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이건 우리가 주는 자그마한 선물이라네."

소련군의 소장정도로 되어보이는 사람이 양복을 빼입은 젊은 사람에게 말한다.


"물론이죠 장군. 실패는 없습니다..."

***

오늘은 또 다른 꿈이다. 

요새들어 꿈들이 왜이렇게 생생한지 모르겠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질않나, 이상한 대화라던지 아니면 전에 만났던 잭슨 장군이 내 꿈에 나타난다. 하지만 조금더 젊은 모습으로. 


작전지로 가는 헬기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했다.

그녀들이 내게 왜 그러는지. 왜 그 금발의 남자가 죽을때마다 눈물이 나는지. 나는 너무나도 알고싶었다. 


"대위님! 거의 도착입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병사가 나를 깨운다. 

가지고 온 무장을 들고 작전지로 내려가 작전 투입이다.


혼자서 단독으로 작전수행이라..보통의 군인이라면 단독작전이 얼마나 미친짓인지, 그리고 이게 얼마나 긴장되는지 느낄수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나는 이 일이 너무나도 익숙하다..


도대체 과거의 나는 뭐하던 사람이었지?

아니 대체 왜 내가 이런모습인거지? 


오늘도 알수없는 의문이 나를 괴롭힌다.

***

45는 이 충격적인 광경을 믿을수없다는듯 자신의 렌즈를 다시비비고 있었다. 하지만 그 cctv의 내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 죽여버리겠어!!"

영상속의 지휘관은 마치..굶주린 맹수같았다. 날카로운 날붙이를 줍는대로 자기를 포박하러 오는 연구원들을 찔러죽였고 주변을 보이는대로 엎어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화면이 뿌여지고 좀 지나니 얌전히 자고있는 지휘관의 모습이 보였다.


"호오..흥미롭군..이 수많은 실험체중에 자네만 살아남았다네. 그룸 시작해볼까?"


"어서 일어나게. 우린 할일이 있네. 슬레지."


"전투명령 대기중."

영상속의 지휘관은 마치 로봇, 아니 감정모듈이 제거된 인형처럼 서있었다.


영상속의 박사는 그에게 서류뭉치 하나를 쥐어주고 묵묵히 퇴장하였다. 지휘관, 아니 슬레지는 그 서류뭉치를 확인하고선 중무장을 한채로 시설을 떠났다. 


45는 이 믿을수없는 광경에 충격받았다. 어쩌면 그 영상속의 지휘관은 아마 이사람들에 의해서 움직이는거였던거라고, 자기가 오해했다는 생각부터 그런줄도 모르고 그에게 너무나도 모질게 굴었던것이 점점 후회되기 시작하였다.


"지..지휘관..난..그런줄도 모르고.."

45는 충격에 빠진채로 주저앉아서 울기시작했다. 

45의 울음소리는 나머지 소대원에게도 전달되었다.


"45? 45! 어딨는거야?!"

416과 9, 그리고 G11이 그녀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가 되풀이하는말은 


"지휘관미안해지휘관미안해지휘관미안해"

마치 고장난 인형처럼, 매크로처럼 같은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

작전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신소련의 실험시설을 급습하고 그곳에서 기밀자료를 빼오는것. 원래라면 한소대 이상이서 수행해야하는 작전이지만 대전쟁 이후로 인력이 부족하여 단독작전을 수행시킨다라고 잭슨이 그랬다. 


물론 그대신에 내가 들어야할 화기의 양도 엄청났다. 

HK416 소총1정과 M249기관총 1정, 권총한자루와 가방에는 UMP 45하나가 걸려있었고, 소총에는 유탄발사기랑 야시장비도 달려있었다. 그외에도 대검과 탄약, 기타 생존장비를 포함하면 50kg는 족히 넘을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기타 방탄조끼 라던지 포함하면 내 몸무게보다도 무겁다. 보병용 기동수트가 없었다면 아마 내 십자인대는 파열되었을거다. 


시간은 0300시

목표지점까지는 5km 남았다. 

적진 한가운데에서 자는건 위험하기에 이곳에서 약간의 수면을 취한뒤에 움직일것이다. 


적진한복판에서 먹는 C레이션은 정말이지 호텔 레스토랑 저리가라다. 언제 적이 들어올진 모르지만 먹어야 살수있다는 생존욕구가 내 식욕을 더욱 자극하기 때문이니까..? 어쨋든 그리폰에 있을때랑은 또 다르다.


조금 자둬야겠다.

***

'탕'

총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꿈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진짜 총소리였다. 정신을 황급히 차린 나는 서둘러 내팽개져있던 소총을 주은뒤 소리가 난 방향으로 대응사격을 했다.

"투투투"

그러자 이에 응수하듯 총소리가 여기저기서 빗발친다.

"타타타타타탕"

"타탕"

소리를 들으니 최소 1개 소대 이상이다. 


