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 272만 km²로 세계에서 9번째로 넓은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의 3분의 2를 홀로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내륙국. 지도를 보면 국토 중앙에는 광활한 스텝과 사막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주요 도시는 비교적 습윤한 북쪽이나 천산에서 흘러나오는 강들이 있는 남쪽 가장자리를 따라서 분포함. 카자흐인은 유목민이었기 때문에 전근대엔 옆동네 우즈베키스탄에 비해 도시 발달이 미미했는데, 이 때문의 카자흐스탄의 주요 도시들은 대부분 제정 러시아와 소련 지배 기간 동안 형성되었음.

자료출처: Демоскоп (1926-1959), 카자흐스탄 통계청 (1970-2021)

세계은행 같은 곳에서 카자흐스탄의 도시화율 추이를 보면 소련 붕괴 이전까지 급속도로 도시가 팽창하다가 90년대 이후 도시화율이 60% 근처에서 정체되는 모습을 보임. 그러나 민족별로 보면 소련 시기에는 非카자흐인(특히 러시아인) 위주로 도시 성장이 이루어졌다면, 독립 이후로는 非카자흐인이 유출되는 대신 카자흐인이 급속도로 도시로 유입되었음. 결과적으로 이촌향도에 따른 대도시의 급격한 팽창과 함께 소수민족 유출로 인한 북부 중소도시의 쇠퇴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체 도시화율은 정체된 것처럼 보인 듯.

※ 아래 설명할 도시 인구(1989년, 2023년)는 도시 행정구역(қалалық әкімдік) 기준. 우리나라로 치면 도농복합시에서 도시(қала) 인구는 동 지역 인구, 도시 행정구역 인구는 읍면까지 포함한 인구라고 이해하면 편할 듯. 민족통계가 행정구역 기준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 기준을 인용했음.

예키바스투즈 Екібастұз (사진)

1989년 인구 162,094명 → 2023년 인구 145,505명 (연평균 -0.3%)

카자흐스탄 북동부의 도시. 지명은 ‘두 개의 소금 머리’란 뜻으로 도시 남쪽의 염호 이름에서 따온 것. 원래는 19세기 말 세워진 작은 탄광촌이었는데, 1950년대 철도 개통 이후 대규모 채굴이 이루어지면서 도시가 되었음. 스탈린 시기엔 정치범수용소 소재지였는데 작가 솔제니친이 이곳에 수감됐었다고.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 62%, 러시아인 25%, 우크라이나인 5%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이하 23년 기준).

장아외젠 Жаңаөзен (사진)

1989년 인구 55,675명 → 2023년 인구 147,931명 (연평균 +2.9%)

남서부 망그스타우반도의 사막 한가운데 있는 도시. 시명은 ‘새로운(jaña) 강(özen)’이란 뜻인데, 1960년대 외젠 마을 근처에서 유전이 발견되면서 도시가 세워져 이런 이름을 붙인 것. 외딴 황무지의 도시지만 카자흐스탄의 대표적 유전지대라 경제적으로 중요한 지역인데, 2011년과 2022년을 비롯해 석유 노동자들의 시위 무대가 되기도 했던 곳.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이 98%로 절대 다수를 점함.

테미르타우 Теміртау (사진)

1989년 인구 227,156명 → 2023년 인구 177,623명 (연평균 -0.7%)

중부 사르아르카고원의 도시로 중부 최대 도시인 카라간다에서 약 30km 떨어져 있으며, 북쪽으론 누라강을 막아서 만든 사마르칸 저수지에 맞닿아 있음. 시명은 ‘철의 산’이란 뜻으로, 이름 그대로 1940년대 카자흐 중부의 풍부한 철광석·석탄과 누라강의 수력을 이용해 대규모 제철소가 들어서면서 도시가 형성된 곳. 도시 인구는 러시아인 43%, 카자흐인 40%, 우크라이나인 5%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쾩셰타우 Көкшетау (사진)

1989년 인구 138,814명 → 2023년 인구 191,107명 (연평균 +0.9%)

