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여자와 큰 인연 없이 자라던 얀붕이가, 남녀공학에 들어와서 어쩌다보니 같은 반의 여학생과 그렇고 그런 분의기를 타게 됨. 


이전까지 계속 솔로로 지내온 얀붕이는 상대방도 자신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민하고, 그건 지금까지 곱게 자라와서 남자와의 접점이 없었던 상대 여학생도 마찬가지였어. 


시간은 흘러 겨울이 되고, 둘 빼고 나머지 반 친구들은 전부 알고 있을 정도까지 오고 나서야, 단순한 친구에서 머물고싶지 않았던 얀붕이가 용기를 내어 먼저 고백했어. 마찬가지로 얀붕이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던 여학생은 수줍게 웃으면서 고백을 받아들였지. 저 시발롬들은 대체 언제 사귀나하고 답답해하던 친구들도 발벗고 나서서 그 둘의 사랑을 응원해줬어. 물론 둘이 사귀고 있다는 사실은, 반에서만 공유하는 비밀로 지켜주기로 약속했고. 


그렇게 반에는 서로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아름다운 커플 한쌍이 탄생했어. 둘은 쉬는시간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하교하고, 가끔은 몰래 주말에 만나 놀러가기도 했어. 둘 다 워낙에 숫기가 없는 성격이라 손 잡는데만 몇달이 걸렸어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수 있다는 사실에 둘은 마냥 행복해했지. 


다시 시간은 흘러, 얀붕이와 여학생은 2학년이 되었어. 여전히 서로에 대한 마음은 변치 않았지만, 아직 진도는 손잡기 이상으로 나가본 적이 없었지. 그저 손만 잡고 있어도 행복할만큼, 서로를 사랑했으니까. 


둘은 취미가 달라 서로 다른 동아리를 들어갔었어. 특히 얀붕이는 인기라고는 1도 없는 클래식동아리에 들어간 탓에 동아리 인원이 많았던 적이 한번도 없었지. 


심지어 얀붕이가 2학년이 되면서 동아리를 이끌던 선배가 졸업하자, 부원들이 한 두명씩 빠지기 시작하고 부실은 결국 명목만 있는 유령 동아리로 변하고 말았어. 억지로 부장 역할을 떠맡게된 얀붕이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동아리에 나왔지만, 남아있는 부원은 단 한명을 빼고는 아무도 없었어. 


그나마 남아준 유일한 부원, 얀순이는 애초부터 클래식에 별 관심이 없었어. 수업을 밥먹듯 빠지고 교복도 짧게 줄인 그녀는, 학교만은 졸업하라는 부모님의 반협박으로 설렁설렁 학교에 다니고 있었어. 동아리에 들어온 이유도, 부활동을 이유로 야자를 면재 받기 위함이었지. 거기에 이왕이면 사람 적은곳이 있기 편할 것 같아서 클래식 동아리를 선택한 거였고. 


다리 꼬고 앉아서 폰이나 보는 그녀의 무표정한 태도에도, 얀붕이는 조금도 굴하지 않고 계속 말을 걸었어. 그녀까지 나가버리면 정말로 문을 닫아야하니 절박해진 것도 있었고. 


얀순이는 처음에는 바보처럼 쩔쩔매면서 횡설수설하는 얀붕이를 무시했지만, 어느새 자기를 계속 신경써주는 그가 마냥 싫지만은 않게 느껴졌어. 무관심한 부모님에, 까칠해진 성격탓에 다가오는 친구들도 적어서, 누군가의 관심이라는 걸 이렇게 받아본적이 없었거든. 


얀순이는 "선배 진짜로 찐따 같아요" 같은 말을 하면서 틱틱거렸지만, 실제로는 서서히 얀붕이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어. 만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서로 티키타카하면서 디스도 하고, 싫어하는 클래식도 예의상 들어줄만큼 둘은 친해졌지. 그리고 자기도 모르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얀순이는 바보처럼 웃고 있는 얀붕이를 볼때마다 가슴 한켠이 저릿해지는 느낌을 받는거야. 


