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본 글은 모 대학 문예창작과 교수와의 담화를 통해 들은, 즉 모 교수님의 의견이 주를 이루며, 대충 5년 전쯤의 트렌드임을 밝힘

- 요즘은 회귀해서 자신을 버린 남편과 내연녀한테 복수하니 뭐니 하는데 아쉽게도 그거에 대해선 얘기한 적 없음

- 히로인이라는 말은 본래 여성을 칭하는 단어이지만 본문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여자 주인공의 연애 대상이 되는 남성 주연을 표현하기 위해 '남자 히로인' 이라는 단어를 사용함



대한민국 소설 시장은 장붕이들의 생각보다 여성향임

노벨피아에서 떡타지 쓰고 문피아에서 무협 쓴다지만 결국 거대 플랫폼인 네이버 웹소설에서는 여성향 로맨스가 주를 이룸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는 제쳐두고 네이버 같은 대형 플랫폼에 여성향 로맨스 소설이 많다는 것은 여성 독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함

그 중에서도 20대 후반 ~ 30대 초반의 여성들이 그 주 축임


그렇게 하나의 플랫폼에 하나의 성별, 하나의 나이대가 편중되다보니 보니 노벨피아에서 20대 남성들을 겨냥한 남성향 회귀 빙의 하렘 공식처럼 여성향 소설도 뚜렷한 공식이 존재함


1. 평범한 여주인공


남성향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잘생기고 키 크고 강함

그러다보니 '개연성'이라는 변명 하에 그냥 아무 이유없이 히로인들이 주인공에게 반하는 경우가 많음


반면에 여성향 소설에서는 여주인공이 지극히 평범함

물론 삽화로는 예쁘게 나오지만 작중 묘사에서는 얼굴도 몸매도 능력도 평범함


우와아앗 김장붕님이야! 어떡해 얼굴만 봐도 아랫배가 큥큥거려 ㅠㅠ 이딴 건 존재하지 않음


대부분의 여주인공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서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평범한 성적을 받고 평범하게 성인이 돼서 평범하게 알바를 하거나 취직을 함


평범한 대학생 + 평범한 카페 알바생 같이


(왜 이런 차이점이 발생하느냐에 대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고자 하는 욕구의 차이에 대해 말해야 하겠지만 이 부분은 공식에 대해 말하고 있는 글의 주제와 맞지 않을 뿐더러 필자가 뭐라 확정짓고 단언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생략하겠음)


2. 그럼에도 할 말은 하고 사는 성격


작품 초반의 주인공은 늘 엑스트라 or 주연으로 인하여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음

진상 손님이나 상사로 인해 하루하후 스트레스가 쌓이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화를 내지 않음


이런 주인공을 위로하는 과정에서 조연인 주인공의 친구들이 등장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삭히는 등 전형적인 일반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줌


그런데 그렇게 스트레스를 꾹꾹 눌러 참던 주인공이 놀랍게도 남자 히로인 or 여자 악역에게만은 자신의 불만을 다 쏟아냄


여자 악역에게는 처음엔 조금 사리다가 마지막에 다 쏟아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남자 히로인에게는 아무리 잘생겼더라도 가식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인물로 나옴


만약 남자 히로인의 시점으로 글을 읽는다면 어쩌면 감정 쓰레기통 같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정도로


3. 날 이렇게 대한 여자는 너가 처음이야 라는 이유로 반하는 남자


그런데 그런 모습에 남자 히로인들은 놀랍게도 여자 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낌


지극히 평범하게 나오는 여자 주인공과 달리 젊고 키 크고 세련된 직장에 좋은 집안에서 자란 첫 번째 남자 히로인은 자신에게 늘 가식적으로 대하는 여자들에게 질려있는 상태고,

그런 상태에서 자신에게 늘 태클을 걸고 비판을 쏟아내는 여자 주인공에게 아주 놀랍게도 '색다름' 혹은 '진실된 모습' 이라는 이유로 호감을 가지게 됨


물론 처음에는 호감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함

잘난 남자 히로인은 자신에게 가감없이 대하는 여자 주인공과 투닥거리며 '친밀감'이라는 걸 쌓아나감


현실에서는 ㅈㄴ 싸가지 없네 너 해고 or 나 이직함 으로 이어지겠지만 가질 거 다 가진 남자 히로인은 신기하게도 유일하게 자신에게 진실된 모습으로 다가와주는 사람이 없고, 이에 대한 결핍을 느끼는 중임


여자 주인공은 그런 결핍을 채워주는 존재인 거임


아무런 특징도 없지만 남자 히로인에게 할 말 다 하고 사는 성격인 여자 주인공이

다 가졌지만 자신에게 할 말 다 하는 사람이 주변에 없는 남자 히로인과 마치 퍼즐처럼 딱 맞는 거임


누군가 이렇게 태어나라고 정한 것처럼


4. 놀랍게도 동일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두 번째 남자 히로인


트로피마냥 히로인을 수집하는 남성향과는 다르게 여성향에서는 대부분 남자 히로인이 딱 2명 등장하는 경우가 많음


그리고 놀랍게도 첫 번째 남자 히로인처럼 모든 걸 다 가진 두 번째 남자 히로인도 여자 주인공을 사랑하게 됨


여자 히로인이 두 번째 남자 히로인의 앞에서 '어떠한 행동'을 하고, 그 행동 한 번에 여자 주인공에게 반해버림


다만 두 번째 남자 히로인은 첫 번째 히로인과 조금 다름


첫 번째 남자 히로인이 여자 주인공과 투닥거리다 어? 나 걔 좋아하나? 같은 자각을 한다면,

두 번째 남자 히로인은 처음부터 여자 주인공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여자 주인공을 자신의 곁에 두려고 함


