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아가다]



AM10:21 로도스 훈련장



: 여기다!


그레이스 교관: 아직 느려!


: 이런!

: 하지만......!


그레이스 교관: 여기까지!


: 후우, 후우......


그레이스 교관: 꽤 하잖아, 펭, 저번엔 이 공격을 막지 못 했었는데.

그레이스 교관: 싸우면 싸울 수록 더 민첩해지는군, 좋아.


: 네, 도베르만 선생님께서 알려 주셨거든요. 

: 자신의 발 힘을 사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속도에도 익숙해져야 한다고. 지금 조금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레이스 교관: 그래, 넌 쿠란타 족의 타고난 속도를 가지고 있어서 기습에 특화됐다.

그레이스 교관: 하지만 만약 적이 네 공격을 막아버린다면 넌 마땅한 대처를 할 수 없지, 그렇다면 큰 의미가 없어.

그레이스 교관: 아무튼 이번 실전 테스트는 통과다.



: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선생님!


그레이스 교관: 다음 테스트는 더 어려울 거야.


: 네, 노력하겠습니다!


그레이스 교관: 음, 바로 그런 정신이야.


비글: ~~


: 비글, 너도 끝났구나, 결과는 어때? 


비글: 아, 난 통과 못 했어......팔룬 선생님의 공격은 너무 까다로워서......


: 너무 상심하지 마, 다음에 더 열심히 하면 되지.


비글: 펭은 어때, 통과했어?


: 응.


비글: 다행이네......


크루스: 우우, 엉덩이가 아파......


비글: 크루스, 왜 그래?


크루스: 테스 선생님이 내 엉덩이를 맞춰서......


비글: 응?


크루스: 난 저격 담당이잖아, 그래서 테스 선생님이랑 서로 숨고 상대방을 수색하는 식의 테스트를 했어.

크루스: 하지만 난 테스 선생님께서 언제 내 뒤로 숨어 들어오셨는지 눈치도 못 챘다니까!


그레이스 교관: 하하하하하!


크루스: 웃지 마요, 그레이스 아저씨!


그레이스 교관: 마침 요 며칠 사이에 다른 저격 교관들이 자리를 비운 탓에 네가 테스랑 테스트하게 된 건 확실히 운이 없었네.

그레이스 교관: 나도 그녀의 신출귀몰엔 당해낼 수 없단 말이지, 네가 땡땡이칠 곳을 찾던 기운까지 끌어모으는 게 좋을 거야.


크루스: 치, 맘껏 웃으라지.


크루스: 방금 히비스커스랑 라바도 보고 왔는데, 라바는 통과했고 히비스커스는 못 했어.

크루스: 둘은 먼저 돌아갔는데, 너흰 어때?


비글: 펭은 통과했어.


크루스: 아, 펭 너 이 배신자!


: 누가 배신자라는 거야!


비글: 아아, 이번에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 하다니, 어쩌면 좋지......


: 너무 상심하지는 마, 비글, 아직 기회는 많아.


크루스: 맞아, 작은 테스트일 뿐인데, 뭐 그리 속상해 해, 게다가 오후의 테스트가 진짜 지옥이지.



그레이스 교관: 하하 확실히, 오전엔 도베르만이 우리 몇몇 교관들에게 맡긴 너희들의 개인 테스트였고,

그레이스 교관: 오후의 단체 실전 테스트는 조금 다를 거야.


크루스: 하아, 말도 마요, 제 테스트 결과를 본 도베르만 교관님의 표정이 벌써부터 보이네요.


그레이스 교관: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거야?


크루스: 아뇨, 도베르만 선생님께선 자신의 페이스대로 하시면 된다고 하셨어요, 전 때가 비교적 늦게 올 뿐이고요!


그레이스 교관: 허허.


비글: 그래도 난 도베르만 선생님께서 실망하실까봐 걱정되는 걸......


: 비글,크루스......


그레이스 교관: 자, 너무 속상할 필요 없어.

그레이스 교관: 이 테스트는 너희가 통과하기 위한 게 아니라, 너희들이 어떤 방향으로 노력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한 거야.


크루스: 와, 엄청 찝찝해, 이 사람 뻔뻔하게 자신이 강하다고 하는데, 정작 내가 반박할 말이 없어.


그레이스 교관: 너희들도 그렇고, 다른 예비 소대도 그렇고, 확실히 우리 교관들과는 큰 실력의 격차가 있지.