그리고 어느 겨울날, 동아리실에 앉아 무언가를 적으면서 고민하고 있는 얀붕이를 항해 얀순이는 킥킥 웃으면서 지나가듯 슬쩍 떠봤어. 선배는 찐따라서 여친도 없이 외롭게 크리스마스 보내겠다고. 불쌍해서 어떡하냐고 말이야. 


얀순이는 이런 찐따미 넘치는 선배는, 여자친구는커녕 여사친도 없을 거라고 안심하고 있었거든. 


여자친구와의 크리스마스 데이트 계획을 짜고 있던 얀붕이는 발끈해서 반박하려 들지만, 잠깐동안 고민해. 학생간의 교제를 인정하지 않는 학교의 교칙도 교칙이지만, 여자친구의 부모님이 학업에 엄한 탓에 둘의 관계는 비밀로 하고 있었거든. 


하지만 얀붕은 얀순이가 조금 솔직하지 못할 뿐이지 실은 착하고 순수한 애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친구로서 그녀에게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상담하고 말아. 


사실 1년 전부터 사귀는 여자친구가 있고, 크리스마스에 같이 데이트할 예정이다. 무슨 선물을 줘야 좋아할지 모르겠는데, 혹시 '친구'로서 조언을 해줄수 없겠냐고 말이야. 


얀순이는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얀붕이를 바라봐. 갑자기 그에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먼저 고백하려던 계획도, 좋아하던 마음도, 전부 향할 곳을 잃고 사방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거지. 이런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과, 자기를 좋아하는줄 알았던 얀붕이에 대한 배신감이 휘몰아치는 심장은 불규칙하게 두근거리고, 얀순이는 어쩔줄 모르는 표정으로 일어나, 당황하는 얀붕이를 내버려둔 채로 동아리실을 뛰쳐나가. 


그리고 몇주 동안, 얀순이는 동아리는커녕 학교에도 나오지를 않아. 며칠간은 동아리실에서 계속 그녀를 기다리던 얀붕이도, 결국은 한숨을 쉬면서 폐부 신청서를 제출하고 말지. 


그러던 어느날 밤, 얀붕이는 얀순이에게서 메세지 한장을 받아. 동아리실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 잠깐 보자고 말이야. 보통이라면 이 늦은 밤에 무슨 할 이야기가 있겠냐고 의아해할 상황이지만, 그녀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고있던 얀붕이는 허겁지겁 옷을 챙겨입고 학교로 향하지. 


얀붕은 어두운 학교에 담을 넘고 몰래 잠입해, 손전등을 키고 더듬더듬 동아리실을 향해 나아가. 안에는 이미 불이 켜진듯, 문틈 사이로 희미한 빛이 세어나오고 있었지. 


문을 열자, 항상 앉던 자리에 얀순이가 앉아 이쪽을 돌아보고 있었어. 몇주 전에 봤던 그 모습 그대로였지만, 눈은 조금 초췌해 보였지. 


얀붕이가 체 사정을 묻기도 전에, 얀순이는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먼저 이야기를 시작해버렸어. 


선배를 좋아했다고. 항상 아닌척 하고 싫어하는 척했지만, 진심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려 했는데, 여자친구가 있다는 말에 전부 망가져버렸다고. 


그녀가 자신을 이성으로 보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던 얀붕이는 당혹스러워하고, 얀순이는 책상 위에 걸터 앉으면서 채념한듯, 무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가. 


많이 고민했지만, 선배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면, 선배를 위해서라도 내 마음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고 말이야. 


아직 한마디도 꺼내지 못한 얀붕이는 이런 일방적인 답변들에 당황하면서도, 이런 자기를 좋아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려는데 얀순이가 말을 끊어버려. 이대로 그냥 친한 선후배 사이로 돌아가기 전에, 꼭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말이야. 


자기에게 단 한번만, 키스해달라고. 


마지막 부탁 정도는 들어주려고 듣고 있던 얀붕이는 당연히 기겁을 하면서 거절하지. 자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자친구를 배신할 수 없다고 말이야. 


얀순이는 딱 한번만 해주면 된다고, 비밀만 지키면 절대로 들킬 일 없다고 설득하지만, 얀붕이는 오히려 화난 표정을 지으면서 그만하라고 다그치지. 


