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이는 잘 있어? 


 네. 요즘에는 나름 체념 하셨는지 잘 게세요.  


 예전만큼 막 발버둥을 심하게 치지도 않으시고. 뭐 나이도 나이시다 보니까 이제는, 어느정도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신거 같기도 하시고.  


 .....그래.


 다행, 이라고 해도 될까? 내가.....  


 글쎄요. 뭐 본인 앞에서만 안 하신다면야.


 사실 뭐 저는 그래도 이렇게 시간 나면 가끔씩 면회도 해 주시면서 오탈자도 조금 만져 주시고, 외전도 하나씩

챙겨 주시니까 조금, 덜 합니다만....... 그런 저도 옛날이 그리워서 또 , 선생님이 술취하셔서 한 기약 없는 2부

약속 때문에 선생님이 섭섭할때가 간간히 있어요. 근데 이제 좀 진행되려는 시점에 끝이 난  그 할아버지는

 좀....많이 힘들겠죠?   


그것도 그렇다.


  진용이한테는 내가 참 못 할 짓 했으니까. 한참 힘들때, 몰래 몰래 수업시간 이나 쉬는 시간때 끄적거리면서 좋아했

었는데.  수능 끝마치면 길고 긴 머릿 속 내용 다 털어서 어디 내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영웅으로 만들어 준다고 

약속까지 했었는데.......


 나중에 잘 해준다고, 영웅이 되었을때 더더욱 돋보이라는 의미에서 초반부에 그 사단을 내어 놨었는데.....

능력이 안되서 수습도 못하고 수감지에 버려만  놨으니. 쓰읍, 원망 많이 했겠다.


  얼마전에 운동 나오셔서 얼굴 몇번 뵀는데 이제는, 독기가 좀 빠지셨는지 원망스럽다 하시기 보단 조금, 그리워 하세요.  


내가 그 사단을 냈는데도.....그리워 한다고? 


 예. 순수했던 선생님의 날 것 그대로의 감성이 너무도 그리웠다고. 이거는 본인이 직접 전해달래요.  진용이 할아버지가.


......


 그때야 지금처럼 선생님이 의무적으로 또 정기적으로, 내용 채우려고 유행 알아보고 유행에 맞춰서 글 쓰시기 전 

이니까. 


 순수했던 시절이었잖아요? 이입도 많이 하시고.


 특히나, 의지 많이 하셨다면서요.  굉장히, 각별한 사이셨다고......


 중 고등학교때는 지금처럼 친구가 별로 없었어서.  걔가 내 가장 친한 친구였지. 나의 첫 주인공 이기도하지만 가장 친한 친구

이기도 했고  또 내가 그 본인이기도 했었으니까. 


........


........




그래서, 요즘엔 어때요? 취미가 일이 되다 보니 이거 생각보다도 더 힘들다 한탄 많이 하셨다면서요.


 특히나, 돈 받아먹는거 때문에 남 눈치보느라 하고싶은 이야기 못써주는게 애들한테도 미안하고, 나 자신도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고. 


 내가 너한테 그런 이야기까지 했나? 


 너는 그래도 내 인생이 한때는 멀쩡하게 굴러갔다는 증거 같은거라 니 앞에선 그런 모습 억지로라도 안보이려고 했던 거 

같은데..... 


 직접적으로 하신건 아닌데, 저도 뭐 다 듣는 소문이 있으니까요. 거기다가 후배들도 가끔씩 습작으로 나눠서 여기까지 데려 오시

니 모를리가 있나요. 걔네한테 한번씩 볼 때 마다 들어보면 다 그 이야기 하더라구요. 


 자신감이 많이 없어지신 건지 예전보다 부쩍 앉아있는 시간도 길어지신거 같고, 그러다가도 영감이 차 올라 시컷 쓰시다가도

쓴 만큼 다시 지워서 처음부터 다시가는 경우도 점점 많아 진다고.


........


