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writingnovel/46210776

2편: https://arca.live/b/writingnovel/46247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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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제 자신을 구해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고 게다가 자신이 원장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면 몇 년 간의 악몽 같았던 나날들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 분명했기에 무서워 몸을 떨었다.

원장은 소녀의 그런 모습이 좋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웃으면서 소녀에게 다가갔다.

천천히 천천히 걸으며 절망하여 더욱 떠는 소녀의 모습을 보는 것을 즐겼다.

소녀는 그녀를 보며 두려워 뒤로 가려고 했지만 하필 책상이 등에 닿아 뒤로 갈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저씨... 제발... 일어나요... 바람을 보여준다면서요..."

총에 맞아 쓰러졌기에 그 어떠한 기적이 있다고 한들 소녀가 지금 원하는 대로 신사가 일어날 일이 없을 것이었다.

원장은 웃으면서 빠르게 다가가 소녀를 마주보며 소녀의 손을 잡았다.

"우리... 괴물아... 이제 일하러 가야지...♡"

"사... 살려줘요... 안그럴게요... 제발..."

"왜 그래~ 내가 너를 죽이는 거도 아닌데... 응? 우리 상품~♡"

"제발... 제발..."

그때 소녀의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녀는 소리가 난 곳을 힐끔 봤는데 죽은 줄만 알았던 마르셴이 오른 팔을 뻗고 있었고 왼 손 검지를 입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소녀는 다시 정면을 봤는데 원장이 갑자기 소녀의 목을 졸랐다.

"꺼윽... 살... 살려주세..."

"생각해보니까 넌 너무 설쳤어. 물건 중 제일이라 계속 두려고 했는데 이젠 죽어야겠어. 이래서 애새끼들은 10살 이전에 기강을 잡아둬야한다니까..."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원장을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일어난 마르셴이 나무 방망이를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게 말이야. 애새끼들은 10살 이전에 확실하게 교육을 해야지. 그래야 너같은 악마가 나오지 않을테니까."

원장은 갑작스러운 마르셴의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자 마르셴은 방망이를 휘둘렀다.

퍽 소리가 나며 원장은 문이 있는 방향으로 날라갔고 우당탕 소리가 들리자 밖에 있던 사람들 중 몇 명이 원장실로 들어왔다.

"너... 원장님을 어떻게 한거야!"

마르셴은 야구 방망이를 한손으로 돌리며 말했다.

"음... 손맛이 있는 걸 보니까 이걸로 애들을 종종 때린 거네. 너희도 이 일에 가담했니?"

"이새끼가 예의를 어디에 쳐박아놓고 다니는 거야!"

"예의? 푸하하하!! 너희처럼 인간말종같은 놈들에게 예의는 무슨 장례식장이나 알아볼 준비나 해라!"

마르셴이 던진 방망이로 시작한 난투극은 소녀가 보기에 아름다웠다.

신사가 던지는 작은 칼들은 마치 바람같았고 칼에 맞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갈대처럼 휘청거렸다.

혼자서 싸우는 게 익숙한 것처럼 작은 칼 하나로 주먹질하는 사람의 손목을 긋고 총을 쏘려하는 사람에게 던져 손가락을 맞추고 이미 칼이 다리에 박혀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의 다리에서 칼을 뽑아 다가오는 다른 사람의 어깨에 박았다.

계속해서 오는 사람들을 보며 그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고 사람들은 그의 얼굴을 보며 기겁했지만 소녀에겐 그런 그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이미 뭐가 옳고 그른지 모르는 소녀에겐 지금 유혈이 낭자하는 이곳 자체가 아름다워보였다.

소녀의 앞에 천장에 있던 총알이 박힌 칼이 떨어졌고 소녀는 그걸 주웠다.

그때 원장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총을 든 팔을 뻗어 싸우느랴 뒤를 보지 못하는 신사를 겨냥하고 있었다.

"죽어... 죽어... 죽으라고!!!!"

"그만해!!!"

원장은 방아쇠를 당기는데 소녀가 그녀의 등을 찔렀다.

원장은 등에 칼을 맞는 그 순간에 몸을 돌렸고
그로인해 소녀가 총을 맞았다.

그 단 한발의 소리로 인해 모든 것이 정적이 되었고 마르셴은 뒤를 돌아 상황을 확인 했다.

원장은 뒷걸음질을 치며 중얼거렸다.

"아니야... 아니라고... 이건... 이건...."

마르셴은 문에 기대어 소녀의 주위를 보는데
소녀는 미동이 없었고 소녀의 머리쪽에서 피가 흐르는 것 같았다.

그의 눈에는 순간 누군가 겹쳐보였다.
원장이 하는 반응도 어떤 남자와 똑같은 반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위치가 달랐다.

그는 그때 누구보다 냉정했다.
그래서 그렇게 할수 있었다.

마르셴은 원장에게 다가가 총을 빼앗고 머리를 벽에 박았다.

몇번이고 그녀가 기절 할 때까지 머리를 벽에 박았다.

원장이 움직이질 않자 마르셴은 소녀에게 다가갔다.

소녀의 머리에는 총알이 긁힌 상처만 있었다.

살짝 긁혀 피가 나다 멈춘 것이 보였다.

하지만 눈을 뜨지않는 소녀를 보며 마르셴은 소녀를 안았다.

마르셴은 소녀가 덜 다친 것에 안심을 했으나
일어나지 않는 소녀를 보며 과거의 응어리를 다시 만나는 것 같아 소녀를 꽈악 끌어안았다.

