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서 나와 조금 더 걸은 뒤 나오는 간단한 인도의 교차로에서 왼편으로 꺾어 약 3초를 걷고, 다시 오른편을 보며 신호를 기다린다. 시간은 8시 43분. 오늘 저녁은 조금 늦게 먹겠군. 시간을 다시 보니 44분이 되고, 초까지 확인하니 37초였다.

뒤이어 먼저 차들의 신호가 바뀌고, 보행자의 신호가 바뀌었다. 푸른색. 또는 초록색 불빛이 걸으라고 말한다.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보니 검은색, 흰색, 흰색, 절반, 다시 검은색이 발에 닿는다.

다리는 수평의 횡단보도를 사선으로 가로지른다. 그래도 버스는 제 시간에 온다.

가로등과 가로수 사이를 통과해 몸을 틀어 오른편으로 돌린다. 약 17보를 더 걷고, 정류장에 서서 반대편의 앉아있는 또다른 사람들을 쳐다본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왼편을 쳐다본다. 바라보는 것 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이 오르막길을 지나가는 사람은 무안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

생각을 하니 50분을 지나갔다. 정류장 전광판, 내가 타야할 버스는 472번, +3, -5, 아직 6분 남았군.

기다리며 지나가는 번호판을 본다. 십의 자리는 많이 보이고, 백의 자리는 아직 덜 보인다. 하나의 작은 승용차. 서울 37 무 7481. 초록색. 글자는 흰색. 시간을 다시 확인한다. 54분 56초.

57, 58, 59...0 56분!

저 멀리 앞에는 주황 택시, 뒤에는 회색의 조그만 볼보 사이에 푸른 버스가 보인다. 택시는 정류장을 질주해 지나간다. 사람들은 정류장에서 왼편으로 움직인다. 버스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올라탄다. 나도 걸어가 올라탄다.

1200원, 삐빅소리 도중 버스는 질주한다. 급하게 손잡이를 잡는다. 소용이 없다. 대신 기둥을 잡는다. 이제야 낫군.

한 정류장 지나고, 좌석의 사람이 내렸다. 재빨리 바퀴 위 좌석에 앉는다. 바퀴 위는 유달리 편안하다. 그리고, 내가 운전자가 된 듯이 유리창을 주시한다. 레이스 같네. 오른창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작아보이고 정수리도 보인다.

익숙한 이름을 듣고 벨을 누른다. 삐이이. 미리 뒷 문에 가 선다. 익숙한 풍경이 보인다. 문이 열리고, 바깥으로 왼발을 내딛는다.




의식의 흐름으로 쓴 버스를 타고 내리기까지의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