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소 키아노는 잠에서 깬다. 원문이었다면 낡은 고성에서 깨어났어야 할 인물이지만, 나의 망상속에서 그는 맞춰진 알람시계에 맞춰 잠에서 깬다. 


깨기 전 그의 꿈은 전설속 인물들과 함께 넓게 펼처진 평야를 자신의 애마 로시난데와 함께 달리는 꿈. 


 등 뒤로는 동이 터 오르고, 제일 중앙에는 기사중의 기사라 불리우는 아서왕이, 그의 옆에는 그와 함께 세상을 호령하던 

원탁의 기사들이 또 그의 오른쪽으로는 샤를마유의 12시사가, 베오울프가 함께 있었다. 함께, 신이나게 평야를 누비고

돌진했던 기억의 끝에, 흑백색으로 조각난 끔찍한 기억이 잠깐 떠오른 후, 땀에 흠뻑젖은채로 늙은 몸의 키아노는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맞춰 잠에서 깬다.  


 일어나서 냉장고를 열어, 물을 마시고 티비 앞에있는 쇼파에 앉는 키하노.  집은 정원까지 딸린  고급스런 단독주택.

평소와 같이 주변의 흉흉한 사건 사고들이 티비에 비춰진다. 키하노는 늙어서 검버섯이 송송 피기 시작한, 늙은이의 

눈 두덩이로 그런 티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다.


 쇼파에 가로로 기대어 늘어져서, 티비를 바라보고 있는 키하노 영감. 자세를 좌로, 우로 비틀어가며  티비를 시청중이다.

뉴스가 끝나고나서 그가 그렇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중세의 기사들이 등장해 말을타고 나와 드래곤이며, 마왕

이며, 이교도 따위들의 악의 세력들을 무찌르는 정의로운 기사의 이야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가 완전히 지고나자, tv 불 빛만이 남아 있는 거실. 키하노의 늙은 눈동자로 갑옷입은 기사의 형상이

맺인다.  눈을 천천히 꿈뻑이며 기사들의 장엄한 연설들까지 하나씩 머리속에 세기는 키하노. 마지막으로 눈을 천천히

깜빡인다.


 거울앞에 선 키하노 영감.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깡마른 형상에 머리가 새하얗게 질린 노인의 모습. 키하노, 옆에

둔 기사의 투구를 머리 위에서부터 아래로 천천히 눌러 쓴다. 스르륵, 칼이 뽑히는 소리. 꽤나 육중한듯한 진검을 

양손으로 간신히 손에 들어보는 키하노 영감. 비장한 자세로 현관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간다. 


 바깥의 모습은 미래의 모습, 그 자체.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여기저기서 빗나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친다. 

검은머리의 검은 눈을 가진 사람들. 하하 호호 웃고 떠들며 길을 지나치다, 자신과 완전히 다른 모습에 다른 눈동자

를 가지고 있는 키하노를 보고 놀라워한다.   몇몇은 이미 핸드폰을 들어 사진과 영상을 찍기 까지. 


키하노 영감은 그런것에 신경쓰지 않고 빌딩숲을 저벅저벅 걸어나가 교외로 발걸음을 옮겼다.  


 빌딩의 숲 사이를 조금만 걸어 나가다 보니 도착한 교외. 교외는 구름을 뚫고 올라갈 듯 아득하던 빌딩의 숲들과는

대조적으로 허허 벌판에 판자와 슬레이트 몇개만이 뒤섞인 빈민촌이었다. 빈민촌을 들락 거리는 사람들은, 노란색

갈색, 붉은색 등등 각기 다른 머리털 색과 눈 색을 가진, 빌딩숲의 사람들과는 다르고 키하노 영감과는 같은, 

사람들이었다.  키하노 영감은 그런 빈민촌에 머무르는 죽은 눈의 사람들 사이를 갑옷을 입고 누볏다.


 누비고 다니며, 갸냘픈 아낙네들을 건들이는 건달들과 헐벗은 사람들의 돈을 채가는 악랄한 고리대 업자들을 

두꺼운 갑옷과 길고 날 선 칼로서 응징하고, 낭만적인 기사의 대사들을 읆으며 나름대로의 정의를  그 빈민가에

바로세웠다.  