 걱정이에요. 저야 뭐 이미 다 끝난 옛 사람인지라 크게 상관이 없지만, 선생님이 써내려가실 이야기의 아이들은 이제 막 시작인건데

선생님이 또 마음의 병을 얻으셔서 이 감호소에 갖히게 되면 어쩌나, 싶고. 


 지크야.....


네?


나, 그만 할까?


.....왜요?


......힘들어서.


.......


 나이는 점점 들어가는데, 조회수는 점점 내려가.  들어오는 돈이 올라도 한참 모자란데, 나가는 돈은 여기 저기, 잘 나갈 때만 생각해서 다들 손 벌리로 찾아 오는데 함부로 대하기도 쉽지 않아. 


 어머니 아버지한테 말 하기에도 평생을 자랑 한번 못 해보신 외동 아들, 이제서야 그럴싸한 함자 하나 얻어 간다고 하니까 신이 나서 여기 저기, 자랑하시는건데 함부로 말도 못 하겠어. 그러시는거 막지도 못하겠고.  


 모자라는 돈 어떻게 발품 날품 팔아가며 메꾸고 있긴 한데.....허리도 아파서 이게 여간 쉽지가 않아.  그래서 어떻게 조회수라도 좀

올려볼까, 잘 나가는 작품 몇개씩 짤라서 여기도 넣어보고 저기도 넣어보고 하는데, 반응이 영 별로라.....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 써 나가면 옆 집이나 앞 집 보면 그나마 있는 독자들도 나가 떨어질까봐 무서워서 함부로 엇나갈 수도 없

을꺼 같고, 그냥 무난 무난하게 가면서 시안부 환자마냥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느낌이야. 


그러다 보니까, 그렇게 살다 보니까.....이제는 글 쓰는것도 별로 재미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할 까? 내가. 


사실 이런 말, 너 앞에서 하면 안되는거 아는데 할 대가 여기밖에 없다. 


진짜, 나는 작가를 할 재능이 아니었나봐. 


븅신새끼. 그것도 모르고 어디가서 작가네 뭐네 하고 다녔다니.  후......


......


미안하다. 추한 꼴 보여줘서. 생각 해 보니 내가 너한테 할 말이 아니었는데. 


그만 가 볼게. 




선생님. 


응?  


그....옛날에, 기억 나세요? 그 있잖아요. 이야기 상으로 보면 저랑 이제 세나가 명운의 검을 두고 처음으로 쟁탈전을 벌이던 날이요.


.....17화였나, 18화였나. 이제 둘 좀 엮으려고 한참 전 부터 준비했던 장면이었지. 그래서, 왜?


 안에있던 저는 구체적인 상황은 잘 모르겠는데요. 그때, 그때.  뭔가 엄청나게 신이 났던 기분이 있었어요. 상황은 급박하다 보면

꽤나 급박했는데도, 뭔가 가슴속에 아리송하게 신이 나는 기분이 전해지곤 했었는데 말이에요?


 글쎄 무슨 일이었지.....


  아! 첫 정산 받던 때다. 기억 난다. 기억 나. 첫 정산 받은 돈으로 신나서 치킨 하나 시키고 맥주 먹고 썻던 기억이 난다. 

 삼만원이었나 사만원이었나?  


 그렇죠? 그럴 거 같았어요. 무언가 그 시점부터 자신감이 잔뜩 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 전까지 솔직히 저나 뭐 세나나 바올이나 제이니 같은 애들 말도 제대로 못하고 무언가 딱딱하고 경직된 기분이 들어서 

별로 자연스럽지 않는 와중에 대사는 또 엄청 길었거든요?  한번치면 마침표까지 막 두문장 세 문장은 기본으로 넘어가고.....

서로 대화하는데도 약간 책 읽는 느낌이 들었어요. 


 확실히, 초반엔 문체를 어찌 할 줄 몰라서 많이 해메긴 했지.


 그러다가도 또 이제 짧을땐 너무 짧고, 뭔가 할 말이 더 남아 있는거 같은데도 휙 돌아서고, 한참 뒤에야 설명조로 하나씩

말 해주고......그러셨단 말이에요? 제 기억엔.   


