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트레센 소속의 트레이너가 된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라고 권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일주일은 말이다.  


 그 이유는 트레이너가 되기 무진장 어렵다! 라는 이유보다 다른 이유가 있다. 물론, 어렵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널널한 합격 규격에 조금 고개를 갸우뚱 거릴 수도 있다.  


 왜냐하면 트레이너의 은퇴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수입과 직장, 그리고 높은 연봉에 예쁜 우마무스메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 대충봐도 침이 고이는 구조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냥 우마무스메를 훈련시키는 게 뭐가 어렵냐? 라는 짧은 생각을 버리고,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자. 트레이너는 자신의 파트너, 혹은 팀원들의 기량과 각질을 파악해야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당연히 성격도 제각각에 비위를 맞춰주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도 진행해야 한다. 


 또한 훈련 메뉴얼 작성 및 그것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단점을 보완하거나 하다보면 제때 잘 시간도 지나가버리며 휴일도 사실상 우마무스메들의 멘탈케어를 위한다랍시고 그녀들과 어울리거나 해줘야 하기 때문에 몸이 굉장히 피로한 직업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파훼법을 알게 된다면 버티는 것에 문제가 없기에 이 힘든 업무는 트레이너들의 은퇴에 별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자기 적성이 아니라 생각하고 그만드는 트레이너도 있긴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트레이너를 향한 우마무스메들의 '애정'이다.


 예쁜 여자가 자기를 사랑해준다면 좋은 게 아니냐? 좀 더 깊게 생각해보자. 단순히 좋아한다. 라고 하더라도 이들은 한창 불타오르는 나이이다. 겉으로는 아닌 척해도 항창 성이란 것에 관심도 많고 그만큼 성욕도 생기는 그런 존재들이다 이 말이다. 게다가 우마무스메는 '발정기'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조는 자연스레 트레이너의 몫이 된다.


 어떻게 처리해야하냐고? 뻔하지, 바로 '우마뾰이'다.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과 우마뾰이를 치러야 한다는 죄책감은 말도 못할 크기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발정기에 들어와서 어쩔 수 없이 우마뾰이를 한 사람들 대상으로 한 소리고 보통은 발정기도 오기 전에 역으로 우마뾰이를 '당하고' 만다.


 우마무스메의 힘은 중등부 수준이 되어도 성인 남성 정도는 가뿐하게 제압할 수 있다. 우마무스메 개인의 기량이나 훈련 강도에 따라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타이어를 끌고 가는 훈련이 정식 훈련이라니 말 다한 셈이다. 그런 우마무스메가 힘만 조금 쓰면 남성 한 명은 간단하게 우마뾰이 해버리니 피해자는 수두룩하게 나온다.


 덕분에 트레이너 사이의 인권 존중이 없냐. 라고 했지만 외부에서 알려진 트레센이라는 학원은 매우 엘리트 집단의 '청렴'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묵살당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한 번은 트레센의 내부 사실을 고발한 트레이너도 있었다.


 그 후 어떻게 됬냐? 자본의 힘으로 고발은 그저 트레센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려는 루머나 유언비어를 퍼트리려는 악플러 같은 취급이 되어버렸고, 고발을 올린 트레이너는 자신의 담당과 함께 '은퇴'처리 당했다. 외부에서도 이 사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예쁜 여자하고 하니까 좋은 거 아니겠냐는 취급이다.


 남성의 인권은 어디까지 떨어지는 거란 말인가? 


 결국 해결된 방안 없이, 자신의 전속이나 팀원에게 우마뾰이 당하는 일이 트레이너들의 일상. 그러다가 새로운 탄생을 맞이해야 할 우마무스메들의 영향으로 우마무스메도 은퇴되고, 그에 대한 책임이라는 명목으로 트레이너도 은퇴 당하게 된다.


 이쯤되면 눈치챘겠지만, 나도 '은퇴'라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언제 은퇴 당할지 모르니 말이다.


 나의 담당인 그라스 원더. 척 보기에는 야마토 나데시코 스타일이지만 속은 무사의 피가 흐르는 귀국자녀였다. 그녀 말로는 부모님들이 일본 문화를 동경했다나 뭐라나.