 그렇게 낭만적인 기사도의 길을 걸어나가는 키하노 영감은 출정의 여정에서 경계선 지능 장애를

가진 동네 바보인  남자 산초를 만나 그를 자신의 종자로 한다. 그리고, 뒷골목에서 몸을 팔며 가족의 

끼니를 이어나가던 여인에게 돌시네아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그녀를 자신의 레이디로 멋대로 임명한다.


 미친 할아버지이지만, 자신을 거칠게 다루는 깡패들과 빈민가의 사람들과는 달리 진짜로 레이디처럼

정중하게 자신을 대하는 키하노의 모습에 바보같다 생각하지만서도 은근히 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비오는 날 밤, 레이디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점의 문 밖 모퉁이에서 선채로 잠든 키하노 영감을

바라보며 오묘한 눈빛을 짓는 돌시네아.   빗길의 저 먼 곳 구석에서 그런 두 사람을 꿰뚫어보는 붉은

색과 파란색, 두개의 눈동자가 흐릿하게 보였다.


 그렇게 자신의 정의를 내세우던 영감, 키하노의 출정이후 도시의 뒷세계를 지배하고, 빌딩의 숲에 사는 

고관 대작들에게 뒤를 대는 몇몇의 조직폭력배들이 성가시게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늙은 영감을 처리하기 

위해 어느날, 총까지 들고 주점을 급습하기에 이르른다.  


 키하노 영감은 평소처럼 칼을 뽑아들고 그런 총을 든 남자들에게 맞서지만, 총탄의 위력 앞에서는 속수무책.

총을맞고 쓰려져가는 키하노 영감과 그를 마무리하려 다가오는 조직폭력배 행동대장의 뒷편에  붉은색과

파란색, 두개의 눈동자가 어둠을 뚫고 나와 조직 폭력배들을 정리하고 영감을 구한다.  


 쓰러진 영감에게 뻗은 두 사람의 주름진 손.  엄지의 밑 부분에는 풍차문양이 문신으로 그려져 있었다.


 병원에서 간신히 눈을 뜨는  키하노 영감. 키하노 영감의 앞에는 그처럼 주름이 잔뜩지고 눈에는 검버섯이 피

어난  두명의 영감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명은 이발사, 한명은 신부. 각자 과거의 일을 씻고 새 직업을

가진채 남은 인생을 살아가던 두 사람. 


 이제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키하노는 아무말없이 그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슬픈 얼굴로 키하노를 바라보는 두 사람. 그래도, 이제는 그 기억을 놓아줄때도 되지 않겠냐.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고 너의 선택은 지극히 온당한 것이었다. 너가 그리 선택하지 않았더라도 아마도 그렇게 되었을꺼다 말하는 두사람.


하지만 키하노 영감은 두 사람의 말에 묵묵무답. 입을 꾹 다문채로 멍한 표정으로 한참을 병석에 누워 있었다. 


 두 사람이 사라지자, 개인 병실에 완비된 티비를 통해, 뉴스를 보는 키하노 영감. 늦은 밤, 붕대를 칭칭 돌려 맨 몸으로 갑옷을

손부터 머리까지 입고 끝끝내 투구까지 마저 쓴 후에 병실을 나와 바깥길을 저벅 저벅, 걷는다. 


 폐 공장, 메케한 흰 연기가 뭉게뭉게 펼쳐지는 마약 제조의 현장. 신이나게 최신곡을 핸드폰으로 듣고 있는 조직 폭력배들. 

그런 그들의 앞에 기사의 모습으로 칼을 뺴어들고 달려오는 키하노 영감.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 지, 운이 나빳다고 해야 할 지.

폐공장에는 조직의 보스도, 그가 연줄을 대는 빌딩숲의 회장도 함께 있었다.  


 최후의 순간, 칼을 빼어 든 키하노 영감의 손에 회장은 목이 달아나고만다 .


 다음날, 뉴스에는 키하노 영감의 모습이 대문짝만하게 실린다. 기사 갑옷을 입은 엽기적인 살인마. 라는 소문이 신문과 뉴스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교외, 판자촌, 빈민가에서는 민간인이건 조폭이건 죽어나가도 기사 한 줄 나지 않던 것이었는데. 


 소식을 전해들은 신부와 이발사는  황급히 모여 키하노를 찾으러 주변을 돌아다니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부리나케

키하노의 뒤를 조사하며 키하노를 구속하기위해 빈민촌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녓다. 돌시네아와 산초 키하노 영감을 주점 창고 

밑에 숨겨 두고 그가 발각되지 않게 그의 곁을 지켰다. 