마르셴이 소녀를 안고 있을 때 원장의 부하들은 멍하니 그를 보고 있었다.

그들이 멍하니 보는 첫번째 이유는 함부로 나서다 원장처럼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고 두번째는 다수가 하나를 잡는데 이렇게 힘이 드는게 맞는가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원장의 부하들이 소리가 나는 곳을 보자
흑색 마스크와 백색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계단에서 올라와 그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원장의 부하들은 지금 달려오는 사람들이 누군지 알고있었다.

'체스', 자신들이 운영하는 고아원을 포함해 한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마피아 집단이었다.

'체스'는 누구라도 자신들의 규칙을 벗어나면 제압하고 무자비하게 벌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있었다.

"제길... 하필 '체스'중에 폰이라니... 가장 귀찮은 녀석들이 왔군..."

"이건 아무래도 투항하는게 빠르겠지."

달려오는 '폰'들에게 원장의 부하들은 두 팔을 머리위로 올려 저항하지 않음을 알렸고
'폰'들은 원장의 부하들을 제압했다.

폰들은 원장실의 안으로 들어가 마르셴의 주위에 둘러싸였고 폰과 함께 온 휴스턴이 마르셴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허허... 마르솅... 자네가 말한 소녀가 이 아이인가보군... 눈을 뜨지않는 건 어쩔수 없는 것이지. 이만 포기하는게 좋을 거야. 어린 놈일수록 몸은 쉽게 으스러지니까."

마르셴이 흘린 눈물이 소녀의 이마에 떨어지자 소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숨... 아저씨 숨 막혀요..."

소녀가 말하는 것을 들은 마르셴은 놀라 끌어안았던 팔을 떼고 소녀의 양 어깨를 잡았다.

소녀는 못다한 숨을 쉬는 듯이 심호흡을 하고 있었고 마르셴은 죽은 줄 알았던 소녀가 살아있음에 고개를 숙여 눈물을 흘렸다.

"아저씨... 울어요..? 울지마요... 왜 울어요..."

소녀는 마르셴이 우는 것을 보고 그를 안고 같이 울었다.

휴스턴은 그런 둘의 모습에 감탄을 하며 말했다.

"오우... 참으로 행복한 엔딩이구만..."

.
.
.

며칠 뒤

소녀는 거실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시예라 고아원... 체...스? '체스'에게 습...격을 당하고 '체스'의..."

"'체스'의 산하기관이 되었고 옛 원장과 관련된 사람들은 전부 '체스'에게 벌을 받았다고 써있네."

소녀는 뒤에서 들린 소리에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아빠! 밥 다 됐어요?"

소녀의 뒤에는 마르셴이 있었고 마르셴은 약간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넌 이럴때만 나한테 아빠라고 그런다? 서운하네."

"밖에서는 아빠라고 부르는 건 창피하지않아요?"

"딱히? 넌 어찌됐던간에 지금은 내 딸이잖아."

"치... 전에는 하지말라고 했으면서..."

"그건... 아이고야~ 빵 타겠다~ 탄 냄새가 나네~"

"아 왜 대답 안해줘요~"

마르셴은 말을 얼버부리며 도망갔고
소녀는 그를 따라갔다.

그렇게 둘은 밥을 먹고 예전에 봤던 사과나무 밑에서 누워 하늘을 보고 있었다.

"아빠, 그때 왜 울었던 거에요?"

소녀는 문득 며칠 전에 마르셴이 울었던게  궁금해져 그에게 물었다.

"음... 처음에 울었던 거 아니면 나중에 울었던 거 둘 중에 어떤 걸 물어보는 거야?"

"둘 다요."

"음... 처음은 내가 사랑하던 이를 지키지 못했던 후회에 대한 재회 때문이었고 두번째는 그 응어리가 풀려서 그랬을 거야."

"아하...그렇군요."

바람이 살살 불며 둘은 시원함을 느꼈다.

"프슈,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네, 뭔데요?"

"내가 너를 입양한다고 했을 때 왜 좋다고 한거야? 보통은 더 친해지고 나서 그런다거나 그러지않아?"

"음... 저는 몇 년동안 지옥같은 삶을 살아왔어요. 그날 나온 것도 죽으려고 나온 거였죠. 하지만 저는 그때 단 하루 동안 아빠와 함께 돌아다니면서 삶이라는 것도 좋다고 느껴졌어요. 게다가 아빠가 그곳에서 사람들이랑 싸우던 게 멋지고 아름다워서 그런 걸지도 몰라요."

"그렇구나... 어? 싸울 때가 좋았다고?"

"네, 싸울 때의 아빠가 멋졌어요. 그리고...."

바람에 사과가 흔들리다 떨어졌다.
그 사과는 마르셴의 얼굴로 떨어지는데 소녀가 사과를 잡고 마르셴을 보며 말했다.

"저는 바람을 찾아야 저주가 풀리는 괴물이잖아요. 바람 덕분에 저주가 풀렸는데 바람을 따라가야죠. 히힛..."

소녀는 말을 끝내고 창피한지 웃었다.

마르셴이 소녀의 표정을 봤을 때
처음 만났을 때의 표정보다 휠씬 밝았다.

"그래... 바람인가... 유치한 이름이네..."

그날은 하늘이 맑고 평화로운 날이었다.

갈대는 바람에 흔들렸지만
바람이 가는 방향을 따라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