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선 검은 눈이 내렸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이곳의 상공을 오가던 낡은 급유선에서 새어 나온 기름이 섞여 내리는 것이리라. 

 

“........”

 

희끄무레한 구름을 가르면서, 거대한 선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구름새 무리와 출동한 모양인지, 군데군데 덧댄 철판들이 안쪽에 실린 기름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차례차례 떨어져 나갔다. 철판이라고는 해도, 특수한 처리를 해둔 물건이므로 적어도 한 장 2t은 족히 나가는 물건이었다. 쐐액,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지상으로 낙하하는 철판들. 빈민가의 허름한 집들은 수수깡으로 만든 오두막처럼 힘없이 뭉개진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동력과 관련된 부분은 손상되지 않아 그대로 지상에 추락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 정도.

 

“누구 없어요? 여기 사람이...!!”

 

이곳에 있는 집들은 대부분 제대로 된 배관 없이, 그저 작은 가스나 기름이 든 통에 관을 연결해 난방이나 음식의 조리에 사용하곤 했기에,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철판이 떨어진 충격으로 허술하게 연결된 관이 끊어져, 유독한 가스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덕분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수송기에서 살포한 적분(赤粉)으로 독성을 중화한 뒤에야 마을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

 

방독면과 두꺼운 방호복을 입은 소방대원들의 눈에 들어온 마을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곳곳에 떨어진 철판과 무너진 집의 파편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그 아래 깔려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도록 으스러진 고깃덩이들은 부패해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 가스가 도시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임시로 세운 콘크리트 구조물에는 수없이 많은 시체가 매달려 있었는데,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광경이었다. 가스에 노출된 피부는 녹아내리고, 근육은 순무로 끓인 수프처럼 변했으며, 뼈는 젤리처럼 말랑해져 외곽에 휘몰아치는 바람을 타고 너덜거렸다. 찐득하게 엉겨 붙은 시체들을 떼어낼 때마다, 그들이 벽에 남긴 피 묻은 손톱자국이 섬뜩하게 눈에 밟힌다.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어떻게든 저 높은 벽을 넘어보겠다고 녹아내린 바리로 연신 땅을 박찬 흔적도 있었다. 

 

“젠장...”

 

개중에서 제일 끔찍했던 것은, 아기만은 살려 보려고 높이 손을 뻗은 채 죽어있는 어느 여인의 시체였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보물을 어떻게든 지켜보려 한 그 필사적인 노력을 조소하듯. 휘어진 팔 사이로 떨어져 버린 그녀의 아기는, 철퍽거리는 고깃덩이가 되어 구더기들의 잔칫상으로 전락했다. 동료 소방관 중 몇몇은 이 광경을 보고 기절하거나, 비좁은 방호복 안에 연신 구토를 했다.

 

“..........”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시체파리들이 냄새를 맡고 몰려들기 전에, 빨리 시체들을 폐기물 자루에 담아 소각해야만 했다.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던 9번지의 경우, 숨 막히는 열기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늦어지는 바람에 한 블록을 통째로 파리에게 내어주게 되었다. 방호복의 투박한 장갑으로 질척거리는 시체들을 쓸어 담아 자루에 담고, 무한궤도 위에 얹힌 간이 소각로에 자루들을 밀어 넣었다.

 

“......욱...”

 

시체가 썩는 냄새는 숱하게 맡아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지만, 소각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역겨운 냄새가 코를 타고 올라와 뇌를 휘저어 저릿저릿하게 만드는 것이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재해 구역 곳곳에 배치된 소각로에서 희뿌연 연기가 피어나, 제사상의 향처럼, 그들의 넋을 위로했다.

 

“..여기는 02번 구역. 소각 완료다.”

 

소각이 끝난 재는 전용 용기에 담아 납으로 만든 보관함에 담고, 그대로 뚜껑을 용접해 혹시라도 안에 든 재를 몸에 바르거나 뿌리지 못하도록 완전히 밀봉한 다음, 1m 정도 땅을 파 그 아래에 파묻는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건물의 잔해를 뒤지며 혹시라도 생존자나 오염 구역이 있는지 꼼꼼하게 살핀 다음, 구역을 콘크리트 구조물로 봉쇄한다. 혹시라도 남아있을지 모르는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소방차 내부에 탑재된 화염방사기로 방호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가며 소독한 뒤 현장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