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가드 오퍼레이터: 이거 식감이 조금 거친데, 게다가 소금을 너무 많이 넣은 모양이야, 아, 집 가고 싶다!


행정 오퍼레이터: 장기 임무 한번 나갔다고 그러는 거야?


가드 오퍼레이터: 하아, 넌 몰라, 우르수스의 음식들은 진짜 입에 안 맞는다니까.

가드 오퍼레이터: 역시 로도스의 식당이 최고야, 죄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뿐이잖아.


행정 오퍼레이터: 근데 방금 네 반응을 보면 네가 이 음식을 좋아하는 것 같진 않은데......


가드 오퍼레이터: 좋아하는 거랑 맛있는 건 다른 거잖아.

가드 오퍼레이터: 저번에 친척들을 찾은 난민들한테 초대 받아서 만찬을 대접 받았는데, 쩝, 그게 럭셔리 엘레강트 스페셜이라고 하더라고.

가드 오퍼레이터: 그래도 똑같이 음식 적응이 안 되더라.


행정 오퍼레이터: 그래, 앞으론 널 로도스 식당에 길들여진 남자라고 부를게.

행정 오퍼레이터: 그래서 이번 임무는 어땠어?


가드 오퍼레이터: 간단했어, 너도 알잖아, 체르노보그에서 구해낸 난민들을 다른 우르수스 도시로 보내는 것.

가드 오퍼레이터: 조금 움직이고 시간 좀 쓰면 되는 일이지.


행정 오퍼레이터: 방금은 없던 질문으로 해, 넌 정말 난민 얘기만 나오면 열심이라니까.


가드 오퍼레이터: 그래, 우린 시간도 사람도 턱없이 부족했었지만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구했어.

가드 오퍼레이터: 도베르만이 얘기해준 건데, 지금 우리 상황이 우르수스랑 접촉하기엔 조금 곤란하다 하더라고.

가드 오퍼레이터: 그래서 아미야랑 박사가 이런 구조를 하겠다고 말했을 때 난 정말로 기뻤어.


행정 오퍼레이터: 그래, 우리도 이런 리더가 있어서 기쁘네.

행정 오퍼레이터: 그건 그렇고, 이번 일에서 아미야랑 박사 빼고 감사해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있어.


가드 오퍼레이터: 아, 나도 알아, 길에서 다른 사람들한테 들었어. 분명 나탈리아라는 한 여자 아이였지.


행정 오퍼레이터: 그래, 걘 우리 쪽에서 대스타잖아.


???: 어머나, 제 얘기를 하는 모양이네요?


행정 오퍼레이터: 아, 나탈리아, 안녕.



나탈리아: 사일론 씨, 안녕하세요, 이쪽 분은......


가드 오퍼레이터: 내 코드네임은 컴퍼스라고 해, 컴퍼스라고 불러줘.


나탈리아: 컴퍼스......좋은 코드네임이네요. 괜찮다면 저도 여기서 식사를 해도 될까요?


오퍼레이터 사일론: 물론이지!



컴퍼스: 야, 아직 학생이라면서......

컴퍼스: 이거 한눈에 봐도 엄청난 아가씨잖아!


오퍼레이터 사일론: 그게 뭐 어때서!


컴퍼스: 나 이런 사람이랑 어떻게 얘기할지 모른다고!


오퍼레이터 사일론: 긴장하지 마, 나탈리아는 친화력이 좋거든.


나탈리아: 그러고 보니, 방금 두 분 말씀하신 걸 들어보니 방금 난민 호송을 마치고 돌아 오신 건가요?


컴퍼스: 그래, 방금까지 그 얘기를 하고 있었어.


오퍼레이터 사일론: 맞아, 그리고 나탈리아가 이 임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려줄 참이었어.


나탈리아: 전 한게 별로 없는 걸요.


오퍼레이터 사일론: 정말 겸손하다니깐, 나탈리아 네가 그 난민들을 설득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임무가 그렇게 순조롭진 않았을 거야.


컴퍼스: 나도 길에서 난민들이 어떤 마음씨 좋고 상냥한 아가씨가 로도스의 사람들은 모두 좋은 사람이라 했다고 얘기하는 걸 봤어.

컴퍼스: 하아, 사일론 얘기를 들어보니, 나도 너한테 정말 고마워해야 겠네, 나탈리아.

컴퍼스: 솔직히 말해서, 일부 난민들은 우리한테 태도가 정말 나빠서, 네가 없었다면 길 위에서 얼마나 불편했을지 상상도 안 가.

컴퍼스: 나도 난민 출신이라 그 사람들 마음이 이해는 가. 그치만 나도 좋은 일하는데 따가운 시선 받고 다니는 건 싫거든.


나탈리아: 그건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어요, 정말로 고생하시는 건 컴퍼스 씨처럼 호송을 담당하시는 분들이죠.

나탈리아: 모두들 로도스를 믿지 않는 게 아니에요, 단지 재앙을 겪은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그 누구도 함부로 신뢰할 수 없었던 거죠. 