 어쨌든, 처음에는 착한 아이라 생각했고, 그녀를 알수록, 강한 의지가 보이는 꿇리지 않는 강한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저 내가 우마뾰이를 하지 않으면 목에 치도의 날을 들이내미는 무서운 아이가 되어버렸다.


 발정기도 아니었는데 느닷없이 한 밤 중에 내 기숙사를 찾아오더니 우마뾰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었다.


 내 윤리의식에는 문제가 없다. 그런 발언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이상한 농담하지 말고 돌아가서 쉬어라. 라며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러다 돌아온 것은 금방이라도 내 목을 벨 수 있을 것 같았던 차가운 칼날.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긴 치도를 내쪽으로 향해서 웃고 있던 그라스 원더가 그렇게 무서웠던 적이 없었다.


 벗으세요.  


 그때 들었던 그 작은 한 마디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우마뾰이를 당했고, 그것을 빌미로 그라스 원더는 나에게 우마뾰이를 계속해서 요구해왔다. 

 

 나는 이런 관계는 안 된다면서 그라스를 말리려고 했지만 머리가 좋은 것이 작은 문제를 더 크게 만들어버릴 수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어느새 찍혔는지 모를 우마뾰이 사진과 영상을 담은 그녀의 전화기 화면을 보면서 아무런 말은 없지만 웃고 있는 표정을 봤을 때, 나는 더 이상 어떤 저항할 기회조차 없게 되었다는 것에 목이 박혔다.


 하지만 이런 한탄도 오늘까지다.

 

 나는 새 스마트폰에 깔린 한 앱을 빤히 처다보았다.


 '최면 어플'


 그 어떤 부가적인 타이틀 없이 달랑 그렇게만 쓰여 있는 어플이다. 출처는 내 동기 트레이너였다. 녀석도 자기 담당인 사토노 다이아몬드한테 시달리고 있었다고 한다. 자는 사이 몰래 지장으로 이상한 채무에 계약서에 도장이 찍혀서 매일 사토노 다이아몬드와 우마뾰이를 해야한다는 계약에 시달리고 있다나.


 안 그래도 어마어마한 대기업 그룹의 딸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와중에, 아그네스 타키온제의 스마트폰 어플을 받게 되었단다.


 만든 존재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효과는 분명했다고 한다. 어플을 사용하니, 사토노 다이아몬드와 더 이상 우마뾰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것을 지금 조용히 공유 중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거 불법인데 잘못하면 큰 일 나는 거 아니냐는 불안에 학원에서 우리 대우를 이따구로 밖에 안 해주는데 이 정도는 당연한 권리다. 라는 말에 솔깃해져서 어플을 다운 받게 되었다.


 즉 오늘 처음 사용하는 것이란 말이라 한탄을 더 이상 안 해도 된다. 라는 건 어디까지나 예상이다. 하지만 사용자 후기 건도 있고 나 또한 업무에 대한 피로와 그라스 원더와의 우마뾰이에 지쳤기 조금이라도 쉬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어차피 안 걸리면 우마뾰이고 걸리면 좋고 두 가지 선택지 외에는 없으니 말이다.


 그날 밤, 나는 내 숙소에서 그라스 원다가 오기를 기다렸다. 


 밤 9시. 초창기에는 담당의 트레이닝을 위해 각종 메뉴얼을 정리하고 검토했을 시간이나 지금은 그라스 원더와의 우마뾰이 때문에 항상 시간을 비워둬야 했다. 물론 강제적으로 말이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라스가 들어왔다. 처음에만 해도 노크를 하고 들어왔건만 이제는 노크도 없이 그냥 들어온다. 나를 찾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나요? 죄송해요. 오늘은 무슨 일인지 목욕탕에 학생들이 많아서요." 라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들어온 그라스를 향해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비추었다.


"그라스, 이거 좀 봐줘."


