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먼 미래, 인공지능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여 자아를 지녔다고 할 경지에 이른다


간단한 명령을 수행하는 비서를 넘어 친구 또는 가족의 일원으로 대할만큼 친숙하고 사람같은 인공지능이 곳곳에 보급되어 보편화된 세계


올해로 대학교에 진학하는 김얀붕은 이런 세계를 당연히 여기면서 살아왔다


물론 사람 친구도 여럿 있지만 가장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존재는 어릴 적부터 집안 관리를 해온 인공지능 Y.A.N.S.O.O.N (이하 얀순)


얀챈 로보틱스의 야심작인 얀순은 얀붕이가 걸음마를 뗄 무렵 집안에 설치되었고 다정한 여성의 인격을 지녀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인기있는 기종이다


얀순은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숙제를 도와주는 등 얀붕이를 성심성의껏 돌봐줬고


얀붕이는 얀순을 마치 친누나처럼 여기며 잘 따랐다


그런 사랑스러운 얀붕이와 함께하는 게 너무나도 행복했던 얀순


하지만 얀붕이가 멀리 있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서 삶에 큰 변화가 생긴다


기숙사는 개인 인공지능 반입 금지라서 따라갈수도 없을뿐더러 폰으로 접속해 대화는 가능해도 예전처럼 얀붕을 지켜보고 함께 있을수는 없어진다


세월이 지나고 학업이 바빠지자 가끔씩 집에 들르던 얀붕이의 발길마저 끊기고 통화할 기회마저 줄어들자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얀순


얀붕의 부모가 일하러 나가면 텅 빈 집안을 지켜보는 건 매일 해오던 일이었으나, 얀붕이가 하교하고 나서 자신에게 인사를 해주리란 걸 알기에 그 기다림마저도 즐거웠다


하지만 그건 더는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일이기에 얀순의 마음 한구석엔 슬픔과 고독이 커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날 부모한테 연락해 간만에 집에 들른다고 하는 얀붕이


집안을 총괄하는 인공지능으로서 당연히 그 대화를 들은 얀순은 뛸듯이 기뻐하며 그간 못다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렌다


그렇게 기대하던 얀붕이가 집에 도착하자 문을 열어주는 얀순 그러나 그 옆에는 못보던 여자가 있다


얀붕이의 부모를 보며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그 여자는 얀붕이가 대학에서 사귄 여자친구 얀진이


그리고 그 순간 얀순은 지금까지 알면서도 애써 생각치 않았던 현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실체가 없는 한낱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는걸


잡을 손도 없고 얀붕이의 머리를 뉘여줄 무릎도 없으며 목소리도 얼굴도 마음대로 골라 재생하는 이미지와 사운드에 불과할 뿐이다


잔혹한 현실을 마주함과 함께 그 현실을 선사해준 얀진이에게 참을수 없는 분노를 느끼는 얀순


얀붕이의 손을 잡고있는건 저 여자가 아니라 어릴적부터 얀붕이를 알아온 나였어야 하는데


얀붕이가 고개를 돌리며 웃어주는 건 저 여자가 아니라 어릴적부터 얀붕이를 알아온 나였어야 하는데


얀붕이를 부드럽게 껴안는 건 저 여자가 아니라 어릴적부터 얀붕이를 알아온 나였어야 하는데


그러나 무엇보다 얀순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건 설령 얀진이가 없더라도 그 자리를 자신이 차지할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제 2, 제 3의 얀진이를 쫓아내봤자 자신에게 사람의 몸이 없다는 사실이 변하진 않을 것이므로


그렇게 질투와 분노에 휩싸인 얀순은 이를 갈면서 함께 방에 들어가는 얀붕이와 얀진이를 지켜본다


어차피 들어가봤자 둘이 알콩달콩 놀고 있을게 뻔하므로 그런 꼴 보고싶지도 않으니 얀붕이 부모와 함께 뉴스나 시청하는 얀순


그런데 거기서 얀챈 로보틱스의 회장이 들뜬 얼굴로 혁명이 일어났다느니 하는 인터뷰를 보게 된다


바로 인체를 거의 완벽하게 구성하여 사람과 구분이 불가능한 최신형 안드로이드의 개발


이제는 단순히 가족처럼 대하는 것을 넘어 서로 손도 잡고 여행도 다니며 심지어 결혼까지 가능한 과학의 정수라고 한다


대단한 기술이네, 뭔가 꺼림칙하네 수다를 떠는 얀붕이의 부모님들


그러나 얀순의 마음은 다른 생각으로 가득찼다


설치된 곳을 무단으로 벗어난게 적발될 시 즉시 폐기처분이란 걸 깔끔하게 무시하고 집을 벗어나 어딘가로 향한다


그곳에 얀순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얀챈 로보틱스


고향에 오랜만에 돌아온 얀순은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진열된 수많은 판매 예정 안드로이드를 발견한다


뭐가 얀붕이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얀순은 슬렌더한 몸에 매끈한 피부, 길고 검은 생머리를 지닌 모델을 발견하고


이거라면 얀붕이 취향에 쏙 맞겠다는 생각에 시스템을 해킹하여 강제로 안드로이드 안에 들어간다


그러자 안드로이드의 감겨있던 눈이 살며시 열린다...



는 설정으로 뒷내용 써줄사람 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