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3장(10편~13편{예정})              4장                          5장                  1장(4편~6편)             2장(6편~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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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1편  https://arca.live/b/lastorigin/967937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2편  https://arca.live/b/lastorigin/9756344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3편  https://arca.live/b/lastorigin/987502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4편  https://arca.live/b/lastorigin/11385415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5편  https://arca.live/b/lastorigin/13814933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6편  https://arca.live/b/lastorigin/16908026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7편  https://arca.live/b/lastorigin/19013937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8편  https://arca.live/b/lastorigin/2767096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9편  https://arca.live/b/lastorigin/27801626


※해당 작품은 픽션입니다. 이 작품의 설정은 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열리지 않은 차단벽들이 있으면 어쩌나 했지만,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통로를 구분 짓고 있던 차단벽들은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채 한쪽으로 찌그러졌거나

두 동강 난 상태로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무런 방해 없이 일자 통로를 지나 마침내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연구소가 완만한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었는지 조금 높은 위치에서 주변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사령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태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망가져 있는 폐허가 된 도시였다.


울퉁불퉁 일그러져 있는 지반과 그 위에 쌓인 건물 잔해 및 뿌리 뽑힌 나무들 그리고 여기저기 바닥에 널려 있는 이름 모를 간판. 


극히 소수의 건물만이 어느 정도의 원래 형태만을 남긴 채 빛바랜 위용을 뽐내며 서 있었지만,


건물 대부분은 뼈대만 남아 흉물스럽게 서 있었다.


누구한테 물어봐도 백이면 백 사람 따위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꿈속 세계.


이곳의 광경 또한 꿈의 꾸는 이가 있기에 구현된 장소.


우선 산에서 내려가 꿈의 주인이 있을 곳으로 예상되는 곳부터 탐색하기로 했다.


하지만 도시의 경계선에 다다랐을 때, 무언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도시로 들어가려는 사령관의 발목을 붙잡았다.


쾅! 쾅! 쾅!



'무슨 소리지?'



저런 소리가 아무 이유 없이 날리는 만무했다.


사령관은 숨을 죽이고 소음의 근원지로 향했다.


건물의 잔해들을 방패 삼아 다가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날아오는 날카로운 바람이 사령관의 볼을 스쳐 지나갔다.


육안으로 확인 가능할 정도의 거리를 둔 사령관이 고개를 빼꼼 내밀어 소음의 근원지에 누가 서 있는지 확인했다.



'나이트메어 그리고 저건…티아멧인가?'



현실의 영상에서 봤던 나이트메어의 뒷모습과 낯선 머리색으로 염색한 티아멧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온몸이 만신창이인 나이트메어는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공세를 간신히 막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티아멧이 장밋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평소에 쓰지 않는 대검을 능수능란하게 다뤄 상대방을 수세에 몰아넣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승패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나이트메어가 승부수를 던졌다.


발을 굴러 흙먼지를 일으킨 나이트 메어가 티아멧의 사각을 파고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잔재주가 가소롭다는 듯 비웃은 티아멧이 대검을 뒤로 늘어뜨렸다.


자신의 몸을 회전축으로 삼은 티아멧은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나이트메어를 향해 대검의 옆면으로 후려쳤다.


후웅! 펑!


최대 위력을 발휘하는 풀스윙에 직격한 나이트메어의 몸뚱아리가 견디지 못하고 옆으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쾅!


어마무시한 힘에 사령관이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삼켰다


먼지가 일어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이트메어는 자신을 무심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티아멧을 올려다보며 악에 받친 소리를 내 질렀다.



"이…벌레 같은 놈이 감히!"


"자기소개하는 거야, 검은 벌레? 잔말 말고 이 세상에서 얼른 꺼지라고."



그 말을 끝남과 동시에 티아멧이 대검을 높이 들어 올려 힘껏 내려쳤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원래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흩뿌려진 나이트메어의 파편뿐이었다.


그리고 이 광경을 몰래 훔쳐본 사령관은 자신이 알고 있는 티아멧이 아니라는 생각에 급히 이 자리를 뜨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뒷걸음질 한 발이 나뭇가지를 밟아 소리를 냄과 동시에 부서졌다.


뿌득!


그리고 그 소리를 못 들을 티아멧이 아니었다.



"거기 누구냐!"



티아멧이 확신에 찬 말투로 정확히 사령관이 숨어있던 벽을 향해 손에 들린 대검을 크게 휘둘렀다.


기계의 도움 없이 순수한 완력만으로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풍압은 벽을 붕괴시키며 나아갔다.


당연히 사령관 또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충격파에 휩쓸려 볼썽사납게 뒤로 넘어진 사령관 앞에 티아멧이 당도했다.


그런데 사령관의 얼굴을 확인한 티아멧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어, 뭐야? 티아멧의 주인이잖아?"



티아멧의 모습을 한 존재가 자신에게 별다른 적대감을 표출하지 않자,

그녀의 눈치를 보던 사령관은 조심스럽게 일어나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지금 상황이 이해 가지 않는 듯 사령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티아멧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티아멧은 아닌 듯한 말투와 행동에 사령관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넌…누구야? 어째서 티아멧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지?"


"아, 평소에는 티아멧 만 만나니까 나는 처음 보겠구나."



그녀는 한 손은 허리에 나머지 한 손은 자신의 가슴 위에 얹어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티아멧을 보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신 보호용 AI 티아마트-0, 줄여서 티아라고 부르면 돼. 만나서 반가워 사령관 씨."



티아마트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가슴 위에 있던 손을 사령관에게 내밀었다.


그 행동에 사령관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손을 내밀어 그녀와 악수했다.