그리고는 더는 들어볼 가치도 없다고 돌아서려는데, 얀순이는 차갑게 정색하면서, 보라는 듯이 사진을 꺼내어 흔들어. 


얀붕이와 여자친구가, 손을 잡고 함께 데이트를 하고 있는 사진. 


심지어 사진은 한장이 아니었어.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각도에 찍힌 사진들이 족히 수십 장은 되어 보였지. 심지어 그중에는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찍힌 사진도 있었어. 


얀순이는 자기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 사진들을 학교에 교칙위반 사례로 제출하겠다고 말해. 심지어 그녀는 얀붕이 여자친구의 부모님이 연애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뒷조사를 통해 알고 있었지. 만약 자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둘은 교칙위반과 부모의 개입으로, 단순히 헤어지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거라고 협박하면서 말이야. 


얀붕이는 자신이 교칙위반으로 처벌 받는 것은 무섭지 않았지만, 아무 잘못도 없는 여자친구에게 피해가 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쪼그라드는듯 두려워졌어. 더군다가 자신이 경솔함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음을 여자친구가 알게 된다면, 크게 실망할 게 분명했지. 


얀붕이는 결국, 이를 꽉물고 떨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얀순이는 화색을 띄면서 두 손을 다리 사이로 포개고, 기대하는 눈길로 얀붕이를 바라보지. 얀붕이는 한걸음 한걸음 무거운 발걸음을 때면서 바로 앞까지 다가오지만, 쉽사리 키스를 하지는 못해. 아직, 여친과도 키스를 해보지 못한 그였으니까. 


그러자 얀순이는 

"고작 키스 정도로 뭘 그렇게 겁을 내죠? ...빨리 해주세요."

라고  얀붕이를 도발해. 


결국 이럴 바에는 빨리 끝내버리자고 결심한 얀붕이가 눈을 감고, 천천히, 입술을 가져다대자, 얀순이는 황홀한 표정으로 입을 맞추면서, 얀붕이의 목덜미를 두 팔로 휘감아. 


쪽 소리가 나도록 입술이 닿고 얀붕이가 바로 빠져나가려 하자, 얀순이는 눈을 희번뜩 뜨면서 팔을 조여 끌어당기고, 혀로 억지로 입술을 벌려 집어넣으면서 질척하게 딥키스를 하기 시작해. 


당황한 얀붕이는 눈을 뜨면서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힘을 써서라도 억지로 때어내려 하지만, 혀와 혀가 쉴세없이 마찰하면서 서로 밀고 비비는 끈적한 타액 교환에, 몸에 힘이 빠지면서 점차 순응하고야 말지. 


그렇게 숨이 막혀 질식할 때까지 서로의 침을 뱃속으로 흘려보내고 나서야, 얀순이는 이 정도면 봐주겠다는듯 자비롭게 팔을 풀어줘. 


콜록거리면서 바닥에 주저앉은 얀붕이는 여자친구에게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이젠 정말로 끝이라는 생각에 안도하지. 


그러나 얀순이는 입가에 묻은 침을 만족스럽게 핥으면서 삼키고는, 천천히 책장 쪽으로 걸어가서, 그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 중단' 버튼을 눌러. 


그녀가 뭘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고 멍하니 주저앉아있는 얀붕이를 향해 돌아본 얀순이는, 소름끼치는 표정으로 미소 지으면서 동영상을 재생하고 화면을 보여줘. 


그리고 거기엔, 얀붕이와 얀순이가 숨도 안 쉬고 거칠게 딥키스를 하는 모습이 하나도 빠짐없이 고스란히 찍혀있었지. 


얀붕이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올려다보면서 빌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었어. 


애초부터 얀순은, 얀붕이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 


이후 얀붕이는 동영상을 빌미로 얀순이에게 협박당해. 


처음에는 키스나 포옹 정도로 넘어갔지만, 명령의 수위는 점차 높아져 첫경험까지 빼앗기고 말지. 


동아리실은 아무도 안오는 둘만의 야스 공간으로 변질되고, 당연히 학교에서 여자친구를 만나는 시간도 줄어들었어. 


동아리활동이 바빠서 만나기 힘들다는 얀붕이의 핑계에도 여자친구는 이해해주면서 주말에 만나자 말하지만, 주말 데이트마저도 방해받으면서 중간 중간, 인적 드문 장소로 불려가서 강간당해. 