그레이스 교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너희들의 지지대가 되어 주기 위함이야.

그레이스 교관: 너흰 눈치채지 못 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너흰 로도스에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어. 


: ......확실히


비글: 음......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런 거 같아요.


그레이스 교관: 게다가 말이지, 너흴 담당하는 교관들은 모두 너희들이 각자 잘하는 영역의 숙련자들이야.

그레이스 교관: 이 교관들은 당시에 어떻게 오게 됐는지 알아?


크루스: 혹시......


그레이스 교관: 그래, 우린 그 도베르만 한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은 거야.

그레이스 교관: 너흰 상상할 수 없겠지만, 지금의 도베르만은 그때보다 백 배는 더 상냥하다고.


크루스: 네? 지금의 도베르만 교관? 상냥?

크루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가요, 그레이스 아저씨.


그레이스 교관: 난 지금 농담하는 게 아니라고.



====


도베르만: 그레이스, 밥을 든든하게 못 먹었나보지? 이 정도 무게 가지고 벌써 뻗은 거냐!


도베르만: 팔룬, 잘 생각해봐, 만약 네 적이 방금의 그 비열하고 강직한 공격을 받았다면 어떻게 생각하겠어!


도베르만: 테스, 지금 졸고 있는 거야? 총 제대로 들어! 날 제대로 겨냥하란 말이야! 


도베르만: 빅터, 적은 네가 침 삼킬 시간도 주지 않을 거야!


도베르만: 리아, 넌 치료 마술을 연습하기 전에 응급 처치나 제대로 배우고 와. 붕대 감는 게 너무 서툴잖아!


도베르만: 전원 오늘의 훈련이 끝난 후 훈련실 10바퀴를 더 돌고 온다! 알겠어?


전원: 네!


도베르만: 더 크게!


전원: 네!!!!


====



크루스: 그렇게 무서웠어요?


그레이스 교관: 중요한 건, 도베르만의 전투력도 그렇게 뛰어나게 강한 건 아닐 수도 있단 말이지.

그레이스 교관: 아, 여기선 자랑 좀 할게, 난 아마 그녀랑 비슷하게 강할 걸.


크루스: 아 괜히 쓸데없는 얘기는 하지 말아요.


그레이스 교관: 에이, 나도 자기자랑을 통해 내 어두운 기억을 조금 벗어나 볼려고 하는 거잖아.

그레이스 교관: 비록 도베르만 자신의 전투력은 강하지 않았지만,

그레이스 교관: 볼리바르 군 출신이었던 그녀는 각종 전술과 전장에 대한 이해도가 무서울 정도로 엄청 나.


: 볼리바르......


그레이스 교관: 응, 지금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그 나라야.

그레이스 교관: 우리도 그 도베르만이 어째서 이렇게 변한 건지 잘 몰라.

그레이스 교관: 게다가 그녀는 한번도 볼리바르에 있었던 자신의 과거에 대해 얘기해준 적이 없었어.

그레이스 교관: 당시의 로도스는 발전 초기였으니까, 인력도 없고, 또, 그러니까......

그레이스 교관: 그때의 도베르만은 그야말로 진정한 군인이었거든.


비글: 진정한 군인이라는 건 뭔가요?


그레이스 교관: 봐, 우리 로도스도 대단하지만, 분위기는 그래도 가볍잖아? 다들 각자의 생활도 있고.

그레이스 교관: 음, 이렇게 말하지, 크루스가 그때 있었다면 분명 땡땡이도 못 치고 딴 생각도 못 했을 걸.


크루스: 네? 생각만 해도 못 참겠네요.


그레이스 교관: 뭐, 그랬다는 거야. 지금의 도베르만은 그렇지 않으니까. 


: 확실히, 그레이스 교관님이 말씀하신 도베르만 교관님의 모습은 현재의 도베르만 교관님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네요.


비글: 음......지금의 도베르만 선생님은 무섭지만 오래 지내다보니 진심으로 우릴 신경 써준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레이스 교관: 그녀는 항상 누군가를 신경써줬었어, 그때도 그랬었지.

그레이스 교관: 단지 말이야, 어떻게 생각하냐보단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할 때가 있어.

그레이스 교관: 그래, 수다도 이쯤이면 됐다, 정리하고 씻고 점심 먹어라, 오후의 단체 실전 테스트를 잘 준비하라고.


: 그레이스 선생님은요?