선채로 잠을 자던 키하노 영감의 , 꿈.  


 어깨를 툭툭치며 모든 기사들의 왕이자 존귀한 아발론의 왕인 아서가  젊은 키하노에게 말했다. 그의 

희생은 충분히 값진 것이다. 그는 전사로서 죽은 것이니 슬퍼하지 말라.


그가 지나가고 난 뒤 젊은 키하노. 손을 꽉 쥔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손을타고 내린다.  


 멍한 표정으로 고성의 침대에 몸을 뉘이던 젊은 키하노.  그런 그의 곁으로 검은색 머리카락의 검은 눈을 가진 문 넘어의 

사람이 찾아온다. 절친한  두 벗과 그 남자를 만나는 키하노.  찻잔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키하노는 깊은 고민에

빠진 듯 검지를 탁상에 툭툭 친다.  


 고민 끝에 자신의 거취를 결정한 젊은 키하노. 자신에게 손을 내민 검은 머리의 남자의 손에 자신의 손을 건내어 악수한다.  


 악몽을 꾼 듯 몸서리를 치며 잠에서 깬 키하노 영감. 충혈된 두 눈을 뜬 키하노 영감의 앞에는, 경찰봉을 든 검은 머리칼에 

검은 눈을 가진 경찰이 서 있었다. 바닥에는 몽둥이를 뚜드려 맞고 있는 산쵸와 총을맞아 쓰러져 경련하는 돌시네아가 있었다.

스르륵, 칼을 뽑는 키하노 영감. 말 없이 앞으로 달려나가 경찰들을 하나씩, 베어 넘긴다. 


 카메라맨은 주점을 비추고 있었다. 떠 있는 핼기에서는 주점을 환한 조명으로 비추고 있었다. 무수히 많은 기자들이 그 앞에서

어떻게든 특총을 따 가려고 모여 문 앞의 상황을 중개하는 도중, 거칠게 문을 부수며 갑옷을 입고 피를 잔뜩 뒤집어 쓴 키하노

영감이 모습을 들어낸다. 경찰은 투항을 알리지만, 키하노 영감은 쓰윽 카메라맨과 주변 사람들을 보더니만 황급히 골목길 

쪽으로  뛰쳐 나간다. 


 경찰들은 총을 쏘면서 그를 잡으려 애쓰지만 늙은 겉모습과는 달리 움직임이 날래고 빨라, 쉽게 잡지 못한다.  키하노를 쫒는

경찰들과 헬기. 키하노 영감은 골목길 어기 어귀를 타서 도망치며 그들을 따돌려 보려하지만 쉽지 않았다.  멀리서 날아오는

총탄에 하나 둘 상처가 나기 시작하고, 몰리고 몰린 끝에 결국 키하노 영감은 빈민촌의 끝으로 몰리게 된다. 


 피가 줄줄 흐르며 어찌 해야 할 바를 모르는 키하노 영감. 경찰이 진입한다면, 거칠게 저항하다 최후를 맞이해야겠다 생각하며

칼을 뽑고 문쪽을 향해 쥐고 있던 찰나,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얼굴을 내 비춘 사람은 이발사와, 신부였다.


 경찰차는 키하노 영감이 들어간 곧을 완전히 포위했다. 진압용 로봇을  난입시켜 키하노 영감을 처리하려는 경찰들. 그들을 

진두지위하는 담당자 앞으로 이발사와 신부가 걸어온다.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그들에게 존중을 표시하는 담당자.  두 

영감은 우리가 어떻게던 설득 해 볼 테니,  시간을 달라고 말한다.


 둘은 그러고 나서야 두 문을열고 들어가  키하노 영감을 만날 수 있었던 것. 정신이 완전히 나간 듯 흥분한 키하노 영감의 앞에서

두 사람은 진실을 이야기한다. 


 알폰소 키하노는 원래, 이 지방을 다스리는 젊은 영주였다. 본래는 그저 별 볼일 없는 최남단의 허름한 영지였었지만, 문을 타고 넘어 온 검은 머리의 짐승, 아라시아인들과의 전쟁에서 연패를 거듭하던 에우로페들에게 별안간 최후의 보루로서 자리잡게 

되었다. 