나탈리아: 전 로도스가 모두를 위한다는 걸 느꼈을 뿐이에요. 게다가 제가 학생이었을 때 늘 하던 게 이런 일이라서 말이죠, 이건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해요.


컴퍼스: 사일론, 들어봐, 이런 게 바로 사람다운 말이지, 듣는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하잖아.


오퍼레이터 사일론: 내가 말했잖아, 나탈리아는 친화력이 좋다고.

오퍼레이터 사일론: 처음엔 다들 귀족 아가씨가 신입으로 온다고 해서 조금 다가서기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었거든.

오퍼레이터 사일론: 그래도 막상 오니 일 잘하지, 말도 붙이기 쉽지, 상대가 누구여도 친하게 지내고, 모두들 좋아하잖아.


나탈리아: 아니에요, 제 나이가 아직 어려서 다들 절 보살펴 주고 싶은 것 뿐이에요.


컴퍼스: 그러고 보니, 나탈리아는 로도스에 남기로 한 거야?


나탈리아: 네, 저번 주에 행정 부서 테스트를 통과해서요, 정식으로 로도스의 일원이 됐답니다.


컴퍼스: 오, 그거 잘 됐네, 넌 분명 이곳을 좋아하게 될 거야, 날 믿어.


나탈리아: 전 이미 이곳을 좋아하게 된 걸요.

나탈리아: 그러고 보니 사일론 씨, 2차 난민 명단이랑 그분들이 보내질 행선지는 제가 다 준비해 놨답니다, 점심 휴식 시간이 끝나면 바로 추진해 주세요.


오퍼레이터 사일론: 어? 벌써?

오퍼레이터 사일론: 그건 구출된 난민들이 벌써 실질적으로 갈 곳이 생겼다는 말이야?


나탈리아: 네, 치료를 받고 계신 분들 빼고, 전부 확인했답니다.


오퍼레이터 사일론: 대단해, 팀장이 너한테 이 일을 맡긴 건 정말 잘한 선택이라니까.


나탈리아: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 걸요.


컴퍼스: 그럼 나도 어서 2차 난민들을 호송할 준비를 해야 겠네.


오퍼레이터 사일론: 2차도 가게? 너 우르수스의 음식은 입에 안 맞는다며?


컴퍼스: 그치만 난민들이 익숙한 장소로 가서, 친척들을 찾았을 때의 그 표정을 보면 내가 다 기쁜 걸.

컴퍼스: 뭐, 됐어, 밥도 거의 다 먹었으니, 치우는 건 부탁할게, 먼저 신청하러 갈게!


오퍼레이터 사일론: 야, 왜 내가 치워야 하는 건데!

오퍼레이터 사일론: 쳇, 미안, 나탈리아. 부끄러운 꼴을 보였네, 저 녀석은 저렇게 성격이 급하다니까.


나탈리아: 컴퍼스 씨는 난민들에게 집착......을 가지고 계신 건가요?


오퍼레이터 사일론: 그래, 너도 방금 들었겠지만, 저 녀석도 예전엔 난민이었어. 우리 쪽 소대에게 구출되었지, 그래서 매번 난민들이랑 연관된 임무라면 특히나 열심이라니까.


나탈리아: 두 분 사이가 좋으신 모양이네요?


오퍼레이터 사일론: 아, 뭐어, 나쁘진 않지. 저 녀석도 처음엔 행정팀에서 일하다 나중에 전선으로 옮긴 거야. 동기이기도 하고, 성격도 잘 맞아서 어느새 좋은 친구가 됐지.

오퍼레이터 사일론: 내 기억으론 나탈리아 너도 그 자치단의 일원이었는데.


나탈리아: 네, 하지만 소......지마 네는 컴퍼스 씨처럼 전선에 서는 오퍼레이터고, 전 행정팀에 남았죠.


오퍼레이터 사일론: 듣기론 너희들 함께 발견됐었다는데, 너희들 사이도 엄청 좋지?


나탈리아: ......네, 그때 저희는 언제나 함께였으니까요, 사이 좋아요.


오퍼레이터 사일론: 어려움을 함께하는 건가, 좋네, 아, 오해하지 마, 재앙이 좋다는 게 아니야.


나탈리아: 알아요.




지마: ......



나탈리아: 어라? 저건......


오퍼레이터 사일론: 지마잖아,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오퍼레이터 사일론: 어라, 지마가 널 쳐다보고 있는 거 아니야?


나탈리아: 네.



//나탈리아의 표정이 바뀐다



나탈리아: ......



나탈리아: 죄송해요, 사일론 씨, 저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오퍼레이터 사일론: 그래.



_




나탈리아: 지마, 날 찾고 있어?


지마: ......


나탈리아: 괜찮아? 안색이 나빠 보여.


지마: 난......

지마: 아니야, 내가 잠깐 미쳐서 널 찾으러 왔나봐, 못 본 걸로 해줘.


나탈리아: 앗, 잠깐만.



