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장인: 마리아! 어떻게 됐나!


마리아: 잠깐만요──나사 하나만 끼우면 돼요!

나이 든 장인: 조금 더 꽉 조이려무나!

마리아: 네! 아, 잠깐만요! 주크박스 밑부분 배터리쪽에 접촉불량이 난 이유를 안 것 같아요──

나이 든 장인: 빨리! 무거워서 더 못 들고 있겠다──!


'대머리' 마틴: 여기, 주문했던 치즈 나왔어 친구.

나이 든 기사: ...이봐, 이번에는 안 터지겠지?

'대머리' 마틴: 주크박스 하나 고치는데 터질 것이 뭐가 있겠나.

나이 든 기사: 글쎄다, 오리지늄과 관계 있는 물건이면 코발은 뭐든지 망가트리는 재주가 있다고.

나이 든 장인: 누가 내 욕을 하나!

마리아: 코발 사부님! 잠깐, 잠깐만요! 흔들지 마요!

나이 든 장인: 임마 너! 좀 있다 보자!

나이 든 기사: 그래! 어디 한 번 보던지──!

'대머리' 마틴: 너희 둘 덕분에 바가 후끈해지는군. 하지만 싸우지는 말라고, 잔 깨트리면 물어내라고 할 거니까.

나이 든 기사: 저 자식이 수십년동안 떽떽거리기만 했지 언제 날 이긴 적이 있기는 했나?

'대머리' 마틴: 저번에.

나이 든 기사: 음... 저번에는 술에 취한 데다가 관절염까지 도졌으니... 그건 예외로 합세.

나이 든 기사: 꿀꺽꿀꺽── 크으, 왕년에 같이 국경을 뛰어다닐 때는 감히 저렇게 못 했는데 말이야...

나이 든 장인: 임마, 발터! 이번엔 또 무슨 허풍을 치고 있나!

나이 든 기사: 허풍은 무슨! 자네가 내 시종이긴 했었지 않나!

나이 든 장인: 그게 언젯적 일이라고, 그 때 시종들은 지금 다 양복 쫙 빼입고 돈놀이를 하고 있는데──


(문이 쾅 열리는 소리)


???: 마리아!


마리아: 히익!

나이 든 장인: 악──! 야 이 가시나야! 갑자기 손을 놓으면 어떡하냐!

마리아: 죄, 죄송해요! 일단 잠깐 숨을게요...

'대머리' 마틴: 살살 좀 열어 조피아. 이번 달에만 문을 고친게 몇번인지.

'대머리' 마틴: 에휴, 이래서 내가 자동문을 안 산다니깐.

나이 든 기사: 뭔데? 갑자기 그렇게 씩씩거리고?

조피아: ...

조피아: 그쪽에 있다 그거지?


조피아: 마, 리, 아!

마리아: 히익──!

나이 든 장인: 가시나야, 들킨 것 같은데.

마리아: 으... 이 주크박스는 하필 이렇게 작아서는.

마리아: 언니는 지금 무슨 표정이에요?

나이 든 장인: 좋지 않은데. 저번에 그 술 취한 기사 애새끼를 집어던진 뒤로 저렇게 화 내는건 처음인 것 같아.

나이 든 장인: ──앗, 웃으면서 다가오는데 지금.

마리아: 그럼 더 심각하잖아요!

조피아: 코발?

나이 든 장인: 크흠──임마, 발터! 와서 한 잔 따라봐! 방금 내 욕 했지, 어디 한번 마시고 죽어 보자!

나이 든 기사: 쯧쯧, 꽁무니를 빼는 꼬락서니 하고는.

'대머리' 마틴: 그러면 자네가 가서 말 좀 해보지 그래?

나이 든 기사: 나, 나,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지 않나! 모르면 가만히 있어야지 암!


조피아: 마, 리, 아, 왜 숨고 있니?

마리아: ...으으...

조피아: 혹시...나한테 무슨 숨기는 일이라도 있니? 이미 다 알고 왔긴 하지만?

마리아: 하, 하하...

조피아: ....하아.

조피아: 토너먼트 기사라는 이름이 무슨 의미인지 알기나 하니?

'대머리' 마틴: ......

나이 든 기사: 허어... 화 낼 만 했구만.

