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부순애물 채널

"표정이 왜 그래? 애들보면 울겠다."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있는 중년의 늑대, FBI의 선임요원인 존이 위조된 신분증을 든 채 캐리어를 끌고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탄탄한 근육질의 도베르만 청년, 미켈에게 건넨 말이었다. 존과 마찬가지로 FBI의 요원인 미켈은, 미국에서 마약을 유통하고 있는 거대한 카르텔인 '돈 주앙'을 이끄는 보스, 흰 사자 '파블로'에게 접근해 유통망에 얽힌 관계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던 존이 머무르고 있는 로마로 파견되었다.


"난 애들은 딱 질색이라고요!"


처음에는 존과 같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되어 내심 기쁜마음을 가진 미켈이었지만, 작전에 대한 브리핑을 듣곤 속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게 느껴졌다. 존의 세단에 짐을 싣고 조수석에 탄 미켈은 글러브박스에서 파블로의 신상에 대해 존이 수집한 정보가 요약된 종이를 꺼내 읽었다. 냉랭한 인상의 어마무시한 덩치를 가진 흉터투성이의 백사자의 사진을 본 미켈은 침을 꿀꺽 삼켰다. 본부에서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산채로 적을 뜯어 죽여 자택에서 기르는 상어 밥으로 던져줬다는 파블로는 사진 속에서 그를 호위하는 경호원들이 필요가 있을까 싶을정도로 압도적인 덩치와 살벌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임무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나?"

"아모리스 고아원. 고아였던 파블로를 길러준 율리아 원장수녀가 세운 고아원. 어머니처럼 생각하는 율리아를 위해 주기적으로 후원금과 물품을 보낸다. 가끔 율리아를 만나기 위해 직접 찾아오기도 한다."

"기계처럼 외우고 있군."


엑셀을 밟으며 존이 흘깃 미켈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고아원에서 일하면서 언제올지 모르는 파블로에게 접근해 정보를 캐라는 거 잖아요?"

"요점을 파악하는 능력이 많이 늘었는데?"

"마피아 보스가 고아원에 후원하러 온다는 것도 웃기긴한데 거기서 일하는 지도사한테 마약을 어디서 어떻게 판다고 말하길 바라는거에요?"


존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 정확해!"

"차라리 잠입해있다가 암살을 하라고 하는게 나을 것 같은데요."

"대전차 소총이라도 숨겨놓고 있으려고?"


존의 우스갯소리가 농담으로 들리지 않을만큼, 사진 속의 파블로는 정말 장갑차 같은 느낌이었다. 미켈은 한숨을 쉬며 자료뭉치를 다시 집어 넣었다. 


"좋은 성과 기대하지.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하라고."


차에서 내리는 미켈에게 존이 새로 개통한 휴대폰을 건넸다. 까딱거리는 손에서 낚아채듯, 미켈은 휴대폰을 받아들며 존을 노려보았다.


"필요한 거 없으면 연락하지마요?"

"꿈에서 유령이라도 나왔다고 하면 이해는 해 볼게."


피식 웃는 존이 엑셀을 밟았다. 미켈은 심호흡을 하고 캐리어를 끌고 아모리스 고아원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노후한 로마 특유의 고건물의 내부에서는 오래된 흙냄새와 함께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켈은 문득 과거를 떠올렸다. 마약에 쩌든 아버지, 그리고 홀로 남겨진 소년인 자신과 그 손을 잡아준 존. 


'그래. 뭐 나도 보육원 생활 안 해본것도 아니고.'


미켈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다시 캐리어를 끌고 갈려던 찰나였다.


"뭐야! 비켜!"

"야! 너 거기 안서?"


한 무리의 어린아이들이 우르르 뛰어다니며 미켈을 밀치고 와아아 하며 멀어져갔다. 양떼에 치인것마냥 놓친 캐리어를 주으며 '역시 애들이랑은 안맞아..'라 중얼거리던 미켈의 눈 앞에 수녀복을 입은 젊은 암컷 표범이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오늘 오시기로 한 미켈 선생님이죠?"

"아, 아 네!"

"전 생활지도를 맡고 있는 카밀라에요. 잘 부탁드려요."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미켈은 카밀라의 뒤를 따라 복도 끝에 있는 원장실로 들어섰다. 거기엔 온화한 인상의 생쥐 노파, 율리아 원장 수녀가 창가의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창문 너머엔 아이들과 수녀들이 어울려 놀고 있는 너른 마당이 보였다. 카밀라는 존을 응접 테이블 옆의 의자로 안내하곤 인사를 한뒤 방을 나갔다. 율리아 수녀가 따뜻한 차가 담긴 찻잔을 건내며 존의 옆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행복해 보이죠?"

"그렇네요. 제가 자랐던 곳이랑은 분위기가 달라요."

