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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리리스는 최근 평생 겪을 의문을 몰아서 겪고 있다고 생각했다. 멸망 전 인류를 기준으로 봐도 특출난 싸이코 새끼였던 사령관이 갑자기 개과천선이라도 한 듯 바이오로이드들을 챙겨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닥터에게 자폭 공격을 받아 겁을 먹었다고 하기에는 그 시선에 애정과 상냥함이 가득한 지라 그런 쪽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좀 이상한 느낌이 많이 강했다. 특히 하치코가 요새 사령관만 보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 기세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 주요했다.


 "리리스 언니-"

 "하치코 3호. 좀 얌전히 있어요. 지금은 페로 2호가 경호를 서고 있잖아요."


 아무리 리리스가 대단하다고 해도 컴패니언 시리즈가 쉬지도 않고 경호를 선다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교대 제로 근무를 서고 있어 쉬는 시간, 리리스는 뛰쳐나가려는 하치코를 억누르고 있었다. 사령관만 보면 들리지 않게 으르렁거리던 하치코가 갑자기 이렇게 반응이 바뀐 것을 보니 귀신이 곡할 노릇인 리리스는 정신이 어지러웠다. 대체 무슨 상황인 거야?


 "다들 여기 계셨네요."

 "바닐라 8호군요. 어머, 좋은 냄새. 간식인가요?"

 "네, 콘스탄챠 언니가 아우로라 양에게 부탁해서 당신들에게 전달하라고 하셨어요."


 예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복지에 리리스는 신기함과 당혹스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휴게실에서 물 한 잔 마시는 게 고작이었다. 어째서인고 하니, 다과 냄새를 풍기며 경호를 하면 너희들끼리 뭘 쳐먹었냐면서 발길질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냄새 풍기는게 싫다는 이유로 철저하게 식량 블록만 먹어야 했던 기억은 리리스에게도 끔찍하고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사고 이후 정신을 차린 사령관은 오히려 먼저 메이드들을 시켜서 이런 복지를 챙겨주고 있었다.


 "어머, 맛있네요. 아우로라 양이 노력한 모양인데요?"

 "사령관이 먹는 것보다 더 좋은 걸 쓴다고 노력했다고 하더라구요."

 "끄응..."


 바닐라의 말에 하치코가 불쾌하다는 듯이 낑낑거렸지만, 리리스가 강하게 허벅지를 꼬집자 이내 능숙하게 속마음을 숨겼다. 애초에 하치코가 이상한 것이지, 아우로라나 바닐라 같은 반응이 정상이었다. 뭣보다 저 태도가 언제 손바닥 뒤집듯이 달라질지 모르는데 사령관에게 잘해주느니, 자매들끼리 사이를 돈독히 하자는게 잘못된 것일 리 없었다.


 '사령관은 그것도 눈치채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지.'


 현재 지휘관 개체 사이에서 풍기는 불온한 분위기도 골치아픈데 사령관이 이 문제까지 손을 댄다면 더 머리가 아플 것이다. 다행히 사령관은 알고서도 대충 넘겨버리는 것 같았기에 다행이지만 말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사령관을 수호하는 것은 리리스의 업무이고 자긍심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080 기관에 월권까지 행사하면서 마리, 칸, 홍련, 레오나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라고 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그 넷의 비밀 회동이 잦아졌다고 하는데, 정작 리리스에게는 말 한 마디 올라온 게 없으니 불안감만 증폭될 따름이었다.


 그 때문에 리리스는 사령관에게 추가적인 하치코와 페로의 생산을 요청했을 정도로 상당히 몰려있는 상태였다. 겨우 하치코와 페로 십수 명으로 저 넷의 연합을 막을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사령관은 망가진 보급체계를 복구하는 게 우선이라며 리리스의 요청을 잠시 보류해둔 상태였다. 덕분에 리리스는 달콤한 다과를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불안감이 끝없이 치솟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대체 그 넷은 뭘 꾸미는 거야? 반역?'


 소완도 아는 바가 없다고 했고, 해충 년도 레아에게 물어봤지만 아는 게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최근 들어 사령관에게 친해진 어린이형 바이오로이드들은 더더욱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탈론페더의 정보 공유가 사령관의 변모에 따라 자연스럽게 감소한 지금, 불안감을 해소할 수단은 어디에도 없었다. 게다가 사령관에게 상당한 증오를 품고 있을 발키리나 퀵 카멜이 최근 자주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도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언니, 괜찮아요-?"

 "아, 미안해요, 하치코."


 꽤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하치코가 리리스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리리스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눈앞의 다과를 즐기기로 했다. 홍차 냄새가 꽤 괜찮네.


 "그러고보니 그 소식 들으셨나요, 리리스 님."

 "무슨 소식?"

 "리벨리온으로부터 금란과 슬레이프니르가 복귀한다고 해요."


 바닐라의 폭탄 선언에 리리스는 그대로 마시던 홍차를 뿜었다. 다행히 초인적인 신체 능력으로 눈 앞의 사람들에게 뿌리진 않았으나 리리스는 거칠게 기침을 해대며 자신이 들은 말이 맞는지 되새겼다. 뭐?


 "케훅, 쿨럭...죄송해요, 바닐라 양. 누가 온다고요?"