조피아: 어째서 나랑 얘기 해 보지 않았니?

마리아: 그게, 왜냐면 조피아 언니가 화 낼게 분명하니까...

조피아: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기겠니! 지금 뭘 하는건지도 모르면서!

마리아: 히익...

마리아: 하지만 그, 나도 조금 알아보기는 했단 말이야...

조피아: ...네 언니한테서? 카시미어 빛의 기사, 메이저리그 최연소 기적을 보고 말이야? 그래, 퍽이나 알아봤겠다.

조피아: 너가──네──언니──마가렛인──줄──아니──

마리아: 귀, 귀는 잡아당기지 마──

마리아: 하지만, 집안 사정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잖아!

마리아: 진짜로 어쩌면 내년에는 내가 누울 침대마저도 사라질 수 있다고! 다른 가구는 이미 다 팔아버렸어!

마리아: 대표 기사가 없는 기사 가문은 인정받지 못해, 협회에서 독촉온게 한 두번이 아니야... 나,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조피아: ...그러면 우리 집에 와서 살면 되잖니. 욕실도 크고, 정원도 두 개나 있는데...

조피아: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경솔하게 토너먼트 기사가 되면 안 되는 거였어.

마리아: ...조부님이 돌아가신 뒤로부터 삼촌은 기사협회랑 연루되는걸 싫어하셨어.

마리아: 언니가 카시미어에서 쫓겨난지도 꽤 됐는데, 만약 나 마저도 짐을 나눠 지지 않았다면...

조피아: ...하아.

조피아: 그렇다 해도 우리랑 상의는 해봤어야 할 것 아니니... 너무 무모했어.

마리아: ....그건 나도 정말 미안해...하지만 조피아 언니라면 분명 날 막을 것 같아서...

조피아: 당연한 소리를.

마리아: ...그럼 지금은?

조피아: ... "다시 나타난 빛의 기사? 니어 가문 새 기사의 첫 등장, 과연 귀족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조피아: 오늘 토너먼트 뉴스 헤드라인이야.

마리아: 아하하... 언니의 이름값이 대단하네.

조피아: 웃어?

조피아: 언론사들이 분명 온갖 수작질을 동원해서 분위기를 조장할 테지만,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어. 진심이야.

마리아: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 가문은 파산해서 귀족 작위를 잃게 되는걸.

마리아: 조피아 언니, 내가 뭘 하고 있는지는 나도 잘 알아...해야만 하는 일이었어.

조피아: 너... 하아. 마틴 삼촌, 토너먼트 기사가 뭔지 잘 알 것 아니에요, 삼촌도 좀 어떻게──

'대머리' 마틴: 흐음, 한 번 시켜보는건 어때?


조피아: ──하아?!

마리아: 마틴 삼촌...! 고마워요!

조피아: 아니아니아니, 지금 마리아는 내가 한 손으로 싸워도 이길텐데, 진심이에요?

마리아: 그 정도야?!

나이 든 기사: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않나, 메이저리그 16강에 든 기사면서. 네 한 손을 꺾을 수 있다면 충분하지.

나이 든 장인: 맞는 말이야, 지금 저놈은 네 한 손도 못 이긴다고.

나이 든 기사: 뭐라고 했는가 자네?!

나이 든 장인: 허허, 여기 단골들이 비록 진작에 은퇴한 늙다리들이라 실력도 옛날같지 않지만... 눈썰미만은 아주 구렁이같기 그지없지. 흠, 내가 보기엔 괜찮은 것 같네.

나이 든 기사: 말을 왜 그렇게 하나! 구렁이면 욕 아닌가!

나이 든 장인: 알아듣기만 하면 됐지! 하여간 기사 나리들 꼬장꼬장한 것 하고는!

'대머리' 마틴: 흠흠── 발터 말이 옳은 것 같군.

'대머리' 마틴: 나는 마리아의 재능을 믿는다네. 마리아의 아츠와 검술은 분명 싹수가 보여, 어릴 적 부터 검을 맞대본 너라면 잘 알텐데?

조피아: ...하지만 요 몇년간 마리아는 기계 만지는데 심취해 있길래, 기술자가 되려는 줄 알았죠...

마리아: 그냥 취미일 뿐이야, 비록 포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들이 더 중요하잖아?


