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오늘 특집 방송, 어느덧 마칠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가능한 최선을 다했는데 어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따 '2시의 전성시대' ㅇㅇㅇ님이 하셨다면 더 대박이겠지만, 하필이면 이 시간대 방송하는 사람이 저인걸 어쩌겠습니까. 다 여러분들 복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래도 이렇게 무사히 끝난 건 애청자 여러분의 응원 덕분입니다.

 

항상 이렇게만 응원하셨다면 저도 일찌감치 월급 좀 올라... 어험! 쓸데없는 소리가 나왔군요. 메시지 건수 올라가면 보너스 준다는 ㅇㅇ 피디님, 지금어디서 뭐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그 약속 꼭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저 혼자서는 어림도 없으니까 이 방송 듣고 계시는 여러분이 제 증인입니다. 배곯고 사는 가난한 가수 치킨이라도 한 번 원 없이 뜯어보게 좀 도와주시길. 도와주실 거죠?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신다고요? 네, 감사합니다. 안 오시면 제가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끌고 오겠습니다.

 

자, 그래서... 이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군요. 사실 제가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할 말이 없겠지만 말입니다.

 

- 낮은 훌쩍거림. 코를 세게 푸는 소리가 들린다.

 

아, 죄송합니다. 나이에 안 맞게 눈물이 다 나네요. 우습죠? 저도 이렇게 몇 만명이 듣고 계신데 펑펑 울어보는 건 처음입니다. 뭐 저 말고도 우시는 분이 꽤 많을 테니 그다지 부끄럽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혼자인 저와는 달리 그 눈물 닦아줄 분은 계시죠? 다행입니다. 저도 오늘따라 돌아가신 아버지가 격하게 그립군요.

 

0086님, ‘디제이님 손은 제가 잡아드릴게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가족들이랑, 그 옆 사람들도 다 그렇게 말했어요!’ 어이쿠,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예쁜 여자분 아니면 손 안 잡습니다. 0086님은 제 걱정 하지 마시고 가족들 손 꼭 붙잡고 계시길.

 

그렇게 손 꼭 붙잡고, 평소엔 못하던 이야기들 실컷 나누시길 바랍니다. 특히 ‘사랑한다’ 는 말 꼭 빼먹지 마세요. 아니, 이 말만 몇 번이고 반복하셔도 괜찮습니다. ‘고맙다’는 말도 곁들이면 더더욱 좋고요.

 

저희 아버지는 과묵하셔서 평소에 그런 말씀을 별로 대놓고는 안 하셨는데, 방송 듣고 계신 아버님들,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좀 느끼하죠? 입 밖으로 내기가 처음에야 어렵지 그 다음엔 아주 쉽습니다. 아들이랑 딸, 토끼 같은 아내 분 꼭꼭 껴안고 몇 번이고 사랑한다고 해 주세요.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해보겠습니까.

 

8267님, ‘저도 디제이님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9962님도 ‘디제이님 사랑해요!’ 라고 보내주셨군요.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문자 보내주셨습니다. 저도 당연히 여러분들 전부 사랑합니다. 문자 보내주신 분들 나중에 기회 되면 저한테 찾아오시길. 제가 답례로 한 번씩 꽉 안아 드리겠습니다. 아무렴, 반드시 그렇게 해야죠. 방송 듣고 계신 분들 꼭꼭 찾아주시길. 기다리겠습니다.

 

- 알람 소리

 

방금 속보가 새로 들어왔군요. 이제 한 5분 정도 남았답니다. 대피소에 계신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여기 날씨는 굉장히 맑습니다. 평소에 방송할 때면 미세먼지가 자욱하게 끼어 있었는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서울 전체가 쾌적하네요.

 

그나마 다행이군요. 날씨까지 우중충했다면 정말로 우울했을 텐데 말입니다. 하늘이라도 맑아야죠. 안 그런가요? 9876님 ‘저도 보고 싶어요!’ 네, 꼭 다시 볼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제 설명으로 만족해주시길. 남산 위에 하얀색 구름 몇 조각이 걸려 있네요. 저 쪽에 계신 분도 있나요? 갑자기 궁금...

 

- 사이렌 소리

 

아, 드디어 왔네요. 네,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보니까 엄청나게 많네요. 숫자가 어디보자, 하나, 둘, 셋... 못해도 열 발은 넘는군요.

 

진짜 좁디 좁은 땅에 드럽게 많이도 쐈네요. 개새끼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부적절한 언어를 썼군요. 아니, 그 새끼들한테는 외려 어울리는 말인가요? 그럼 한 번만 더 크게 외치겠습니다. 개새끼들! 

 

첫 발은... 하늘에 꼬리를 길게 끌면서 강남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첫 타자는 강남입니다. 반복합니다. 첫 번째 타격 지점은 강남입니다. 정확한 지점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주위 대피소에 계신 분들은 충격 대비하시길 바랍니다. 이제 한 30초 정도면 떨어지겠군요. 제 방송도 슬슬 끝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애청자 여러분, 마지막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언제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굿모닝 라디오의 ㅇㅇㅇ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