카자흐스탄 북부의 도시로 수도 아스타나를 둘러싼 아크몰라주의 주도. ‘하늘색 산’이란 이름의 시명은 동남쪽으로 60km 떨어진 쾩셰산(947m)에서 따옴. 도시는 19세기 코사크 군대의 주둔지로 세워졌으며, 도시와 맞닿은 코파 호수와 (전술한 쾩셰산이 있는) 부라바이 국립공원 등이 주변에 있어 자연 경관으로 유명하다고.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 62%, 러시아인 24%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탈드코르간 Талдықорған (사진)

1989년 인구 129,920명 → 2023년 인구 201,670명 (연평균 +1.3%)

남동쪽 제티수 지방의 도시로, 발하슈 호수로 흘러드는 카라탈강 계곡에 위치함. 도시의 유래는 19세기 중엽 세워진 러시아 정착지로, 소련 시기에 비로소 경공업이 발달한 도시가 되었음.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 76%, 러시아인 16%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스탈린 시기 고려인 강제이주 때 첫 정착지였던 우슈토베가 이 도시 근처에 있어서 탈드코르간 시도 고려인 인구가 많은 편이라고(’23년 기준 5,005명).

튀르키스탄 Түркістан (사진)

1989년 인구 143,608명 → 2023년 인구 220,175명 (연평균 +1.3%)

남부 시르다리야강 유역의 뜨겁고 건조한 ㅡ 카자흐스탄 역대 최고기온(49℃)이 여기서 기록됨 ㅡ 평야에 위치한 도시로 옛 이름은 야스(Ясы). 카자흐스탄에선 드물게 역사가 오래된 실크로드 도시로 14세기 티무르가 세운 아흐메트 야사위(12세기의 수피 지도자)의 영묘가 현존해 지금도 성지로 여겨진다고 하며, 카자흐 칸국의 수도도 과거에 이곳이었다고.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 66%, 우즈베크인 31%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페트로파블 Петропавл (사진)

1989년 인구 242,324명 → 2023년 인구 222,086명 (연평균 -0.3%)

카자흐스탄 최북단의 도시. 위도(54°53′N)만 보면 옴스크와 노보시비르스크 등 시베리아 대도시들과 거의 비슷한데 실제로도 시베리아 횡단철도 본선이 통과함. 18세기 러시아 제국의 국경 요새로 세워진 도시는 러시아와 카자흐 초원 사이 교역 중심지가 되었고, 2차대전 기간엔 유럽에서 대피한 중공업이 자리잡았다고. 도시 인구는 러시아인 54%, 카자흐인 33% 등으로 구성되어 러시아인 비율이 높은 도시임.

코스타나이 Қостанай (사진)

1989년 인구 224,598명 → 2023년 인구 264,474명 (연평균 +0.5%)

토볼 강변에 위치한 북부 투르가이고원의 도시. 원래 19세기 말 러시아 정착지로 세워진 곳으로, 제정 말기 철도 건설과 스톨리핀의 농업개혁의 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농민들이 카자흐 북부에 정착하면서 곡물 거래의 중심지로 발달했다고.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 46%, 러시아인 34%, 우크라이나인 9%로 구성되어 있는데, 높은 우크라이나인 비율은 위와 같이 제정 말기 농업 이민의 흔적.

악타우 Ақтау (사진)

1989년 인구 171,633명 → 2023년 인구 271,779명 (연평균 +1.4%)

남서쪽 망그스타우반도의 도시로, 카스피해와 맞닿아 있어 카자흐스탄 최대의 항구가 위치한 곳. 소련 시절 이름은 솁첸코(Шевченко)였다가 1991년 ‘흰 산’이란 뜻의 현재 이름으로 개칭됨. 이 일대는 식수원이 없어서 정착지가 없었는데, 1960년대 우라늄 발견과 함께 도시가 건설되었고 이후 석유 산업 중심지로 발전했다고.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 80%, 러시아인 11%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세메이 Семей (사진)

1989년 인구 375,828명 → 2023년 인구 328,787명 (연평균 -0.4%)

북동부 이르티시 강변의 도시로 옛 이름은 세미팔라틴스크(Семипалатинск). 18세기 러시아 국경 요새로 세워진 도시는 제정 말기 카자흐 초원의 행정 중심지 역할을 했는데, 도스토옙스키처럼 많은 지식인들이 유배되어 온 영향으로 아바이와 같은 카자흐 지식인 1세대가 나타난 곳이라고. 현대에는 소련의 핵실험 장소(사실 150km 정도 떨어져 있음)로도 알려진 곳.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 73%, 러시아인 21% 등으로 구성됨.

