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마 걸친 늙은이는

청동 단검을 품었다.



필멸의 운명을 두려워해

심장에 기계를 쳐박고는



저승의 군주와 협상하려

머나먼 여정을 떠나왔다.



마침내 대면한 두 사내들

늙은이는 청동을 겨눈다.



그가 쉰 목소리로 소리친다.

"내게 불멸의 운명을 주시오."



군주는 멋쩍게 미소짓는다.

그러곤 늙은이에게 되묻는다.



"그대는 정녕 살아있소?"

늙은이의 왼다리의 힘이 풀린다.



심장에 기계를 쳐박고서

기약없는 여정을 떠난지

어느덧 세어서 이천 년.



썩은 살점을 덕지덕지 매달은

구더기가 들끓는 역겨운 시체가



기계 심장에 의존한 채로

저승의 문턱에 당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