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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아침이 찾아왔다.

소녀는 눈을 떠 주위를 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에 눈물을 조금 흘렸다.

소녀가 우는 소리를 들었는지 마르셴은 벌컥 문을 열어 소녀를 보았는데 소녀의 표정에서 기쁜 것이 눈에 들어와 안심을 하고 소녀에게 다가가 소녀를 안아주었다.

소녀는 참았던 소리를 내며 펑펑 울었고 마르셴은 소녀의 눈물을 계속 받아주었다.

잠시 후 소녀가 진정을 하자 마르셴은 소녀의 얼굴을 닦아주며 말했다.

"아침은 준비 했으니까 화장실에 갔다 오렴."

어제와 같은 말투였지만 조금 낯선 그의 목소리에 소녀는 약간 당황했지만 그의 모습은 어제 보았던 신사적인 모습이었기에 소녀는 마르셴의 말대로 화장실로 갔다.

잠시 후
소녀는 화장실에서 나왔다.
은은하게 풍겨온 구운 빵의 냄새와 베이컨의 향기가 느껴져 소녀는 종종걸음으로 부엌으로 갔다.

부엌에는 마르셴이 소녀가 앉을 자리에 구운 토스트와 베이컨 그리고 우유를 둔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소녀는 조심스레 자리에 앉아 마르셴을 보며 말했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소녀가 말을 하자 마르셴은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떴는데 그 눈은 어제 보았던 밖에선 친절하고 집 안에선 흐리멍텅하던 눈이 아닌 뭐라도 잡아먹을 듯하게 살기를 내뿜는 눈으로 되어있어 소녀는 겁을 먹었다.

마르셴은 조심히 소녀에게 말했다.

"프슈, 먹어도 돼."

소녀는 마르셴의 눈치를 보면서 조금씩 먹고 있었다.

"먹는 중에 미안한데.... 하나만 물어뵈도 될까?"

그때 마르셴이 소녀에게 물었다.

소녀는 마르셴이 하는 말에 약간 움찔거렸지만 어제의 그 미안한 감정이 묻어 나오던 말투와 같아서 토스트 조각을 입에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맙구나. 그럼 이야기를 하마. 이제 프슈 네가 다 먹으면 시예라 고아원으로 갈거야."

소녀는 자신을 다시 그곳에 넣으려고 하는 것일까 두려워 눈물을 흘렸고 마르셴은 예상은 했지만 당황하여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니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고... 어쩌면 맞을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네가 생각하는 건 아닐거야."

소녀는 우유까지 다 마시고 일어났고
소녀가 일어난 것을 보고 마르셴은 옷장에서 자신이 만든 소녀의 드레스를 다시 꺼내어 소녀에게 주었고 소녀는 잠옷에서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마르셴은 어제와는 다르게 붉은 계열의 양복을 입었다.

모자부터 자켓,와이셔츠에 바지 그리고 구두까지 모두 색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붉은 계열이었다.

소녀는 궁금했지만 자신이 말을 해도 반응은 그들과 똑같을 것 같아서 그랬다.

집 밖으로 나오니 바로 앞에 고급차와 흰 자켓과 검은 와이셔츠, 흰 바지와 검은 구두 그리고 검은 복면을 뒤집어 쓰고 흰 페도라를 입은 남자가 가만히 서 있었다.

 그는 휴스턴이 중심으로 일하는 '체스'의 일원이었고 마르셴은 그의 복장을 보고 휴스턴이 보냈다고 생각하여 말없이 차의 뒷문을 열어 소녀를 태웠다.

마르셴은 소녀를 먼저 태우고 자신은 나중에 들어갔다.

휴스턴의 부하는 앞좌석으로 가 운전대를 잡고 마르셴을 봤다.

마르셴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고 휴스턴의 부하는 어디인지 아는 것 처럼 자연스레 출발을 했다.

마르셴과 소녀는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마르셴은 소녀가 정신적으로 무리가 갈지도 모르는데 데려가는 것이 맞을지 걱정을 하고 있기에

소녀는 자신을 하루동안 돌봐준 신사가 다시 그곳으로 데려가 자신을 또 다시 고통으로 빠트리려고 하는게 아닐지 걱정이 되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말을 걸지않고 고민만 하고 있었다.

.
.
.

마르셴이 지내던 곳에서 조금 멀리있던 시예라 고아원 앞으로 차는 멈추었고 마르셴과 소녀는 내렸다.

휴스턴의 부하가 경적음을 두번 울리자 마르셴이 고아원을 보다 소리를 듣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휴스턴의 부하는 쪽지 하나를 그에게 주고 차를 움직여 사라졌다.

마르셴은 밤 중에 그들이 조사한 내용이 담긴 쪽지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쪽지를 자켓 주머니 안에 넣은 뒤 고아원 앞으로 갔다.

고아원 앞에서 소녀는 두려움에 떨며 마르셴의 양복을 꼬옥 잡았다.