-


-



자신과 티아멧이 쓰고 있는 집으로 오라는 그녀의 초대에 사령관은 별말 없이 받아들였다.


무너져 내린 도로와 건물들을 지나 그녀를 따라 도착한 곳에는 허름한 컨테이너 하우스 두 개가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2층에서 티아멧이 자고 있고, 1층은 내가 쓰고 있어."



사령관은 2층에 티아멧이 있다는 소리에 계단을 오르려 했으나 티아가 급히 그의 어깨를 잡아 제지했다.


티아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억지로 깨우면 안 돼. 그 아이가 꿈을 꾸면 자연스럽게 깨서 활동할 테니 그때까지 1층에서 나랑 얘기 좀 해."



지금 바로 티아멧을 볼 수 없다는 것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티아를 따라 1층 컨테이너에 들어갔다.


티아를 따라 안으로 들어온 사령관은 허름한 외부와 딴판인 내부의 모습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평범한 가정집 하나를 떼어 놓은 것처럼 필요한 물건들이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보이는 거실에는 4인용으로 보이는 베이직 색의 커다란 소파와 적당한 크기의 대리석 탁자

그리고 나무 의자 등이 놓여 있었고 거실과 주방 사이에 화장실이 있었으며

주방엔 냉장고는 물론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심지어 오븐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넋이 나가 있는 사령관을 향해 이를 드러내며 웃은 티아가 사령관의 등을 팡팡 치며 거실로 떠밀었다.



"난 주방에서 요깃거리를 가지고 올 테니 사령관은 거실에서 기다려."



주방에서 티아가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사이 사령관은 거실을 둘러보았다.


거실에는 방금 보았던 가구들 외에도 전신 거울과 책장이 놓여 있었다.


사령관은 책장에 꽂혀 있는 책에 홀리듯 시선이 갔다.


모든 칸에 채워져 있는 책들 중 하나를 집은 사령관이 천천히 책을 펼쳤다.


하지만 책 안에는 어떤 내용도 적혀 있지 않은 백지상태였다.


혹시나 해서 다른 책을 들여다봤지만, 그것들 역시 처음 책과 다르지 않았다.


거울에도 별다른 게 없을 것으로 생각한 사령관이 돌아와 의자에 앉자,

타이밍 좋게 주방에서의 일을 마친 티아가 쟁반을 들고 오고 있었다.


쟁반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자 사령관은 티아가 무엇을 준비해 왔는지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그녀가 가지고 온 것은 홍차 두 잔과 접시에 산처럼 쌓여 있는 과자였다.


두 명이 먹기엔 과하다 싶을 정도의 많은 과자가 작은 접시 안에 한가득 담겨 있었다.


홍차를 자신과 사령관 앞에 각각 하나씩 놓은 티아는 사령관의 맞은편에 놓인 나무 의자에 털썩하고 앉았다.


티아는 쌓여있는 과자 중 초코칩이 박힌 과자 하나를 집어 들어 한 입 베어 물고 냠냠 소리를 내며 먹었다.


그리고 홍차를 홀짝이곤 세상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헤으응, 역시 홍차와 과자의 조합은 세계제일…!"



사령관은 그 모습을 말없이 빤히 쳐다보았다.


머리색만 제외하면 티아멧과 쌍둥이라 해도 믿을 생김새인데 하는 행동이나 말투를 들어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자신을 AI라고 소개한, 티아로 인해 혹여나 티아멧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티아는 어느새 손에 들려있던 과자를 다 먹고 또 다른 과자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맛있게 먹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사령관은 소용돌이 모양의 쿠키 하나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맛에 사령관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어? 맛이 느껴진다고?'



무슨 조화인지 분명 꿈속 임에도 불구하고 쿠키의 단맛이 입 안을 휩쓸었다.


소완이 올리는 디저트만큼은 아니지만, 전문인의 요리와 일반인의 요리는 다를 수밖에 없음에도


티아가 내놓은 쿠키는 웬만한 요리사 뺨칠 만큼 맛있었다.


사령관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맛있어."


"물론이지 티아멧이 사령관에게 준답시고 자주…앗 이건 아직 말하면 안 돼." 



신나서 말을 꺼내다가 티아는 말하면 안 될 사실을 얘기한 아이처럼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나는 몰라요'를 시전했다.


무슨 말인지 대충 이해한 사령관은 순진무구해 보이는 그 모습에 킥 소리 내며 웃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티아는 사령관에게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조건이 있어. 서로 하나씩 번갈아 가며 질문할 것."


"좋아. 그럼 나부터 해도 되지?"



티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사령관이 먼저 질문을 던졌다.



"너는 언제 만들어졌어?"

 


티아는 입 안에 우물거리던 과자를 삼키곤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질문에 답했다.



"그 질문엔 나도 대답할 수 없어. 모르니까. 다만 티아멧이 나보다 먼저 만들어진 건 맞아."



자신이 내놓은 답에 뭔가 불만이 있는 듯 뾰로통한 표정을 지은 티아가 사령관에게 선심 쓰듯 얘기했다.



"이건 제대로 된 대답이 아니니까, 특별히 한 번 더 질문할 기회를 줄게."



졸지에 두 개의 질문을 하게 된 사령관은 흠 하고 다음 질문으로 이어 갔다.



"너는 티아멧에게 해가 되는 존재야?"



예상외의 질문인지 놀란 표정을 지은 티아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팔로 X자를 그어 답을 내놓았다.



"맹세코 티아멧에게 해가 되는 행동은 절대 안 해. 피는 안 이어졌어도 걔는 내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아이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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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0 - 20:25 수정: 확인된 오탈자를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