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밝아진 불빛에 자고 있던 눈이 떠졌다.

방문을 보니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와 식사를 하러 나오라고 나를 깨웠다.

잠기운을 떨쳐낼 겸 주위를 둘러보니 침대 옆 컴퓨터는 이벤트 보상을 받기 위해 켜놨던 게임이 홀로 돌아가고 있었다.

 

오늘 게임 이벤트로 선착순 보상을 준다는 걸 깨달은 나는 허겁지겁 컴퓨터 앞에 앉아 이벤트 창을 틀어 보상을 확인했다.

다행히 선착순 보상을 받게 된 나는 안심하고 채팅창을 보았는데,

얼마 전 레이드에서 만나 친구등록을 한 닉네임 김얀순님께 50통이 넘는 메시지가 와있었다.

 

‘얀순님이 갑자기 무슨 일이시지.’

 

나는 궁금증이 들어 메시지를 확인하려 했지만, 재촉하는 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확인을 미루고 식사를 하러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 나가니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평생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는 아빠가 앞치마를 두르고 상을 차리고 있었고, 엄마는 식탁 옆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나는 식탁에 앉아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왠일로 엄마 대신 요리를 하고 계세요?”

 

“애는 뭔소리니 지금까지 네 밥을 차려준게 아빠지 그럼 엄마게

실없는 소리하지 말고 앉아서 밥이나 먹어 그것보다 얀붕아 취직은 잘되가니?”

 

“네 어떻게든 되가고 있어요. 아마 올해 안에는 취업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거짓말이다.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백수가 된지 벌써 일 년이 다되어간다.

처음 대학을 졸업했을 땐 금방 취업될 거란 막연한 자신감을 가지고 여러 기업에 이력서를 내봤지만,

계속해서 취업이 좌절되자 이제는 지원을 알아보지도 않고 방에 틀어박혀서 게임만 하고 있다.

 

“그래 너무 무리하지 말고 취업이 힘들 거 같으면 그냥 장가라도 가버려.”


“취업도 못한 남자한테 누가 시집을 와요. 능력 없는 남자는 여자들이 거들떠도 안본다구요.”


“네가 왜 능력이 없어.

 너가 그래도 아빠를 닮아 얼굴은 반반하니 적당히 돈 잘 버는 여자 하나 붙잡고 대시하면 금방 결혼할 수 있을 거다.”

 

오늘따라 아빠가 이상했다. 살면서 해본적도 없는 요리를 하며, 평소 매우 가부장적이라 상상도 할 수 없던 결혼에 대한 말까지.

 

“엄마 오늘 아빠가 왠지 이상하지 않아? 뭔가 아줌마 같은 말을 하잖아.”

“얀붕아 아침부터 아빠한테 아줌마가 뭐니 아줌마가. 엄마는 회사가야되서 바쁘니까 심심하면 나가서 산책이나 하고 와.”

 

엄마는 그렇게 말하고 집을 나섰다.

 

“이상하다 엄마가 언제 취직을 했지. 아빠는 오늘 출근 안해?”


“아빠는 집안일 해야지 나가긴 어딜 나가. 할 거 없으면 집안일이나 좀 도와.”


“어 맞다 나 오늘 친구랑 만나기로 해서 나가봐야 될거 같아 다음에 도와줄게.”

 

나는 남아있던 밥을 서둘러서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온 나는 할 일이 없어 동네 공원으로 나갔다. 길을 걷는 도중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오늘따라 뭔가가 이상했다.

도로위의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자고

어제까지 여자 연예인이 광고하던 화장품 광고는 모델이 남자연예인으로 바뀌어 있었다.

심지어 공원에 가니 여자들이 공을 가지고 축구를 하고 있고 남자들은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대부분 남자가 운전을 하고 축구를 하며 여자가 화장품 광고를 하고 수다를 떨었던 거 같은데.

 

나는 생각했다. 이 세계는 뭔가 잘못됐다.





뭔가 글써보는데 쓰다보니 남녀역전 세계관 빌드업에 시간 너무 오래걸린다. 얀데레 채널에 주객전도 된거 같은데 안하는게 나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