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8장 전환의 계기







성간함 도시 안



마크렌 : 이익...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예레스에서 천 길을 마다치 않고 왔건만, 이따위 대접을 한단 말이지!



마크렌 : 다들 비켜! 지금 당장 비라쥬 그 배은망덕한 녀석을 찾아가 혼쭐을 내줘야겠다! 그 점잔빼는 얼굴에 한 방 먹여줘야겠어!



매튜 : 그, 그러면 안 돼! 마크렌 씨, 어쨌든 두 사람은 오랜 전우잖아, 서로에게 칼을 겨눠선 안 돼!



마크렌 : 전우라고? 그 녀석이 정말 전우를 소중히 여겼다면 어떻게 베르너와 마리가 사라지는 걸 두고 보기만 했겠냐!?



그레니어 : 진정해, 마크렌 씨...



그레니어 : 그렇게 큰 소란이 있었으니 적어도 비라쥬 씨에게 뒷수습할 시간은 줘야 할 거 아니야.



그레니어 : 아멜다! 너도 와서 마크렌 씨 좀 말려봐!



매튜 : 그 말이 맞아. 하지만... 베르너 씨와 마리안델 씨가 봉변을 당했다는 건 믿기지 않는 걸...



매튜 : 레인폴스 씨! 우리 좀 도와줘...!



크림조의 왕 : 마크렌, 뭔가 이상한 점 못 느꼈나.



마크렌 : ...무슨 말이야, 레인?



크림조의 왕 : 크림조랜더를 이끄는 일에 있어 비라쥬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언제나 기술적인 지원을 해주거나 참모 역할을 맡았지.



크림조의 왕 : 지도자의 자리에 더 적합한 사람이...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군.



마크렌 : 브렌다를 말하는 건가? 그녀는 지금 어딨지?



크림조의 왕 : ...성간함 도시에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그녀의 행방을 찾아보았다.



크림조의 왕 : 하지만... 설마 브렌다 역시 마리, 베르너와 같이...



마크렌 : 시끄러워! 누가 그런 말을 믿을 줄 알고!



경비 : 뭐 하는 거냐! 가만히 있지 못해! 중앙 탑은 출입 금지다!



마크렌 : 모두 비켜라! 비라쥬에게서 직접 설명을 들어야겠다!









매튜 : 진정해! 이런 건 아무 소용 없다구!



경비 : 너희를 성간함 도시 밖으로 데려가라는 집정관님의 명령이 있었다!



그레니어 : 이래서야 어떻게 마리안델 씨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지...



매튜 : 웨탐의 행적 역시 묘연해.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빈 손으로 떠나야 하는 걸까?



경비 : 집정관님께서 오늘 밤은 손님을 만나지 않겠다고 하셨는데, 그쪽은?



집정관 근위병 : 아, 이 녀석은 손님이 아니야.



집정관 근위병 : 이 녀석이 집정관님의 거처에서 도둑질하던 걸 붙잡았거든. 지금 집정관님께 데려가는 길이야.



리자 : 저 좀 풀어주시면 안 될까요...? 멋진 오빠, 절 보세요, 이렇게 불쌍해 보이는 아이가 어떻게 도둑질을 할 수 있겠어요. 뭔가 착오가 있는 게 아닐까요?



집정관 근위병 : 착오는 무슨 놈의 착오! 밀실에서 집정관님의 검을 껴안고 인사불성으로 누워있던 주제에. 검에 다리가 달려 스스로 네 품에 들어가기라도 했단 말이냐?



리자 : 그때는 뭔가 하얀빛이 번쩍하나 싶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었단 말이에요...



그레니어 : 리, 리자?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리자 : 그레니어!



리자 : 여신님 맙소사! 천만다행으로 정의로운 동료를 만나 억울한 옥살이를 면하겠구나!



그레니어 : 자, 잠깐만! 넌 도둑질을 하다 걸린 거잖아, 억울한 옥살이는 아닌 것 같은데...



마크렌 : 흥, 딱 봐도 도둑처럼 생겼군. 너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녀석이나 속는 거지.



마크렌 : 더는 쓸데없는 일에 휘말리는 건 사양이다. 여기에 머물 수 없는 이상, 가엘파이스 대륙 다른 곳으로 가서 마리의 행적을 찾아야겠다!



