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

꾀죄죄한 몰골을 하고 있으며 거렁뱅이 옷을 입은 소녀가 양복을 입은 신사의 양복을 붙잡고 물었다.

신사는 그 소녀를 보며 불쾌감을 보였지만
자신은 지금은 신사이기에 그 누가 자신에게 묻는다면 답해줘야한다고 생각하여 말해주었다.

"꼬마야 바람이라는 것은 너를 시원하게 해주는 거란다."

소녀는 아직도 그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신사는 쉬는 중이라서 할 일은 없었지만 집에서 고독하게 있기가 싫어 나온 것이라 이왕 이렇게 된거 소녀에게 바람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소녀의 손을 잡고 나섰다.

처음에 간 곳은 꽃들이 넓게 펼쳐진 들판이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자 꽃들은 신사와 소녀에게 인사를 하듯이 꽃내음을 풍겨왔다.

신사는 오랫동안 비린내에 시달리다 간만에 맡은 꽃향기에 만족을 하며 말을 했다.

"음, 바람하면 역시 이런 곳이지. 어때? 꼬마야. 이런 게 바람이란다."

소녀는 멍하니 꽃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지만 무엇이 바람인지 이해를 못했다.

"딱봐도 이해를 못한것 같구나 꼬마야. 그럼 다시 날 따려오렴."

신사와 소녀가 두번째로 간 곳은 여러개의 풍차가 세워져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바람을 이용해 곡식을 빻는 곳도 있어 고소한 곡식의 냄새가 바람을 타고 신사와 소녀를 스쳐 지나가는 곳이기도 했다.

신사는 혈기 넘치던 옛 추억을 떠올려 쿵쿵 울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말했다.

"오랜만에 이런 냄새를 맡으니 빵을 먹고싶네. 꼬마야 어때? 이런 것도 바람인데."

소녀는 아직도 무엇이 바람인지를 모르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처음 만났을때보다 초롱초롱하게 풍차를 바라보는 것을 신사는 보았다.

"아! 거기면 되겠구나! 꼬마야 이쪽으로 오렴."

마지막으로 간 곳은 한 사과나무 밑이었다.

신사는 누군가를 떠올리듯이 그윽한 눈으로 사과나무를 쓰다듬었다.

사과나무는 달콤한 과일의 향기를 풍기며 바람에 휘청이다 똑하고 사과 하나가 떨어졌다.

신사는 소녀의 밑으로 떨어지던 사과를 잡고
나무에 다시 손을 대며 말했다.

"이건 사과나무라고 해. 아이작 뉴턴이라는 과학자가 이런 사과나무 밑에 있다 바람에 의해서 이렇게 떨어지던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이라는 걸 알아냈지."

소녀는 여전히 이해를 못한 표정을 지으며 신사를 쳐다보았다.


"끄응... 어떻게 하면 너에게 잘 가르칠수 있을까..."

신사는 어떻게 하면 소녀에게 바람을 느끼게 해줄까라는 고민을 하다 소녀에게서 냄새가 나고 꾀죄죄한 몰꼴은 더이상 참기 힘들어서 우선 소녀를 씻기기로 하였다.

신사는 소녀를 집으로 데리고 와 욕실에 두고 알아서 씻으라고 한 뒤 욕실 밖에서 서 있었다.

신사는 타인을 자신의 집에 평범하게 데려오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이라 신사가 해야하는 일 중에 하나가 맞을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소녀가 욕실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이게 바람이 분다는 뜻이에요?"

신사는 집 안이어서 경계는 하지만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듯이 힘을 뺀 목소리로 소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니, 그건 씻는거잖아. 그런건 바람이 부는 게 아니지."

신사는 그렇게 말하고 문득 자신이 소녀를 데리고 온 것이 문제가 있을지 몰라 걱정되어 씻는 중인 것 같은 소녀에게 물었다.

"꼬마야. 늦었지만 너 이름이 어떻게 되냐. 부모님은 어디에 계시고?"

"부모님이요? 그건 뭐에요?"

"그것도 몰라? 너를 키우신 분들 말이야."

