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내가 내 마음을 살폈을 때,

내 마음의 색은 도화지 같은 흰색이였다.


어느 날, 

나는 내 마음의 공간이 하얀 것이 공허히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노랑색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노란색들은 개나리가 피듯이 밝고 선명하게 공간을 채웠다.

나는 행복했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한 순간 일어난 분노의 불길은 꽃밭을 휘감아 순식간에 내 마음을 모두 빨갛게 불들였다.


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더 타다보면 아무것도 남지 않음을 알기에, 

나는 슬픔의 비로 마음을 적셨다.

내 마음은 차가운 푸른색 속에 잠겼다.


모든 빗물들이 따사로운 꿈 속에서 날아가 바닥이 드러났을 즈음에는, 한때 꽃이였던 다 타고 남은 재들이 회색으로 마음을 덮고있었다.

재들은 회색 특유의 빛바램으로 끝을 알려주었다.


시간이라는 이름의 바람은 조금씩 조금씩 아무도 모르게 빗물들이 떠난 곳으로 재를 보냈다.


언재 노란색이 폈는지도 모를 무렵에는,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다시 내가 내 마음을 살폈을 때,

내 마음의 색은 도화지 같은 흰색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