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드림 채널

버스 안이다. 버스는 시골길을 달리고 있다. 바깥 풍경에는 넓디넓은 논만이 보인다. 소 여물로 쓰는지 모를, 15cm 는 족히 자란 듯한 잔디와 비슷한 식물이 보인다. 조금 멀리 어렴풋이 정류장인지 시골의 구멍가게인지 모를 무언가가 햇볕에 느즈막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멀리서 해가 지며 버스의 차창에 눈높이를 맞춰 눈이 부시다. 미적지근하고도 강렬한 햇살이 버스 안에 선명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나는 그 버스 한가운데에서 남청색 캐리어를 들고 서 있다. 내려야 할 곳을 지나버렸다. 

아 어떻게 하지, 하며 멍을 때린다. 그저 다시 버스가 원래 자리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러자 버스가 막다른 길에서 유턴을 해서 돌아온다. 나는 무거운 몸뚱이와 캐리어를 이끌고 버스 계단에 발을 딛는다. 텅 텅 하는 소리가 엔진소리만이 들리는 적막한 버스 안을 매운다. 이윽고 풍파에 마모된 아스팔트 도로와, 흰색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인도라고 하기도 민망할 인도 위에 발을 딛는다. 부우웅 하는 엔진음을 남기며 버스가 멀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