지마: 잡아 당기지 마!


나탈리아: 잠깐 얘기 좀 해, 소냐. 로도스에 오고 나서 우리 얘기 한번 제대로 나눠본 적이 없잖아.


지마: ......


나탈리아: 내 방으로 와.



_




나탈리아: 앉아, 뭐 좀 마실래? 커피라든가 홍차라든가 전부 있으니까.


지마: ......귀족 아가씨 아니랄까봐.


나탈리아: 그렇게 비아냥거릴 기운은 남아 있나 보네, 아무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모양이야. 방금 너 안색이 정말 나빴거든.  

나탈리아: 그럼 커피 마셔, 로도스에서 파는 커피는 꽤 맛이 괜찮아, 홍차는 그럭저럭이지만.

나탈리아: 듣기로는 수석 엔지니어 아가씨가 커피에 대해 특별한 집착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던데, 네 생각은 어때?


지마: 내가 어떻게 알아.


나탈리아: 후후, 요즘엔 하도 칭찬을 많이 들어서 말이지, 너의 그 공격성 짙은 태도가 그리워 질때도 있어.


지마: 넌 여전히 사람 싫증나게 만드네.


나탈리아: 설탕 필요해?


지마: 아니.


나탈리아: 정말? 블랙 커피인데.


지마: 필요 없어.


나탈리아: 그래.

나탈리아: 자.


지마: ......

지마: 윽.


나탈리아: 써?


지마: ......


나탈리아: 그래, 설탕 한 스푼 넣어 줄게.


지마: 이렇게 날 놀리려고 여기까지 끌고 온 거야?


나탈리아: 설탕이 싫다고 말한 건 너야, 소냐.


지마: 칫.


나탈리아: 그리고 잊지 마, 먼저 날 찾아온 것도 너야, 소냐.


지마: ......말했잖아, 너랑 얘기할 거 없다고, 우린 친구가 아니야, 난 네가 마음에 들지도 않고.


나탈리아: 그래, 너랑 나도 그렇고, 안나랑도 그렇고, 친구가 아니겠지, 우린 단지 그곳에서 같이 살아 나왔을 뿐이야.


지마: 내 말은......


나탈리아: 소냐,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더욱 얘기할 수 없는 말들이 있어.

나탈리아: 만약 네가 내 친구였다면, 난 널 끌고 오지도 않았겠지.

나탈리아: 또 어떤 말들은 상대방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지만 내가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을 때 하기 쉬워.

나탈리아: 나한테 있어, 이 상대방은 안나일 수도 있지, 너일 수도 있고.

나탈리아: 음......로잘린드는 너무 직설적이라 조금 그렇고, 라다도 너무 착해서 안 돼.

나탈리아: 그리고 네 입장에서 보자면 그 상대방은 나밖에 없겠지, 그러니 네가 날 찾아온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야.


지마: 그러니까, 나랑 얘기가 하고 싶다는 말이지?


나탈리아: 그래.


지마: 왜?


나탈리아: ......소냐, 두 달 동안 오퍼레이터로서 싸웠는데 어때?


지마: 뭐가 어떠냐니, 전투가 전투지. 그 박사의 지휘가 조금 짜증나는 걸 빼면.


나탈리아: 박사에게까지 대들고 다닌다는 소문은 행정팀에 있는 나도 들었어, 


지마: ......난 너처럼 말을 예쁘게 못 하는 걸.



나탈리아: 난 사실 네가 그런 일들을 겪고도 무기를 들면 괴로운 느낌이 들진 않는지 묻고 싶었어.


지마: ......난 싸움이 좋아.


나탈리아: 그렇구나......그건 그렇고, 난 역시 네가 예쁘게 말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 배워서 나쁠 건 없을 거야.


지마: 네가 신경 쓸 필욘 없어.


나탈리아: 우리가 친구 관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려움을 함께한 동료잖아, 동료를 신경쓰는 건 정상적인 일이잖아?

나탈리아: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난 네가 좋아,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


지마: ......뭐?


나탈리아: 아니, 확실하게 말하자면, 난 네가 부러워. 넌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간단하게 해낼 수 있어.

나탈리아: 맞다, 소냐, 왜 정말로 날 찾아온 건지 알려 줄 수 없을까?


지마: ......요즘 계속 악몽을 꿔.


나탈리아: 무슨 악몽이었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


지마: ......안 돼.


나탈리아: 그래, 그래도 한번 맞춰보자면, 거기엔 분명 안나에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겠지? 아니라면 네가 날 찾아올 리가 없으니까, 안 그래?


지마: ......응.


나탈리아: 사실 난 우리가 아직 체르노보그에 있었을 때부터 그런 느낌이었어.

나탈리아: 너흰 죽이 잘 맞아서,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지. 하지만 너흰 상대방과 대화하는 걸 꺼려 했어.


지마: 네가 알 바 아냐.


나탈리아: 안심해, 내가 널 가르치려는 게 아니야. 난 내가 타인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나탈리아: 화제를 바꿔볼게, 우리도 우르수스의 또 다른 도시로 갈 수 있어, 거기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지.


