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성녀는 비몽사몽한 얀붕이를 찾아왔어 


"좋은 아침입니다 여신님, 방금 막 기쁜 소식이 들려와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저는 여신이 아니라니까요, 성녀님............그놈의 기쁜 소식은 또 뭔가요?"


이른 아침부터 찾아와 귀찮게 구는 성녀때문에 얀붕이는 자기도 모르게 사납게 말이 나왔어


오늘도 또 별 시답지 않은 얘기로 자신을 괴롭힐게 뻔하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오늘 성녀가 찾아온 이유는 제법, 아니.......무지 큰 일이였지 


"오늘 새벽, 성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여신님!"


"저희 성국 해군의 항공함대가 서방제국의 함대를 기습하여 괴멸시키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동시에 저희 육군이 적들의 수도로 빠르게 진격중입니다,


여신님을 핍박했던 이단들의 수뇌를 이 땅에서 몰아낼 성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니 저희를 지켜봐 주시고, 축복해 주세요!


여신님께서 함께 하는 한, 저희는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답니다!"


얀붕이의 모든 사고회로가 약 30초간 정지했어, 


성녀가 기도만 하다가 많이 심심했는지 아침부터 농담따먹기나 하러 온것이라 생각했어 


그냥 그렇다고 믿고 싶었지


"설마, 농담이시죠.........? 하지만 별로 재미는 없었네요............성녀님"


"감히 여신님께 어찌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제 영혼을 걸고 맹세합니다! 


모두 사실입니다...........앗 여신님.........??!.........밖에 아무도 없습니까? 당장 의료 사제를 불러오세요........!!"


얀붕이는 눈을 몇번 꿈뻑꺼리더니, 그냥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어 


아침에 눈뜨자마자 다시 극심한 스트레스와 혈압상승으로 졸도해 쓰러진 얀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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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는 성국에서 보낸 선전포고문을 보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고 있었어 


"하아, 진짜 이상한 놈들인건 대충 알고 있었지만.............이건 그냥 미친놈들이잖아?"


"으음, 이단목록에 내 이름도 있네........... 뭐 너는 당연한거고......."


"뭐, 그래도 오히려 잘됬어.....그만큼 신성왕국에는 이제 정예들이 빠져나갔다는 거니까"


"당장 우리 목이 날아가게 생긴것만 빼면 그렇지"


"일단 동방제국 녀석들에게도 서신은 보내놨어, 뇌가 있다면 이 상황에서 손가락 빨고만 있지는 않겠지"


"단 한명때문에 세계가 전란에 휩싸이다니, 역사가들은 이 멍청한 짓을 뭐라고 기록할까?"


"패권이니 외교니 하는 망상이나 열심히 하고 있겠지


그나저나 게랑 처녀에게 접선한 건은 어떻게 됬어? 


과연 그 녀석들이 받아드릴까? 우리를 절대 믿지 않을텐데?"


"믿지 않아도 별 수가 있겠어? 신성왕국에 잠입해야 하는데 싫어도 받아드릴 수 밖에 없겠지, 그들은"


황녀의 입꼬리에는 잔혹한 미소가 지어졌지, 생각보단 계획이 잘 진행되어 제법 즐거웠거든


하지만 황녀는 소녀들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어


그리고 오만함은 반드시 방심을 부르는 법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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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신성왕국 수도의 한 여관


놀랍게도 결코 모여서는 안되는 인물들이 다섯이나 모여있었어


누나, 시녀, 여동생, 아가씨, 반장까지 총 다섯


당장이라도 칼부림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조합이지만, 그들은 목적을 위해 일시협력을 하기로 한거야


황녀가 보낸 접선의 내용은 바로 이것이였지, 일시협력해서 얀붕이를 신성왕국으로부터 구출하자는 제안


그것을 누나와 시녀는 고민끝에 받아들이기로 했어


물론 얼마전까지 적대했던 황녀세력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였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적이라도 이용하는 것이였지 

 

"와, 큰주인님이랑 다들 구면이신가봐요? 사이가 정말 좋아보이시네요~"


"넌 이게 사이가 좋은걸로 보이니?"


빈정거리는 시녀,


그리고 누나의 말대로 여동생, 아가씨, 반장, 이 셋과의 관계는 빈말로라도 좋지 못했어


얀붕이에게 가장 신뢰받는 여자인 누나는, 생각보다 적이 굉장히 많았지


자신이 얀붕이의 유일한 가족이라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나타난 누나에 적대심을 품은 여동생,


고아원에 있던 얀붕이를 빼가서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던 아가씨,


방학식날 얀붕이를 납치하듯이 데려가 마찬가지로 그녀에게 칼을 갈고 있는 반장,


거기다 배후의 황녀와 아예 배에다 총탄까지 박아넣었던 무녀까지,


그나마 임시동맹이란 시녀도 썩 믿을만한 존재가 아니였어


단순히 원한관계만이 아닌, 


자신들은 가지지 못했던 얀붕이와의 진정한 신뢰관계를 쌓은 누나를 진심으로 질투했던거야.