"하..시발..어쩌지..? 존나 벌집을 쑤셨네.."


그러곤 M60을 든채로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계속 사격하였다.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이는 철혈의 지나가는 정찰부대였던것 같다. 몇십분동안 대치하다가 2번째 탄창을 다써갈때쯤 소리가 멈췄다.


내 위치가 발각되었으니 서둘러 움직여야한다.

***

"서쪽 지점에서 교전이 일어나서 확인해달라고? 보나마나 404애들이겠지. 걔네 여기저기 깽판치러다니는게 일상이잖아?"

솦모가 지휘관에게 무슨 하찮은 소리냐는듯 반박했다.


"맞습니다. 지휘관님. 얼마전에 404를 그곳으로 보냈잖아요?"

 RO도 솦모의 말에 동조하듯 말했다.


"아니야. 404소대는 그쪽 방향은 맞지만 그 지점에서 4KM정도 떨어진곳으로 보냈다. 그래서 그 녀석들한테도 그쪽으로가서 무슨일이 있는지 확인하라 할거야. 어차피 그곳은 철혈의 중요 시설이기도 하니 먼저 선공치는게 나을거야."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AR소대도 작전투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럼 다녀올게♡ 쪽♡"

***

그렇게 무장을 들고 뛰어서간곳은 한 폐허가된 작은 마을. 

그곳 역시도 철혈의 유닛들을 피할순 없었다. 


"투투투투투투" 

"타타타타타타탕"

한번 울리기 시작한 총소리는 멈출줄을 모른다. 


"푸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종아리에서 격통이 몰려온다.

"ㅇ아ㅏㅏ아아아ㅏㄹㄱ!!"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내게 전진해오는 스트라이커를 처치했다. 그리곤 연막하나를 던진뒤 포복으로 느리게 걸어가서 조금더 안전한 위치로 옮겼다. 


"투투투투투"


"푸슉"

이번엔 오른쪽 어깨쪽이었다.

"아아아아ㅏㅏㅏ아!!"


"쾅!"

이번엔 폭격인가보다. 

쉴새없이 이어지는 폭격과 총격, 그리고 중상들로 인해 점점 어지러웠다. 그리고선 특정한 주파수의 소리가 들려왔다. 결국엔 철혈의 것으로는 들리지 않는 총소리와 어떤 사람의 형태를 한 무언가를 마지막으로 보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

"와아~진짜 총소리가 들리네~작전이다 작전!"

솦모가 신났다는듯 콧노래를 부르며 적진으로 향했다. 


"솦모, 이건 작전이라고요. 좀 진지해지도록 해."

Ro가 그런 솦모를 아니꼽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그치만 신나는걸 어떡해~ 오늘도 철혈놈들 머리를 다 뜯어줘야지~"


"둘다 그만하세요. 이제 적진이니까 조용히 하시라구요."

M4가 침착하게 명령을 내리니 갑자기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투투투투"

"타타타탕"

이젠 총소리와 함께 어떤 남자가 고통에 울부짖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

"방금 지휘관에게서 명령이 왔어. 지금부터 동쪽으로 4km지점에 있는 거점으로 이동하래. 그곳에서 교전이 일어났나봐." 416이 소대원들에게 지휘관으로부터 온 통신을 전달했다. 


"안돼..난..난..그 사람은 내 지휘관이 아니야.."


"아이 병신년아. 닥치고 따라오라고. 니가 그러고도 리더야?" 결국 한번도 본적없던 416의 모습에 놀란 나머지  45는 마지못해 작전지를 향해 걸어갔다. 


"와..정말 총소리가 들리네.."


"너 정말 왜그래? 평소의 너같지 않아!"


"나중에 얘기하자. 지금은 작전중이잖아.."


'투투투투투투'


404소대는 AR 소대보다 훨씬 작전지에 가까웠기때문에 AR소대보다 훨씬빠르게 교전에 개입할수있었다. 


전방에는 철혈의 2개의 중대분의 병력이 오고있었고, 정체불명의 총소리는 이미 1중대를 박살낸 상태였다. 


"타타타타탕"


"쾅!"

총소리와 함께 폭격이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어떤 한 남자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라? 사람이라고? 여기서 싸우는게 인형이 아니라 사람하나라고? 누군진 몰라도 진짜 멍청한 사람이네."

416이 소리가 난 방향을 체크하며 말했다.


"그러면 내가가서 확인해볼게. 너희들은 엄호사격해줘."

45는 그리 말하고선 남자의 소리가 난 방향으로 뛰어갔다. 


45가 뛰어가니, 정말 너무나도 처참한 몰골을 하고있는 한 남자가 정신을 잃은채 앉아있었다. 다리와 어깨쪽에선 피가 흥건했고, 곳곳에 파편이 박혀있어서 부상이 심각해보였다.


무엇보다도, 45가 찾은건 다름아닌 '전'지휘관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