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 슬라브 국가보안위원회 중위 동지에게 (클릭)


인류를 위한 사회주의 낙원을 건설하는 데 기여한 동지의 일념을 당국에선 높이 평가하였소. 


당은 동지의 공산혁명을 굳게 믿고 있소. 혁명을 위해 좀 더 힘내 주시길 바라오. 


곧 전문이 도착할꺼요.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오. 


위대한 사회주의 낙원을 위해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그래... 전문이 왔다고..." 


알렉세이는 담배 한개비를 꼬나문채로 전문을 펼쳐보기 시작했다.


"불이 왜이리 안붙어... 응...?" 


뭔가 이상했다. 그가 펼쳐본 전문은 이전의 전문과는 다른 형식의 글이었다. 


평소와 같은 지시문이 아닌 선언문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알렉세이는 무언가 잘못됬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전문을 계속해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1. 전 KGB 국가혁명단원 동지들에게

글라스노스트/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은 실패했소. 

연방의 공화국들은 독립을 주장하고 바르샤바 조약기구 동지들은 서방의 개가 되기를 갈망하고 있는 중이오.

고르바초프 서기장 동지께서는 개혁 결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시오.

이에 서기장 동지께서 브레즈네프 독트린을 재시행하시기로 명령하셨소.

반동분자들이 국가를 전복하고 미제 괴뢰 국가를 세우려 든다면 

해당 국가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진영 모두에게 문제가 된다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전 서기장 동지의 말씀을 잊어선 안된다는 내용이오.  


2. 고르바초프 서기장 동지께서는 전쟁을 부르짖으셨소!

이 모든 일의 근간은 다 미제의 패악에 있소.

그들이 악마의 속삭임을 흘리는 탓에 평화롭던 공산권 국가들은 국가의 존망이 흔들리게됬소 

우리는 이제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오.


3. 움직여주시오!

이젠 움직여야 할때요! 일어나시오! 혁명 동지들을 갖추고 일어나시오! 

벌써 제국주의 미국에서는 혁명공산당 단원들이 총을 들고 일어났소!

미국뿐만이 아니오! 프랑스 공산당이 파리에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군부와 대치에 들어갔으며 

스페인에서는 스페인 사회노동당과 스페인 공산당이 손을 잡고 카탈루냐에 혁명 위원회를 설치하였소!

대영 공산당은 여왕에게 폭탄테러를 가했지만 암살에는 실패하였다하오.

하지만 어떻소! 서구 세계를 몰락에 밀어넣을 때요.

각국에 숨어있던 혁명단원 동지들은 일어나시오!


4. 이미 국방성은 군대를 움직이기 시작했소

우리 위대한 붉은 군대는 이미 동유럽으로 곧장 진군을 시작했소! 

50000여대의 붉은전차는 미제의 괴뢰국이 되기를 원하는 동유럽 각 국의 반동분자들을 짓밟기 시작할 것이오!

폴란드에 주둔중이던 붉은 군대는 독일 해방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출정하였고

독일에 주둔 중이던 붉은 군대는 국가인민군과 함께 서베를린 함락에 진입했소.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드디어 하나되어 싸우는 날이 왔소!



알렉세이는 물고 있던 담배를 떨어트렸다. 


그의 손은 부들거리기 시작했으며 전문을 쥐고 있던 손은 땀이 차기 시작했다.


그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정말로 범세계적인 혁명이 일어났다는 말인가? 서방과의 전쟁에 들어갔다고? 어째서..?'


그때였다.


"알렉세이 동지! 뉴스는 보셨습니까?" 


그의 믿음직한 동료 드미트리였다. 그는 겁에 질린 듯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동무 진정하게, 무슨 일인가?" 


"모스크바에서 미국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답니다."


"......."


알렉세이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식은 땀을 흘린 채 떨리는 손을 붙잡고 TV를 켰다.


....통령은 매우 유감임을 표했으며, 중앙위원회의 갑작스러운 군사적 도발은 인류가 추구하는 가치에 반하는 행동이며...


군사적 도발은 뭐고 최후통첩은 또 무슨소리란 말인가.


알렉세이는 TV를 끄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드미트리 당장 짐을 싸게. 무슨 일인지 알아내야겠어" 


"알겠습니다 동지" 


그는 로마 오스티아에 거주 중이다. 그가 짐을 싸서 사무실을 나오니 상쾌한듯 역한 바닷바람이 그를 맞이했다. 


하지만 알렉세이는 이를 감상할 여유 따윈 없었다. 


또다른 동지 니콜라이 요원이 건물 앞에서 대기중이었다. 알렉세이는 묻고 싶은 말이 많았다. 


