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떴는데 낯설고 어두운 지하실에서 손발이 꽁꽁 묶인 채 침대에 누워 있고 발버둥 쳐봐야 벗어날 수도 없었어.


배는 고픈데 소변은 마려오고 온몸을 비틀다가 한계에 이를 때 얀순이가 오는 거임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빨리 풀어달라고 소리를 지르지만 얀데레는 나를 사랑스럽게 쳐다만 보는 거야


그러더니 이렇게 말하더라고. "그렇게 비명을 질러봐야 얀붕이 하나 정도는 사라져봐야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어안이 벙벙했지만 대체 뭘 쳐먹였는지 아무튼 방광이 터질 것 같고 한계에 이르러 바지에 오줌을 질렀어


얀순이는 나를 씻겨주겠다고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말통 채로 담아서 들고 와 내 몸에 냅다 들이 붓는 거임


나는 화상을 입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그럴 때마다 얀순이는 특유의 광기 어린 웃음을 짓는 거임


수치심과 고통과 공포에 짓눌려 벌벌 떨게 되고 뭐든지 해줄테니 제발 살려만 달라고 싹싹 비니 얀순이는 내 아이를 갖고 싶다고 하는 거임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얀순이가 내 쥬지를 암만 열심히 세우려고 해도 세워지긴 하냐


그래서 얀순이는 일주일 뒤에 아기 만들자고 하고는 내 쥬지에 정조대를 채우더라


그 후 일주일 동안은 얀순이가 왕이었고 나는 철저하게 얀순이의 비위를 맞춰줘야 했어


예를 들어 얀순이가 밥을 가져오면 처음에는 '얀순아 사랑해'라고 말해야 줬어.


가면 갈수록 문장이 길어지더니 나중에는 '천사 중의 천사이자 저의 사랑이신 얀순님 저에게 일용한 양식을 주옵시고 다른 년들에게 함부로 눈 돌린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고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셔서 감사드립니다.' 뭐 이딴 감사인사를 가장한 개소리를 읊어야 밥을 주더라


그마저도 저 개소리도 일치율 20% 이하로 맞춰서 매 끼니마다 다르게 말해야 하니 정말 좆같은 거지


거기다 얀순이가 하루종일 나를 곁에서 지켜보는데다가 나는 매순간 얀순이를 기쁘게 해야 했어


세헤라자데가 술탄과의 첫날 밤에서 살아남기 위해 천일야화를 읊었다면 나는 얀순이와의 일주일을 살아남기위해 얀순어천가를 끝없이 읊어야 했지


거기다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건 얀순이 밖에 없다고 나를 찬양하라고 세뇌를 하더라고


당연히 예, 예, 맞습니다, 굽신거려야지. 조금이라도 심기에 거슬리면 쥬지털에 불을 지르지 않나 손톱 발톱을 뽑지 않나 채찍으로 신나게 후려치지 않나 갖은 고문을 하는데.


한 번은 될대로 되라 식으로 얀순이에게 반항을 했지. 큰 건 아니고 그냥 얀순이가 하는 말에 입 꾹 다물고 반응도 안하는 거야.


그러면 얀순이는 가차없이 전기 스위치를 누르지. 쥐 날 때 그 특유의 고통이 수십초간 온 근육을 가로지른다고 생각해봐라. 전기고문이 여타 고문들보다 훨씬 끔찍하고 고통스러운지 처음 알았어. 한 번 당하면 이성이 생각하기도 전에 울고불고 도게자를 하게 되더라


가장 힘든 건 아침에 일어날 때지. 알다시피 남자는 모닝 발기를 하잖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런데 정조대에는 쥬지가 발기하면 자동으로 전기스위치를 켜는 그런 장치가 달려 있었더라고. 당연하게도 수십초간 전기 고문을 당하게 돼. 


거기에 얀순이는 깜짝 놀라서 달려오고 대체 어떤 년이 꿈에 나타나서 자기를 흥분시켰냐고, 자기의 사랑은 가식이고 나를 속이려고 한 거냐고 따지고 들지. 나는 살기 위해서 싹싹 빌어야 했어.


너무 끔찍했어. 그런 건 사랑이 아니야. 얀순이는 사람새끼도 아니고. 난 단 한 번이라도 그녀를 사랑한 적도 없었고.


다행히 기적적으로 탈출했어. 허탈하게도 감금장소는 우리집 아파트 지하주차장 한 켠의 장비실이었더라.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여파로 난 지금도 끔찍한 악몽과 후유증을 앓고 있어.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얀순이는 나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나는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어. 내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아는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있어주면 좋다고 생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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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순이는 자기가 자른 나의 열 손가락을 실로 꿰매 묶었다. 그것을 티셔츠 입듯이 목에 걸려고 했는데 머리에 걸려서 들어가지 않았다. 한참을 시도하더니 그냥 머리에 쓴 채로 두었다. 마치 피묻은 면류관과도 같았다.


"자기야, 나 어때?"


나는 격하고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얀순이는 내가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자기는 거짓말을 잘하지. 그런 건 사랑이 아니라고? 마음에도 없는 자기 여친 비위를 맞춰줘야 해서 좆같았다고? 나빳어 정말."


나는 혀도 잘리고 이빨도 전부 뽑혀서 말할수도 없었다. 온몸은 단단히 묶여서 움직일수도 없었다. 신음을 내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예상대로 자기가 사라졌어도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누가 갇혀서 비명을 지르는데도 아무도 신경도 안쓰고 네 휴대폰으로 온 부재중 통화나 연락문자가 0건이더라고. 대체 어디서 구원을 얻으려고 했던 거야?"


얀순이는 고무줄로 내 오른다리 허벅지를 피가 안 통하게 꽉 묶었다. 바닥에 있던 전기톱을 켰다. 엔진소리가 정말로 웅장했다. 나는 오줌을 지려버렸다.


"자기에게 관심 있는 건 나 말곤 없는데도 자기는 처지도 모르고 탈출하려고 하는구나. 팔다리를 전부 잘라서 걸어서는 도망치지 못하게 해야겠다. 걱정하지마. 난 자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상태에 처했든 변치않고 영원히 사랑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