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똑똑하고, 예쁘고, 어디 하나 떨어지지 않지만

성격이 많이 망가진 자매가 있었어.


두 자매는 같은 회사에 입사했고

곧 언니 츤순이는 마음에 드는 남자가 생겼어.


어리버리한 부하직원이었는데

혼내면 손을 벌벌 떨면서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을 짓는 게 꼴렸대.


그래서 일부러 사소한 거 트집 하나하나 잡아가며 갈궜어.

집안 형편이 가난해서 퇴직서도 못 내고 부모 공양을 해야 하는 남자는


매일매일이 지옥같았지.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남자의 반응이 점점 무뎌지기 시작했어.


츤순이는 갑자기 애가 타서

좀 더 강하게 갈구면 다시 강한 반응을 줄까 하고 있는데


남자가 자살을 해 버린 거야.


그걸 알게 되자 언니도 같이 죄책감에 망가져버렸고.



얀순이는 그런 언니가 미쳤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얀순이도 마음에 드는 신입이 생겼어.



언니가 어떤 짓을 했는지도 봤고

그래서 어떤 꼴이 됐는지도 봤어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이 얀붕이는 어리버리하진 않았지만 순둥순둥해서

누가 질책해도 미소지으며 죄송하다고 하고

누가 칭찬해도 미소지으며 감사하다고 하고


그러니까 잘 해주는 맛이 나는 거야.


... 처음엔 그랬어.



잘 해줘도 미소 그 이상은 안 돌려줘.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미소를 지어줘.


분명 얀순이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얀붕이를 챙겨줬는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대접을 받으니까


슬슬 '더 강한 반응'을 원하는 거야.



일부러 야근을 시켰어.

그리고 마주보는 책상 밑에서 살짝 다리를 비비며 유혹했지.


얼굴이 새빨개지는 얀붕이를 보며

얀순이는 이거다 싶었어.



그 뒤, 노골적으로 유혹을 해 가기 시작했어.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는 얀붕이의 뒤 쪽에서, 머리를 가슴에 끼우고 업무 지시를 한다던가

짧은 스커트를 입은 날, 일부러 계단을 이용하자고 하면서 앞서 간다던가

금요일 야근을 하는 날, 다른 사람이 없을 때 슬쩍 블라우스의 단추를 한둘 풀어본다던가.



이래도 얀붕이는 얼굴이 빨개지기만 할 뿐

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어.



강압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어.

언니가 어떻게 되었는지 봤으니까.


무르게 행동할 수는 없어.

고작 이거에 만족할 순 없잖아?



회식날

모두가 모이고 2차를 달리고 3차를 달리고

다들 취해서 멍 한 상태에서 헤어지려고 할 때


얀순이는 얀붕이를 살짝 불러서

둘끼리 4차를 가자고 했어.


자기네 집으로.

돈도 아낄 겸, 여기서 가깝기도 하고.



집 안은 여자 속옷이 널브러져 있었고

여자의 냄새가 확 났어.


정리가 안 되어서 미안하다고 웃는 얀순이였지만

사실 '안 했던' 거였어.


회식날이니까 미리 섹시한 속옷을 침대 위로 던져놓고 출근했었어.

미리 침대 위건, 신발장이건 돌아다니며 얀붕이를 생각하며 자위했었어.


집 여기저기에

자기의 암컷 냄새를 묻혀놓은 거지.



4차니까 술은 간단하게 하자면서

깔루아 밀크를 만들어서 대접했어.


단, 얀붕이의 잔엔 보드카를 섞었어.



점점 더 취해가면서도

얀붕이는 끝까지 가타부타 좋다싫다 말을 안 했고


결국 얀붕이는 아무 일도 없이 뻗어버렸어.



행동의 시간이 왔어.

얀붕이의 핸드폰을 꺼내서


모든 기록을 다 추적했어.


주변에 여자는 있는지

평소에 어떤 사이트를 하고, 어떤 취미를 가졌고, 친한 사람이 누가 있는지

야한 사이트는 어떤 사이트를 들어갔고, 어떤 취향이었는지.



여자는 없었어.

취미는 그냥 게임하는 거였어. 스팀게임이라서 외국어 공략본을 막 찾는것 뿐이었어.

야한 사이트는 이것저것 있었어.



야한 사이트를 모조리 지우고

거기에 자기 비밀 SNS 계정을 남겼어.


그리고

자기 얼굴을 가린 채로

오직 얀붕이에게만 공개된 SNS 계정으로


자신의 나체 사진과 자위 영상을 올렸어.

그것도, 얀붕이의 바로 옆에서 촬영해서.


얀붕이에게 키스하는 사진

얀붕이 옷에 립스틱 자국을 남기는 영상

얀붕이 옆에서 자위하는 영상

얀순이의 나체 사진


이 모든 게 이제 얀붕이에 폰에 들어가 있었어.




다음 날

어떤 일이 벌어진지도 모른 채 얀붕이는 멍하니 있었어.


어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얼떨떨한 상태에서

얀순이는 시침을 뚝 떼고


"어제 술을 너무 먹어서 기억이 안 나는데, 혹시 너는 기억나니?"



이제

회사에서 얀붕이는 얀순이를 볼 때마다 눈을 피했어.


그리고 얀순이는 얀붕이가 잠깐 커피나 담배 때문에 자리를 비울 때마다

얀붕이의 폰 접속 기록을 보면서


자기 SNS에 얼마나 접속했는지 지켜보고

다른 야한 사이트 접속 기록이 있으면 다시 그 페이지를 따라한 컨셉샷을 찍어서 올렸어.


얀붕이의 가방은 점점 얀순이의 물건들로 가득 차 갔어.

펜을 바꿔치고, 메모장을 바꿔치고


가끔은 자기 입던 속옷도 넣고


얀붕이는 성격상, 대놓고 말은 못 했어.

직장 생활도 무리 없이 하고 싶고, 사람 관계도 잃고 싶지 않으니까.


아무리 무서워도

어쨌든 '자기만 조용히 있으면' 아무도 이 일에 이상함을 느끼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얀순이는 슬쩍 소문을 흘렸어.


얀붕이 가방엔 뭐가 들었길래, 저렇게 남들 앞에서 감추려고 할까?


본인이 소문을 흘린 거라는 티가 안 나게

누구누구에게 들었는데, 가방 엄청 감추고 다닌다더라

정도로 흘렸어.



그리고 회사 사람들이 얀붕이의 가방을 슬쩍 보았을 때

거기엔 입던 여자 속옷이 있었어.



난리가 나고, 모두가 얀붕이에게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을 때


얀순이가 슬쩍 가로막고 서서 얘기했어.


"그거, 내 거야. 나랑 얘랑 사귀어."



얀붕이에겐 선택권이 없었어.

속옷 도둑 변태로 몰리느니

그냥 연애중인 변태로 몰리는 게 나았거든.



얀순이는 자신이 언니와 닮아간다고 생각했어.

더 강한 반응을 보고 싶었어.

그래서 조금씩 더, 얀붕이를 몰아가게 되었어.


하지만, 얀붕이에게 자신이 얀붕이를 사랑한다는 사실도 제대로 일러두어야 했어.

언니 꼴이 나고 싶지는 않았거든.



다음엔


얀붕이의 폰에 자신의 자위 영상이 찍혀 있다는 것을, 어떻게 퍼트릴까?

어떻게 해야 얀붕이가 성욕에 미쳐서 자기를 범할까?

다른 년들은 어떻게 해야 저 꼬리치는 것을 멈출까?


얀순이는 언니와 달리

스스로 행복을 찾게 되었어. 그리고 목표도 생겼고.


그게 모두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겠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