이것만큼은 시녀도 예외가 아니였어, 아니 오히려 더욱 잘 알고 있었지


얀붕이에게 자신은 어디까지나 보살펴줘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았지만,


누나만큼은 괴팍하긴 해도 진심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던 존재였던거였지


그래서 사실 시녀는 가장 위협적인 적을 누나라고 여기고 있었어

    

"설마 협력자가 당신일줄이야, 그런식으로 빼앗길 거였으면 대체 왜 나와 그아이를 떨어트려 놓은거야?"


노골적으로 적대심을 숨기지 않는 아가씨, 하지만 과연 그녀는 이해하고 있었을까? 


양이 세계수와 함께 죽은 지금, 얀붕이가 세상에서 가장 미워하는 존재가 자신이라는 것을


"저 여자에게 동조하고 싶은건 아니지만, 어차피 당신에게 기회는 없어, 예전에 아카데미에서 얀붕이가 말했는걸? 


자기가 세상에서 정말 용서하지 못할만큼 싫어하는 사람이 딱 두명있다고 했는데, 아마 그 중 한명이 당신인것 같네"


아가씨를 조롱하는 반장, 그녀는 적어도 아가씨에게만큼은 우월감을 표출할 수 있었지 


다른 세 여자들은 자신보다도 얀붕이와 더 깊은 관계를 쌓은것 같았거든 


"하아? 성녀의 목을 따기 전에 네년 목부터 날려줄까?"


"할 수있으면 해봐, 어차피 당신같은 것 없어도 충분해"


당장이라도 칼을 뽑고 싸우려는 분위기의 반장과 아가씨, 하지만 여동생의 도발로 그 건은 무산됬지


"당신네들끼리 발악해도 소용없어, 어차피 오빠는 이미 나랑 결혼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자신만의 몽상의 세계에 푹 빠진 여동생, 이미 그녀의 상상속에선 얀붕이와의 결혼은 물론 아기까지 두명 낳은 상태였지 


도저히 이 상태로는 작전을 진행할 수 없었어, 당장 칼부림이 나기 직전이였지


연장자답게 누나는 싸움에 말려들지 않고 대신 손뼉을 짝 치며, 여인들의 주위를 집중시켜


"자자, 싸움은 여기까지, 일단 얀붕이를 구해야 그 다음도 있는거야,


신성왕국은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왜 약삭빠른 황녀가 다섯명이나 선택했는지 생각을 해봐"


"방법이 있기는 해? 경비가 꽤나 철저하던데"


의문을 표하는 반장, 사실 방법보다도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지


단 1도 없는 서로간의 신뢰, 언제 어디서 뒤통수를 쳐도 전혀 이상할께 없었지, 연적은 적을 수록 이득이였으니까


"제가 이런말 하기도 뭐하지만 여러분들, 어차피 서로 믿음따위는 없잖아요? 


당장이라도 틈을 보이는 순간 등에 칼을 박아넣으실 것 아닌가요? 일단 전 그럴 생각인데요"


당당하게 배신하겠다는 말을 지껄이는 시녀, 하지만 그 말에 부정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지


"계획따위는 애초에 전혀 필요없었네, 정면돌파가 유일한 해결책이잖아"


정론을 말하는 아가씨, 그녀의 말대로 정답은 이미 정해져있었지


"그럼 언제 출발할까요? 아무래도 밤이 낮지 않을까요?"


"필요없어, 지금 바로 가자"


"동감이야, 더 이상은 못 기다려"


그렇게 얼렁뚱땅 구출작전이 시작되었지, 하지만 그 전력은 어마어마했어


황도 12궁의 절반 가까이가 모인, 전무후무한 연합군이 결성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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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성녀를 들볶으며 전쟁을 말리려고 하는 얀붕이,


제정신이냐며 그녀를 다그쳤지만, 이미 요새하나가 또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날아오고 있었어


아침먹고 하나, 점심먹고 하나, 저녁먹고 하나, 


도시들이 맛집 탐방을 하는 것 마냥 하나씩 점령되고 있었지


전쟁은 걷잡을 수 없이 확전되고 있었지


하지만 성녀는 이것에 대해서 만큼은 완고했어,


여신님은 너무 착하기만 하셔서 문제라고, 


그런 당신의 인자함을 이용하는 무리들을 결코 용서하면 안된다면서,


그리고 성전에서 순교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영혼은 천국에 갈 것이니 전혀 걱정하시지 말라면서


아예 다른 사제들까지 떼로 몰려와, 성전에 대해 완고한 입장을 고수했지


서방제국에는 얀붕이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


가족이라 할수 있는 누나와 시녀, 


아카데미에서 사귄 친구들과 반장,


그리고 아직도 행방을 모르는 여동생까지, 


그들이 전화에 휘말리는 것은 사양이였어,


하지만 얀붕이는 이단목록에 그들의 이름이 버젔이 올라와 있다는 건 모르고 있었지


진이 빠져라 사제들과 성녀를 설득하는 얀붕이


그때, 전령 하나가 다급히 성녀를 찾으며 달려왔어


"급보입니다 성녀님! 지금 동방제국의 여제가 서방제국과 동맹관계를 주장하며 저희에게 선전포고를 하였습니다!