지마: 무슨 뜻이야?


나탈리아: 내 말은, 넌 계속 로도스에 있을 거야?

나탈리아: 우린 로도스에 남지 않아도 괜찮아. 이곳의 어른들은 전부 좋은 사람들이니까, 만약 우리가 떠나고 싶다면 안정적인 장소에서 생활할 수 있을 거야.

나탈리아: 우리랑 함께 구출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벌써 우르수스로 돌아가는 길에 있을 거야.

나탈리아: 우리가 원한다면, 우리는 우르수스의 다른 도시에 가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어.


지마: 그럼 넌 왜 안 갔어?


나탈리아: 나도 잘 모르겠어.


지마: ......?



나탈리아: 오늘 날씨가 정말 좋네, 소냐.

나탈리아: 정말 피크닉하기 좋은 날씨야.


지마: 야.


나탈리아: 우리가 폐허에서 처절하게 음식을 찾을 때, 물 한 병도 아껴 써야 했던 때, 난 종종 이런 생각을 했어.

나탈리아: 우리가 구조된다면, 난 반드시 햇빛이 내리쬐는 오후에 아름다운 공원을 찾아, 그곳에서 배불리 음식을 먹을 거라고.


지마: 야!


나탈리아: 하지만 그것보다 더 많이 생각했던 건——


나탈리아: 네가 그날 날 죽였으면 좋았을 것을.

나탈리아: 망설이지 않고, 측은지심을 거두고, 내게 갱생의 여지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날 가장 악랄한 귀족의 일원이라 생각하고, 도끼를 내려쳤다면. 

나탈리아: 날 거기서 죽게 내버려 두는 게 가장 좋았지 않았을까 하고.


지마: 원한다면 지금 보내줄 수도 있어.


나탈리아: 정말?


지마: ......



나탈리아: 우린 이미 그곳에서 벗어났어, 소냐. 다시 문명 사회로 돌아 왔다고.

나탈리아: 우린 문명의 사고로 생각해야 해, 문명의 방법으로 일처리를 하고, 그곳에서 벌어진 많은 일들은 다시 일어날 리가 없어.


지마: 난 신경 안 써.


나탈리아: 넌 신경 써. 넌 상냥한 사람이야, 소냐, “동장군”, 약자들의 수호신이자, 일진들의 천적이잖아.


지마: 뭐래, 그렇게 닭살 돋게 말하지 마.


나탈리아: 이건 내가 소문으로 들었던 네 얘기인 걸.


지마: 쳇, 난 그 녀석들이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야, 자기가 힘이 좀 있다고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다니.


나탈리아: 넌 분명 귀족들을 싫어하겠지, 소냐.


지마: 당연하지, 위선적인 새끼들, 항상 자신들이 한 단계 위에 있다고 여기잖아.


나탈리아: 그래, 그들, 아니, 우리는 언제나 우리들이 남들보다 한 단계 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나탈리아: 네가 날 데려간 이후로 난 너희들에게 구체적으로 그 전에 내가 뭘 겪었는지 얘기해준 적이 없었지?


지마: 없었어, 난 네가 그 귀족 단체의 우두머리라는 것 밖에 몰랐어.


나탈리아: 시간 있으면 내 얘기를 들어줘.


지마: 해봐.


나탈리아: 대부분의 귀족들과 부자들은 사실 리유니온이 도시를 점령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심지어는 그 전부터 피난가기 시작했어.


지마: 귀족들은 이미 알고 있었어?


나탈리아: 그래, 귀족들은 이미 알고 있었어.


지마: ......졸렬하네.


나탈리아: 그래, 하지만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귀족들은 이기적이라는 걸.


지마: 너도?


나탈리아: 나도.


지마: ......그럼 넌 왜 거기 있었던 거야.


나탈리아: 간단해, 우리 집은 도망치는 게 늦었거든, 다른 귀족들이랑 같이 저지 당해서 말이지.

나탈리아: 물론 아예 이 일을 신경도 안 썼던 집안도 있었지.


지마: 아.


나탈리아: 아이, 그런 귀찮다는 표정 짓지 마, 이것도 필요한 배경 설명이니까.

나탈리아: 아무튼, 그 학교로 옮겨진 귀족 학생들은 이렇게 두 종류로 나뉘어 졌어.

나탈리아: 사실 우린 부모와 함께 있었어야 했어, 그 다음 리유니온이 적어도 우르수스를 상대로 뭐라도 교환하는데 이용할 수도 있었겠지.

나탈리아: 하지만 우린 결국 강제로 부모와 떨어져 그 학교로 가게 된 거야.


지마: 그게 뭐 이상해?


나탈리아: 이상하지, 전쟁에서 귀족은 좋은 흥정거리야, 그렇게 낭비할 리가 없어.

나탈리아: 귀족은 우아하고, 고귀해, 다른 신분들에게 존중받아 마땅하지. 포로가 되더라도 자신의 집안과 신분은 잊지 않아.