"제가 기억하는 건 시예라 고아원에 있다가 나온 거 밖에 없어요. "

"고아원? 너 그럼 버려진 거냐?"

그때 물소리가 뚝 끊겼다.
신사는 무언가 자신이 잘못 말한 것 같아 식은 땀을 흘리며 귀를 문에 대고 있었는데 소녀가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다 씻었어요. 이게 바람이에요?"

신사는 안심을 한듯이 한숨을 쉬었다.

그후 소녀가 말하는 '바람'을 찾고 고아원에 다시 데려다 주며 사과 할 것을 다짐하고 문을 열었다.

"후.... 일단 내 옷을 빌려줄.... 으어억!!"

신사는 문을 열어 소녀를 보았는데 소녀의 몸은 거픔기가 덜 닦여져 있었고 얼굴에는 없어 몰맀던 여러 개의 멍과 상처와 흉터들이 있었다.

하지만 소녀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놀란 신사를 보았고 신사는 소녀의 양 어깨를 잡고 말했다.

"일단 꼬마야.... 우선 거품기 좀 빼자."

신사는 소녀를 욕실 안으로 같이 데려가 문을 닫고 소녀를 씻겼다.

소녀를 씻기면서 본 소녀의 몸은 갈대같이 가느다랗고 약해보였다.

"꼬마야. 너 이름이 어떻게 되냐?"

"없어요."

"없어? 그럼 고아원에서는 너를 뭐라고 불렀는데?"

"괴물이요. 바람을 찾아야 저주가 풀리는 괴물이래요."

"괴물이라...."

신사는 온몸에 상처와 흉터가 있으며 자신을 괴물이라고 말하는 소녀를 보고 어릴적에 읽었고 지금도 책장 어딘가에 있을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그럼 꼬마야 네 이름을 당분간 프슈라고 불러도 될까?"

"이름을 불러주신다면 좋지만.... 그게 뭐에요?"

"있어 그런 게. 아무튼간에 널 이런 꼴로 보낼 수 없지. 옷을 만들어줄게."

신사는 자신의 옷으로 대충 소녀가 입을만한 드레스를 만들었다.

옷을 만드는 것이 그 신사의 자랑거리였지만 자랑하기에는 자랑에 미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하여 혼자서만 감탄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실력을 감탄하는 소녀가 생겨 나름 뿌듯함이 생겨 신사의 기분이 좋았다.

"옷 만들어주셔서 고마워요. 옷이 너무 좋아요."

소녀는 신사와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표정에 감정을 싣고 있었다.

빙그르르 돌면서 자신의 옷을 보고 웃으면서 몇 번이고 계속 고맙다고 하는 소녀를 보고 신사는 멋쩍은 듯이 웃으며 말했다.

"프슈, 너무 그럴 필요 없다니까. 자, 이제 떠나볼까!"

그때 어딘가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음? 뭐야... 어디서 배가 울리는 소리가 들린 것같은데?"

신사는 자신은 배가 고프지않기에 주위에서 배고픈 소리가 난 것으로 예상하고 주변을 둘러보다 배를 움켜잡고 몸을 떠는 소녀를 보았다.

"아니 프슈 왜 그래?"

신사는 소녀를 보고 놀라 소녀의 양 어깨를 잡고 물었다.

그러자 소녀는 몸을 약하게 떨면서 중얼거렸는데 신사도 그 중얼거림을 들었다.

"배.... 안고프니까 때리지 말아주세요.... 배 고프지않으니까.... 그만.... 때리지말아요...."

"아니, 누가 너를 배가 고프다고 때려. 프슈 적어도 난 너를 때리지 않을거니까 진정해."

신사는 소녀의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마저 갈대처럼 휘청이는 것에 걱정이 더욱 많아졌다.

신사는 소녀의 등을 토닥이며 소녀가 두려워하는 것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을 하였고 소녀는 두려움에 몸을 떠는 것을 멈췄지만 그럼에도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음.... 아무래도 밥 좀 먹어야겠네. 나도 슬슬 배가 고프니...."