소녀는 마르셴도 그들같은 느낌이 들어 약간의 불신이 있었지만 그들이 있던 고아원에서의 몇년보다 마르셴과 같이 있었던 단 하루가 꿈만같았고 행복했기에 지금 가장 의지가 되는 그를 믿고 가는 수 밖에 없었다.

마르셴은 소녀의 마음을 알아서 그랬을까 소녀의 떨리는 손을 잡아주었다.

마르셴은 다른 손으로 고아원 문앞에 있는 초인종을 눌렀다.

아이들의 이야기소리나 웃음소리가 들려야 할 고아원은 고요해도 너무나 고요했고 초인종 소리만 몇 번 반복해서 들릴 뿐이었다.

초인종 소리가 잠잠해지자 굳게 닫혀있던 고어원의 바깥 문이 열렸고 마르셴과 소녀가 안으로 들어가자 현관문이 열리며 말끔한 외모와 단정하게 입은 옷차림의 여자가 나왔다.

"어서오세요... 바... 바람님..."

고아원의 원장같았던 여자는 마르셴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데 '바람'이라고 말하는 것에 무언가 두려워하며 말하는 것 같았다.

마르셴은 소녀를 잡고 뚜벅뚜벅 걸어서 열어놓은 문 안으로 들어갔다.

소녀는 안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며 마르셴의 팔을 안아 붙잡았고
그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어 소녀를 안심시켰다.

안으로 들어가니 풍기는 것은 깨끗한 냄새였다.

아이들은 낮잠을 자는 것처럼 누워있었고
학교에 갈 나이가 된 아이들이 있는 것처럼 중간중간에 신발이 없지만 이름표가 붙어있는 신발장이 있었다.

그러나 마르셴은 자신이 십몇 년동안 누군가를 죽이거나 은폐를 한적이 많았기에
깨끗한 냄새 사이로 들어오는 피 비린내가 맡아졌다.

원장은 뒤늦게 들어와 문을 닫고 말했다.

"저... 이야기는 들었는데... 무슨 일로..."

마르셴은 소녀가 붙잡고 있는 팔을 앞으로 들며 원장에게 소녀를 보여주었고
원장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아이는 우리 고아원 아이가 맞는대요... 가출을 했었는데 찾아주신 거군요..."

원장은 고마운 표정으로 웃었는데
마르셴이 보았을때는 모두 가식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마르셴은 자신이 해야할 것을 알기에 우선 원장이 바라는 대로 따르기로 하였다.

"이... 아이에 대하여 이야기 좀 나눕시다."

소녀는 그의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방금 전까지 머리를 쓰담아주며 자신을 안심시켜던 그가 결국 자신의 우려대로 자신을 넘기려고 하는 것 같아서 눈에 생기가 사라지며 다시 그를 처음 만난 그 표정을 지어 그에게 보여주었다.

소녀의 마음에 이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것이었고 바람이 갈대를 완전히 눕힌 것과도 같았다.

마르셴은 소녀의 생기를 잃은 눈에 자신을 처음 봤을때 지었던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를 보며 이번에도 자신이 실수한 것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원장을 우선 안심시키기 위해 원장이 원할만한 것을 해야했었고 그 대가를 소녀가 자신을 못 믿는 것으로 치뤘다고 속으로 변명을 하였다.

원장은 위층으로 오르며 둘에게도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위로 올라가니 클래식이 들려왔고 여러 명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사람들은 모두 마르셴을 보고 있었고 마르셴도 그들의 시선이 느껴져 미묘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원장은 원장실까지 안내를 하며 둘을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클래식은 잠잠하게 들려왔지만 너무나도 고요한 곳에서 잠잠하게 들려와 더욱 정적을 만드는 것 같았다.

원장은 두 사람 앞에 마실 것을 두며 말했다.

"아...아이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려고 여기까지 오...오신거죠?"

마르셴은 마실 것을 마시려는 소녀를 막고 소녀 앞에 놓인 컵을 자신이 있는 쪽으로 가져오며 원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이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마르셴의 말을 들은 원장의 표정은 공포와 경악 그 두가지의 감정이 고스란하게 드러내는 것 같았다.

"아... 아하하 그러시군요..."

침착하게 말하는대도 불구하고 두려움에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는 마르셴에게 정확히 들어갔고 마르셴은 확실함을 느꼈다.

"그전에.... 저를 굉장히 두려워 하는 것 같은데 저에 대한 소문은 굉장히 많이 들었나봅니다?"

마르셴은 밑밥을 깔아놓았다.

자신이 '바람'이라고 지칭하며 활동하던 때에는 주로 문제가 있던 고아원에서만 출몰했기에 이 고아원이 잘못이 없다면 들어도 무서워 할 필요가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아... 네... 드...들었죠... 예..."

