만나야 해서 말이야. 그 사이에 너는 푹 쉬고 있어. 얼굴에 지쳤다고 적혀있다. 아, 캐리어는 부탁한다. 그러면, 난 급히 지인들을 만나야 해가지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쿠로모리가 비바람이 몰아치는 호텔 밖으로 나가 방금 전 내렸던 차에 타더니, 시마무라가 차문을 닫고 잽싸게 운전석으로 돌아가 차를 출발했다. 쿠로모리의 기행에 타케우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타케우치는 놀라운 마음에 잠시 동안 비바람 앞에 멀뚱히 서 있다가, 이내 쿠로모리의 캐리어를 끌고 호텔 안으로 들어간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들어갔다.

타케우치가 방의 문을 여니, 눈 앞에는 쿠로모리의 신주쿠 사무소 못지않은 화려한 방이 자리잡고 있다. 노천 욕조, 대형 TV와 커피머신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로 화사한 방이었다. 타케우치는 놀라워하며 방에 들어가고서는, 쿠로모리의 캐리어를 서랍 앞에 조심스레 둔 다음,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한 30분이 흘렀을까. 가만히 있던 타케우치는 양복의 주머니 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산 정상에서 찍은 듯해 보이는, 저녁 노을이 지는 삿포로를 배경으로, 머쓱해하는 타케우치와 삐진 척 웃고 있는 한 긴 갈색 생머리에 푸른 눈동자의 미소녀가 있는 사진의 구석에는 2015년 7월 12일 18시 38분이라고 써있다. 타케우치는 사진의 미소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시부야 씨… 죄송합니다.”

타케우치의 눈시울이 잠시 눈물로 적셔졌다. 이내, 타케우치는 반듯히 펴진 양복의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직후, 문 밖에서 누군가가 노크를 하며 말했다.

“실례합니다…”

“네… 네…”

타케우치가 방문으로 가 문을 여니, 몇 명의 사람들이 수많은 양의 박스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깔끔해 보이는 업무복을 입은 사람들이 급히 방으로 들어가 박스를 놓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이삿짐 센터입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이삿짐… 이요?”

타케우치가 당혹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물었다.

“네. 호쿠죠... 요시타 님이 여기로 배달을 요청했습니다.”

타케우치 앞에 서 있는 직원 한 명이 종이 한 장을 조심스레 읽으며 천천히 답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직원들이 방에서 나오고는 떠났다. 타케우치가 돌아보니, 상당히 컷던 방 전체를 박스들이 빼곡히 메우고 있다.

“감사합니다. 저희는 이만...”

직원이 타케우치에게 허리를 숙이며 말하고는, 이내 급히 자리를 떴다.

“네… 네…”

타케우치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방에 수북히 쌓여있는 박스들을 빤히 쳐다보는 와중, 쿠로모리가 가득 찬 비닐봉지들을 들고 방에 들어갔다.

“오, 타케우치. 나 돌아왔어. 일단 높으신 분들의 수사 협조 요청을 성공적이었고, 돌아오는 글에 근처에 맛깔나는 도시락집에서 저녁밥 사왔어. 일단 밥부터 먹고 수사를 시작하자.”

박스 사이의 협소한 공간을 빠른 속도로 지나가며, 쿠로모리가 방 구석에 있는 화려한 장식의 나무책상에 비닐봉지들을 내려놓고는, 타케우치를 불렀다. 둘이 고급져 보이는 푹신푹신한 의자에 앉고는, 한눈에도 고급져 보이는 도시락을 열어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키야… 도쿄 것보다 장맛이네... 역시 이 집 도시락이 최고라니까!”

쿠로모리가 헐레벌떡 도시락 안의 돈가쓰를 집어먹으며 감탄했다. 타케우치는 새우튀김을 천천히 먹으며 주변에 빼곡히 쌓인 박스들을 궁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네… 그런데 저 박스들은 무엇이죠?”

타케우치가 당혹해 하는 표정으로 마냥 편안하게 식사를 하는 쿠로모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쿠로모리는 별 기색을 보이지 않는 듯 지극히 평범하게 답했다.

“아, 저것들은 내가 도쿄에서 시킨 모니터랑 컴퓨터들이야. 둘이 함께 하면 한 시간 정도 내에 수사 베이스를 완성할 수 있을 듯 해. 일단 당국에 차량을 단속해달라 요청했으니 지금 그쪽서 수사 중일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쿠로모리가 빠른 속도로 식사를 마치고, 바로 빈 물병과 도시락통을 휴지통에 가져다 놓고는, 박스에서 물건들을 빼내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직 반도 먹지 못한 타케우치는 당혹한 표정을 지으며, 먹던 도시락을 내려놓고는 일어나서 쿠로모리를 도와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는 커다란 컴퓨터 두 대와 연결된 각 여섯 대와 네 대의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고, 여섯 모니터가 달린 컴퓨터의 옆에는 도시락이 수북히 쌓여있다. 기진맥진한 쿠로모리가 도시락이 쌓인 컴퓨터 앞에 쓰러지듯 앉으며 타케우치에게 숨차게 말했다.

“흐악… 흐악… 32분 22초 걸렸군. 지금이 8월 3일 20시 18분 22초. 좋아! 타케우치! 수사를 재개하도록 하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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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금요일이 온 덕에 다시 작필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네요.

이번에는 천천히 썼는데, 어째서인지 더 못 쓴거 같은 느낌이 드네요...

원래는 추리에 관한 파트도 쓰려 했는데, 분량 문제로 다음 편으로 밀어버렸네요.

가까운 시일 내에 4편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