그레이스 교관: 나? 다른 교관들로부터 테스트 자료들을 가져와야 하거든, 그 다음 도베르만에게 그걸 보내줘야 하고.


: 아, 그건 제게 맡겨 주세요.


그레이스 교관: 응? 그래도 괜찮아?


: 네, 밥 먹으러 갈 땐 도베르만 선생님의 숙소도 지나치거든요.


비글: 아, 그럼 나도 같이 갈래.


크루스: 윽, 난 됐어, 도베르만 선생님을 그렇게 일찍 보기도 싫고.


그레이스 교관: 그럼 부탁 좀 할게.

그레이스 교관: 맞다, 방금 얘기한 걸 절대로 도베르만한테 말하지 마! 절대로!



_


비글: 도베르만 선생님!


도베르만: 응? 왜 너희들이 온 거지?


: 마침 지나가는 길이어서요, 그레이스 교관님께서 이번 테스트 결과랑 다른 자료들도 함께 보내 주셨어요.

: 선생님, 저 이번에 통과했어요!


도베르만: 어디 보자, 음......아주 잘했어.

도베르만: 다른 사람은......크루스, 비글, 히비스커스는 통과 못 하고, 라바는 통과인가.


비글: 죄송해요......


도베르만: 아냐, 발전이 있었네.

도베르만: 크루스에게는 마음의 준비를 해두라고 전해라.


비글: 아하하하..


도베르만: 그래, 돌아가서 쉬어라.


비글: 네!


: 저기, 도베르만 선생님, 방을 치우시고 계신 건가요?


도베르만: 그래, 난 정기적으로 방을 치우지.


: 도와드릴까요?


도베르만: 응? 왜?


: 음, 도베르만 선생님께서 항상 저흴 이끌어 주시는데, 저희도 선생님의 도움이 되고 싶어서요.


비글: 아, 그럼 나도 도울래!


도베르만: ......


: 앗, 조금 불편하시려나요?


도베르만: ......아니, 아무 것도 아니다. 난 조금 놀랐을 뿐이야, 난 너희들이 날 무서워하고 있는 줄 알았어.


: 그럴 리가요, 전 도베르만 선생님을 존경하고 있는 걸요!


비글: 저도요!


도베르만: 그래, 그럼 부탁 좀 하마.


&비글: 네!


_


비글: 도베르만 선생님의 방엔 의외의 물건들이 많네요......


도베르만: 응? 뭔가 이상하나?


비글: 아, 아뇨, 도베르만 선생님의 방은 뭔가 잘 정돈되어 있고 별 물건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도베르만: ......내가 막 로도스에 왔었을 땐 확실히 별로 가지고 온 게 없었지.

도베르만: 나도 여기서 오랫 동안 있었으니까 말이다.


: 아, 도베르만 선생님은 오래 전부터 로도스에 계셨었죠?


도베르만: 그래, 다른 대부분의 대원들에 비하면 그런 모양이군.


: 도베르만 선생님은 왜 로도스에 오신 건가요?


도베르만: ......


: 아, 죄송해요, 조금 불편한 주제였나요?


도베르만: 아니, 단지 지금은 때가 아니라서 그렇다, 나중에 때가 되면 알려 주겠다.


비글: 네에.


도베르만: 너도 알고 싶은 거냐?


비글: 네? 음......네! 왜녀하면 전 도베르만 선생님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거든요!


도베르만: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다......인가.

도베르만: 하.



: 장롱 안도 하는 김에 청소해야지......

: 어라, 도베르만 선생님, 이건 군복인가요?


도베르만: 음? 그래.

도베르만: 이건 내가 군을 떠날 때 남겨뒀던 기념품이다.


비글: 우와, 엄청 멋있는 군복이네요.


: 그렇네......그래서 도베르만 선생님께선 어느 쪽에 속해 있으셨나요?


도베르만: 볼리바르의 사정에 대해서 꽤나 잘 아는 모양이군.


도베르만: 그래, 너도 볼리바르 출신이었구나, 컬럼비아로 이민을 간 거였지?


: 네, 저도 부모님으로부터 볼리바르의 상황에 대해서 들은 것 뿐이라서요, 조금 궁금해요.

: 아,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제가 이럴려고 온 게 아니라......


도베르만: 아냐, 네가 이것 때문에 왔다해도 이상할 거 없지......

도베르만: 비글,와서 이불 좀 당겨줘.


