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MZ세대의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라는 논란이 많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로 '심심한 사과', '명징하게 직조한...' 등과 같은 한자어가 그 중심에 서 있죠.

따라서 이러한 해결책으로 한자 교육을 주장하는 경향이 X세대와 그 윗세대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자 교육이 곧 문해력의 하위 범주라고 할 수 있는 어휘력으로 연결되는 것일까요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일반적으로 어휘력을 논함에 있어 한자어를 중심으로 한 어휘력을 크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단어의 뜻을 해석하고 이해할 줄 알아야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고 더 나아가 글의 중심 내용까지 파악할 수 있기에 틀린 경향은 아닙니다그렇지만 한자를 알아야 한자어를 해석할 수 있을까요이에 대해 교육학 및 교육 심리학적으로 접근해봅시다.

  

1. 한자는 우리 환경을 보았을 때 습득이 아닌 학습하는 것이다.

 

  제언어는 인간이 태어나서 처음 접하고 사용하는 모국어를 뜻합니다이러한 모국어를 어떻게 익히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교육학적심리학적 이론들이 있습니다그중 현재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이론은 바로 행동주의생득주의구성주의의 세 이론입니다행동주의는 올바른 습관의 형성을생득주의는 언어적 입력이 뇌에 내장된 특수한 장치를 거쳐 언어적 출력이 발현됨을구성주의는 환경 또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습득을 언어 발달의 원인으로 설명하죠하지만 이 세 가지를 관통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습득'입니다모국어는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습득'되는 것입니다언어는 인위적인 노력을 통해 얻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의 행동 강화 혹은 입력 제공 등을 통해 습득되는 것입니다반면 학습은 본인이 노력하여 집중을 기울여 공부하는 것인데 모국어는 이렇게 형성되지 않습니다따라서 모국어 능력은 습득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자교육은 바로 이러한 습득 조건 때문에 필수 교육이 되지 못합니다우리는 현재 한자를 일상생활에서 거의 쓰지 않고 있습니다한자어라고 하더라도 소리만 한글로 표기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간혹 신문에서 쓰이더라도 한글 표기와 병기하여 나타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한자 사용 현실입니다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생들은 한자를 습득할 수 있을까요답은 아니오입니다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텍스트 자체가 전부 한글로 표기되어 제공되는데 어떻게 습득할 수 있을까요한자는 인위적으로 학습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현재의 환경입니다그런데 학습한 것은 절대로 습득된 지식으로 변환되지 않습니다언어학자인 Krashen에 따르면 학습한 지식은 습득된 지식의 교정자 역할만 할 뿐 유창성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따라서 암기 등으로 학습한 한자 지식은 글을 독해할 때 맞게 독해했는지 차후에 점검하는 역할만 할 뿐 단어 읽기와 독해를 이어주는 근본적인 읽기 유창성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학습된 한자 지식은 글을 다 읽고 단어의 뜻을 올바르게 이해했는지 사전 찾아보는 것과 비슷한 역할밖에 못 한다는 뜻입니다.

  

2. 우리는 한자를 학습하지 않고도 어휘를 해석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우리는 어떻게 한자어를 읽고 해석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이는 맥락 중심으로 지도하는 현재의 국어 교육 방향과 연결됩니다글에서 단어는 탈맥락적으로 단독으로 제시되지 않습니다항상 문장 내 다른 단어 그리고 다른 문장과 연결되어 제시됩니다더 나아가 배경지식을 통해 텍스트를 이해한다는 하향식 글 읽기 모형을 적용한다면, 글 속의 단어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다른 어휘와도 연결됩니다이런 읽기 과정을 기초로 할 때, 우리는 어떤 단어의 뜻을 문장과 문단 그리고 글 전체와 배경지식을 통해 유추하게 됩니다예를 들어어떤 학생이 글을 읽다가 배양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른다고 했을 때해당 학생은 앞뒤의 다른 문장을 살피고 자신의 배경지식을 통해 맥락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의미를 유추하여 유추한 뜻을 바탕으로 글을 읽게 되는 것입니다이것이 바로 일반적인 독자들이 단어를 읽고 해석하는 과정입니다.

 

  한편한자 교육을 주장하는 분 중 국가의 와 정치가의 의 차이도 모르고 어떻게 낱말의 의미를 알 수 있냐는 분들이 계십니다하지만 이에 대해서 이미 많은 선행 연구가 존재합니다대표적으로 노명희(2006)는 덕목과 같은 2자어의 내부 구조를 다른 단어와의 관련 성속에서 의 의미를 추출해 낼 수 있으므로 전체 단어에서 파악되는 의미와 관련시켜 의 공통된 의미를 추출해 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예를 들어 비슷한 개념의 연상을 통해 명목이나 이목’, ‘목적’ 등을 떠올리고 여기에서 의 의미를 추출해낸다는 것입니다구체적으로 박상숙(2018)에 따르면 한국어 모어 화자들은 가옥가정가족...’ 등의 단어에서 의 공통된 의미를 추출할 수 있으며 건축가정치가화가...’ 등의 단어에서 ‘~하는 사람의 의미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단어의 의미를 해석할 때 더 이상 원래 쓰이던 한자인 ’, ‘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며 따라서 한자 암기가 필수적으로 요구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한자 교육이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냐는 아직 학계에서도 학자별로 의견이 나뉩니다하지만 현재 국어 교육을 봤을 때 한자 교육이 필수적이지 않다는 쪽의 의견이 대세로 자리 잡았고또 그렇게 교육이 시행되고 있습니다옛날에는 암기 위주의 한자 교육이 필수적이었고 또 그게 교육의 대세였습니다많은 텍스트가 한문으로 쓰여 있었고 이를 모르면 독해에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이로 인해 문맹률이 높았고 많은 사람이 글을 편하게 읽기 위해 거의 모든 텍스트가 현재는 국문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따라서 현재 환경에 맞는 어휘 교육 방법이 필요하며이에 효과적인 방식은 독서와 체계적인 어휘 지도 방법임을 이미 많은 국어학자와 초중등 교육가들이 제시하였습니다.

 

  많은 윗세대들이 보기에 한자로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젊은 세대가 개탄스러울 수 있습니다하지만 이는 현세대가 한문이 극히 드물게 쓰이는 환경에 놓인 것과 시대가 변했음을 이전 세대가 인지하지 못해 생긴 오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젊은 세대는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읽기 능력을 갖추었습니다더 이상 예전의 잣대로 그들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시대와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젊은 세대가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골똘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노명희, 「한자어 문법 단위와 한자어 교육」, 국어국문학 142, 국어국문학회, 2006, 465~489쪽.

박상숙,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한자어의 의미 제시 방안 연구」, 한국학연구 51, 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2018, 475~494쪽.




요약: 현재 MZ세대의 문해력 논란 중심에는 한자어가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자 교육을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자 교육이 어휘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으며, 한자를 습득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맥락과 연관성을 통해 단어를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시대와 환경 변화에 따른 젊은 세대의 적응력을 고려하여 평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