지마: 너희 귀족들은 정말 머리가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


나탈리아: 예전의 1나였다면 너의 지금 그 한 마디 때문에 적어도 2시간은 너랑 토론하고 있었을 걸, 소냐, 난 그렇게 교육을 받아 왔었으니까 그래. 

나탈리아: 그래도 난 네 의견에 동의해.

나탈리아: 화려한 표피를 벗기면, 귀족과 평민은 별다를 게 없어. 게다가 그 화려한 표피 때문에 귀족은 오히려 더 추해 보이지.

나탈리아: 아직 기억하지? 만약 첫번째 화재가 첫번째 식량창고를 불태우지 않았더라면 일이 그렇게 참혹해지진 않았을 거라고.


지마: 하지만 그 녀석이 말했었어, 그 화재가 없었어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 모든 걸 돌이키지 못하도록 만들었을 거라고.


나탈리아: 나였다면 무슨 일을 겪어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 같아.

나탈리아: 하지만 그건——【어떤 일이 일어나야만 어떤 결과를 가져 온다】잖아.

나탈리아: 웃긴 건, 귀족들은 어떤 일이 일어날 필요도 없이, 모여 있기만 하면 싸움이 벌어져.


지마: 왜?


나탈리아: 너 신구 귀족들의 차이점이랑 시장의 정치 성향이랑 시내의 귀족이 얼마나 많은 파벌로 나눠져 있는지 듣고 싶어?


지마: 내가 왜 들어야 하는 건데?


나탈리아: 왜냐하면 이걸 모르면 설명을 할 수가 없거든.


지마: 그럼 그냥 얘기하지 마, 관심도 없으니까.


나탈리아: 사실 나도 별로 관심은 없어, 단지 로스토프 가문의 장녀로서 반드시 알아야 했기 때문이야.

나탈리아: 넌 우리(귀족들)가 학교로 모여진 첫날, 귀족 학생들 사이에서 유혈 사태가 벌어질 뻔 했다는 것만 알면 돼.

나탈리아: 그리고 제 4 중학교의 학생 회장인 내가 내 위신으로 그들을 다시 조직할 수 밖에 없었어.


지마: 그 말은 귀족들끼리 싸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네가 그들을 조직했다는 거야?


나탈리아: 그래, 듣기에 엄청 정당하지 않아? 학우끼리 싸우지 않게 하기 위해 내가 나서서 그들을 조직한 거야.




_




빅터: 윽, 아......


니콜라이: 파벨, 너희 아버지가 광맥 채굴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게 네 마음대로 될 거라 생각하지 마!


파벨: 별 하찮은 남작도 내 앞에서 제멋대로 굴고 있네, 나한테 칼로 안 찔려 죽은 걸 행운으로 생각해.

파벨: 너, 그러니까 이바노프 집안의 둘째 아들, 언제부터 네가 입을 열 수 있었지? 네 가슴에 구멍이라도 하나 내줄까?


니콜라이: 너......내 아버지는 의원인데, 해보시던가!


파벨: 의원? 넌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우리 어머니가 여는 모임에 오는지 알기나 하냐?

파벨: 아, 넌 모르겠지, 너네 아버지는 올 자격도 없으니까.


니콜라이: 너어!



나탈리아: 그만 두세요, 파벨!


파벨: 나탈리아, 절 파샤라고 불러 주시죠, 우리 사이에 그렇게 남처럼 대할 필요 없잖습니까.


나탈리아: 전 진심이에요, 파벨·니콜라예비치! 지금 이 상황에서 쓸데없는 싸움은 그만 두세요!


파벨: 당신의 뜻대로 하죠, 존경하는 학생 회장님.


나탈리아: 타티아나, 빅터의 상처를 치료해 줘요.


타티아나: 네, 네!


나탈리아: 여러분, 우린 지금 이 학교에 갇혀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몰라요. 하지만 적어도 그 리유니온들은 우릴 쉽게 놔주진 않을 겁니다.

나탈리아: 지금 당신들 모습을 보세요, 겨우 반나절 지났는데 싸우고, 심지어는 다른 귀족을 죽이려 하다니요!

나탈리아: 이게 진정 귀족이 가져야 할 모습입니까!



안톤: 넌 누구야, 우리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


타티아나: 저 분은 보리스 제 4 중학교의 학생회장, 나탈리아·안드레예비치·로스토프니까!


안톤: 네, 네가 로스토프 백작의 장녀야?


안드레이: 그녀가 바로 “제 4 중학교의 진주”, 공식적으로 로스토프 백작의 직위를 이어 받을 나탈리아·안드레예비치......



나탈리아: 여기엔 여러 곳에서 온 중학교의 귀족들이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전 제 자신의 신분을 강조하고 싶진 않아요.

나탈리아: 전 우리가 지금 생존이 걸린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탈리아: 이곳엔 우리말고도 평민 학교에서 온 학생들이 많습니다, 전 평민 분들께 이런 추태를 보이고 싶지 않아요.