비글: 네!


도베르만: 그래, 이거면 됐어, 고맙다.

도베르만: 볼리바르 국경 내엔 세 개의 세력이 있지.

도베르만: 명목 상의 공식 정부는 라이타이엔이 조종하고 있는 꼭두각시 정부야.

도베르만: 그들이 주도한 반 컬럼비아 전쟁에선 승리를 거뒀지.

도베르만: 의회에서 분열되어 나온 자치 정부가 계속해서 그것을 대체할 기회를 엿보고 있지. 

도베르만: 그들은 충분한 자금원을 가지고 있어서, 그 꼭두각시 정부에게 도전을 할 수 있는 거야.

도베르만: 나머지 한 세력은 다른 두 세력의 다툼에 지쳐, 반기를 들고 일어난 일반 시민 위주로 구성된 볼리바르 저항군이야.

도베르만: 난 과거에 자치 정부에 속해있었지, 계급은 대령이었다.



비글: 우와, 대령이라니, 도베르만 선생님 대단하세요!


: 대령이라니, 확실히 높은 계급이네요.


도베르만: ......그래, 정말 높지.



비글: 제가 옷장 위를 닦을 게요, 보통 이런 곳에 먼지가 많이 쌓이거든요.

비글: 훗——챠!

비글: 어라, 뭔가 떨어졌네?


: 이건......메달?


비글: 응?


도베르만: 이건......인식표다.


: 인식표? 로도스에서 신분증처럼 쓰이는 그런 거 말씀이신가요?


도베르만: 그래, 군대에선 신분을 알아보기 쉽도록 부대의 번호와 이름을 새겨놓은 인식표를 나눠준다.


비글: 아, 정말이네요.

비글: 구경해봐도 될까요, 도베르만 선생님?


도베르만: 봐라.


비글: 알......란. 후......안. 호......세. 조금밖에 못 알아보겠네요, 축약된 건 못 알아보겠어요......


도베르만: 그것들은 전부 그들이 속해있었던 부대에 연관되어 있다, 못 알아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 선생님께서 이 인식표들을 전부 가지고 계신다는 건......


도베르만: 그래, 그들은 전부 죽었다.


비글: 아, 그, 그럼, 소, 소중한 전우들이었나요?


도베르만: 소중한 인가......




====


???: 대령, 자네 부하들의 죽음은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


???: 슬퍼하지 말게, 그들의 죽음은 내 명성을 지켜줬고, 게다가 자네 또한 상층부의 징계를 받지 않아도 되지 않나.


???: 조사? 사람들은 이런 일들을 기억해 주지 않을 거야.


???: 진실? 대령, 사람들에겐 아름다운 게 필요해.


???: 혹은 아름답진 않더라도 떳떳한 결과가 필요해.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


???: 대령, 네가 있는 곳을 봐, 누가 일개 평민 병사였던 널 이 자리까지 끌고 왔는지 잊지 말게!


====



도베르만: 난 그들과 친하지 않았어, 심지어는 말 몇 마디도 나누지 않았었지.

도베르만: 하지만 확실한 건, 그들은 내게 있어 소중했었어.


: 네?


도베르만: ......청소도 이제 거의 끝났으니, 이리 와.


비글: 저기,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건 가요, 도베르만 선생님?


도베르만: 괜찮아, 이 물건들은 내게 있어 남에게 떳떳하게 보여줄 만한 물건은 아니거든,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그렇게 아무데나 놨을 리가 없지.

도베르만: 너희들이 방금 물어봤던 질문 덕분에 떠오른 것들이 조금 있어, 너희와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


: 그게, 저어, 영광이에요!


도베르만: 긴장하지 마, 앉아 있어.

도베르만: 내 과거에 대해선, 나중에 때가 되면 알려줄게, 지금은 아니야.

도베르만: 지금은 너희에게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도베르만: 너흰 병사의 가장 큰 특징이 뭐라고 생각해?


: 어라? 이건......시험인가요?


도베르만: 아니, 생각나는 대로 대답해줘.


비글: 휴우, 그럼 됐어요.


: 생각해볼게요, 음......전투에 능숙하다?


도베르만: 대부분 사람들은 훈련을 통하면 싸울 수 있어, 로도스에 있는 수많은 일반 오퍼레이터들처럼 말이야.

도베르만: 너희들도 나중엔 그렇게 될 거니까, 그건 특징이라고 할 수 없어.


