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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인간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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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인간의 적응 -1- 

두번째 인간의 적응 -2- (ㅈ간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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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인간의 적응 -9- 









-더치걸의 시점-




 

나는 더치걸.


운 좋게 살아남아 오르카호에 합류한 생존개체.


별다른 문제없이 잘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두 번째 인간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C구역 초입부’라는 무시무시한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너무 무서웠다.


지난 할로윈 때와 같은 C구역 이다.


나의 자매들이 인간들에게 속아 끌려갔던 바로 그곳이다.


키르케는 되도록 그 인간과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했다.


사령관은 왜 그렇게 위험한 인간을 오르카호에 들였을까?


나는 사령관을 믿지만 이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날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다.


평소와 같이 키르케와 대화를 나누다가 lrl과 다른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흡연실로 향했다.


늘 그래왔듯 흡연실에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자니 그 인간이 들어왔다.


두려웠다.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큰 키와 큰 체구를 가진 인간.


듬직한 사령관과는 다른 기묘한 기운을 풍기는 인간이었다.


그 인간은 나의 맞은편에 앉더니, 대뜸 담배를 빌려달라고 했다.


두려움을 내색해서는 안 된다.


인간을 두려움을 느끼는 자에게 지독할 정도로 잔혹하다.


광산에서의 인간들도 그랬고 자매들을 데려가던 인간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두려움을 감추며 담배를 건넸다.


담배를 받자마자 불을 붙이고 다시 내게 돌려주었다.


내 손이 떨리는 걸 눈치 챘을까?


두려움을 느끼는 걸 알아챘을까?


저 인간이 나에게 무슨짓을 할까?


공포와 두려움으로 내 머릿속이 점철되었다.


나는 나가는 것도 잊고 구석에서 저 인간이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그러자 곧이어 인간이 말을 걸었다.

 

‘이봐 더치걸. 두려워 할 필요 없어.’

 

무슨 말을 하는거지?


나는 믿지 않는다.

 

‘나는 딱히 너나 오르카호에 피해를 끼칠 생각이 없거든’

 

거짓말이다.


그럴리 없다.


자매들을 데려간 그 인간들도 모두 평화와 안식을 약속했었다.


결말은 끔찍했지만.

 

‘내가 좀 난폭한 성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걸 표출한적을 단 한 번도 없었거든?’

 

거짓말이다.


괜히 'C구역 초입부‘ 라는 평가를 받은 게 아닐거다.


C구역이라는 평가가 나온 시점에서 저 인간의 말은 들을 가치가 없다.

 

‘생각을 해봐. 모든 사람들은 내면에 그런 것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어. 머릿속 한구석에 가지고 있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그런 취향들 말이야. 그 누구도 자랑스럽게 그 취향들을 말하고 다니지 않는단 말이야. 나 역시도 마찬가지고.’

 

그런가?


아니다. 저 인간에게 놀아나면 안된다.


내 자매들도 저런 인간들에게 속아 지옥으로 끌려갔다.


나는 믿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의도치 않게 나의 은밀한 취향들이 만천하에 공개 되었단 말이지. 그것도 여기 사람들이 가장 경계하는 취향들 말이야.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부정적으로 밖에 안봐.’

 

당연하지.


그런 취향을 가지고 있는 인간을 누가 긍정적으로 볼까?

 

‘나는 아직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지. 그런 취향을 드러낸 적도 없고 앞으로 드러낼 생각도 없는데 사람들은 그냥 나를 예비 범죄자 취급을 한단 말이야.’

 

확실히 눈앞의 이 인간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인간은 위험하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너희들에게 나의 욕망을 드러내지 않을거야. 나를 믿기 힘들다면 사령관을 믿어. 사령관이 나를 신뢰 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말아줘.

 

이 인간은 믿을 수 없지만 사령관은 믿을 수 있다.


정말 이 인간을 믿어도 되는 걸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내 손에 담배가 쥐어져 있었다.


언제 불을 붙였지?


모르겠다.


우선은 계속 경계해야한다.


아직은 믿을 수 없다.


나는 반 넘게 남은 담배를 비벼 끄고 대충 인사를 하고 흡연실을 나왔다.



 

그로부터 꽤 시간이 지났다.


듣자하니 지휘관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인간의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에 식당에서 마주쳤을 때 


내게 담배 한 갑을 쥐어주며 저번에는 고마웠다고 했다.


워울프가 피우는 담배다.


아까 워울프가 호구하나 잡았다고 좋아하는 것 같던데 이 인간이 호구인 것 같다.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오르카호에 온 이상 모두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모르겠다.


분명 위험한 인간인데 나쁜 것 같지는 않다.


C구역이라는 평가가 내게 색안경을 끼우고 있었던 걸까?


일단 더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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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어렵다.

나의 능력으론 무리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