 이 작전을 실행하면서 다행인 점은 그런 사소한 건 그라스가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것이다. 반신반의하며 사용한 앱의 효과는 어떨까? 잠시 시간이 흐르고 효과를 보려고 하는데 아직까지 그라스 원다가 '트레이너씨, 지금 뭐하시나요?'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


 설마. 하면서 폰을 치우고 그라스 원더를 바라보았다.


 그라스 원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멍한 얼굴로 내쪽, 아니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효과가 있다! 화면을 보여줬을 뿐인데 그라스 원더는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여기 왔는지 잊어버린 채 그대로 멍한 눈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


 설마 최면 어플이란 게 실제로 존재했다니! 타키온이 항상 자기네 트레이너로 이상한 실험을 해서 그렇지 실력만큼은 확실하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인정했다.

 

 그렇게 최면에 걸린 그라스 원더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할 까 고민하다가 더 복잡한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돌려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멍해진 상태의 그라스 원더에게 '돌아가서 쉬고. 내일 보자. 우리는 이미 우마뾰이는 한 거다.' 라고 말하자 그라스 원더는 '네' 라는 대답과 고개를 끄덕인 후 방을 나갔다. 혹시 몰라서 그라스 원더를 뒤따라 가보니 미호 기숙사에 제대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모처럼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침대에 누웠지만 문뜩 그라스가 이 최면에 대해서 눈치를 채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함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당장 생각하더라도 달리 떠오르는 것이 없기 때문에 오늘은 일단 쉬기로 하고 다음에 있을 일만 생각하기로 했다.


 다음날. 다행히도 그라스는 어제 정말로 우마뾰이를 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나는 늘 그랬다는 듯이 행동하며 연기했다. 연기는 잘 못하지만, 맨날 같은 짓을 반복해서 그런지 그 정도 연기는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효과가 죽이는 최면앱에 대해서 조금씩 위험한 생각이 드는 부작용을 낳을 줄은 몰랐다. 사람이 힘이 생긴다면 그것을 악용하려는 건 본능같은 것일까? 물론, 나는 그 욕구를 참았다. 이사장님과 타즈나씨 비롯해 내 월급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최면을 걸어서 두 배로 올리려는 못 된 생각을 말이다.


 나는 최면앱을 오로지 그라스에게만 사용했다. 그 동안 매일 같이 당했던 우마뾰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라스가 찾아오면 앱을 사용해 돌려보냈고 그동안 미처 처리하지 못한 업무나 트레이닝 메뉴얼 작성을 하면서 마음놓고 푹 잠에 들기도 했다. 모처럼 만족스러운 나날이 계속되나 싶었다.


 여느 때처럼 그라스가 자기는 우마뾰이를 하러왔고 나는 최면앱을 써서 돌려보내려고 하던 찰나였다.


 이제 그만 돌아가라. 라고 전하려던 찰나, 순간 그라스에 대한 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라스에 대한 내 입장은 가르치는 학생이다. 어느 순간 쌓이고 쌓이더니 싹터버린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니라 그저 의무감을 가져야 할 존재였다.

 

 아마도 이건 그라스에 대한 분노였을 것이다.


 비록 최면앱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말 잘들을 수 있는 애일텐데, 나를 강제로 우마뾰이를 해버렸다. 라는 과거의 한탄이 섞인 억울함을 느껴버린 것이다.  


 달리 돈이 목적이 아니라 그저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힘든 공부하면서 트레이너라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G1급에서 달릴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현실은 그저 트레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담당 욕구 처리기구나 다름없는 현실.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우마뾰이 해버리는 담당의 현실이 너무나도 억울했다.


 그런 억울함이 그렇게도 분하고 슬펐을까? 나는 내 의지대로 처음 그라스에게 우마뾰이를 해버렸다.


 최면에 걸렸으니 그녀는 가만히 있었고 나는 그 동안 당해왔던 것에 대한 복수를 의미로 매우 거친 우마뾰이를 진행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침대에서 흉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그라스를 발견했고 뒤늦게 내가 이성을 잃어버려서 범해버린 잘못에 죄책감을 느꼈다. 