나탈리아: 그리고 우린 리유니온에 의해 이곳에 억류되어 있지만, 그들도 우르수스에 원하는 것이 있을 테니 우릴 함부로 대하진 못할 거예요.

나탈리아: 설마 우리의 귀중한 생명을 이렇게 쓸데없는 싸움으로 낭비하실 생각인가요?!

나탈리아: 서로 간의 다툼보단,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단결입니다! 



_




나탈리아: 물론, 지금에서야 안 거지만, 리유니온은 그때 우리 귀족들을 신경 쓰지도 않고 있었지.


지마: ......


나탈리아: 일단 이 얘기는 그만 할게. 비록 난 싸움을 멈췄지만, 그건 내 모토랑 위신을 내세워서 한 거고, 그런 상황에선 확실히 큰 효과를 보기가 힘들지.

나탈리아: 소냐, 우르수스가 어떻게 지금같이 강력해질 수 있었는지 알아?

나탈리아: 사실 끝까지 많은 귀족 학생들이 내게 따르거나 다른 이들이랑 함께 지내는 걸 원치 않아서 떠나거나 단체를 꾸려서 나갔어.

나탈리아: 하지만 난 마지막에 적어도 서른 여명의 사람들을 모았지.

나탈리아: 그때의 난 내가 정말 잘한 거라고 생각했었어.


지마: 어쩐지 너희 말고도 무리에서 떨어진 여러 귀족 나부랭이들이 많았더라.


나탈리아: 그래, 그들도 분명 여러 조직을 꾸렸었겠지.


지마: 내가 어떻게 알아.


나탈리아: 아쉽네, 너랑 얘기하는 것도 즐겁지만, 이런 얘기는 역시 안나랑 하는 게 더 좋을지도.


지마: .....말 돌리지 마.


나탈리아: 아 미안미안, 나도 말하고는 싶은데 막상 그걸 정말로 입 밖으로 꺼내려니 조금 힘드네.

나탈리아: 우르수스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바로 전쟁 덕분이야.

나탈리아: 전 국왕 폐하께선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셨고, 자원을 얻으면 곧바로 그 다음 전쟁에 투입하셨어.

나탈리아: 전쟁만 있다면 우르수스는 어떻게든 돌아가고, 국민들은 어떻게든 한마음 한뜻으로 모일 수 있었던 거야.



_




니콜라이: 전......나탈리아 회장님의 말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파벨: 나탈리아 회장이 우릴 이끌어 주는 거라면, 저도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나탈리아: 만약 여러분들께서 절 믿어 주신다면, 전 사양않고 이 조직의 지도자가 되겠습니다.

나탈리아: (무리해서 싸움을 멈추긴 했는데, 이제부턴 어쩌지......)


파벨: 그런고로, 제게 한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나탈리아: 네?


파벨: 나탈리아 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귀족에겐 귀족의 체면이 있죠.

파벨: 그렇다면, 평민들이 우리들에게 헌신하도록 만들어야 겠죠.




_




지마: 그......말은 설마......


나탈리아: 그래, 난 "평민 약탈"이라는 제안에 동의했어.

나탈리아: 소냐, 난 예전에 내 자신이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

나탈리아: 적어도 그 당시엔 그렇게 생각했었어.

나탈리아: 난 귀족 간의 사교가 재미없고 위선적이라 생각했고, 난 비극을 보면 탄식을 할 줄 알았고, 심지어는 난민들에게 밥 한 끼라도 보내줬었지.

나탈리아: 하지만 난 널 속이고 싶지 않아, 또 내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고.

나탈리아: 그 순간 난 귀족들의 단결을 위해 그들을 약탈하는 걸 동의한 거야.



-@-


“쾅”! 

백발의 소녀가 바닥에 쓰러 진다, 얼굴은 주먹으로 강하게 맞은 모습이며, 입 아래로 붉은 피가 흘러 내린다, 그러나 그녀는 미소를 보인다. 

소녀의 미소는 피로 인해 더욱 두드러 졌으며, 그 때문에 더 비참한 모습이었다.




나탈리아: 콜록, 콜록......


지마: 너 이......


나탈리아: 악마라고 해도 좋아.

나탈리아: 그거 아니, 소냐? 만약 너희와 함께 생활하지 않았더라면, 로도스에 오지 않았더라면, 난 이런 생각을 가지지도 않았을 거야.


나탈리아: 너희들이 없었다면, 로도스가 없었다면, 난 이런 생각을 가지지도 않았을 거라고.

나탈리아: 난 결코 고귀하지 않다는 사실을 너희들이 가르쳐 준 거야. 하지만 그 사실 자체가 내겐 커다란 비난이었지.

나탈리아: 그래서 난 네가 날 찾았던 그때, 네가 내 동료들을 죽였던 것처럼 날 죽여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 거야.

나탈리아: 내가 내 스스로 착한 아이라고 여기고 있었을 때, 마지 못해 자기 위로나 하고 있었던 날 이대로 죽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분명 지금보단 좋았을 거야.