리자 : 마리? 마리안델을 말하는 건가요?



마크렌 : 너 방금 뭐라고 했지? 네가 어떻게 내 동생의 이름을 아는 거냐!



리자 : 저 좀 구해주세요! 이 검만 갖고 나간다면 진실을 알 수 있을 거예요!



리자 : 당신 여동생에 대한 모든 일이 이 검에 담겨있어요!



집정관 근위병 : 이 녀석! 아직도 검을 가지고 빠져나갈 생각을 하다니!



집정관 근위병 : 녀석을 잡아!



마크렌 : 세상에! 이건... 베르너의 검이잖아!



마크렌 : 베르너가 개조한 강습형 마광검이다!



마크렌 : 매튜, 날 도와라! 이대로 뚫고 간다! 저 검을 갖고 비라쥬 녀석을 찾아가야겠다!



마크렌 : 정말 비라쥬가 마리와 베르너의 행방을 모른다면, 어떻게 저 검이 이런 곳에 있겠어!



그레니어 : 으, 응! 알았어!



매튜 : 이 도시와 비라쥬 씨는 대체 뭘 감추고 있는 걸까?






집정관 근위병 : 감히 집정관님의 권위에 도전하시겠다? 너희 예레스 녀석들은 대체 언제까지 이럴 셈이냐!



마크렌 : 흥, 집정관이건 크림조랜더건 내가 알 바 아니지!



마크렌 : 너희야말로 동생을 찾으려는 오빠를 막지 마라!






마크렌 : 어떠냐! 아직도 우릴 방해할 테냐!?



집정관 근위병 : 자, 잠깐!



집정관 근위병 : 집정관님을 뵙고 싶다면 우리가 말씀드리겠다! 그러니 제발 그만...



매튜 : 그러면 부탁 좀 할게!



마크렌 : 비라쥬... 어째서 이 모든 사실을 숨기는 거냐...



마크렌 : 내가 직접 갈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매튜 : 리자, 방금 집정관의 거처에서 이 검을 찾았다고 했지?



리자 : 맞아. 아주 깊숙한 곳에 숨겨놓은 게,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길 바라는 게 틀림없어.



그레니어 : ...



그레니어 : 그래서 너 정말 도둑이야? 리자, 성 밖에서는 그런 말을...



리자 : 순진한 소리 그만해, 세상을 돌아다니는 우리 또래 아이 중에 '손재주'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는 애들이 있을 것 같아?



리자 : 우리 페랄의 생존 환경은 여기보다 훨씬 열악하단 말이야. 내 또래 아이들은 일찌감치 숙련된 도둑이 된다구.



마크렌 : 그래서 이 검은 어떻게 알게 된 거지?



리자 : 저기... 그게...



리자 : 어쨌든 굉장히 특이하게 생겼잖아요. 모양새도 평범한 무기와는 다른 게, 눈길이 확 가더라고요!



아멜다 : 성검의 기억 속에서 베르너 씨가 쓰던 강습형 마광검은 이런 모양이 아니었는데.



마크렌 : 이건 베르너가 비라쥬의 도움을 받아 개조한 거다. 강습 칼날과 마광 칼날 두 부분으로 분리한 '강습형 마광검 개조 버전'이라고 할 수 있지.



마크렌 : 지금 리자가 들고 있는 건 그 검의 윗부분인 '강습 칼날'이다.



리자 : 그래서 이렇게 특이하게 생긴 거구나... 그러면 나머지 아랫부분은 어디에 있을까요?



마크렌 : 아마도 이 탑 위에 있는 집정관 나리가 알고 있겠지.






고탑 하층



비라쥬 : 그 검은 옷을 입은 소년의 행방은 찾았나?



부관 : 이미 대규모의 인원을 동원해 빈틈없이 수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나 철저히 사라졌는지,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부관 : 그리고 집정관님, 아까 그 예레스 대륙에서 온 자들을 잡아들여야지 않겠습니까?



부관 : 어쨌든 간에 그들이 예레스 대륙에 돌아간다면, 우리에게 원한을 품은 자들에게 이곳에 대한 소식을 전할 텐데요.