(찰싹)


마리아: 아얏!

조피아: ...아직 멋대로 일 벌인걸 용서한건 아니야,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고.

'대머리' 마틴: ...이건 조피아가 옳아.

'대머리' 마틴: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태도는 존경할만 하지만, 기사 토너먼트는 관객들이 생각하는 것 마냥 고상하지 않단다.

'대머리' 마틴: 정확히 말하자면, 그 반대라고 해야겠지.


마틴이 그의 손을 들어올렸다. 차가운 기계로 대체된 팔 절반, 관절에서는 맑은 금속음이 울린다.


마리아: 아...

'대머리' 마틴: 한 순간의 방심이 가져온 결과야.

나이 든 기사: 그래... 기억이 나는군. 상대는 그 쌍검을 쓰는 빅토리아인이었지.

나이 든 기사: 하지만 결국엔 자네가 이겼지 않나.

'대머리' 마틴: 그래, 결국엔 내가 이겼지.

'대머리' 마틴: 이젠 컵 하나 닦는 데도 품이 들고 말이야, 이런게 바로 놈들이 말하는 영예지.

나이 든 기사: 젠장.

'대머리' 마틴: 경기장에선 상대에 대한 경의도, 존중도 없어. 흐르는 피 밖에 없지.

'대머리' 마틴: 관객들의 환호는 그저 자극적인 컨텐츠에 대한 만족감에 불과해, 스폰서들이 해주는 것도 그저 경제논리에 불과하고.

'대머리' 마틴: 잘 생각하렴, 돌격하기에 앞서 위험을 직시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기사가 지녀야 할 소양이란다.

마리아: 저... 저도 알아요...

조피아: ...마리아.

마리아: ...네, 저는 진지해요.

마리아: 삼촌이 항상 말했죠, 귀족의 작위를 잃고 니어 가문의 깃발이 사라지더라도, '니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마리아: 하지만 저는 지키고 싶어요... 언니와 할아버지가 항상 지켜오던 것들을.

마리아: 언니가 없는 지금, 가장 젊은 '니어'로서 저는 제 가문이 몰락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어요.

마리아: 가만히 있는다면 아마 평생 후회하겠죠.

조피아: ......

나이 든 기사: 가시밭길을 걸어갈 것을 알게 되면서도 여정을 떠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기사지, 어느 시대가 되었든.

나이 든 기사: 네가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훌륭하게 자란 마리아를 위하여.

나이 든 장인: 하, 내가 빠질 수 없지! 마리아를 위하여!

'대머리' 마틴: (말 없이 잔을 들어올린다)

조피아: ....에휴, 잘 타일러주시나 했더니 같이 물들어서는.

마리아: 으...조피아, 조피아 언니, 조피아 고모, 제발 부탁이야.


조피아: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겨우 다섯 살 차이라고!

조피아: 어쨌건 니어 가문의 방계이니 네 생각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아직도 왠지──

마리아: 열심히 수련할게! 말도 잘 듣고!

마리아: 그래! 아니면 아예 언니가 내 수련을 도와주면──

조피아: ....헤에?

마리아: (앗차──!)

조피아: 그러고 보니, 우리가 저번에 검술 훈련을 한게 언제였더라?

마리아; ...언니가 카시미어를 떠나기 전?

조피아: 그럼 내가 저번에 가르쳐준 검술은 뭐였지? 원류는? 응용법은?

마리아: 에... 하하... 그게... 그, 뭐였더라?

조피아: 음, 아주 좋아.

조피아: 내일 우리 정원 훈련장에서 보자, 지각은 안 하겠지? '기사' 마리아양?

마리아: 응? 으...응, 다, 당연하지.





마리아: (장비는 다 입었고, 검은... 언니가 예전에 쓰던 훈련용인데, 아직 쓸만 하겠지?)


마리아: (그럼 이제 출발해볼까...)



(발걸음 소리)



???: ...


마리아: 아... 메이나 삼촌...







메이나: 왜, 니어 가문이 아직 덜 추락한 것 같나?


미라이: 아니에요──!


메이나: 기사 토너먼트...부문 쪽의 동료들이 이미 알려주었다.


메이나: 너는 기사 토너먼트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기사 토너먼트도 니어의 이름에 걸맞지 않고.


마리아: ...