나탈리아: ......소냐, 이거 봐, 이게 뭘까?


지마: 커터칼.


나탈리아: 난 요 몇 달 사이에, 26번이나 이걸로 손목을 그을까 생각했고, 15번 이걸로 내 목을 뚫을까 생각했어.


지마: ......그렇게 자세하게 기억하는 거냐.


나탈리아: 왜냐하면 매번 포기할 때마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고 겁이 많은지 비웃게 되서, 잊어 버리기가 힘들 거든.

나탈리아: 말 나온 김에 얘기하는 거지만, 나도 귀족스러운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야.

나탈리아: 독을 탄 차라든지, 검으로 자결한다든지, 심지어는 유서를 어떤 형식과 글씨체로 쓰면 좋을지 생각한 적도 있어.

나탈리아: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방법은 분명 남에게 먼저 발견될 거야, 난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진 않아.


지마: 대체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나탈리아: 난......

나탈리아: 난 어른들에게 이렇게 얘기해, 나는 이곳에 남아 우르수스의 사람들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다고.

나탈리아: 그리고 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 나탈리아, 넌 지금 속죄를 하고 있는 거야.

나탈리아: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나탈리아: 매번 니콜라이 네의 웃음을 떠올릴 때마다, 그들이 평민들을 약탈하고 내게 공을 바랄 때마다, 난 이게 잘못된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미소로 화답하는 내 자신의 1나약함을 떠올리게 돼.

나탈리아: 매번 내가 그들의 요청을 들어 줄 때마다, 그들에게 어떻게 해야 한다고 계획을 짜줄 때마다, 난 쌓여가는 물자들을 보고 기뻐하던 내 자신을 떠올리게 돼.

나탈리아: 매번 그 비명과 울부짖음을 보고도 못 본 척하는 내 자신을 떠올릴 때마다, 매번 내 자신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합리화할 때마다, 나는 그 생활에 익숙해져 간 내 자신을 떠올리게 돼.

나탈리아: 소냐, 넌 믿을 수 있겠어? 난 그 배틀 로얄에서 그 누구도 죽인 적이 없었어.

나탈리아: 하지만 분명 내가 가장 더러운 녀석이겠지.


나탈리아: 넌 내가 널 방으로 끌고 온 게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할 건지 알려 주기 위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

나탈리아: 아니야, 소냐, 난 모르겠어, 난 정말 아무 것도 모르겠다고.

나탈리아: 난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나탈리아: 내가 할 수 있는 건 온갖 여유 있는 척은 다하면서 널 방으로 끌고 오는 게 전부라고!


지마: ......


나탈리아: ......


지마: 너어......


나탈리아: 후우, 미안, 조금 추한 모습을 보였네.


지마: ......뭐 좀 마실래?


나탈리아: 홍차로 해줘. 고마워.


지마: 그래.



지마: 야, 너 홍차는 어디에 뒀냐?

지마: 여기 다양한 종류의 찻잎 상자들이 너무 많이 있잖아, 알아 볼 수가 없네.



지마: 아.



나탈리아: ......풋.

나탈리아: 역시 내가 할게, 소냐.


지마: 윽, 미안.


나탈리아: 네가 홍차를 끓일 줄 모를 거라는 걸 방금 떠올렸어, 한순간의 실태로 네가 잘 못하는 일을 시키다니.



지마: 너 이 자식......


나탈리아: 저기, 소냐, 넌 대체 그날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지마: 뭐?


나탈리아: 화재가 난 이후로 사방으로 도망쳤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붙잡혔던 날 왜 구해준 거야?

나탈리아: 넌 분명 내가 며칠 동안 학교에서 잔혹한 일들을 일삼던 귀족들의 우두머리라는 걸 알았을 텐데 말이야.


지마: 까먹었어.

지마: 대충 네가 불쌍해서 그랬나 보지.


나탈리아: 그럼 넌 왜 내가 자치단에 들어오는 걸 허락한 거야?


지마: 안나가 허락했으니까.

지마: 넌 내가 널 미워했으면 좋겠어, 나탈리아?


나탈리아: 모르겠어, 소냐, 넌 날 미워할 거야?


지마: 내가 그동안 봐온 쓰레기들은 자신을 쓰레기라고 인정하지 않았어.


나탈리아: 그럼 자신을 쓰레기라고 인정하는 쓰레기는 쓰레기가 아닌 거야?


지마: ......그렇게 나한테 맞고 싶은 거야?


나탈리아: 난 그쪽 취향은 없어, 아니, 어떻게 얘기하면 좋을까.

나탈리아: 난 네가, 음, 네가 오해하지 않도록 조금 솔직하게 얘기한 것 뿐이야.


지마: 그쪽 취미......뭐?


나탈리아: 아, 그건 귀족 사이에서 전해지는 사소한 취향같은 거야, 나도 전해 들은 것 뿐이니까, 신경 쓰지 마.


지마: 적어도 덕분에 널 두 번 다시는 때리고 싶지 않아 졌어.


