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 P.M. 날씨/맑음

레타니아 구역, 이동 도시 월루몽드 교외, 오래된 칠엽수 아래








세버린 : ……







타쟈나 : 세버린 장관님... 오늘만 벌써 세 갑째입니다.

세버린 : 장관.

타쟈나 : 아, 죄송해요. 아저씨...

세버린 : 담배가 필요하단 말이야. 물론 담배도 술도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 네 말대로야. 너는 이런거 하지 마라.

타쟈나 : 하지만 기침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세버린 : 그렇게 딱딱하게 하지 않아도 돼. 지금은 작업시간이 아니야. 전에도 말했지만... 뭐 좋아.



그는 먼 산을 바라보며 담뱃재를 털었다. 주위의 텐트는 불에 타 흩날리고, 들풀은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다.

그는 원래 혼자만의 시간을 바랬다. 자신의 칭호가 바뀌었다고 해도.




세버린 : 하…… 그들이 너를 보냈다고는 말 했다만, 설마 나한테 올 줄은!

세버린 : 그 교활한 늙은이, 나에게 직접 의견을 물으러 오긴 커녕, 젊은 아가씨를 상처 입히고--콜록 콜록!

타쟈나 : 아저씨, 제발 신경쓰지 마세요! 제가 지원한 거에요. 적어도 제대로 아저씨 본인에게 전하려고…

세버린 : 후우… 콜록 콜록

타쟈나 : 정말 술과 담배는 끊는 편이 좋아요. 최근 병세도 점점 심해지고요…….

세버린 : 전해줄 결론은 뻔히 예상할 수 있어. 젠장.

타쟈나 : …….네, 회장에서의 토론은 격해지기만 했어요. 하지만 젊은이들은 모두 응접실에 틀어박혀 아무도 발언하고 싶지 않아 했어요.

타쟈나 : 저를, 저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죄송합니다. 저만으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었어요.

세버린 : ……도시가 항로에서 벗어난 이후 상황은 긴박해졌어. 지금은 사회 활동 따윌 할 때가 아니야. 학생이나 젊은이가 의견을 내도, 아무도 듣지 않을테니 말이야.

세버린 : 그리고?

타쟈나 : 마을 대표도 의견이 일치해서, 감염자와 그들의 감염 상황을 판단할 수 없는 이상, 예상 밖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세버린 : ……

타쟈나 : 시체는 반드시 마을 변두리에 묻을 것, 물론… 장례를 치르는 것도 금지라고 합니다.

세버린 : 하……

타쟈나 : 죄…… 죄송합니다.

세버린 : ……하지만 그들 중에도 월루몽드의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의 가족들이지. 그들을 그렇게 쉽게 버릴 순 없어.

세버린 : 에크하르트는 최고의 재봉사다. 그가 자신의 아버지의 가게를 이은 이후, 마을 대부분의 결혼식에 끌려 다녔지.

세버린 : 비트먼은 불쌍한 놈이었지. 대협곡에서의 일로 그는 재앙 운반자 자리를 잃었지만, 이후 애써서 속죄를 해냈지. 그는 강한 마음을 지녔다.

세버린 : 케빈은 감염자가 아니었다. 그는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좋은 남편이었다.

세버린 : 토르발트도, 그 녀석은――콜록 콜록, 콜록 콜록―

타쟈나 : 이제 담배는 끊으세요, 장관님. 토르도 말했잖아요.

세버린 : 넌 납득할 수 있겠나, 타쟈나? 그 늙은이들의 생각대로 놀아나지 마.

타쟈나 : 저는…… 전 잘 모르겠어요.

타쟈나 : 하지만 전 토르가 편안하게 잠들었으면 하는 것 뿐이에요. 죽은 뒤에도 위험물 취급을 받고…… 깨진 물건 버리듯 처리되고…… 비바람에 맞아……

세버린 : …………알았다.

타쟈나 : 어째서 그들을 그런 식으로 대할 수 밖에 없게 됐나요? 예전엔,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타쟈나 : 그리고 그 광석병을 다루던 의사 선생님, 그 선생님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었어요. 월루몽드를 버리지 않았죠. 그 넷을 매장 정도는 해 줄 권리는 있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세버린 : 그들이 말 했을 터. 그들은 감염자라고――

타쟈나 : ……원망할 건 이 화재에요.

세버린 : 알고 있다.

세버린 : 하지만…… 하지만 이 사건은 나중이다. 아직은 그들의 시신을 버릴 순 없어.