크즐오르다 Қызылорда (사진)

1989년 인구 199,551명 → 2023년 인구 350,069명 (연평균 +1.7%)

카자흐스탄 남부 시르다리야 강변에 있는 도시. 19세기 코칸드 칸국이 국경에 아크메시트(Ақ-Мешіт) 요새를 세운 것이 도시의 기원으로, 1920년대 잠시나마 카자흐 자치공화국의 수도가 되어 ‘붉은 수도’란 뜻의 현 이름으로 개칭됨.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이 94%를 차지해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이곳도 탈드코르간처럼 강제이주된 고려인이 많이 정착한 곳(’23년 6,558명).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도 말년을 여기서 보냈다고.

오랄 Орал (사진)

1989년 인구 224,883명 → 2023년 인구 356,546명 (연평균 +1.4%)

카자흐스탄 북서쪽 끝 도시로 러시아어 이름은 우랄스크(Уральск). 이름 그대로 우랄강 서안에 위치해 있으며, 덕분에 지리적으론 유럽에 위치한 도시. 1584년 코사크 마을로 세워진 도시는 18세기엔 푸가초프의 농민 봉기의 무대가 되기도 했고, 19세기까진 러시아와 카자흐 스텝 사이의 교역 중심지로 현 카자흐스탄 일대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고. 현재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 72%, 러시아인 22% 등으로 이루어져 있음.

파블로다르 Павлодар (사진)

1989년 인구 349,145명 → 2023년 인구 367,256명 (연평균 +0.1%)

북동부 이르티시 강변에 위치한 도시. ‘파벨의 선물’이란 뜻의 시명은 황족의 이름을 딴 건데 의외로(?) 혁명 이후로도 살아남은 이름. 원래는 18세기 러시아 국경 요새로 세워진 곳으로 주변에 산재한 염호에서 나는 소금 덕에 도시로 발전했으며, 소련 시절에는 알루미늄·철강 등 중공업 공장들이 대거 건설되었다고. 시 인구는 카자흐인 51%, 러시아인 35%, 우크라이나인 5%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외스케멘 Өскемен (사진)

1989년 인구 325,020명 → 2023년 인구 372,712명 (연평균 +0.4%)

카자흐스탄 최동단의 도시로 러시아어 이름은 우스티카메노고르스크(Усть-Каменогорск). 이르티시강과 울바강의 합류점에 위치한 도시는 18세기 요새 겸 교역소로 처음 세워짐. 소련 시절에는 주변 알타이산맥에 풍부한 아연·우라늄·베릴륨 등 비철금속을 가공하는 산업이 발달한 공업도시가 되었으며, 옆동네 세메이처럼 핵개발과도 관련이 깊은 도시였다고.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 50%, 러시아인 45% 등으로 구성됨.

아트라우 Атырау (사진)

1989년 인구 176,895명 → 2023년 인구 401,669명 (연평균 +2.4%)

카자흐스탄 북서부의 도시로 카스피해로 흘러드는 우랄강 삼각주에 위치하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과 아시아에 절반씩 걸친 도시. 옛 이름은 구리예프(Гурьев)였으나 1991년 ‘삼각주’라는 뜻의 현 이름으로 개칭됨. 초기 도시의 주산업은 어업이었으나 20세기 석유 발견 이후로는 카자흐스탄의 대표적 석유 생산 및 가공 중심지가 되었음. 현재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 89%, 러시아인 7%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타라즈 Тараз (사진)

1989년 인구 306,715명 → 2023년 인구 427,394명 (연평균 +1.0%)