"선생님도 보육원에서 자라셨나요?"


율리아의 물음에 그녀를 바라본 미켈은 자글자글한 주름이 진 노파의 눈을 바라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물론 생활지도사 청년이라는 임무 속의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실제의 미켈과는 다소 다른 이야기들이었지만, 율리아는 그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미켈의 선량한 본심을 느끼고 미소를 지었다.


"훌륭하게 자랐군요. 미켈 선생님을 후원한 분이 보시면 자랑스러워 하시겠어요."

"그, 그럴까요?"


미켈은 능글맞은 존의 얼굴을 떠올리곤 볼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정보 확실한거 맞아요? 벌써 3개월째 돈주앙의 꼬리끝도 못봤다구요!"

[에헤이. 요새 하이에나 갱단이랑 시비가 붙어서 싸운다고 바빴던거라니까. 일은 할만 해?]

"젠장! 농담따먹기 할거면 끊어요! 애들 빨래 널어야되니까!"

[오, 생각보다 가정적인데? 나중에 반려 될 사람이 좋아하겠어.]

"진짜 말이나 못하면..."


세탁물이 잔뜩 든 바구니를 힘겹게 든 채로 전화를 하며 복도를 걷던 미켈은 이내 모퉁이를 돌아서 무언가에 부딪혀 그대로 전화기와 바구니를 떨어트렸다. 얼얼한 코를 부여잡고 앞을 본 미켈은 생소한 광경에 의아했다. 남들보다 훤칠한 신장을 가진 미켈의 눈 앞엔 거한의 셔츠 가슴자락이 보였다. 남들을 내려다볼지언정 올려다보는 일은 낯선 미켈이 고개를 꺾어 셔츠의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헉!'


머리를 긁적이며 미켈을 내려다보는 흉터투성이 얼굴의 흰 사자는, 허리를 숙여 바구니와 휴대폰을 들어 미켈에 손에 쥐어주며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합니다."

"아, 아뇨! 제가 더 죄송하죠. 정신이 없어서 헤헤..."


분명 미켈의 타겟인 파블로였다. 사진이 아닌 실물로 보니 더욱 박력이 넘치는 거구였다. 2미터 30은 훌쩍 넘어보이는 키에 복도를 꽉 채우는 덩치를 감싼 정장은 마치 찢어질 것 처럼 팽팽하게 근육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미켈은 다급히 통화 종료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녹음기를 켜고 뒷주머니에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무, 무슨일로 오셨죠?"

"율리아 수녀님을 뵈러 왔습니다."


그때, 파블로의 등을 누군가 강하게 후려치는 소리가 났다. 그 덩치에 가려져 누구인지 보이진 않았지만, 이어서 카밀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파블로! 오랜만이네?"

"수녀가 사람을 이렇게 때려도 되나, 누나?"

"흥! 하나도 안아픈거 다 알거든?"


다정한 인사를 주고받는 카밀라와 파블로를 보며 얼떨떨한 표정이 된 미켈은 이내 멋쩍어하는 둘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 파블로와 카밀라는 고아원에서 율리아의 손에 자랐다는 것과, 카밀라는 율리아를 돕기 위해 수녀가 되고, 성공한 사업가가 된 파블로가 가끔 이렇게 고아원에 들른다는 것을.


'카밀라는 자세히 모르는 모양이군.'


미켈은 율리아의 방으로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파블로와 카밀라의 뒷모습을 보며 녹음을 종료했다. 그리곤 공터로 나와 빨래를 널며 원장실의 창 안쪽에서 율리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파블로를 흘낏흘낏 바라보았다.


'정말 권총으론 힘들지도 모르겠어.'


생각보다 온화해보이는 파블로의 인상을 보며 적들을 산채로 찢었다느니, 칼이 다섯개 박힌채로 비행기를 몰았다느니 그의 무용담을 떠올린 미켈은 고개를 저으며 아이들의 옷을 털어 빨랫줄에 널었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작은 무선 이어폰을 꺼내 한쪽 귀에 꽂았다. 아까 카밀라와 파블로가 이야기하는 와중에 몰래 붙힌 도청기와 연결된 이어폰이었다. 이내 파블로와 율리아가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파블로. 제발!]

[어머니.]

[대체 나중에 주님께 어떻게 속죄하려 그러니!]

[저는..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요.]

'뭐야?'


율리아 수녀가 내막을 알고있나? 하며 무심코 고개를 돌려본 미켈의 눈에, 헐떡이며 손을 올린 율리아 수녀의 등과, 그 앞에 앉아있는 파블로가 보였고, 이내 귓가에 짝 소리와 함께 파블로의 고개가 살짝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율리아는 내리친 손을 힘없이 늘어뜨리고 어깨를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귀에선 그녀가 애처롭게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파블로는 그런 그녀를 안아주려 하다가, 품에서 돈뭉치가 든 봉투를 탁자에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오, 젠장!'