얀붕이는 배가 아프다느니, 잠깐 음료수 좀 사오겠다느니 하면서 별별 핑계를 대는 와중에도 여자친구는 환하게 웃으면서 괜찮다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위로해주지만, 오히려 얀붕이는 더 큰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며 괴로워하지. 


...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날, 광장의 반짝이는 트리 앞에서 여자친구는 얀붕이와의 약속을 기다려. 하지만 약속 시간이 지나도록 얀붕이는 오지를 않았지. 


기다리는 중간에 얀붕이와 비슷한 남자의 뒷모습을 보기도 했지만, 여자와 팔짱을 끼고 호텔로 들어가는 것을 보니 얀붕이는 절대로 아니었어. 


...


약속시간 몇분 전, 얀붕이는 얀순이에게 팔짱을 끼운채로 끌려가 호텔에서 강간당했어. 


침대에는 다쓴 콘돔 껍데기가 굴러다니고, 벌써 몇번째 사정인지도 기억이 안 날 무렵, 어느새 마지막 콘돔을 쓰게 되었지. 


얀붕이는 지치고 괴로워하는 와중에도, 기다리고 있을 여자친구에게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어. 코트 주머니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비해둔 커플링을 숨겨두고 있었거든. 비록 싸구려 반지에, 자신이 저지른 죄를 대신 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저 그녀가 기뻐해주기만을 바라고 있었지. 


그러거나 말거나, 얀순이가 얼굴을 내밀어 재촉하듯 탐욕스럽게 키스하자, 서서히 사정감이 몰려오면서 부풀어오르기 시작했어. 어쩐지 평소보다 더 조이고 밀착해서인지, 쾌감은 더 크게만 느껴졌지. 


그리고 절정의 순간에 정액이 몰려나오는데, 어쩐지 이상한 감각이 얀붕이를 덮지는거야. 끝에 고이는 느낌없이, 주르륵 세어나가는 느낌. 


얀붕이는 본능적인 불안감에 두려워하면서 몸을 때고 확인하려 하지만, 얀순이가 순순히 놔줄리가 없었지. 얀순이는 정상위 상태에서 다리를 교차해 얀붕이 허리에 휘감으면서 "안돼"라고 속삭이는거야. 


오히려 허리가 당겨지면서 더 깊숙히 들어가자 사정은 멈출 줄을 모르고 쏟아져나오고, 그대로 둘은 몸을 밀착하면서 끌어안고 사정의 여운을 즐기는 거지. 


그런데 빼고 나서 보니, 콘돔의 끝에 구멍이 뚫려있는 거야. 


망연자실한 얀붕이를 향해, 얀순이는 다시 말없이 다리를 벌리면서 정액 흐르는 보지를 자랑하듯 보여주고, 이성을 잃은 얀붕이는 그대로 얀순이에게 달려드는 거지. 


...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여자친구의 얼굴은 데인듯 새빨갛고, 이따금 흘러나오는 콧물 줄기에 얼굴을 찡그리면서 코를 훌쩍거려. 그런데도 그 모습이 얀붕이에게는 너무나도 예쁘게 보였어. 


얀붕이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여자친구는 과장된 몸짓으로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나도 방금 왔다고 거짓말을 쳐. 벌써 시간은 12시를 훌쩍 넘었는데. 


얀붕이가 울자, 여자친구도 웃는 표정 그대로 눈물을 흘려. 말 없이 우는 얀붕이를 향해 위로하면서, 괜찮다고, 지금부터라도 재미있게 놀자고 말하지만 울먹이는 목소리는 감출수가 없어. 


얀붕이는 그녀에게 헤어지자고 말해. 커플링도 주지 못하고. 




...........

의도한 건 아니지만 NTR 클리셰들을 몇 개 참고해서, 좀 익숙한 맛이 날수도 있어. 


이후에 여자친구가 울고 불면서 헤어지기 싫다고 애원하고, 헤어진 다음 얀데레화 하는 내용까지 쓰고 싶은데 힘들어서 더는 못 쓰겠다. 나보다 필력 좋은 누군가가 써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