카자흐스탄 남부의 도시. 튀르키스탄처럼 역사가 오래된 실크로드 도시로 (당-이슬람 제국의 전투로 유명한) ‘탈라스’, ‘양기’ 등으로 알려졌으나 18세기 준가르에 의해 파괴됐다고. 코칸드 칸국이 옛 도시 터에 요새를 세운 후 20세기 초 철도가 개통되며 다시금 도시가 발전했는데, 소련 시절엔 잠블(Жамбыл: 시인 이름)로 알려졌다가 1997년 타라즈로 개칭됨.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 71%, 러시아인 12%, 우즈베크인 6% 등으로 구성됨.

카라간다 Қарағанды (사진)

1989년 인구 613,797명 → 2023년 인구 515,856명 (연평균 -0.5%)

카자흐스탄 중부의 탄광도시. 시명은 골담초(qarağan)가 많다는 뜻인데, 원래는 이름 그대로 풀밭이었으나 1930년대 정치범수용소가 들어서면서 도시가 형성되었고, 소련 말기엔 인구 50만이 넘는 카자흐스탄 제2의 도시가 되었으나 소련 붕괴 이후 인구가 크게 감소하였음. 현재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 51%, 러시아인 32%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80년대까진 거의 10만 가까운 독일인이 살았으나 현재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악퇴베 Ақтөбе (사진)

1989년 인구 289,031명 → 2023년 인구 559,934명 (연평균 +2.0%)

카자흐스탄 서부 최대도시. 시명을 풀이하면 ‘흰 언덕’으로, 1999년까진 러시아식으로 악튜빈스크(Актюбинск)로 불렸음. 19세기 러시아 국경 요새로 세워진 도시는 소련 시절 크롬·철 등 금속 및 화학공업이 발달한 도시가 되었는데, 카자흐스탄 독립 이후 서부에서 산출되는 석유가 경제의 중심이 되면서 이 도시 역시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음.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 83%, 러시아인 9%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심켄트 Шымкент (사진)

1989년 인구 392,977명 → 2023년 인구 1,192,199명 (연평균 +3.3%)

남쪽 우즈베키스탄 국경과 맞닿은 카자흐스탄 제3의 도시. 시명은 소그드어로 ‘잔디의 도시’란 뜻으로 옛 표기는 침켄트(Чимкент). 이곳도 옛날부터 실크로드 무역 도시로 형성되었으며, 소련 시절에는 납 생산으로 유명한 곳이었다고. 도시는 카자흐스탄 독립 이후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고, 2018년 인구 100만을 돌파해 직할시로 지정되었음. 현재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 71%, 우즈베크인 16%, 러시아인 6% 등으로 구성됨.

아스타나 Астана (사진)

1989년 인구 282,585명 → 2023년 인구 1,354,556명 (연평균 +4.7%)

북부 초원지대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의 수도. 시명은 ‘수도’라는 밋밋한 이름인데 이름 변천사를 다 적으면 너무 길어져서(...) 패스. 19세기 러시아 군사요새로 세워진 도시는 1960년대 흐루쇼프의 개간 사업에 발맞춰 농업 개발 중심지가 되었고, 카자흐스탄 독립 이후엔 안보적 이유로 신수도로 선택되어 원래의 도시 남쪽에 대규모 신도시가 조성되었음. 현재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 81%, 러시아인 9% 등으로 구성됨.

알마티 Алматы (사진)

1989년 인구 1,131,963명 → 2023년 인구 2,161,902명 (연평균 +1.9%)

남동쪽 천산 자락에 있는 카자흐스탄 제1의 도시로, 소련 시절 이름은 알마아타(Алма-Ата). 19세기 중반 러시아의 베르니(Верный) 요새가 도시의 전신으로, 1927년 카자흐스탄의 수도가 크즐오르다에서 옮겨오면서 70년 동안 수도 역할을 했던 곳. 현재도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큰 도시로 경제 및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음. 현재 도시 인구는 카자흐인 61%, 러시아인 20%, 위구르인 5% 등으로 구성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