신사는 소녀를 부엌으로 데려와 식탁에 앉혀놓고 빵과 야채스프를 주고 자신도 빵과 야채스프를 챙긴 뒤 식탁에 마주보며 앉아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요리는 못해서 이런거 밖에 주지 못하지만 많이 먹어라. 내가 돈이 더 있으면 좋은 음식을 구해다 줄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소녀는 먹어도 된다는 소리에 빵과 야채스프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뜨거운 스프에 입이 데여도 그런 걸 신경쓰지않고 먹는 소녀를 보며 신사는 얼마나 제대로 먹지 않았으면 저러는 것일지 생각을 하며 신사의 마음에는 이제 걱정보다 시예라 고아원에 대한 분노가 조금씩 차는 것 같았다.

잠시후
소녀는 만족한 듯이 숟가락을 내려놓는데
신사는 다 떨어진 스프냄비를 보며 문득 고아원에서 밥 조절해주려고 한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소녀가 했던 행동을 보면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식탁에 있던 빈 그릇들을 치우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 밤이었다.

밤에 돌아다니다 강도를 만나 다치거나 성적취향이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는 것이 싫던 신사는 소녀를 집에서 재우기로 하였다.

"자, 여기서 자면 돼. 무서우면 날 부르고 알겠지?"

신사가 또 만든 잠옷으로 갈아입은 소녀는 밥을 먹고나서 그런건지 비몽사몽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런데... 아저씨는 안하실거에요?"

"하다니 뭘?"

"색스였나... 섹스였나... 하는 거요..."

"무슨 소리야. 난 그런 취향이 아닌 걸.... 잠시만 그거 고아원에서 있을때 말하는 거지."

소녀는 졸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

"네....."

신사가 물었을때 소녀가 답한 것은 충격적이게도 고아원에서 아동 불법노동에 아동 성 착취, 폭행, 협박등 아이들에게 하면 안되는 짓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소녀는 이대로 안될 것 같아서 나온 것이라고 하였고 신사는 분노가 들끓는 것 같았지만 침착하게 말했다.

"내일... 진짜 바람이 뭔지 보여줄게."

"바람을... 보여줄거라고요..?"

"그래, 할 게 있고 안 할 것이 있지. 거기는 선을 한참이나 넘은 거야. 일단 프슈, 잘자렴."

"네..."

신사는 소녀를 재우고 전화기를 열어 누군가에게 연락을 했다.

"어~ 왜 부르나 마르솅. 휴가 중이라고 하지않았나?"

전화를 받은 사람의 목소리는 피로하고 잠을 자야할 것만 같은 목소리였다.

신사는 침을 한번 삼키고 말했다.

"밤중에 실례합니다. 휴스턴, 시예라 고아원에게 바람이 찾아간다고 전해줄 수 있겠습니까."

"오오.... 바람이라.... 그런 유치한 이름을 또 쓰는건가.... 마르솅 자네도 그 이름을 버리지않았나."

"마르솅이 아니고 마르셴입니다. 아무튼 마지막을 장식하기엔 늦었지만 마무리는 해야죠."

"나는 자네가 자네의 트라우마때문에 휴식을 취한다고 들었는데.... 왜 갑자기 다시 움직이려고 하지? 게다가 하필 시예라 고아원이라니.... 자네는 무슨 고아원에만 악연이 있는가? 하하하하"

"그건 말입니다....."

신사는 자신이 소녀에게 들은 일을 전부 이야기를 하였고 전화기 너머에서 책상을 치는 소리와 함께 욕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좋다. 마르솅 보내주도록 하겠네. 어떻게 우리쪽 부하들도 함께 가도록 해줄까?"

"불법적인 일에 제가 불법을 쓰겠습니까. 아무리 당신이 마피아여도 제가 당신에게 사람을 받는다거나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는 마피아가 맞는데 말이지. 아무튼 예고장을 날려주겠네. 우리쪽에서도 자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이번엔 무료로 해주지."

"감사합니다. 휴스턴, 추후에 보답을 해주도록 하겠습니다."

마르셴은 전화를 끊고 아침이 오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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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지 모르겠네요.
원래 단편으로 끝내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길어져 끊어 씁니다.

쓰다보면 언젠가는 필력이 오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