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소설은
이젠 철이 지났지만, 6챕 막혔던 늒네가 왠지 기분이 미쳐서 걸캎세계관을 기준으로 써낸 창작글이야.
따라서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 등장하고 있고 

원작붕괴요소가 있을 수 있으니까 싫다면 뒤로가기 눌러도 돼!(그래도 대놓고 붕괴를 노리진 않으니까 봐주면 기뻐!)

덧붙여 실제 사건, 인물, 배경과는 일체 관련이 없어!


늒네의 말 : 중간에 장문이 하나 있어서 가독성을 위해 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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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진실을 알고싶다는 듯이 강한 의지가 느껴져, 내 마음이 살펴보여지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끔 했다. 그리고 떠오른 건 레이카와의 첫만남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기구하고 신기한 만남이다. 아니, 어쩌면 상상보다도 더 놀라운 기적같은 일일지도 모르지.



“직감… 때문일까?”



나는 메모지 한 장을 레이카에게 넘겼다. 아무래도 이런 장소에서는 말로 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해 어젯밤 미리 써두었던 것이다.



“점장….”


“미안, 이코스. 잠시만 기다려줄래?”



수상쩍기 그지 없는 내 행동에 당연히 보고있던 두 사람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었지만 나는 그런 두 사람을 멈춰세웠다. 레이카는 내가 건넨 쪽지를 다 읽은 모양인지 메모지에 향하고 있던 시선을 들어올렸다.


펑.


“원력…….”


작은 소리였지만 갑자기 레이카의 손에 들려있던 메모지가 터졌을 땐 조금 놀랐다. 이코스나 문 역시 놀란 듯 했다. 중얼거리는 말을 들어보건대 어쩌면 이코스가 사용하던 힘이랑 비슷한 원리일까? 그나저나 정말로 예삿 소녀가 아닌걸. 저거 증거은폐 목적맞지? 뭐, 어차피 나도 태울 생각이긴 했는데. 레이카의 철두철미함에 살짝 쓴웃음을 짓는 나였다.



“당신은 어디까지 알고 계신거죠?”



아무래도 메모지 때문에 경계를 산 모양이었다. 별로 주위에 알려지고 싶지 않아서 택한 방법이었지만 이건 실패였을까? 하긴 나같아도 수상하게 생각되니까 그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닌데.


[레이카는 이쪽 세계의 사람이 아닌거지?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설이 관계되어 있고 아마 기억상실은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숨기고 싶은 건 누구나 있는 법이니까. 그리고 나는 네가 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이상하지만 오히려 가족같이 친근한 느낌조차 들어. 믿어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만 믿어주지 않을까? 이걸 읽고서 만일 긍정이라면 내게 협력한다고 다시 한번 말해줘. 부정이라면 적당히 협력한다고 하면 돼. 여기서 빼내기 위한 거니까 이건 부탁해.]


대충 그 메모에 써있던 내용이다. 당연히 이런 일,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면 세계의 일만으로도 이 세계는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또다른, 심지어 다른 쪽의 세계라니 농담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난 별로 점쟁이같은 게 아니야. 어디까지나 알고있는 것만 알고있을 뿐이고, 나머지는 그저 나를 믿고 따라주는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서 최대한 정보를 모으고 그걸 바탕으로 최선의 답을 끌어낼 뿐이야.”



일전에도 얘기한 일이지만 전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보를 모으고 언제라도 어떤 사태에 문제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것이다. 나는 이 일에도 마찬가지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자세로 임했을 뿐이다. 


소시와 대화를 나누고 확인한 ‘인페르노 쇼크’의 의문은, 원인은 원력 폭발로 보이지만 규모에 비해 원력 피해가 적고 또 그 기점이 될 만한 후보가 없는 것, 이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확실히 그곳엔 후보가 될 만한 게 없었다. 그도 그럴게 황무지나 다름없는 장소니까. 그런데 없었던 거지만 생겨난 것은 있다. 그렇다, 바로 그 시설이다. 더군다나 내가 고립된 시기로 봤을 때, 그 시설이 나타난 시각은 아마도 ‘인페르노 쇼크’의 발생 직후다. 


그럼 피해는 어떻게? 


나는 시설이 어딘가에서 옮겨져 온 게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이면 세계의 일도 있으니 가능성을 떠올리는 건 쉬웠다. 애초에 없었던 게 생기려면 어디선가 가져오거나 만드는 수 밖에 없으니까 떠올리기만 한다면 누구라도 접근가능한 생각이다. 그리고 나머지, 레이카의 증언을 조합해본다면. 


시설에 문제가 발생, 원력폭발이 일어났고 원리는 불명이지만 그에 따른 영향으로 시설은 공간을 이동했다. 이번의 ‘인페르노 쇼크’는 공간을 넘을 때 발생한 충격에 의한 것이고 직접적인 원력 폭발은 아니다. 따라서 규모에 비해 원력 피해가 적었다. 


‘인페르노 쇼크’가 그러한 경위로 일어난 것이라면 현장의 중심부에 있던 레이카는 아무런 부작용도 없이 멀쩡했으므로 필연적으로 원력 관계자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쪽으로 제일 지식이 높은 이코스와 문, 두 사람은 뭔가 느낄지도 모르니 만나보게 한다. 이상이 내가 낸 최선의 답.


레이카의 기억상실의 진위여부에 대한 건 단순히 레이카가 연구소 내부를 워낙 잘 파악하고 있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움직임을 처음 만났을 때 보여주었던 것과 단순히 어린 소녀가 아니라고 느끼게끔 하는 심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포로로 잡히게 된다면 정보를 숨기는 일 정도는 기본일테니.



“당신에 대한 평가를 재검토했습니다. 점장 씨는 보기와는 다르게 유능하시군요.”


“뭐, 이코스도 점장의 능력은 일단 인정하는거예요.”


“응, 점장은 대단해~.”


“특이한 사람입니다. 역시 점장 씨라 그런건가요?”



한때는 저항하고 있었는데 이젠 포기했다. 어차피 소용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다들 그렇게 나를 점장이라 부르고 싶은 걸까? 서글프군.



“그래서 다시 묻지만 레이카는 협력해줄래?”


“네, 저는 점장 씨, 당신께 협력합니다.”


“…그렇군.”



용무는 끝났다. 나는 이코스와 문을 먼저 보내고 레이카에게 마지막 말을 보냈다.



“그럼 곧 다시 보자. 레이카.”



레이카는 말없이 내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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