메이나: 조피아가 부추겼나?


마리아: 아니에요! 이건 제가 스스로 원해서──


메이나: 그렇겠지. 조피아가 비록 니어 가문의 방계이지만, 어쨌거나 그 광대놀음에서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그녀도 지금은 "기사 계급"이군, 하.


메이나: 그런데, 너는?


마리아: 저는... 그저 지켜내고 싶어서...


메이나: 귀족의 작위를 빼앗긴다 하더라도 우리의 신조는 흔들리지 않는다, 보호 따위는 필요 없어.


마리아: 그렇다 하더라도...


메이나: 그것이 마리아 네 보호라면 더더욱 필요하지 않지.


메이나: 마가렛처럼 젊은 날의 호기로 경솔하게 일을──



(휴대폰 울리는 소리)



메이나: ──장관님?


메이나: 예, 무슨 일이신지요. 예, 그렇습니다...


메이나: 각하께서는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저번 회의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저한테...예? 그, 아니, 부디 다시 한 번 고려 부탁드립니다...제발, 부탁드립니다...예...



메이나는 마리아를 힐끗 흘겨보고서는 차갑게 위로 올라간다.



메이나: 예, 무조건 제 업무상 과실이 맞으며, 각하와는 무관한 일입니다. 잠시 뒤에 제가 수정한 문서를 보내드릴테니...내일, 예, 내일 보내드리겠습니다...정말 죄송합니다.


메이나: 아닙니다, 부디 한 번만 다시 고려를 부탁드립니다. 예, 그렇습니다. 예,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용서를...


메이나: ──마리아, 네 얘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지. 분별력 있게 행동하기를 바란다.



(발걸음 소리)



마리아: 삼촌...


마리아: ...아냐, 지금 흔들려봤자 무슨 소용이야. 빨리 가지 않으면 조피아 언니랑 약속한 시간에 늦겠어.


마리아: ...





(검술 수련하는 소리)


조피아: 후──


조피아: 십분이 지났는데 단 한번의 반격도 없구나.


마리아: 윽... 한 손으로 상대하기는 무슨, 애초에 그 검은 한손검이잖아!


조피아: 전력을 다한다면 다른 한 손도 노는 건 아니란다, 라이타니안 전투술도 보고 싶니?


마리아: 각 나라의 기사들은 각자의 스타일이 있다곤 들었는데...조피아 언니가 그런 것 까지 할 줄 알아?! 너무하잖아!


조피아: 그냥 흉내만 냈을 뿐이야, 나도 그 시합에서 손 놓고 지기만 한 건 아니라고.


마리아: 고모...?


조피아: 에휴, 별 거 아니야, 이미 지난 일이고.


조피아: 그나저나 너... 지금 이 상태로라면 토너먼트에 나가봤자 정말 아무것도 못 한다.


마리아: 으...


조피아: 좋아, 계속 하자.


마리아: 아, 알았어. 근데 삼십초만 쉬었다가 하면 안 될까, 나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조피아: 이 정도도 못 버틴다면 그냥 포기하지 그래?


마리아: 으──! 그래! 하면 되잖아!



(검 맞부딫히는 소리)



하루 뒤


마리아: 하아... 하아... 어, 어때?


조피아: 어떻냐니...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하면서.


마리아: 먹고 자는걸 빼면...계속...움직이기만 했는걸... 조피아 언니는 하나도 안 힘들어?


조피아: ...단체 난투전이라고 알아?


조피아: 기사 토너먼트에서 가장 인기있는 종목 중 하나야. 각 기사단에서 대표를 하나씩 보내는데, 너는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겠지.


조피아: 그리고 열명에서 수십명 정도가 커다란 경기장 안에 들어가서, 갑옷에 공격을 명중시킨 횟수로 점수를 얻고 마지막엔 토너먼트 점수로 환산되는거야.


조피아: 물론... 제한시간이 끝나기 전에 쓰러지거나 전투를 속행할 수 없는 기사는 그대로 탈락이지, 점수는 빵점이고.


마리아: ...그, 그건 나도 알지...


조피아: 아하, 그럼 가장 긴 난투가 얼마나 지속됐는지 알아?


마리아: ...너댓시간쯤?