세버린 : 가장 가까운 헌병대에 연락했다. 구원대에 전문가를 넣어 조사에 협조해 준다고 하는 군. 하지만 그전에, 시체는 내 눈에 띄는 곳에 보존해둬야 해.

세버린 : 전문가가 같이 있다면, 우리도 안전하게 죽은자들와 마주할 수 있겠지.

타쟈나 : 가장 가까운? 도움 받을 수 있나요……?

세버린 : 가장 가깝다곤 했지만 도착하는데에 1개월은 걸리겠지. 그 협곡의 크기에 따라선, 수 개월은 걸릴지도 몰라.

타쟈나 : 월루몽드가 항로에서 벗어난 후, 상황은 나날이 나빠지고 있어요. 다들 대협곡을 멀리 돌아서라도, 원래 항로로 돌아가야 한다고들 말하고 있어요.

타쟈나 : 하지만 대협곡을 우회는 길은 너무 멀어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세버린 : ……어쨌든, 조금은 기다려 줘.

세버린 : 토르와 조금이나마 더 같이 있게 해줘. 내겐…… 그럴 권리가 있을 터.

세버린 : 만약 그 늙은이들이, 내 아들을 월루몽드 교외의 황야에 내다 버린다면, 놈들은 자신들의 사관장에게 총을 쏜 것이나 다름 없어.

세버린 : 이 나에게 말이지.

타쟈나 : 그렇지 않아요! 모두들 아저씨가 이 마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단 것 쯤은 알고 있어요. 그런…… 그럴리는 없어요!

세버린 : ……아니, 지금 건 잊어줘.

세버린 : 이 상황에서 할 말이 아니었군… 사관장이 할 말이 아니야. 공무에 사념이 끼어선 안되겠지.

타쟈나 : 그렇지만 토르는 당신의 아들이에요……!

세버린 : 타자나, 돌아가서 놈들에게 알려줘. 나는――

세버린 : 나는……

세버린 : 나는 그들에게 동의한다고 알려주게. 콜록, 나도 동의한다고.

세버린 : 콜록, 콜록 콜록 콜록――







??? : ……

무장감염자 : 대장, 그들이 돌아오고 있어요.

??? : ……아아.

무장감염자 : 우린 여기 현지인 덕분에 인근 마을에 숨어들어 물자를 보급할 수 있었죠……

무장감염자 : 헌터 소대도 곧 돌아올 거고, 오늘만큼은 수확이 좀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이틀 연속으로 반찬이 별벌레에요.

??? : ……그렇군.

??? : ……식수 확보는?

무장감염자 : 문제 없습니다. 그 놈들 덕분에.

무장감염자 : ……하지만 솔직히 난 그 놈들이랑은 좀 안맞아요. 항상 그놈들에게 얕보이는 것 같아서.

??? : ……흐음.

무장감염자 : 그리고 아무래도 월루몽드가 곧 이동할 기미가 보이는데, 그 전에 결과를 내지 않으면 안되겠군요.

??? : ……이쪽에는 조력자가 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무장감염자 : 조력자라…… 글쎄요.

무장감염자 : 난 여기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어요. 여기 감염자들은…… 그저 보복할 뿐이란 말입니다.

무장감염자 : 오리지니움 아츠의 보급률이 이렇게 높은데도, 감염자에 대한 레타니아의 대우는 유난히 친절한데, 여기의 감염자들은 대체 무슨 이유들로 그렇게 두려움 받고 박해받고 있는 거죠?

무장감염자 : 실제 여기 감염자들은 적어도 물건 떨어져 곤란할 일도 없고, 영문도 모른 채 교수대에 끌려가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불만인건지.

무장감염자 : 제가 보기엔, 뭔가 꾸미고 있는 폭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군요. 우리들의 이름을 이용해――

??? : 이름?

??? : ……이름이 어쨌다고?

무장감염자 : 읏……

??? : 믿을 수 없다라…… 별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굴 믿어야 하지? 누굴 믿어야 한다고?

무장감염자 : 자꾸 겁주지 말아주세요. 물론 저는 당신의 말을 듣는다고요, 대장님.

??? : ……그거 고맙군.

??? : 아, 낙엽이, 네 머리 위에……

무장감염자 : 응? 뭐야?

??? : 육포 몇 상자와 주워온 과일. 그리고 식수. 지금은 이제 막 가을로 접어들었고, 겨울까진 아직 멀었다.

??? : 시간은 있어.

무장감염자 : ……뭐, 아니, 당신이 하는 말은 여전히 잘 모르겠네요.