또한 동시에 저희 국경을 뚫고 이곳, 수도로 진격중입니다!"


개전과 동시에 양면전쟁! 거기다가 두 제국의 동맹국들까지 참전할 준비중이였어


아무리 성국이라도 피해가 막심하지 않을 수 없겠지


전쟁을 막으려고 노력중인데, 얀붕이에게는 야속하게도 이미 전쟁는 세계대전급으로 커지고 있었어 


성녀는 당황하지 않고 바로 수도의 예비대를 보내 응전하라고 명령했지 


점점 성국 수도의 방어가 허술해져 가고 있었어


다음날 다시 성녀를 찾아온 얀붕이,


다시 사제들과 성녀에게 전쟁을 그만두라고 설득하지만, 


사실 이제 와서는 너무 늦은 감이 있었어


이미 명분 이상으로 서로에 대한 증오심이 커져버렸지


이미 전쟁은 막을 수 없었어, 어쩌면 얀붕이조차 전쟁의 명분일 뿐이였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다시 무의미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던 찰나, 회의장 문을 박차고 피칠갑이 된 기사가 갑자기 뛰어들었지


사제들이 무례함에 호통을 치려했으나, 기사는 무언가 다급해보였어


성녀는 불안감을 바로 느끼고 기사에게 말하라 하였지


"지금 정체불명의 5인조가 저희 기사들을 도륙하며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신전기사단이 목숨걸고 버티고 있지만 이미 한계입니다, 여신님을 당장 피신시켜야 합니다!"


모두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어,


감히 초강대국인 신성왕국의 수도에 달랑 다섯이서 당당히 처들어온다니, 미친 짓이였지


게다가 그들의 의도는 분명했어, 목표는 바로 얀붕이 


얀붕이는 기회는 이때다 하고 사제들을 먼저 설득했어 


전쟁을 지금이라도 그만두자고,이런 짓거리가 대체 무슨 소용이 있냐며


사제들도 조금 동요가 있었는지 얀붕이의 말에 흔들리는 듯 하였어


하지만 성녀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지, 강력한 성기사들은 모두 전선에 나가 없지만,


성녀란 이름은 결코 허명이 아니였지, 그녀는 체스판 위의 퀸 그 자체였어 


"모두 정신차리세요.......! 세례받을때의 각오는 고작 그정도였습니까?" 


성녀의 질책에 사제들도 어느새 당황한 기색은 없어졌고 대신 비장함만이 감돌았지


"죽음을 두려워 하지 마세요! 오히려 이것은 기회입니다, 여러분..........."


"신을 위해 싸우는 자, 죽어서도 영생을 얻고 그를 위해 천국문이 활짝 열릴것이니......."


성서의 구절을 읇는 성녀, 다른 사제들도 그것을 따라 복창했지


"순교만큼 저희에게 큰 영광이 또 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그 순간 사제들이 홀린듯이 전원 단검을 뽑아들고 자신의 심장을 망설임 없이 찔렀지


새하얀 신전의 바닥은 순식간에 피바다로 얼룩덜룩하게 변하고, 


집단 자살극에 충격받아 망연자실하게 털썩 주저않는 얀붕이, 

 

그 자리에서 성녀는 전혀 죄책감없이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녀의 뒤에 모이는 하얀 빛의 광채, 그것은 마치 거대한 날개의 형상을 띄웠지


고위사제 수십명의 목숨으로 바꾼 힘, 성녀가 가진 최강의 능력


이 체스판을 순식간에 뒤집을 폰의 승격,


마침내 빛이 완전히 모여 형태를 이루고 나타난 자리엔, 새하얀 날개를 펼친 천사가 있었지


고결하기 그지 없는 자태, 그녀는 성서에 기록된 여신이 빚은 첫번째 천사,


천사의 눈이 마침내 열리고 그 시선이 얀붕이에게로 향했지 


"아아, 경애하는 여신님...........


나의 주인, 나의 사랑, 나의 하늘, 나의 어머니


당신의 첫째 종이 여기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당신이 하늘왕국에 다시 오르실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얀붕이는 천사를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지만, 어째선지 그녀의 얼굴이 낮설지 않았어  


애착, 그리움, 마치 잃어버린 자식을 보는듯한 기분이 들었지


다만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는 것만 제외하곤 말이지


"하지만 그 전에.........비열한 저 짐승들을 모두 이땅에서 멸하겠나이다,


당신을 감히 탐하려 하는, 저 검은 별들을에게 신의 징벌을!!"


그 말을 끝으로, 천사는 빛의 창을 만들어 단숨에 성녀의 심장에 꽂아넣었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성녀,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했지


성녀라는 물병속에 들어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물고기..........


그것도 매우 사나운 피라니아였지!!






드디어 열두명 전부 출현!!

각오는 했지만 많아도 너무 많았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