조피아: 최장시간 지속되었던 난투는, 열광하는 관중들과 기업이 계속해서 시간을 추가하는 바람에 하루 종일 진행됐어.


조피아: 기사들은 우리에 몰린 짐승들처럼 쉬지도 못하고 서로 싸워야만 했지.


마리아: 에...?


조피아: 하루 종일이야. 탈락한 인원들은 소득은 커녕 심각한 부상만 입었지. 하지만 최후까지 살아남은 세명은 시합 단 한 번에 본선에 진출할 자격을 얻고도 충분할 점수를 얻었어.


마리아: 그, 그러면... 하루 종일 싸웠는데도 겨우 세명밖에 본선에 진출을 못 한거야...?


조피아: 어느 한 디비전의 스폰서에서 이런 경기를 기획한 뒤로는 이곳저곳에서 우후죽순처럼 비슷한 경기를 개최하기 시작했지.


조피아: 뭐라 해야 하나... 보기에는 안 좋지만, 관객들이 좋아하면 어찌되든 상관 없다 이거겠지.


조피아: 그러니까 너도 최소한 하루 종일 싸워도 지치지 않을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마리아: ──하루 종일?!



일주일 뒤


조피아: 후...


조피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좀 나아졌는걸.


마리아: 으아──


조피아: 훈련이 끝났다고 바로 눕지 마, 일어나서 뭐 먹을지 생각이라도 하면서 좀 걸어.


마리아: 아, 알았어. 윽! 다리가...!


조피아: 당연하지, 그 되도 않는 스텝으로 계속 움직여댔으니.


조피아: 스피드전은... 바라지도 않아. 유명한 기사단 쪽에 스피드전 전문 선수가 남아있는 한 우리에겐 뭐 승산이 없지.


조피아: 그렇다 하더라도, 경기장 내에서의 기동력 또한 중요한 요소야.


조피아: 물론...스피드전은 장비의 유무가 심하게 차이나는 종목이라, 넉넉한 자금이 없는 우리는 피지컬 쪽으로 길러야...


조피아: ...듣고 있니?


마리아: 앗──! 기억났다!


조피아: 응?


마리아: 저번에 주크박스 고칠 때 마틴 삼촌이 나한테 레스토랑 할인 쿠폰을 줬거든, 오늘 저녁은 거기서 먹을래?


조피아: 너...


마리아: 에이, 또 화부터 내지 말고, 그냥 언니한테 고마운 마음에...


조피아: 화 낸거 아니야, 그럼 언제 출발할래?


마리아: 오랜만에 같이 하는 외식이니까... 일단 씻고 옷부터 갈아입는게 어때?


조피아: 그래...하지만 식사 후에도 다시 훈련 할 거니까 너무 풀어지지는 말고.


마리아: 응!




조피아: ...


조피아: (확실히 성장이 있어, 그저 한 순간의 충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조피아: (정말 진심이었나 보네... 보기보다 훨씬 더. 나한테도 과하다 싶을 정도의 훈련인데... 원래는 포기시키려고 했건만.)


조피아: (이 정도로 필사적이면서도 평소처럼 낙천적인 모습이라... 누구한테 배운 건지.)


조피아: (이 또한 투지라고 해야 할까...)



조피아가 고개를 들어올린다. 잡초가 무성한 정원의 먼 곳에는 높다란 빌딩이 휘황찬란한 불빛을 흩뿌린다.

마치 자신을 속이려는 것 처럼, 그녀는 천천히 지금껏 안 써오던 그 손으로 칼자루를 잡는다.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근육의 격통이 허리에서 팔뚝까지 타고 흐른다. 예상했던 일, 그녀는 천천히 손을 내린다.



삼주 뒤



장인: 가시나 둘이 요즘 안 보이네? 쉬는 시간에는 바에서 좀 노닥거려도 될 텐데, 사람 섭섭하게 말이야.


장인: 아니면 혹시 '폐관수련' 같은게 요즘 것들한테도 유행인가?


기사: ...언제 유행한 적이 있기는 했나?


장인: 나 젊었을 적에.


기사: 기사들은 모두 방랑하면서 수련하지 않았나, 폐관 수련은 무슨?


장인: ...에휴, 재앙정보전달자를 고용할 돈도 있고 이동수단도 있는 기사 나리들이 속세의 고통을 어찌 알랑가...이 자식한테 좋은 검 들려주려고 공방에서 파묻혀 살던 나날이 엊그제 같건만...