 근데, 그날 이후론 아니 그날 부터, 뭔가 좀 달랐어요. 확실히 자신감이 붙으신건지, 아니면 무언가 깨닫음을 얻으신건지 제가 제 마음이 가는데로 제가 생각하는 그대로 제가 말하고 행동하고 있더라구요. 의문이 되는 부분도 없고, 자연스럽게. 


 때로는 조금 과장이 있을 수도 오탈자가 섞여서 문장이 이상 해 질수도 있었지만 그거 자체가 무언가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느낌은 전혀 없었고 사람들간에 서로 웃으면서 넘어 갈 수 있게 만드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그랬단 말이에요. 제 기억엔. 


 제 생각인데, 선생님이 그 당시에는 참 재밌게 글을 쓰셨던거 같아요. 본인이 재밌으셨으니까, 이야기대로 흘러가는 저희도 재밌

었고 그러다보니까 보시는 분들도 재미가 있지 않았을까요? 자연스럽게 우리가 다 재밌었고 행복 했으니까, 보는 사람들도 다들

그 행복한 분위기에 맞춰 책장을 넘길 수 있었던거 아닐까 싶어서요.


.......


 저는, 선생님이 하시는 일이 어떤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이 쓰셨다시피 제가 뭐 딱히 머리가 좋지도 않고, 말주변이 대단치도 않은데다가 많이 배우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렇지. 시골구석 촌부의 아들이니까.


 맞아요. 근데 그런 잘 모르는 제가 봐도 그때의 선생님은 신이 엄청 나셨던거 같아요. 저희를 만드는 그 열 손가락에서 묻어나오는

감정이 이 가슴으로 전해졌었던거 같거든요? 


 제가 잘 모르고, 사실 아는것도 없지만 아마도 선생님이 그리고 또 제가, 이름을 그렇게 남기고 잘됐던건 아마도  글쓰는게 즐겁고, 글 쓰는게 재밌었던 것 때문이 아닐까요?  돈이 얼마가되고 조회수가 어떻게 되고라고 생각하기 이전의. 


.......

.........

...........


 금전적인 문젠 현실적인 거라서 제가 함부로 말씀 드릴 수 없겠지만 아직도 글 쓰시는거 자체에 재미를 잃지 않으셨다면,  여기서 그만 마치고 돌아나가셔도 언젠가 선생님은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시게 되지 않을까요?  지금 눈빛만 봐도 그때의 자신을 엄청

그리워 하시는거 같은데 말이에요.


 완결난 놈이 주제넘은 말을 했다면 죄송합니다. 그래도 선생님한테 꼭, 이 말은 해 드리고 싶었어요.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고

해메이던 저에게 선생님도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서 한마디 해 주셨잖아요?


포기 할 때 까지 끝난게 아니다.  헤메고 잃어버리며 다시 찾는게 우리의 삶이니까.


 그래요. 선생님도 ,선생님만의 길을 다시 꼭, 찾아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거 진짜, 재밌었거든요. 여기있는 선생님의 아이들 

대부분이 다 , 그랬을꺼고요. 


......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엎어진 책상 위에서는 흰 바탕화면에 커서가 깜빡거리고 있었고, 장패드 마우스 오른쪽 옆에는 낡은 스프링 노트가 펼쳐져 있었다. 


"......"


 펼처진 낡은 스프링 노트에는 커다란 글씨로 '이세계 용사 강진용' 이라는 글씨와 함께 노트 가득 글이 뺴곡하게 적혀 있었다. 중간

중간에 제대로 그리지 못하는 그림으로 열심히 그림까지 그려가며 써내려가던 어린시절 나의 추억들......가슴설래이던 나의 옛 모험

들을 찬찬히 훑어보며 한동안 어쩔 줄 모르던 나의 가슴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한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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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얼마 안남아서 후다닥 마무리짓고 감. 같은 소재로 나중에 다시 쓸 수도 있는거 같다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