미켈은 헐레벌떡 남은 세탁물을 다 널고 자신의 방으로 뛰어가 서랍에서 카드 하나를 꺼냈다. 원격으로 활성화하면 인근한 휴대폰의 내부정보를 미켈의 컴퓨터로 보내는 해킹칩이 내장된 카드였다. 


'이것만 넣으면 굿바이다!'


아이들과 함께한 소름돋게 행복한 시간들을 핏줄을 세우며 회상한 미켈이 주머니에 카드를 넣고 문을 열어 복도를 달렸다. 고아원 입구를 향해 달리던 미켈은 멀리서 걸음을 멈춘 채 멍하니 서 있는 파블로를 보고 속도를 낮췄다. 멍하니 보육원의 바닥을 보고 있는 파블로는 미켈이 지척까지 다가갔음에도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미켈은 걸음을 옮길수록 더욱 자세히 보이는 파블로의 표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야기가 잘 안됐나봐요?"

"아."


파블로가 그제서야 미켈을 바라보았다. 미켈은 앞치마를 벗어 손에 두르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마당을 바라보았다.


"커피 한 잔 타 드릴까요?"


잠시 후 그들은 마당의 벤치에 나란히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파블로는 커피를 마시다가 물끄러미 미켈을 바라보았다.


"미켈씨라고 했었나요."

"맞아요. 흔한 이름이라 외우기 쉽죠?"

"하하. 그렇네요."


파블로는 그에겐 너무나 작은 커피잔을 매만지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하세요?"

"어렸을적이요."


파블로의 눈에 아이들의 뜀박질에 엉기는 흙과 풀들이 춤추는듯 비춰졌다.


"어렸을 때는 그저 갖고싶은게 많았어요."


미켈은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걸 가지려면 돈이 필요했죠. 돈. 돈이 있으면 맛있는걸 잔뜩 먹을 수도 있고, 멋진 집과 차를 가질 수 있죠. 그리고, 내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와우. 너무 물질만능주의인거 아니에요?"


미켈의 장난스런 대답에 파블로가 픽 웃음을 흘렸다.


"그땐 그게 최선인줄 알았어요. 그리고 원하던 것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가졌다고 끝이 아니더군요. 가진 후를 생각하지 못했어요."

"가진 후?"

"잘못됐다는 걸 알아도, 이미 내가 가진것에 묶인 업보가 너무 많아 어떻게 할 수도 없게된거죠."

"돌아가기도 힘들 만큼?"

"그러기엔 지금의 내게 목숨, 그 이상의 많은걸 건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아이들이 와 소리를 질렀다. 농구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맴돌던 공이 튕겨나왔다. 


"나도 어렸을때 보육원에서 자랐어요."


미켈의 말에 파블로가 의외라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미켈의 푸른눈에서 곧은 영혼이 느껴졌다. 파블로에겐 그것이 자신의 뒤틀린 속내가 부끄러울만큼 깨끗하게 느껴졌다. 


"미켈씨도?"

"그리고 당신처럼 나도 갖고싶은게 있어요. 지금도 그건 변하지 않은 것 같네요."


존을 떠올리며 미켈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파블로는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미켈쪽으로 가깝게 들이댔다. 갑작스럽게 파블로와 눈을 마주친 미켈이 얼굴을 붉히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파블로는 그런 미켈을 보며 싱긋 웃으며 물었다.


"미켈씨가 갖고싶은건 누군가의 마음인가요?"

"엑?"


미켈이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마음을 들킨것처럼 당황해하는 미켈. 파블로는 그런 미켈을 보며 순수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표정에 다 드러나는 스타일이군요."

"케흠!"


미켈과 파블로는 마치 오래된 친구사이처럼 다정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다. 그러던 중 파블로의 발치에 농구공이 데구르르 굴러왔다. 공을 집어든 파블로가 미켈을 바라보았다.


"농구 잘해요?"

"파블로 씨 옆에 있어서 이렇지, 저도 대학 농구부 센터출신이에요."

"그래요? 5점 내기 한판 어때요?"


파블로가 몸을 일으켜 손을 내밀었다. 미켈은 별다른 생각없이 파블로의 손을 맞잡았다. 꽤나 따뜻하면서도 투박한 굳은살이 박힌 수컷의 손이었다. 


"자신 있어요? 내기는 뭘 걸어야 재미가 있는데!"

"좋아요. 미켈씨가 이기면 내가 소원 하나 들어줄게요. 대신 내가 이기면."


파블로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한없이 자상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미켈은 흉터투성이의 사자가 짓는 미소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는걸 느꼈다.


