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꿈을 많이 꾼다.

일어났을 때 오히려 피곤할 만큼.

오늘 마지막으로 꾼 꿈은...


학교였다. 아마, 고등학교 정도 됐던 것 같다.

꼴에 남자라고, 꿈을 꾸면 늘... 꿈에서도 여자를 보고 있었는데.

오늘은 특이하게도, 남자 놈들 위주로 나왔다.

그렇지만 그 이유는 그저... 남자만 착취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략 오전 10시부터 담임교사에게 모두 끌려갔다.

교외, 아주 후미진 농촌까지 왔다. 망상은 아니고, 실제로 도시 외곽엔 이렇게 농경지가 있다.

그리고 공장이나 있어야 할 것 같은 곳.

그곳에 강당 같은 게 있었다.


이상한 일들을 했다.

잘 기억나지 않는데... 하나는 기억이 났다.

불을 다루는 일을 했다.

나뭇가지? 혹은 다른 소재를 모아놓고, 불을 붙인다.

그리고 그것을 발로 밟는다.

끄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아마... 고정하기 위해서?

목적이 있었는데, 그거까진 까먹었다.


여기까지 정리.


고등학교.

담임한테 끌려와 이상한 창고에 도착.

단체로 불을 다루고 난리 났음.


모르겠다.

불 다루기가 아마 12시쯤이었다.


빵 같은 걸 4~5번 받았다.

어디로도 나가지 못하게 해서, 그 대신 빵을 받았다.

나는 그게 불만이었다.

첫 번째 빵은 먹었지만, 두 번째부터는 먹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뒀다.


정오가 지나갈 즈음엔 다른 사람들도 불만에 차 있었다.

걍 대충 때워. 그런 생각이 만연했다.


그러나 오후 2시.

선생이 전부 불러모았다.


그리고, 오리의 신이 나타났다.

그렇다고 오리인 것은 아니다.

인간의 형상. 두건과 베일에 싸인. 칙칙한.

이름이 오리의 신이었다.


그 녀석에게, 지금까지 배운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연극이 시작된다.


고등학교 때 나를 괴롭히던 놈이 있다.

그런 게 싫어서 아는 사람 없는 고등학교로 간 건데.

단 1명이라도 예외가 생기는 순간, 인생은 다시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법이다.


그 놈이 이 연극의 에이스가 되었다.


연극은, 영문 모를 춤사위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대사도 노래도 없는 몸동작의 연결들 속에, 무언가 메세지가 들어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리의 신과 담임이 뭐라고 했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오리의 신은 아마 아무 말도 안 했던 것 같다.


대신 담임이 그 자리에서 1시간 넘게 설교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 말했다.


그 녀석은 고등학교 때, 심약해보이던 녀석이다.

하지만 나만큼은 아니었던 녀석이다.

실로 모든 걸 망치고 나락 가던 나와 달리, 할 땐 하는 녀석이었다.


그 녀석은 말했다.

우리도 열심히 했다고.

그리고,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날 괴롭히던 녀석도, 인생 막 살다가 이제 마음 잡고 생활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웃기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애초에 우리를 여기 잡아놓고 오리의 신에게 연극을 바치도록 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인데.


오리의 신이라는 녀석에게 굴종하고.

열심히 했다는 어필을 하는 것은.


정말로

노예 같았기 때문이다.


선생과 아이들이 제각기 무언가를 말했다.

아마도, 타협하고 있었을 것이다.

더 잘할 수 있지?

뭐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입이 근질근질 거렸지만, 언제나처럼 나는 침묵했다.


나는 언제나 극단주의적이고 겉도는 사람이라서,

나는,

가끔 입을 열 때면 언제나, 절묘한 곳을 찔러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의미는 없었기 때문이다.

내 의견이 반영되면, 모든 걸 갈아엎어야 했다.

그리고, "무엇이 올바른가" 따위보다, 전체주의 미학을 더 숭상하는 인간들은,

이해득실을 따져서 그냥 내 의견을 묵살시켰다.


말할 의미 따위는 없었다.

침묵.


그렇지만 꿈이라서,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말했다.


오후 4시.

일단 오늘 하교하라는 허락을 드디어 받아낸 뒤.

우르르 창고를 빠져나가는 와중, 나는 몇 시간 전에 마지막으로 받은 빵을 집어던지며 말했다.


"쓰레기 같은 년."


담임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소란이 일었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왜 지랄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너희도 같은 생각이잖아?

다같이 욕해야 바뀌지, 욕한 놈을 병신 취급하면 되냐.


그렇지만.

꿈은 곧 다음 전개를 보여줬다.


그냥 무표정 섹서 같던 오리의 신이, 갑자기 나를 따라온 것이다.


정확히는, 누가 "쓰레기년"이라고 했는지 몰라서, 그 소리가 들린 쪽에 있는 애들을 따라온 것이다.


그리고 놈은 모두를 다시 강당으로 모았다.


처음으로 오리의 신이 입을 연다.


쓰레기 같은 년, 이라고 한 그 녀석.

자수하지?

용의자는...


대충 내 얘기를 할 게 뻔해서,


나다 씨발놈아


라며 그냥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오리의 신이 후드를 벗으며 히죽 웃었다.

너구나.

놈의 면상은, 아주 흉악한 몰골이었다.


놈이 자초지종을 묻기에,

나는 말했다.


아니 씨발 밥도 못 먹게 하고 지랄이야


모두가 죽음의 공포 속에서, 더 잘할 거라느니 하는 헛소리나 하는 와중.

그냥 밥 안 주고 빵 몇개 던져준 것을 대놓고 이야기했다.


어차피,

호방하고 호탕하게 하는 게 먹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리고 잠에서 깼다.



씨발놈을 꿈에서 다시 보고,

좆같은 여선생을 꿈에서 봐서,


여러 모로 좆같지 아니할 수 없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