이러다보니 등장 시점에 큰 간극이 있는데도 여자 주인공을 두고 잘난 남자 히로인 둘이 경쟁하는 구도가 이루어짐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잘생기고 능력있고 다정하고 친근한 남자와

잘생기고 능력있고 섹시하고 저돌적인 남자가

평범하고 남자 히로인에게만 할 말 다 하는 여자 주인공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여러 이벤트들을 준비하면서 작품이 진행되는 거임


5. 모든 것을 다 가진 여자 악역


여자 악역 같은 경우에는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있음

아예 여자 악역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고


다만 여자 악역이 존재한다면, 여자 악역은 여자 주인공이 갖지 못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음


얼굴 몸매와 같은 외형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부잣집에서 태어나서 돈도 많고 능력도 있음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소시오패스임


사랑받고 태어난 사람이 사랑을 주는 것도 잘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째서인지 여자 악역은 가식적이고 이중적이고 여자 주인공을 방해하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름


한 명의 사람으로서

지극히 평범하고 자신에게 사사건건 태클을 걸며 티격대는 이성과

외형적인 부분과 사회적인 부분이 완벽하며, 자신의 비위를 맞춰주려 하는 이성 중 누굴 선택하겠는가 물어보면 십 중 십은 후자를 고르겠지만


두 명의 남자 히로인 모두 전자를 선택함


왜? 전자는 '솔직하고 진실된 모습'으로 다가오니까


물론 여자 주인공이 남자 히로인들과 작품을 진행하며 애정이 쌓여가는 부분은 존재함

이 점을 얼마나 잘 살리냐에 따라서 작가의 실력과 작품의 몰입도가 달라지는 거고


하지만 남자가 매도당하고 태클 걸리는 취미를 가진 M 성향이 아닌 이상 여자 악역에게도 마음이 흔들리는 상황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할 것이라 생각함


그럼에도 남자 히로인들은 여자 악역이 꾸며낸 이벤트에 어쩔 수 없이 휘말릴 뿐 여자 주인공을 향한 마음은 변하지 않음


6. 악역은 파멸하고 주인공은 그 중 한 명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넘어오지 않는 남자 히로인들과 가진 것도 없으면서 자신에게 대드는 여자 주인공에게 분노를 느낀 여자 악역은 점점 선을 넘게 되고


그 행동으로 인해 파멸하게 됨


그리고 여자 주인공은 첫 번째 남자 히로인에게 뭔가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두 번째 남자 히로인이 첫 번째 남자 히로인보다 딱 한 발 늦었다는 이유로 첫 번째 남자 히로인과 이어지고 해피 엔딩으로 끝남


7. 요약

이걸 글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이 됨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한' 대학에 들어간 '김노벨' 양은 고오오급 레스토랑인 '장챈'에 알바생으로 취직


그곳에서 소시민적인 삶을 살던 김노벨 양의 앞에 프랑스에서 미슐랭 투 스타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하던 '김피아'(얼굴 잘생김 키 188)가 등장


둘은 서로 티격거리며 직장 동료로 지내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들이 겹치며 서로에게 사랑이 싹틈


그런데 그때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장챈 레스토랑을 방문한 젊은 CEO '김장붕'(얼굴 잘생김 키 188)은 자신에게 작은 실수를 한 김노벨 양을 가지고 놀려 하지만 남자에게만 똑부러진 김노벨 양은 쉽게 넘어가지 않음


아니 이렇게 매력적인 여자는 처음이야! 김장붕은 한눈에 김노벨에게 반해버림


김피아는 자신의 요리 실력과 미적 감각을 이용해 자신이 직접 꾸민 루프탑 데이트를,

김장붕은 자신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전세를 낸 놀이공원 데이트를 준비해 김노벨과 즐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김노벨과 두 사람 곁에 재벌 3세인 '이악녀'(도내 탑S급 쿨뷰티 미녀)가 등장


이악녀는 처음에는 김노벨의 존재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지만 잘생긴 김피아와 김장붕에게 접근할 때마다 '데이트, 곤란' 을 시전하는 둘에게 오기와 분노가 치밀어오르던 중 두 사람이 자신을 거절하는 이유가 김노벨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됨


김노벨을 두 사람으로부터 떨어뜨리기 위해 김노벨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지어내거나 자신의 사회적, 금전적 능력을 사용해 김노벨을 궁지로 몰아가던 이악녀는 김피아와 김장붕의 도움을 받은 김노벨에 의해 악행이 만천하에 드러남


결국 이악녀는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해외로 도피성 유학을 떠남


김노벨은 자신을 결정적으로 구해준 김피아와 연애를 하게 되고 김장붕은 마지막에 다른 남자를 선택한 김노벨의 선택을 존중하며 그들의 곁을 떠남


그 뒤로 김노벨과 김피아는 행복하게 삶


-끗-






급전이 필요한 장붕이라면 양산형 여성향 로맨스를 찍어내서 하나만 걸려라 마인드로 기형적인 분충 타락해보는 건 어떨까?