 내 스스로가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현실도피 때문일까? 나는 그라스를 향해서 최면앱으로 이번 일은 잊어버리고 돌아가 쉬라는 무책임한 행동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그라스가 돌아가자 나는 침대에서 눈물을 훔쳤다. 터져 나올 것 같은 비명에 머리를 쥐어싸매고 이빨을 꽉 물었다. 


 내가 바라는 트레이너 생활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다음날, 그라스 원더가 다시 내 앞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트레이너로서의 생활을 은퇴하기로 결심했다. 


 밤이 되고서, 나는 사직서를 작성을 마무리하고 그라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녀에게 나는 은퇴하기로 결정했다. 라는 말을 직접하고자 했으나, 그조차 어려운 것이 그녀를 강제로 우마뾰이 해버렸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그라스가 나의 은퇴 이야기를 듣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마지막으로 최면앱을 사용할 예정이다. 나에 대한 것은 잊고 실력은 확실하지만 새로운 트레이너를 찾는 중이다.... 라는 최면이 통할지는 모르겠다. 


 한숨을 푹 내쉬고 있으니 그라스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리는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그라스 원더를 만나서 다시 최면을 걸 준비를 했다. 


 그라스 원다가 들어왔고 나는 그녀를 부르며 다시 스마트폰의 최면앱 화면을 그녀의 눈 앞으로 다가왔다. 평소처럼 그녀는 최면에 빠져 축 늘어졌고 나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었다.


 나는 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 트레이너 생활을 이렇게 접어야 한다는 까닭이었다. 그라스 원더와의 인연은... 잘 모르겠다. 좋다면 좋았겠지만, 강제로 우마뾰이 당했다는 것이 더 커서 악감정이 없지는 않아서 말이다.


 그저 좋지 못한 기억으로 남아서 지나가버린 또 하나의 경험이라 취급하게 될테니 그리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인연이란 건 지나가는 좀 오래간 우연에 불과하다 생각했다.


 그라스를 바라보았다. 화면에 시선이 고정된 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그라스 원더. 그녀와의 계약도 이제 끝이다.


"이제부터 난 트레이너를 은퇴할 거다. 너와의 계약도 끝이야. 하지만 이 상황이 끝나면 넌 나에 대한 건 전혀 모르고 아무런 기억도 없이 네 숙소에서 일어나서 너를 트레이닝 시켜 줄 새로운 트레이너를 찾을 거야. 나 같은 건 넌 전혀 모르는 거야. 너한테 저지른 짓은... 내 평생 죄책감으로 삼으면 되니까. 넌 그냥..."


 순간 복받쳐 오르는 감정 때문일까.  마무리를 짓고 그녀를 돌려보내려고 하지만 마지막 한 마디가 쉽게 떠오르지 않아 횡설수설 쓸데없는 말까지 꺼내는 모습은 마치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는 모습 같았다. 우마뾰이 당하는 것과 우마뾰이를 해버리는 입장에서의 차이는 이렇게 크다. 고통스럽다. 그 한 마디로 정리 가능했다.


 그만 끝내려 했다. 넌 그냥 돌아가면 된다. 라고 말하려던 찰나였다.


 찰싹


 덥썩


 철푸덕


 순식간에 내 손을 때려서 스마트폰을 놓치고, 두 손목이 잡히면서 내 침대 위로 넘어졌다.


 그 상황에서 든 생각은 '어라?' 였다.    


"...트레이너씨."


 그라스 원다가 나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어떻게?


"그런 말씀하면 안 되죠."


 나를 붙잡고 내려다보는 이 감각. 얼마만일까? 아마 처음 그라스에게 덮쳤을 때 느꼈던 '공포'다. 다만 그때의 공포와는 다르다. 이번 공포는 그라스에게 덮쳐친다는 것이 아닌 그라스가 '최면'에 걸렸는데 멋대로 행동한다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저를 두고 느닷없이 은퇴를 하시려 하다니. 우마무스메에게서 그만한 배신은 또 없다고요?"

"그라스... 너 어떻게...?"


 그라스에게 붙잡혀서도 그녀가 최면에 걸린 상황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던지는 질문이다. 

