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윈은 죽었다. 


위대한 장작의 왕의 검에선 불길이 사그라들었고, 그 몸에서 검을 뽑아내자 늙고 쇠한 몸은 기댈곳 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선택받은 불사자는 금방이라도 왕을 따라 쓰러질 것 같은 몸에 힘을 주며 검을 지팡이삼아 다시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정신은 조금이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망자가 될것같이 피곤했고, 육신은 어디 한군데 고통을 소리치지 않는곳이 없었으며, 그를 지켜주던 갑옷은 작은 바람에도 풍파되어 먼지로 돌아갈 것 같이 상하였으나 쓰러진 왕에게서 흘러 들어오는 거대한 힘소울에 고개를 들어 그 너머에 있는, 자신의 목적지를 바라보았다.

쓸쓸하게 타들어가고있는 나약한 화톳불. 불의 시대의 시작이자 모든 소울의 근원.

태초의 화로를.


억지로 몸을 일으킨 그는 지금까지의 여정 중 가장 무거운 걸음을 옮겨 화로로 다가섰고 이윽고 화로의 위에 손을 뻗어냈다. 모두 타들어가 사라지기 직전이였던 화로는 새로이 태울 것을 알아보기라도 한것인지 그의 손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그의 몸을, 그리고 그의 소울을 땔감삼아 점차 몸집을 키워나갔다.

자신을 삼키는 불길을 느끼며 불사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상념에 빠졌다.


그 빌어먹을 수용소와 그곳을 벗어나게 해준 오스카를 떠올렸다.

종을 지키던 무서운 괴물인 가고일과 아름다우리만큼 끔찍했던 마녀 쿠라그를 떠올렸다.

스스로를 죄인이라 칭하며 감옥에 들어가 있으면서도 제사장의 불길을 지키던 아나스타샤

쿠라그와 같이 끔찍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리고 성스럽기까지 했던 이름모를 혼돈의 딸

신들의 도시인 아노르론도의 마지막 남은 인간이자 암월의 충실한 검인 카림의 기사를 떠올렸다.

과거로 끌려갔을 당시 목숨을 바쳐 세계를 구하려던 위대한 기사 아르토리우스와 역사가 잊더라도 자신만은 기억해주겠다던 엘리자베스를 떠올렸다.마누스자식도 잊을 순 없지

위대한 소울의 주인들이였던 이들을, 최초의 사자인 니토와 불을 만들어내려다 역으로 휩싸여버린 슬픈 이자리스의 마녀를, 소울을 연구하다 미쳐버린 비늘없는 백룡 시스, 왕의 명령으로 도시를 지키다 세치 혀에 타락한 네명의 공왕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뒤에 쓰러져있는, 세계를 구하고자 스스로의 몸을 태운 위대한 왕을 떠올렸다.

그리고 불길이 태초의 제단을 넘어 온 세계에 뻗어나가는 것을 보며, 불사자는 자신의 몸이 사라지는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정신이 남아있는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