나탈리아: 그렇구나.

나탈리아: 홍차는 컬럼비아 산 마실래, 아니면 빅토리아 산?


지마: ......회복이 빠르구나.

지마: 맘대로 해, 어차피 뭐가 다른지도 모르니까.


나탈리아: 난 이렇게 교육을 받아온 사람인 걸, 난 다른 사람 앞에선 언제나 가장 떳떳한 모습으로 서있을 거야.

나탈리아: 설탕 필요해?


지마: ......필요해.


나탈리아: 미안, 이런 홍차는 설탕 못 넣거든, 그냥 마셔.


지마: 너 진짜 짜증나.


지마: 쳇.

지마: 잘 들어, 나탈리아, 난 널 어떻게 위로해야 될 지도 모르겠고, 널 위로하고 싶지도 않아.


나탈리아: 어라, 넌 날 미워하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날 위로해주려 한 거야?


지마: 닥쳐.


나탈리아: 그래그래.


지마: 난 남을 위로하는 게 제일 싫어, 매번 그렇게 할 때마다 결과가 좋지 않거든.

지마: 난 지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만 너에게 말해 줄 수 있어.

지마: 넌 방금 내가 지마로서 살아갈 거냐고 물어 봤었지.

지마: 내 대답은 그래야.

지마: 내 어머니아버지는 모두 체르노보그에서 돌아 가셨어, 그래서 난 그곳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우르수스에도 돌아가기 싫고, 그렇게 간단해.

지마: 넌 내가 네 고통을 이해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난 사실 잘 모르겠어.

지마: 처음에 난 네가 네 스스로를 위해 변명을 한다고 생각했어. 내가 봤던 그 녀석들의 말이 네가 하는 말이랑 비슷했거든. 하지만 넌 정말로 괴로워 하는 것 같아 보여, 왤까?

지마: 네가 없어도 귀족 나부랭이들은 별 다를 게 없었을 거야, 네가 귀족들을 나쁘게 만든 것도 아니고. 게다가 이 모든 게 너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니잖아.

지마: 차라리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야지......



나탈리아: 네가?



지마: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게다가 만약 내가 그 귀족들 중 하나였다면, 너같은 사람이 리더가 되는 걸 기쁘게 생각했을 거야.

지마: 마치 이스티나가 날 리더로 선택한 것처럼 말이야. 

지마: 난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해.

지마: 내가 널 싫어했던 건 단순히 네가 이전에 내 적이었기 때문이야, 게다가 난 귀족들을 좋아하진 않아서 말이지.

지마: 난 악몽을 꿔. 악몽을 꾸고 토를 하지. 그러곤 괴로워서 밤새 잠들지 못 해.

지마: 하지만 난 산다는 게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

지마: 그리고 널 살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지마: 넌 네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난 알아, 너 없이 안나만 있었다면 우린 분명 그 십여 일을 버티지 못 했을 거야.

지마: 난 네가 아무데나 돌아다녀 보고,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잤으면 좋겠어. 계속 앉아 있는 것보단 낫겠지.


나탈리아: ......풉.


지마: 뭐야.


나탈리아: 아하하하하하하하.


지마: 이렇게까지 웃을 일인가, 눈물까지 나오셨네.


나탈리아: 아냐, 난 그저 너랑 이야기를 하면 이런 게 좋다라고 생각한 것 뿐이야.

나탈리아: 안나였다면 지금쯤 서로 부둥켜 안고 엉엉 울고 있었겠지.


지마: 안나도 널 좋아하지 않아, 그건 잊지 마.


나탈리아: 알아, 풉, 하하하, 나도 알아.

나탈리아: 저기 말이야, 소냐.


지마: 왜.


나탈리아: 그거 알아? 너 내 문제를 완전 해결하지 못 했어.


지마: 내가 왜 널 신경 써줘야 하는 건데.


나탈리아: 내 생각엔 나도 네 문제를 해결해 줄 방법이 없는 것 같아.

나탈리아: 하지만 한 가지 맞는 말이 있어, 우린 살아 남았지. 

나탈리아: 그럼 네 생각엔 우리가 걸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지마: 뭐?


나탈리아: 발 밑의 원, 밤, 미궁, 속마음, 고민, 심연들을 말이야.


지마: 사람 말로 해줄래?


나탈리아: 그래, 그래. 그럼, 오퍼레이터들은 모두 코드네임을 가지고 있잖아, 넌 내가 오퍼레이터가 된다면 무슨 코드네임을 가졌으면 좋겠어?


지마: 내가 어떻게 알아, 지금 내 코드네임도 안나가 생각해준 거라고.


나탈리아: 그렇구나, 그럼 Poca는 어떄? 


지마: 이슬?


나탈리아: 그래, 이슬, 더 그럴싸하게 하자면 아침 이슬이려나.


지마: ......괜찮을 지도?




로싸: 그래, 그럼 내가 오퍼레이터가 된다면 코드네임은 로싸로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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