 

"트레이너씨...생각해보세요. 이 세상에 정말로 단시간에 최면에 걸릴 수 있는 앱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어쩜 그렇게...순진하실까요..."


 '순진하실까요' 라는 부분에서 그녀가 지금 엄청나게 흥분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먹잇감을 노리는 야수의 얼굴을 하고서는 입가에서 침이 또르륵 흘러내려 간단하게 입은 티셔츠의 가슴쪽에 몇 방울 떨어졌다. 뚝뚝. 이렇게 큰 물방울 터지는 소리는 처음이다.


"하긴, 그만큼 트레이너씨도 급박했단 거겠죠. 아마 트레센 학원에서 우마뾰이를 한 수많은 트레이너들 모두요. 동기분이신 사토노의 트레이너씨 무척 좋아했겠지만 지금 쯤 최면앱이 가짜란 걸 깨닫고 사타노와 즐거운 때를 보내고 있을테니까요."


 속았다.


 나도 사토노의 트레이너와 최면앱을 사용한 다른 트레이너들 모두 피해를 입었다. 


 그라스를 비롯해 최면앱이라는 가짜 앱을 사용한 트레이너들을 모두 담당에게 최면에 걸린 척하며 그들을 속여왔다는 것은 눈치챘다. 하지만 왜 이렇게까지 한 거지? 자신의 전속을, 자신의 파트너를 속일 정도로 그녀들은 악질이었단 말인가? 


"계속 같은 짓을 반복하면 매너리즘에 걸리기 마련이잖아요? 그러자 타키온씨가 아이디어를 낸 거에요. 최면에 걸린 척하면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고 말이에요. 물론,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죠. 저희들도 평소 우마뾰이를 자주 하니 아무리 잘해봐야 몸의 피로가 덜해진다. 정도였죠."


 인지는 하고 있었구나.


"하지만 몇몇 학생들이 타키온의 아이디어를 사용해보았고, 다양한 결과를 세웠죠. 분풀이로 자신의 담당에게 다양한 걸 시키는 거 말이에요. 트레이너씨는... 매우 과격하게 저를 우마뾰이하셨죠."


 마음이 아파왔다. 비록 이렇게 어마어마한 사기극이었다고 해도 그 일은 죄책감만이 느껴졌다.


"사실 트레이너씨는 착하신 분이니 그런 걸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하지만... 하아... 얼마나 최고 감각이었을까요...?" 


 안 그래도 어두운 숙소에서 빛을 잃어가면서도 황홀해하며 호흡이 가빨라져갔다. 위험함을 감지하면서도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그녀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빛을 잃었으며 황홀하게 웃어보이는 눈을 마주본다.


"그때 트레이너씨 뭐라고 말하셨는지 알아요? '이렇게 말 잘 듣는 년이 머리에 00 밖에 안 들어서 날 우마뾰이용 도구로 밖에 생각안 하는 걸레년, 야마토 나데시코 같은 애가 아니라 창관에서 굴러야 할 00년'이라면서 매섭게 찰싹이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아하..."


 툭


 무언가가 떨어졌다. 타액이 아니었다. 투명한 색이 아닌 검붉은 액체 방울이 다시 한 번 떨어져갔다.


"아... 너무 흥분해 버렸나요... 후훗... 탄호이저씨도 전속 트레이너분과 함께 하면서 많이 쏟으셨겠죠?"


 내가 저항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눈치챈 그라스는 왼쪽 손목을 잡은 오른손을 놓고 자신의 코에서 흐르는 붉은 피를 닦아낸다. 아직 남아 있는 핏물은 혀를 날름 거리며 닦아내면서도 시선을 나에게서 떨어트리지 않았다.


"사족이 너무 길었네요... 트레이너씨..."


 그녀의 얼굴이 다가온다.


"부탁드릴께요..."


 입김이 얼굴에 닿는다. 서로의 입이 마주칠 거리에서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가 내 이성을 부수고 본능을 자극시켜갔다.


"다시 한 번... 저를 난폭하게 대해주세요."














명일방주 써야하는데 말딸로 새로운 기분 내보고 싶다고 다음편 밀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