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드림 채널

집에 도착했다. 구조가 실제 집과 꽤 다르다. 가본적 없는 집 구조다. 들어오자마자 주방이 눈에 띈다. 주방은 오른편에 있다. 거실에서 들어온 햇볕이 느긋하게 주방의 입구를 간지럽힐 듯이 닿아있다. 주방 입구에는 커다랗고 낡은 대리석 식탁이 놓여 있다. 희고, 다리 부분은 옷칠이 된 암갈색 나무로 되어있다. 식탁 위에는 분홍색 장미꽃잎의, 용량은 에스프레소 정도가 들어가있을 만한 찻잔이 놓여있다. 찻잔 아래로 폼이 들어간 파란색 계열의 작은 식탁보가 놓여 있다. 햇볕에 은색으로 빛나는 포크와 나이프가 세 쌍 보인다. 주방의 안쪽은 불이 켜져있어, 뽐내듯 내리쬐는 사각 LED등이 거실의 햇볕과 대조를 이룬다. 주방의 벽은 식탁 체리 갈색의 타일로 되어있다. ㄱ자로 되어있는, 깨끗하게 정리된 주방이다. 약간 멀리로는, 찬장과 그리고 가로세로 2m 정도 되어보이는 창문, 세탁실의 문이 보인다. 모두 흰색 계열이다.

현관의 거실이 왼편에 있다. 느긋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담요처럼 거실을 덮고 있다. 출시된 지 10여년은 된 TV 위 먼지가 햇빛에 반사되어 자기 존재를 뽐내고 있다. 거실 바닥에는 러그가 있다. 갈색과 흰색의 줄무늬로 되어있는, 싱글킹 사이즈 침대 정도 되는 러그이다. 그 위에는 어두운 황갈색의 앉은뱅이 테이블이 있다. 죄다 나무 재질이고, 꽤나 싸구려처럼 보인다. 소파도 있다. 이건 금색에 가까운 황색의 천 소파이다. 기하학적인 무늬가 눈에 띈다. 거실 바깥으로는 베란다가 있는데, 바닥은 흰색 타일이고, 벽은 흰색 페인트다. 정확히 말하자면... 뭔가 오돌토돌 하다고 해야할까, 그런 재질의 벽이다. 베란다에는 두개의 화분이 있다. 하나는 가슴께 바로 아래까지 오고, 다른 하나는 허리춤까지 온다. 둘다 난 종류로 보인다. 두 식물은 느긋하게 내리쬐는 오후 5시쯤의 햇빛을 받고 있다.

나는 어느 방으로 들어간다. 거실과 주방을 지나치면 바로 나오는 방문이다. 드디어 집에 돌아왔음에 안심하며 짐을 풀려 하는데, 현관문으로 황색 무늬 호랑이가 들어온다. 머리부터 엉덩이까지의 길이 약 3~4.5m, 높이는 1.6m 되는 아주커다란 호랑이다. 라이거의 모습에 가깝다. 맹수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온몸의 털이 쭈뼛 선다. 송곳니에 산산히 물어뜯겨 죽음의 예감에 살그머니 방으로 피한다. 방에는 나무 무늬의 낡은 황토색 장롱과, 2m 정도 되는 소나무 무늬의 낡은 서랍장이 있다. 아까보다는 햇빛이 줄어들어 이 방에는 햇빛이 닿지 않는다. 방은 옛날식의 누런색 장판이 깔려있다. 서랍장 위에는 인형이 잔뜩 쌓여 있다. 나는 서랍장 위로 올라가 인형 사이에 숨는다. 잔뜩 나는 솜 냄새 사이로 미묘한 봄 냄새가 창문으로부터 날아온다. 인형들은 흰색 털이 달린 인형들이다. 강아지 그리고... 이질적으로 생긴 토끼 인형이 눈에 띈다. 토끼 인형의 귀 속은 분홍색 체크무늬의 보드라운 천으로 되어있다. 얼굴은 눈과 코가 반짝반짝 빛남에도 묘하게 길고 ㄱ자로 꺽여 있고, 다리도 기묘하게 길어서 토끼가 원래 이런 식으로 생겼던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근처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했는지 검색한다.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구글 검색 결과의 화면만 보인다. 정확한 글자는 인지 할 수 없으나 흐려지거나 글자가 바뀌지 않고, 무슨 내용인지는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그러고 있으니, 호랑이가 어슬렁 어슬렁 하는 발걸음으로 방 안을 가로질러간다. 방 안의 창문은 흰색의 살이 덧데어진 불투명 창문이다. 호랑이는 그 창문을 지나쳐간다. 창문 밖은 빨래를 너는 용도의 베란다이다.

그때, 부모님이 계신 안방에서 소리가 난다. 무언가 떨어뜨린 것 같은 소리이다. 아얏 이라고 하는 듯한 말소리도 난다. 주방 부근이다. 나는 호랑이가 부모님에게 가는 것을 걱정하며 서랍장에서 내려와 호랑이의 뒤를 쫓는다. 그새 해는 다 져버려서 밖이 어두컴컴하다. 호랑이는 어슬렁어슬렁거리며 거실을 지났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온다. 나는 방의 구석에 숨어서 호랑이를 지켜본다. 그러자 어디에서인가 아기 호랑이 한마리가 왼편에서 나타나 큰 호랑이의 꼬리 중간 부분을 문다. 호랑이는 반응이 없고, 어미 호랑이로 보인다. 아기 호랑이는 초등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크기에 털이 참 보송보송하게 생겼다. 제대로 검은색 줄무늬가 있다. 그 다음으로 오른편에서 한마리가 더 나타나 꼬리의 끝을 문다. 어미 호랑이의 꼬리가 정말 보송보송해 보인다. 나는 호랑이가 저렇게 육아를 하던가 생각한다. 호랑이는 어느덧 어두컴컴해진 집의 불이 켜진 주방을 지나가며 현관문 밖으로 나간다.

어느정도 안도한 나는 지인에게 핸드폰으로 카톡을 보낸다. 글자는 정확히 인지되어 있지 않지만 무슨 내용인지는 머릿속으로 들어오고, 카톡테마는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혹시 동물원 탈출한 호랑이 아느냐고 묻자, 소문은 들었지만 그런 뉴스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동물원 탈출한 호랑이가 아니었구나 하고... 꿈에서 깨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