비글: 그럼 혹시 엄청 대단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도베르만: 확실히 수많은 제식 무기들은 군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도베르만: 하지만 너희들도 봤을 거야, 일부 사람들은 다른 루트를 통해 이런 무기들을 얻는다는 사실을.


: 그렇다면 숫자가 많다는 점?


도베르만:음......그것도 맞다, 군대는 보통 일개 민간 조직보다 훨씬 많은 병력을 가지고 있다.

도베르만:지금 로도스의 규모도 기껏해야 어떤 작은 나라의 소형 비전선 이동도시에 상주하는 병력 수준이겠지.


비글: 네에? 전 로도스가 엄청난 줄 알고 있었는데......


도베르만: 민간 조직 사이에서 로도스는 확실히 훌륭하긴 하지. 하지만 절대로 국가에 대항할 생각은 하면 안 돼, 꿈도 꾸지 마.


비글: 하지만 저희도 대단한 오퍼레이터 분들이 많잖아요? 스카이파이어 씨처럼, 한번 휘두르면 적 여럿을 날려버리는데,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 하지만 수적 열세라면 어떨까? 웬만큼 강하지 않은 이상은 전세를 뒤집기 힘들겠지?

: 경비대의 거스 기억해? 그 녀석 힘은 경비대에서 가장 강하지만, 그런 그 녀석도 여럿이 몰려들면......


도베르만: 그래, 아무리 개개인의 전투력이 평범하다해도 협공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져. 

도베르만: 비글 한 명으론 스카이파이어 한 명을 당해낼 수 없지, 하지만 비글 10명이라면? 100명은 어때? 생각해 봐.


비글: 제, 제가 100명이나요? 그, 그럼 스카이파이어 씨가 깔려 죽으실 거 같은데......

비글: 죄송합니다, 스카이파이어 씨......


도베르만: 훗, 그래, 기록으로 남겨져 있는 전쟁의 역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개인이 국가 단위의 전쟁에 큰 영향을 미친 사례는 없어. 

도베르만: 후......조금 이야기가 주제에서 벗어났네, 내가 그동안 계속 너희에게 군대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알려주지 않은 이유는, 너희들이 이걸 지금 알아봤자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도베르만: 난 너희들이 이런 걸 사용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말하는 건 가볍게 들어줬으면 한다.


: 그래서 답은 숫자가 아닌가요?


도베르만: 그래,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만, 이런 군대의 성질이지, 병사의 특징이 아니야, 다시 한번 생각해 봐라.


: 으음......


비글: 저기, 혹시 '명령에 복종한다'인가요?


도베르만: 왜 그렇게 생각하지?


비글: 방금 생각난 건데, 경비대에 있었을 때 팀장이 말해 줬었거든요, 병사라면 어느 상황에서나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도베르만: 맞다.


비글: 엇, 정답인가요!


도베르만: 그래, 병사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명령에 복종한다는 점이다.

도베르만: 이런 말도 있지, 생각없는 병사야 말로 최고의 병사라고. 군대가 그들에게 요구하는 건 명령 복종이지 잡생각이 아니거든.


비글: 하지만 그건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요?


도베르만: 전쟁은 더욱 잔인하다. 만약 전쟁에 참여한다면, 생각을 하지 않는 건 확실히 일종의 해방이라고 할 수 있겠지.


비글: 그치만......


도베르만: 네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해, 잔인한 것 아닌가? 군인은 사람도 아닌가?

도베르만: 당연하게도 군인은 기계가 아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죽음에 가깝지, 그래서 그 누구보다 자신이 무얼 마주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

도베르만: 병사가 자신이 정말로 어리석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 병사의 사기가 오를 수 있을까? 


: 오르지 않겠......죠?


도베르만: 당연하지.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뭔지 알겠어?


&비글: ......아뇨.


도베르만: 하나는 병사가 자신이 어리석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걸 모르게 하는 거야.

도베르만: 하지만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 자신이 무엇을 마주하고 있는 지는 전선에 있는 병사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그들은 속인다는 건 멍청한 짓이야.

도베르만: 차라리 그 병사를 더 많이 격려해주는 게 나아.

도베르만: 또 다른 한 가지는, 정확한 명령을 내려 주는 거다.


: 네?


도베르만: 조금 궤변으로 들릴 지도 모르지만, 말 그대로야, 어떻게 병사가 생각없이 전장에 나가기를 기대하겠어?