"니콜라이 동지, 어찌 된 일이오" 


"모스크바에서 쿠데타가 있었소, 국가비상사태위원회라 부르는 자들이 크렘린을 점거하고 각료회의를 구성하고 있네"


"그렇다면 당국에서 내려왔다는 전문은..." 


"위원회에서 내려온 것이오. 물론 쿠데타 세력이 보냈겠지." 


"대체 누가 그런 미친짓을 했단 말이오. NKVD는.. NKVD는 어찌됬길래..!" 


"누가 주도하였는지는 잘모르겠소. 허나 NKVD는 제대로 돌아가고 있을터....."


그때였다. 


갑자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세상이 반짝였다. 


그리고 몇초가 지났을까 


알렉세이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 세상이 붉은 색이었다. 


니콜라이는 하늘을 바라보고는 허겁지겁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드미트리는 멍하게 서있을 뿐이었다. 


니콜라이는 다시 급하게 뛰어오더니 알렉세이와 드미트리를 붙잡고는 냅다 뛰기 시작했다. 


"...뭐...뭐야 니콜라이 뭐가 어떻게..." 


"핵이오! 당장 이곳을 떠나야하오!" 


알렉세이는 니콜라이에게 이끌리며 그의 차에 탔다. 


니콜라이는 드미트리까지 탄 걸 확인하고는 엑셀을 밟기 시작했다.


그렇게 알렉세이는 로마 시내를 바라보게되었다. 


검붉은 버섯 구름이 로마 시내 방향에서 타오르듯 솟아오르고 있었다. 


알렉세이는 눈을 꿈뻑이며 본인이 제대로 보고있는지를 의심했다. 


"알렉세이!! 이 근방 지리는 잘알지않는가! 어디로 가야하지! 어디로!" 


니콜라이가 알렉세이에게 외쳤다.


"어...어.. 그러니깐..."


"없소." 


드미트리가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시오. 없소. 나갈 수 없소." 


니콜라이는 그를 노려봤지만 얼마안가 그 이유를 알아채버린다.


알렉세이 일행을 제외하고도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인파가 몰려있었던 것이다. 


혼란에 빠진 로마 시민들이 이곳저곳 엉키며 도로가 마비되고 거리는 막혀버렸다. 


도로가 마비되자 사람들은 자동차를 버리고 도망가기 시작했으며 이에 거리는 점점 막히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로마에 주둔 중이던 이탈리아 군대가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점차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 사이에 낀 알렉세이 일행은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니콜라이의 차는 삽시간에 군중 사이에 갇혀 버렸다.


낙진은 서서히 퍼지는 채로.


.

.

.


"뭐가 어떻게 되가는거야!!! 동무!! 나는 서기장이오!! 나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고르바초프는 분노에 휩싸인듯 고함을 내질렀다. 


그는 쿠데타에 의해 알수없는 집에 감금된 상태였다. 


그가 감금 당한 집은 소련군에 의해 24시간 철통감시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 앞에는 뚱뚱한 TV 한대가 놓여져 있었다. 


TV속 내용은 소련이 서방세계에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


그리고... 


"잘있었는가 고르바초프 서기장" 


"드미트리 야조프? 자네 짓인가?! 자네가 어떻게 날!!!!"


"...... 서기장. 자네도 잘 알겠지만 개혁은 실패했고 동구권은 몰락 위기였어. 나는 이를 구한거다." 


"개소리. 자넨 미쳤어!"


"소련을 몰락 위기에 빠뜨린 작자가 할 말은 아닌거 같군" 


야조프는 시가 한대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힌다.


"후.... 서기장. 난 자네를 애국자로 만들었어. 오히려 고마워 해야지" 


"그건 또 무슨소리인가 야조프"


고르바초프는 충혈이 된 눈으로 야조프를 노려봤다.


"자네의 주도로 전쟁이 일어났다는거지. 자네는 개혁의 실패를 인정하고 강경파로 돌아선거야"


"이 무슨...! 난 그런 적 없네!" 


"로마, 워싱턴d.c, 런던, 파리, 앵커리지, 마드리드, 뉴욕, 서울, 도쿄" 


야조프는 도시 이름을 읊기 시작했다. 


"이 도시들이 뭐를 의미하는지 아는가? 서기장?" 


"...서구권 국가들이 아닌가"


야조프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그리고 핵이 날아갈 곳이라고 해두지" 


"뭐...?!" 


야조프는 시가를 땅에 버리고는 군화로 짓밟고 비틀었다.


그리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고하게 서기장 동지. 자네의 애국심은 역사가 기억할 것이야!" 


고르바초프는 괴성을 지르며 집을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소련군이 제지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고르바초프는 쓰러졌다. 그렇게 애국자가 된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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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처음 써보는데 왜이리 어렵고 오래걸림

소설 쓰는 사람들 존경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