무장감염자 : 어쨌든, 우린 언제쯤 전장에 나가면 될까요. 당신이 결정 해주셨으면 합니다.

??? : 전장? 아……

무장감염자 : 음?

??? : ……봐라, 헌터들이 돌아왔군.

??? : 오늘 저녁밥은 형편이 좀 낫겠어.

무장감염자 : 그랬으면 좋겠네요. 이럴 때 고기를 많이 먹어 둬야지. 그렇지 않으면 겨울로 접어들 무렵 꽤나 고생할 테니.

??? : ……

??? : 밥에게서 온 답장은?

무장감염자 : 우리가 레타니아에 들어선 이후 그들과 연락이 닿질 않는군요. 아, 그리고 계속 의문인게,

무장감염자 : 그가 덩치가 커서 빅-밥이라 불리다가 코드네임이 밥이 된 건가요, 아니면 원래 빅-밥이라고 불렸던 건가요?

??? : ……기억나지 않는군.

무장감염자 : 뭐, 됐습니다. 그들은 원래 바운티 헌터니까 말입니다. 어쩌면 보물을 찾을 지도 모르고.

??? : ……보물, 보물 말인가.

??? : 그렇군. 보물이 우릴 도와줄 수 있다면…… 좋겠는데 말이야.







폴리닉 : 벌써 27일이나 지났는데!

폴리닉 : 도대체가 이렇게나 지났는데 연락이 없는거야. 걘 칼같이 시간을 지키는 앤데!

폴리닉 : ……

폴리닉 : 앤트……어디에 있는 거야……







스즈란 : 폴리닉 언니?

폴리닉 : 아, 리사……아니, 이젠 오퍼레이터 스즈란이라고 불러야겠죠?

폴리닉 : 좋은 코드네임이에요.

스즈란 : 에헤헤, 감사합니다!

스즈란 : 폴리닉 언니, 벌써 통신실에 틀어박힌지 20시간째에요. 조금은 쉬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폴리닉 : 거짓말…… 그렇게 지났나요?

스즈란 : 네! 그러니 휴게실에서 좀 쉬세요. 제가 언니 대신 대기할테니까요!

폴리닉 : 진짜네…… 벌써 이렇게나 지났어……

스즈란 : ……앤트 언니에겐 아직 연락이 없나요?

폴리닉 : 네…… 하지만 저도 레타니아 파견 신청은 이미 내두었습니다. 아미야가 승인해 준다면 언제든지 출발 할 겁니다.

스즈란 : 레타니아? 그런데 폴리닉 언니는 아직 다른 임무가 남아 있는 거죠?

폴리닉 : 그녀는 내 동기입니다. 내 절친이기도 해요, 그녀를....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폴리닉 : 앤트의 마지막 정기 연락은 레타니아 북부의 사무실이었습니다. 특수한 사정이 없는 한, 그녀는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질 일은 없었을 터에요.

스즈란 : ――그럼 저도 갈게요!

폴리닉 : 안됩니다.

스즈란 : 앗?! 그렇게 칼같이 거절하지 않으셔도……

스즈란 : 아, 앤트 언니의 행방을 조사하는 것 뿐이니까, 위험한 일은 없지 않을까요?

폴리닉 : 상황에 따라선, 그렇다고만은 할 순 없어요.

스즈란 : 괜찮아요! 저도 정식 오퍼레이터가 되었으니까, 저도 켈시 선생님의 제자라고요!

스즈란 : 게다가, 폴리닉 언니가 계속 우울한 표정이니까요. 그러면 안되요! 걱정 된다고요!

폴리닉 : ……하아, 설마 리사에게 걱정받는 날이 오다니, 나 정말 요즘 컨디션이 안좋은 걸까?

스즈란 : 걱정에 나이는 상관 없어요.

폴리닉 : 하아, 알겠어요! 현지 지부에 보고도 냈고, 정말로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들이 도와 줄 테죠.

폴리닉 : 아미야의 승인이 나면 같이 가도록 해요. 다만 절대 내 곁을 떠나면――

스즈란 : 실시간 메세지? 앤트 언니의?

폴리닉 : ……

폴리닉 : 아니요, 단순 보고네요. 레타니아의 오퍼레이터가 통신을 포착한 이후 보내온 간이 보고입니다.

스즈란 : 폴리닉 언니……?

폴리닉 : "앤트의 소재가 마지막으로 확인 된 곳은 레타니아의 한 마을…… 그리고 그곳은 한 달 전에……"

폴리닉 : "재앙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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