도베르만: 어떻게 병사로 하여금 그들이 받은 명령을 의심하지 않도록 만들까?

도베르만: 간단해, 병사가 믿을 만한 정확한 명령을 내려주면 되는 거다.

도베르만: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도베르만: 자치 정부를 떠나고, 난 저항군에 들어갔었는데, 나중에 또 그곳을 나왔지. 왜냐하면 거기도 똑같았거든.


비글: 에에에, 도베르만 선생님 저항군에도 들어갔던 적이 있었어요?


도베르만: 그래, 장롱 밑 두번째 서랍에 사진 한 장이 있는데, 한번 봐봐.


비글: 우와, 정말이네요, 도베르만 선생님 이때 엄청 멋있으셨네요.


: 나도 볼래!

: 와, 정말이네.


도베르만: 봤으면 다시 있던 자리에 갖다놔.

도베르만: 난 거기에 대한 좋은 기억이 별로 없었거든, 결국 난 볼리바르를 떠났고, 로도스에 들어왔다.

도베르만: 난 원래 로도스에 대해서 별 기대를 안하고 있었어.

도베르만: 하지만 로도스는 날 놀라게 만들었다.

도베르만: 병사는 자신이 어리석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지만, 그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면 좋을지는 잘 모르지.

도베르만: 이것도 정확한 명령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도베르만: 그리고 로도스는 그런 걸 할 수 있어.


비글: (소곤)펭,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알아 들었어?


: (소곤)조금이라면......


도베르만: 내가 방금 말한 걸 꼭 담아들을 필요는 없다, 조금 감개무량했을 뿐이야.

도베르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너흰 로도스를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점이다.

도베르만: 너흰 안심하고 자신을 로도스에 맡겨도 괜찮다, 혹여 너희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생각을 하지 않고 싸운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잃어버릴 것들은 없어.

도베르만: 여기서 한 가지 고전적인 질문은: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사람이 나아가는 곳이 곧 앞이다' 라고 하는데, 도대체 앞은 어느 방향일까? 

도베르만: 이 질문에 답은 없어. 하지만 난 로도스가 너희들에게 가르켜 준 길을 따라가면 적어도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 로도스가 날 위해 가르켜 준 길을 따라라......도베르만 선생님이 무얼 말씀하시려는 건지 조금 알 것 같네요.


비글: 음, 그러니까, 로도스는 좋은 곳?


도베르만: ......하하, 그래, 그렇게 생각해도 좋다.

도베르만: 여긴 몇몇 이상주의자들이 작은 소망을 위해 목숨을 걸고 지키는 무릉도원(=이상향, 유토피아)다.


비글: 저도 로도스가 좋은 곳인 건 알겠는데, 도베르만 선생님께서 말하신 것 만큼 좋은 곳일까요......


도베르만: 하하,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다.


도베르만: 좋아, 청소하고 내 얘기를 들어주느라 시간이 꽤나 허비됐는데, 이제 밥 먹으러 가도 돼.


비글: 아, 정말이다, 벌써 1시가 다 되어 가네!


도베르만: 그래, 청소 도와줘서 고맙다, 먼저 밥 먹으러 가라, 곧 나도 따라갈테니.


: 네,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돌아가서도 곰곰이 생각해 볼게요.


비글: 저도요!


도베르만: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다.

도베르만: 그리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내가 방금 말한 건 어쩌면 나중에 있을 어떤 테스트에 나올지도 모른다.

도베르만: 만약 내가 너희에게 말해준 대로만 대답한다면, 그건 0점 처리할 거다.


비글: 네에에에? 그럴 수가!


: 저, 전 돌아가서 열심히 생각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감사했어요, 도베르만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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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베르만: ......

도베르만: 선생님, 인가.

도베르만: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이 신분에 익숙해졌네. 

도베르만: 난 수많은 학생들을 두었고, 그중에는 나를 뛰어넘은 자들, 또 미래가 밝은 녀석들도 있었어.

도베르만: 나는 로도스에서 새로운 목표를 찾았어. 난 아미야와 닥터 켈시가 날 위해 그려낸 미래를 믿어, 하지만......


도베르만: 알란.

도베르만: 후안.

도베르만: 호세.


도베르만: 내 뿌리는 여전히 볼리바르에 있어.


도베르만: 언젠간 난 돌아 갈거야.

도베르만: 언젠가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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