비라쥬 : 후우... 그만두게. 마크렌이 완고하고 막무가내이긴 하지만, 절대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아니야.



비라쥬 : 애초에 우리 일족이 예레스 대륙에 빠져나올 수 있던 것도 모두 그의 협력 덕분이었네. 비록 지금 사정이 있어 그를 도와주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면 과거의 원한을 더욱 깊게 만들 뿐이야.



비라쥬 : 괜한 문제를 일으킬 필요 없네. 지금 상황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골치 아프니까.



부관 : 알겠습니다, 집정관님.



부관 : 고탑 쪽의 부족한 경비는 다른 부대에서 차출해 벌충하겠습니다. 하지만 아마 제법 긴 시간이 흘러야 원래 기능을 회복할 것 같습니다.



비라쥬 : 알겠네.



비라쥬 : 우리 크림조랜더는 본래 수가 적은 민족이건만, 이런 비극을 마주하게 되었군.



비라쥬 : 나는 지도자로서 실격이야.



부관 : 그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브렌다 님께서 떠난 후, 우리의 유일한 지도자는 집정관님뿐입니다.



부관 : 집정관님께서 계시지 않았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런 도시를 세울 수 있었겠습니까!



비라쥬 : ...



부관 : 집정관님, 고탑 아래쪽에서 시스템 재기동 작업이 곧 끝난다는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계속 여기에 계시겠습니까?



비라쥬 : 음, 나는 감염된 시스템이 완전히 회복되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야겠네. 이곳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 자네는 먼저 내려가 다른 일을 하게나.



부관 : 알겠습니다. 그러면 조심하십시오.



비라쥬 : ...



비라쥬 : 브렌다, 베르너... 너희에게 이 고탑을 직접 볼 기회가 앞으로도 남아 있을까?



비라쥬 : 나는 이 탑이 영원히 전란의 불꽃을 피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비라쥬 : 우리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그날부터, 그것이 과욕이라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네.






마리안델 : 정말 대단한 설계야, 비라쥬. 정말 이 모든 것을 현실로 할 수 있다면, 성간함 도시는... 아마 이 대륙에서 가장 찬란한 문명이 될 수 있을 거야!



비라쥬 : 하하, 너무 띄워 주지 마, 마리. 사실 이 탑의 설계는 내가 한 게 아니야.



베르너 : 네가 한 게 아니라고? 그래서 누가 이렇게 뛰어난 설계를 한 건데? 설마...?



브렌다 : 이봐, 베르너! 그거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야!



브렌다 : 이 탑의 설계부터 성간함 도시가 영원히 빛나는 별이 되길 바라는 소망까지, 모두 내가 한 거라고!



비라쥬 : 나로서는 줄곧 이 설계가 너무 무리한 목표가 아닌가 걱정이 되긴 한다만.



브렌다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비라쥬! 이 고탑이 완성될 때, 분명 우리는 우리 자신과 크림조랜더를 지킬 힘을 갖게 될 거야!



브렌다 : 너도 마음속으로는 그런 미래를 꿈꾸고 있잖아, 비라쥬!



브렌다 : 비라쥬!



브렌다 : 비라쥬!!!




집정관 근위병 : 비라쥬 님!!!



비라쥬 : 으음... 제길, 잠들었었나?



비라쥬 : 마안하네, 무슨 소식이라도 있나?



집정관 근위병 : 집정관님! 누군가 집정관님의 거처에 잠입해 그 검을 훔쳐갔습니다!



비라쥬 : 뭐라고!? 그 검을... 제길, 대체 누가 그랬다는 건가!



비라쥬 : 도시 안 경비에게 모든 길목에 검문소를 설치하라고 해라, 반드시 그 검을 되찾아야 한다!



집정관 근위병 : 너,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범인은 탑 아래에 저희가 붙잡아뒀습니다! 지금 집정관님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라쥬 : 도둑이란 말이지? 정말 드문 일이로군. 좋아, 즉시 가보겠네.



??? : 후후후.



비라쥬 : 이게 무슨... 검은 안개... 탑 안의 에너지가 차단된 건가?



비라쥬 : 누구 짓이냐!



??? : 누구 짓이라니? 좀 더 예의를 갖추는 게 좋을 텐데, 비라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