 "리벨리온으로부터, 금란과 슬레이프니르가."


 리벨리온? 그 반역 부대가?


 "왜 그걸 이제야-"

 "저도 방금 들었으니까요."


 바닐라 역시 당혹스러운 듯 자신의 리시버를 만지작거렸다. 그제야 전체 무전으로 이야기가 전달된 것을 깨달은 리리스는 황급히 자신의 리시버를 켰다.


 '칫. 요새 무뎌졌어. 쉬는 시간이라고 꺼두는게 아니었는데!'

 -슬레이프니르로부터 오르카에. 착륙 유도 부탁드립니다. 동행자는 금란 10호입니다.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슬레이프니르로부터 오르카에. 착륙 유도 부탁드립니다...


 반복해서 나오는 슬레이프니르의 목소리에 리리스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건 적이라고. 무슨 속셈으로 왔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저건 리리스와 사령관의 적이라고. 정식으로 복귀하는 거라면 이런 식으로 전체 무전을 날렸을 리가 없다. 이건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사령관은 이상해졌고, 나는 그걸 확인하러 온거라고. 이 선언 하나로 지휘관 개체급이 반응할 걸 생각하면 환장할 지경이었다. 그나마 전부 바깥에 나가 있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라면 리리스도 머리가 터졌을 것이다.


 "하치코."

 "네, 언니."

 "무장 챙겨요. 당장 착륙포트로 갑니다. 사령관 경호를 맡고 있는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컴패니언 대원에게 리리스가 전달합니다. 전원 완전 무장 상태로 착륙포트로 집합할 것. 다시 한 번 반복한다. 사령관 경호를 맡고 있는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컴패니언 대원은 완전 무장 상태로 착륙포트로 집합할 것."

 "...? 네!"


 하치코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잠시 머뭇거렸지만 리리스의 명령인 만큼 군말없이 받아들였다. 바닐라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버려두고, 리리스와 하치코는 순식간에 착륙 포트로 이동했다. 이미 오르카 호는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었고, 미리 가서 대응하지 않으면 위험했다. 왜냐하면 저건 그 최속의 슬레이프니르니까. 오르카 호 내부로 일단 침입하는 순간 슬레이프니르의 초음속 기동으로 내부는 소닉 붐으로 초토화당할 것이다. 방법은 단 하나, 오르카호 내부로 들이지 않는 것 뿐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리리스는 슬레이프니르가 금란을 안은 채 착륙하기 전에 나머지 인력을 모조리 집합하는데 성공했다. 오르카 호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는 하치코가 철저히 방벽으로 막고 있었고, 페로는 날카로운 손톱을 꺼내며 언제든지 포위해 뛰어오를 준비를 마쳤다.


 "오...이거 환영인사가 좀 거치네?"


 슬레이프니르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고, 금란 역시 사뿐하게 슬레이프니르의 품에서 벗어나 착륙 포트 위로 내려앉았다.


 "너희들이 오는 건 통보받지 못했어. 돌아가."

 "너무하네. 이래뵈도 빨리 사령관을 보고 싶어서 왔는데 말이야. 듣자하니 엄청나게 변했다면서? 어때?"

 "돌아가."


 리리스는 그대로 자신의 쌍권총을 꺼내 슬레이프니르의 옆에 쐈다. 하지만 슬레이프니르는 눈짓 한 번만 주고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와! 빠른데? 나 빠른 거 좋아하는 거 알고 환영인사 하는 거야?"

 "돌아가. 너희가 올 거라는 명령서는 받지 못했어."

 "무적의 용님과 라비아타 님이 보낸거라도?"


 두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리리스는 움찔했다. 아무리 그래도 두 사람의 이름까지 나온 이상 쉽게 막을 수는 없을 듯 했다. 그래도 여기선 조금 강하게 나서야-


 "리리스. 무슨 일이야?"

 "사령관 님. 그게..."


 갑작스런 소란에 사령관이 나오자 리리스는 당황했다. 대체 왜 사령관이 여기에? 의아한 얼굴로 사령관을 보자 아까 전 바닐라가 죄송하다는 눈빛으로 서있었고, 다시 고개를 돌려 금란을 보자, 죄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였다가 들어올리는 게 보였다.


 "허가없이 진입하려 들기에 보안 상의 이유로 막고 있었습니다."

 "그래?"


 추한 변명이었지만 사령관은 그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리고 슬레이프니르는 그런 사령관의 모습이 흥미로운지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고 있었고, 눈을 감고 있는 금란 역시 고개 방향이 사령관을 향해 있었다.


 "들여보내."

 "하지만 사령관 님. 저들은-"

 "알고 있어. 들여보내. 리리스의 책임은 없는 거야."

 "...알겠습니다."


 리리스는 분하다는 얼굴로 슬레이프니르를 노려보았지만, 슬레이프니르는 흐흥, 하면서 콧방귀를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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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로이드들이 살아있는 느낌을 주려고 꽤 노력하는 중


이 캐릭터라면 이런 성격으로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하고 고민.


근데 그것보다 힘든게 말투 살리기. 개빡셈. 그런 고로 이번 편은 좀 짧음.


댓글 100개 정도면 안 쉰다. 물론 될리가 없지. 캬루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