 전설, 신화속의 인물들로서 신비의 가호를 받아 그 무궁한 영광을 누리던 두번째 자손 에우로페인들. 아무것도 받지 못한채 문 밖으로 쫒겨 나간 첫번째 자손 아라시인들.  몇천년을 갈고 닦은 비수에 의해 에우로페의 무궁한 영광이 드디어 끝이 나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빛이나는 마법도, 눈이 부신 성검도, 수없이 뿜어져 나오는 총탄과 육중한 탱크의 앞에서는 그 빛이 바랬기 때문이다.


 영웅들을 동경 해 왔지만, 현 세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키하노는 고민에 빠졌다. 영지의 보존이냐? 영웅다운 최후냐. 고민의고민을 거듭하던 그에게 있어서, 친형재처럼 지내던 사촌동생의 출정과 죽음은 확고한 결정을 내리는 개기로서 작용했다.


 협상테이블에 함께 앉은 것은 오래된 벗이자 막 붙은 두 이웃 영지의 주인 둘. 시대는 변했다. 남은 사람이라도 이 변한 시대의

신민들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라 말하며 키하노를 설득한다. 키하노는 영지 내부에 있는 저항군들을 

손쉽게 넘겨주는 댓가로 영지 사람들을 지키고 주변 영지의 재산 일부를 사유 재산으로 인정한다는 계약을 맺는다. 


 첫 꿈에 나타났던, 평야의 모습은 키하노의 반대편에서 키하노가 보던 그들의 최후. 투구를 뒤집어 쓰고 장렬하게 전사하는 

영웅들을 바라보며 넋이 나가버린듯한 얼굴로 바라보던 키하노. 그것은 신화의 끝이며 전설의 종말이었다.


 아발론은 문을 넘어 온 아라시안인들의 것으로 넘어갔다. 약속들의 일부는 지켜졌지만, 약속들의 대부분은 지켜지지 않았다. 

영지 사람들과 남은 신민들은 그래도 안전과 평화를 보장 할 수 있을줄 알았지만 몇천년을 에우로페 인들에게 지배당한

검은머리의 짐승들은 남은자들에게 쉬이 자비를 배풀지 않았다.  


 키하노는 그렇게 남은 인생을 살아가며 평생을 그 선택에 대한 후회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끝끝내,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완전히 미쳐버린 것이고 스스로가 기사가 되어 그 마지막 전투의 현장에 있었다고 착각했던 것.


 사실을 부정하며, 머리를 쥐어 뜯는 키하노. 현실을 직시하라며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라 말 하는 신부.   키하노 잠시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는듯 싶었으나 다시금 옆에 있는 투구를 뒤집어쓰고 스르륵, 칼 집에서 칼을 뽑은뒤 신부의 앞에 칼을 내밀며

결투를 신청했다. 


 신부는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그의 결투를 받아드린다. 스스로가 기사라고 착각하고 있다면 기사의 룰로서 그를 박살내어

그를 온전한 상태로 바깥으로 인도하는것이 자신의 의무라 생각했기 떄문에. 


 결투는 벌어졌다. 하지만, 총탄에 잔뜩 상처를 입은 키하노 영감은 애초부터 이길 수가 없는 결투였다. 끝끝내 키하노 영감은 

패배하고, 패배의 조건으로 신부의 말을 들어 순순히, 바깥으로 나가기로 약속한다.  


 저벅저벅, 걸어나가는 키하노와 두 사람. 기자들의 무수한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경찰들에게 연행되

려는 그 때, 키하노는 신부의 곁으로 그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배신자이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영주로서 살아 남느니, 마지막은 명예로운 기사로서 스스로 최후를 맞이하겠다 라고. 

키하노는 담담한 얼굴로 칼을 뽑아 거대한 진압용 로봇쪽으로 달려 나간다. 자기 몸집보다 족히 4배는 더 되어보일듯한

거대한 로봇쪽으로.  


 스포트라이트의 빛이 마치 처음의 꿈에서 그를 비추던 햇빛처럼 그의 마지막 걸음 걸이를 환히 비추며 키하노는 칼을 뽑고

웃으며, 최후를 맞이한다.  


: 예전에 피드백 탭에 썻었던, 전투씬에서 확장해봐서 한번 생각 해 본 망상. 돈키호테에 sf 판타지 섞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생각하고 싸질러 본 글임. 그냥 진짜로 플롯으로 아무런 글쓰기를 하지않고 싸지른 줄거리가 두서가 매우 부족한 상태라서 

조금 병신같긴 함. 


나중에 필력이 좀 늘어서 이야기를 전개할 수준이 된다면 꼭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써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