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가게의 문을 닫은 이후 거처에 돌아가는 것을 청원했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유대적인 서글픔과 침묵.

그리고 늙어가는 나의 곁에서 그녀의 모습이란 그다지 길지않을 인간의 수명을 속삭이는 듯 했다.

그렇기에 나는 남겨진 몇알의 염주와 오르골이 부수어지는 시간들을 되세기도록 한다.

 

-그들은 과연 돌아올 수는 있는 것인가?

 
비록 나의 삶이란 것은 지나치게 비루한 것이지만 그녀만큼은 행복하게 여기지 않을지.
불어나는 의혹과 걱정으로 순탄치않은 기다림이 지속되어지고 있다.
무엇을 그리워 해야만 하는지 조차 부여받지 못한 사람들이 살아 숨시는 공간,
그것만큼 지리멸절한 죄악은 없었다.
 
“얼마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어.
만약 그녀가 잠들어잇는 장소를 알고 있다면,
그 장소를 파해쳐 보겠노라고 말야. 세간에 인정되리라 여겨지지 않는 행위라는 것에 허탈해지는 마음이 가득해.”
 
“응.”
 
-가슴속에 지니고 다녀야만 하는 것들은 수도없이 많지만, 실질적으로 손에 쥐어지는 것은 없었어.
그에따라 어깨는 지나치게 무거워 졌으리라 생각해.
아마도 그 즈음부터 나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고 살아가리라 마음을 먹었어.
튼튼한 골격을 지니지 않았고, 최소한의 가르침도 물려받지 못한 인간이었는데, 참 우스운 일이지.
 
이제야 기나 긴 여로를 끝내리라 결단을 내린 나그네처럼.
담담하고 정돈된 목소리다. 마치 자신을 옭죄던 대부분의 것들을 청산하리라 여기는 것처럼 옅고 부드러운 어조가 눈에 띈다.
다만 미련이 남겨진 것처럼 쓸쓸함을 담은 단어 하나하나가 공허한 마음을 가득 채워넣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너와 청에게 주어진 세상은 그리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지도 않았어.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희가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노라, 그리 여기며 살아왔건만.”
 
“그또한 나의 선택으로서 이루어진 세상인 것이지.
당신의 잘못은 아니었어. 아무튼 그런 것이니까.”
 
끊임없이 그들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기위하여 발버둥치는 자.
그리고 수십년 그렇게 살아남은 자를 역으로 위로하는 사람.
두사람은 수십 아니 수백개에 이르는 가난한 사람들의 거처를 오르내린다.
지나치게 노쇠하게되어 겨우내 제 기능을 유지하는 것에 그치는 듯 보였으나
사람들의 정신을 부끄럽게 하지도, 망가뜨리려 하지도 않는 족속들이었다.
늙은 지아비의 품에 잠기어있는 것처럼 따뜻하며, 지금껏 이어진 두 사람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셈이었다.
그렇기에 여자의 육신은 상당히 진정되어진 모습을 지니게되었다.
 
“청이 살아가던 세상과 그리 다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장소는 오랜시간동안 남아있어.
기나 긴 세월동안 깊고 넓은 뿌리를 내리며 살아왔어.”
 
견우는 낮게 드리워진 담장에 날이 선 부분에 앉는다.
만들어진 이후로 기나 긴 시간이 지나가 뭉툭하고 흙먼지가 가득해졋으나 그녀에게 별다른 제약을 걸어놓지 못하는 듯 했다.
이내 고양되었던 흥분과 긴장감은 눈녹듯 사라졌다. 이리도 협소한 시간과 공간속에서 평온한 감각을 회복하는 것은 이다지도 앳된 정서였던 것일까.
 
일말의 의문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