기사: 쫑알쫑알 투덜투덜. 불만이 있으면 직접 말해! 그렇게 혼자서 주절거리지 말고.


장인: 이 사람이! 아직도 자기가 그 시절 기사 나리인 줄 아나 보지?!




(검 맞부딫히는 소리)


기사: 쉿!


기사: ...들리나? 가시나들 훈련하는 소리일세.


장인: 내가 귀머거리인 줄 아나! 음, 괜찮군. 요즘 훈련용 검은 다 너무 가볍던데, 쓰레기같은 놈들이 재료를 빼돌려서 말이야.


장인: 하지만 이건 나쁘지 않군. 아니, 상당히 훌륭한 편이야... 그런데 어째 들어본 적 있는 것 같군?


기사: 귀도 늙었나보지.


장인: 네놈이랑 수다 떨 시간 없어, 가기나 합세!



장인: ...이봐, 늙은이. 길 잃은 거 아니야?


기사: 뭘 그리 급하게 가려고 하나?! 가시나 정원이 커서 그렇지──입구의 고용인들한테 바이크라도 한 대 빌렸어야 했었네.


장인: 바이크는 무슨, 잡초가 무슨 숲처럼 자라있는데 어디로 몰고 가려고?


기사: 어어, 발 조심합세.


장인: 어엇──! 넘어질 뻔 했군...이게 뭐야? 보닛? 정원에 왜 보닛이 있어?




조피아: 스텝에 유의하고! 호흡 조절해!


마리아: 으, 응!



(검 맞부딫히는 소리)



장인: 허... 기초 훈련이라니.


장인: 한 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이래서야, 점수 잘 따기는 글렀군.


기사: ...코발, 자네 정말 치매라도 왔나?


장인: 앙?!


기사: 기초 훈련에 한 달을 쓴 건 맞는데, 마리아도 결국엔 니어 가문의 딸내미일세.


기사: 그 페가수스 영감이랑 마가렛이 아직 있었을 때 마리아가 저런 '기초 훈련'을 안 했을 것 같나?


장인: 아... 그것도 그렇군.


기사: 무슨 특기니 랭킹이나 하는건 배에 뒤룩뒤룩 살이 찐 녀석들이나 신경쓰는 걸세──


기사: ──진정한 카시미어의 기사는 이렇게, 기본기에 충실해야지 암!




(검 맞부딫히는 소리)



마리아: 하아... 하아...


조피아: 멈추지 말고! 자세 괜찮네, 계속!


마리아: 하지만... 이젠 정말...


조피아: 그래? 우리 마리아가 많이 힘들었구나, 그럼 침대에서 사흘은 뻗어있을 준비나 하렴──!


마리아: ──!



(검 맞부딫히는 소리)



기사: (휘파람 소리)


장인: 허, 이건 좀 볼만한걸?


'대머리' 마틴: 역수검, 빠른 데다가 날카롭기까지 하군. 이게 그 특훈의 성과인가?


장인: ...언제 온건가 자네?


'대머리' 마틴: 방금.


'대머리' 마틴: 허어, 그나저나 저걸 보니 마가렛이 있었을 적이 생각나는군.



조피아: ...


조피아: 방금...


마리아: 에? 앗?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어떻게 된거야?


마리아: 아... 언니 검은?


조피아: 그, 네가 날려버렸어...


마리아: ...


조피아: ...


마리아: 에?! 내가?!


조피아: 우쭐하지 말고! 내가 방심해서 헛점을 찔린 거니까!


마리아: 아, 언니도 방심할 때가 있기는 하구나.


조피아: 쯧...


마리아: 그럼...?


조피아: ...그래, 약속했으니까. 좋아, 토너먼트에 참가하렴.


마리아: 진짜?


조피아: 하지만 내가 코치로서 함께 할 거야. 넌 토너먼트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는 것 같으니... 시합 스케쥴, 점수 획득, 정보 분석이라던지, 아직 할게 많──


조피아: ── 눕지 말고! 일어나! 아직 준비할게 많다고.


마리아: 으, 으으... 잠깐만, 조금만 쉴 테니까...


마리아: ...


조피아: 자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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