웃으며 대답하나 조금 전 보다 떨리는 목소리에 마르셴은 확신을 하여 단도진입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뭔가 문제가 있는 고아원에서만 제가 나타납니다. 10년 전에 갑자기 사라졌지만 다시 나타난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을쎄요? 왜 오신 걸까요..?"

"솔직하게 말하면 봐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이 구역은 체스가 맡고 있지않습니까. 저는 체스의 고위직과 아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솔직하게 말해준다면 제가 그사람에게 부탁해서 낮은 형벌을 받게 해드릴게요."

"아니... 그게 마피아인데... 되는 건가요..."

"마피아라니요. 시민경찰입니다. 나라가 머저리같이 행동하기에 시민들이 직접 움직이는 겁니다."

원장은 궁지에 몰려서 그랬는지 책상을 치며 일어나 버럭 화를 냈다.

"그건 불법이잖아요!"

"불법이요? 아이들에게 그런 짓을 해놓고 불법을 말할 자격이 있어요?"

"저는 일평생을 아이들을 자식처럼 대하면서 지내왔어요. 아이들도 전부 다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저를 좋아했다고요. 당신이 저 버릇없는 애한테 무얼 들었는지는 몰라도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요..."

소녀는 원장의 그런 연기가 혐오스러웠다.
그러나 옆에있는 신사에게 말해봤자 달라질게 없을 것이라 생각을 해 묵묵히 손을 꽉 쥐며 힘을 줄 뿐이었다.

마르셴은 그러한 소녀의 행동을 놓치지않았다.
분명 소녀는 진실을 말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원장을 보며 말했다.

"아이들을 자식같이 대할 정도로 아이들을 사랑했다면 이 아이는 어떻게 불렀습니까."

"그야 당연히! 당연히....."

원장은 자신있게 말하다 주춤거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마르셴은 이젠 말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 한숨을 쉬었다.

"됐습니다. 제가 제안을 하나 하죠."

"갑자기 제한이요..? 뭘 하시려고..."

"이 아이는 제가 입양하겠습니다. 허락해주신다면 좋겠는데요."

소녀는 깜짝놀라며 마르셴을 쳐다봤고 원장도  놀라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아아.... 안돼요.... 그 아이는 저희쪽에서 제일 필요한 아이라서..."

"제일 필요하다고요? 왜죠?"

"그야.... 후.... 바람님... 못 드리는 대신에 제가 당신이 그 아이를 지명하면 좀 싸게 해드릴게요. 그러니 그 아이를 데려가는 것 만큼은..."

원장은 어차피 마르셴이 고아원의 비밀을 아는 것 같고 제일 상품성이 좋은 소녀를 떠나보낼수 없는 입장이라 그에게 조건을 포함한 협상을 했다.

하지만 그건 가장 큰 실책이었다.

마르셴은 더이상 감정을 참지 못해 얼굴이 일그러지도록 찡그리며 말했다.

"제 과거를 모르시면 입을 아에 열지 마시죠. 게다가 저는 당신들 같은 쓰레기처럼 성적취향이 이상하지도 않아요."

원장은 더욱 가라앉은 목소리와 일그러진 표정을 보며 자신이 실수한 것을 깨달았다.

"끄응...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그 아이를 드릴테니 조용하게 넘어가주시면 안될까요?"

"아이들을 상품처럼 이야기하는 걸 보아하니 몇 번은 아이들을 팔았나봅니다?"

원장은 정곡에 찔린 듯이 움찔거렸다.

그 후 원장은 일어나  마르셴과 소녀의 뒤에 있는 서류가 들어있는 책상 서랍으로 가 그곳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원장은 뒤적거리다 무언가를 잡고 멈칫했다.
그리고 그녀는 마르셴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찾았는데 한가지 필요한게 있어요..."

"뭔데요?"

마르셴은 원장이 있는 곳을 봤다.

그 순간 철컥 거리는 소리와 함께 원장은 총을 들고 있었고 마르셴이 주머니에 손을 넣자 원장은 총을 쐈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마르셴은 뒤로 넘어가며 쓰러졌고 소녀는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총을 쏜 원장은 익숙한 듯 두손으로 꽃받침을 만드는 것처럼 턱에 대며 말했다.

"그야... 당신의 목숨이에요... 고마웠어요. 덕분에 상품을 찾았으니까요. 후훗...♡"

원장은 통쾌하고 뭉친 것이 풀린 듯 미친 것처럼 깔깔 거리며 웃었고
소녀는 그런 원장을 보고 무서워서 마르셴의 곁으로 다가가 그를 끌어안으며 울었다.

소녀는 그를 신뢰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자신을 위해서 원장과 협상을 하다 총에 맞은 그가 원장보다 더 믿을만한 사람인 것 같아서
게다가 그 하루의 추억이 몇년 간의 고통보다 더 좋았기에 소녀는 그에게 마음을 다시 열었다.

"아저씨... 죽지마요... 제발..."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며 누울 곳이 없던 갈대가 죽어가는 강한 바람에 겨우 누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