"미켈씨가 내 소원 하나 들어줘요."


외투를 벗고 팔을 걷어올린 셔츠차림의 파블로는 확실히 엄청난 덩치였다. 그에겐 너무나 작은 공을 튕기며 몸을 푸는 파블로와 스트레칭을 하며 아이들에게 응원을 받는 미켈이 농구 골대 앞에 섰다.


"미켈 선생님 힘내!"

"발라버려!"

"애송이에게 지옥의 맛을 보여주라고!"

"너 그런말 쓰지 말라고 했지!"


미켈은 과격한 응원을 하는 아이들에게 으르렁 거리며 파블로를 마주보았다. 파블로는 싱긋 웃으며 공을 튕기다가 투포환 던지듯 골대로, 말그대로 쏴 버렸다. 미켈이 점프해 블락할 엄두도 안날정도로 맹렬한 기세의 공과 함께 파블로가 달려나갔다. 전차가 달려드는 기세에 흠칫한 미켈은 이내 골대 보드에 쾅 소리와 함께 튕겨나오는 공이 번쩍 뛰어오른 파블로의 손에 쥐어진 것을 보았다. 그리고 호쾌한 소리와 함께 골대를 찍어내리듯 덩크를 내리 꽂은 파블로가 씩 웃으며 미켈을 돌아보았다.


"2점 먼저 가져갑니다?"

"와우..."

"쩌, 쩐다!"

"선생님 때려쳐!"

"어떻게 이겨!"


아이들의 열띤 환호와 함께 미켈에게 공이 돌아왔다. 골대 앞에 떡하니 서있는 파블로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골문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그의 머리를 보던 미켈이 공을 튀기며 서서히 몸을 움직였다. 파블로가 다시 믿기지 않을정도로 빠른 짐승같은 속도로 미켈에게 달려들었다. 미켈은 침착하게 자세를 낮추고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파블로의 두꺼운 팔 아래로 공을 튕겼다. 몸을 빠르게 돌리며 파블로의 마킹을 벗어난 미켈의 손에 땅에서 튀겨진 공이 자석마냥 달라붙었다. 미켈은 그대로 빠르게 달려나가 골대 밑에서 공을 들고 뛰어올랐다.


"와 미켈선생님!"

"앨리웁 슛이다!"


골대에 한바퀴 호를 그린 공이 이내 골인하며 그물을 쓸어내렸다. 미켈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공을 파블로에게 던졌다.


"저도 2점이에요!"

"이야, 재빠르신데요?"


껄껄 웃던 파블로가 공을 몇번 튕기더니 그대로 허공에 휙 던졌다. 모두가 멍하니 너무나 높은 포물선을 그리는 공을 바라보았다. 공은 허무하게 그대로 골대로 들어가 미켈의 발치에 떨어져 튕겨졌다. 너무나 쉽게 3점슛을 허용한 미켈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이겼네요?"

"아, 아니 이게..."

"와, 아저씨 쩐다!"

"미켈선생님이 개발렸다!"


아이들을 쓰다듬어주며 껄껄 웃던 파블로가 미켈에게 다가왔다. 


"그, 그래서 소원이 뭔데요?"


파블로는 품안에서 휴대폰을 꺼내 미켈에게 건넸다. 파블로의 휴대폰을 보자 퍼뜩 임무 생각이 난 미켈이 엉거주춤 받아들었다.


"무슨뜻이죠?"

"번호 찍어달라는 건데요."

"그, 그게 소원이에요?"

"아뇨. 이건 우리가 친구가 됐다는 뜻입니다. 소원은 나중을 위해 아껴둘게요."


그렇게 미켈의 번호가 입력된 휴대폰을 받아든 파블로는 환하게 웃으며 고아원을 나섰다. 



"하아..."


방에 들어선 미켈은, 파블로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며 얼굴이 붉어진 채로 해킹칩 카드를 만지작거리다가 침대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 바보같은놈아! 뭐가좋다고 그런놈이랑 소원내기 농구는 무슨!"


괴성을지르며 엎드린채로 베개를 마구 두드린 미켈의 머릿속엔 왜인지 커피를 마시며 자신을 바라보던 파블로의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기분이 좋아보이시는군요 보스."

"음."

"무슨 일이신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냥, 갖고싶은게 생겼어."


파블로는 룸미러 속 자신의 얼굴에 걸린 미소를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율리아에게 뺨을 맞았을 때까지만 해도 억장이 무너졌는데, 휴대폰에 저장된 미켈의 번호를 보자 왠지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렇게 좁은 도로를 벗어나는 파블로의 차량을, 한 무리의 하이에나들이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그들은 골목의 그림자 사이로 스며들듯이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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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미널의 미켈과 파블로가 꽁냥대기까지의 이야기

다음편으로 끝낼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